주간동아 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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뻥 뚫린 치안… 죽음의 중국행

보따리상 등 의문사 강도 감금 잇따라…“시골여행 땐 특히 조심을”

  • 입력2006-02-03 13: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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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뻥 뚫린 치안… 죽음의 중국행
    한국인들의 연간 중국방문객 수는 58만명(97년 외교통상부 통계). 그러나 중국은 한국인들에게 치안의 안전지대가 아니다. 방문객이 늘어남에 따라 여행도중 불귀의 객이 되거나 큰 봉변을 겪는 사람들도 많아지고 있다. 문제는 이런 사고를 전후해 한국인 여행객들에게 정당한 법적 보호가 제공되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는 점이다.

    지난해 7월 문을 연 중국 선양(瀋陽) 한국영사사무소엔 20여건의 한국인 피해 사례가 접수됐다. 그중 하나인 한국인 중개무역상의 의문사 사건은 중국여행의 위험성을 경고하고 있다.

    지난해 12월19일 중국에서 숨진 보따리무역상 전창현씨(당시 28세)의 가족은 지금도 억울한 가슴을 달래지 못한다. 이들은 이날 ‘전씨가 선양시 한 아파트촌 거리에 쓰러진 채 발견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1시간 뒤 숨졌다’는 통보를 받았다.

    가족은 그러나 “대낮 대로변에서 발생한 일인데 목격자가 없는 데다 치료받은 흔적도 없다”며 중국 공안의 조사에 의문을 나타냈다. 외교통상부에 따르면 사망 직전 전씨는 3명 명의의 여권을 판 혐의를 받고 있었다. 이와 관련 가족은 “전씨가 이 문제로 중국공안에 끌려가 현금을 모두 뺏기고 두 차례에 걸쳐 10일간 감금돼 있었다는 증언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공안은 ‘사인 미상’이라면서도 이 사건 수사에 적극성을 보이지 않고 있다. 부검은 전씨 가족이 요구하자 사망한 지 25일이 지나서야 이뤄졌다. 그러나 부검 뒤 한 달이 지난 18일 현재까지 중국당국은 부검결과를 통보하지 않고 있다.



    전씨 가족은 사건이 영구미제로 묻히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가족이 중국 당국을 불신하게 된 또다른 일도 있었다. 현지로 달려간 가족은 전씨의 소지품에서 한국행 비행기티켓이 발견되지 않은 점에 의문을 품었다. 가족은 수사과정에 참여한 선양시청의 한 공무원이 비행기티켓을 훔쳐 돈으로 바꾼 뒤 착복한 사실을 밝혀냈다.

    “여권을 팔았다는 것이 돈을 모두 뺏기고 10일간 감금돼 있다가 알 수 없는 이유로 죽어야 할 만큼 큰 죄입니까.” 전씨의 어머니 최흥식씨의 말이다.

    1월16일 중국 옌지(延吉)에서 실종된 김동식목사(53). 납북설이 제기되고 있지만 중국공안의 수사는 진척이 없다.

    외교통상부에 따르면 지난해 1∼10월 사이 중국에선 4명의 한국인이 살해당했고 23명이 강도를 당했다. 중국측 조사 결과 비자 만기 이후에도 중국에서 출국하지 않고 있는 한국인이 600명을 훨씬 넘는다. 따라서 그 실체가 파악되지 않는 사건도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선양영사사무소 박기준영사가 말하는 가장 빈번한 한국인 피해 유형은 여권밀매 등 불법행위를 하다 일이 잘못돼 현지인에게 피해를 보는 경우, 사업실패 뒤 불법구금당하는 경우다. 외교 당국은 중국 방문시 시골여행엔 각별히 조심하라고 권한다. 외교통상부 영사과 관계자는 “지난해 12월 술취한 한국인이 숙소를 잘못 찾는 바람에 중국인 주인에 의해 목숨을 잃은 일도 있었다. 여행객의 부주의나 잘못이 사고를 부르기도 하지만 한국인에 적대감을 갖거나 금품을 노리는 중국인도 많다”고 말했다.

    중국 베이징에서 2년간 체류하다가 귀국한 기업인 김모씨(45)는 “주중 한국외교관이 중국 공무원들에게 접대를 하기도 한다. 그러나 외국인 신변보호와 관련된 기관과 완벽한 채널을 구축했다고 보기는 힘들다. 중국은 아직 한국여행객들에겐 두꺼운 장막과 같은 나라”라고 소감을 털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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