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번째 시도’는 성공할 수 있을까. 올해 연간 매출 2조4000억원에 91년 이후 매년 흑자 행진을 벌이는 알짜 공기업인 한국중공업(이하 한중)의 민영화 작업에 가속도가 붙고 있다.
한중 민영화는 과거 두 차례 실패한 적이 있는 난제. ‘2001년까지 완전 민영화’하겠다는 정부의 계획이 실현된다면 세 번째 도전 끝에 한중은 민간기업으로 변신하게 된다.
산업자원부가 지난해 12월29일 내놓은 민영화 방안은 그야말로 진통 끝에 나온 해법이었다. 정부는 당초 작년 상반기 이전에 입찰공고를 낼 계획이었으나 이같은 일정은 갖가지 이유로 인해 한참 늦어졌다. 이번에도 정부의 일정표가 나오기 직전까지 한중은 민영화를 반대하는 노조원들의 파업으로 공장이 가동조차 되지 않는 등 어수선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산자부는 ‘이대로 해를 넘길 수는 없다’는 배수진의 각오를 쳤다. 파업사태를 끝내려고 산자부 장차관 등 간부들은 크리스마스 휴가까지 반납하고 창원으로 내려가 노조원들을 설득하기도 했다. 산자부로서는 올해 큰 공을 들인 한국전력 민영화의 연내 추진이 무산된 마당에 한중만이라도 연내에 민영화 안을 확정해야 한다는 부담감을 가진 것이다.
정부의 안은 2001년까지 한중의 주식을 전량 매각하는 것으로 돼 있다. 내년 4월말까지 증시에 상장키로 하는 등 일단 ‘시간표’는 분명하다.
그러나 정부안의 내용을 들여다보면 불투명한 대목이 적지 않다. 이런 부분들이 앞으로 명쾌하게 정리되지 않는다면 한중 민영화 작업은 ‘안개 속’을 헤쳐나가는 항해가 될 수 있다. 최악의 경우 정부의 안은 말 그대로 ‘희망사항’에 그칠 수도 있다.
현재 한중의 지분은 산업은행이 43.8%, 한국전력이 40.5%, 외환은행이 15.7%를 갖고 있다.
정부의 민영화 플랜의 제 1단계는 미국 제너럴 일렉트릭(GE)과 스위스의 ABB-CE 등 외국 발전설비업체와의 제휴다. 이들 회사는 한중의 발전설비 생산에 핵심적인 기술을 제공하고 있는 업체. 산자부는 이들 업체에 일단 최대 25%의 지분을 누구보다 먼저 매입할 수 있는 ‘우선권’을 주기로 했다.
바로 이 대목은 국내업체들에 ‘역차별’이라는 반발을 사고 있는 부분이지만 정부의 입장은 단호하다. “GE사 등과의 기술 제휴가 없는 한중은 고물덩어리”라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따라서 이들과의 기술협력을 위해서는 이들 업체를 어떤 식으로든 끌어들여야 하며 이를 위해 이들에 대한 지분 매각은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알짜 공기업의 지분을 외국 기업에 헐값에 팔아서는 안된다는 여론을 의식할 수밖에 없는 게 정부의 큰 부담이다. 싸게 지분을 팔아넘길 경우 “국부의 해외유출”이라는 국민적 비난여론을 불러올 수 있기 때문이다.
고민하던 정부는 ‘증시 상장’이라는 해답을 내놓았다. 내년 4월까지 증시에 직상장해, 주식 가격이 결정되면 여기에 일정한 프리미엄을 붙여 외국업체에 팔겠다는 얘기다. 매각 가격을 정부가 결정하지 않고 ‘시장’에 맡기겠다는 발상이다. 정부로서는 장고 끝에 나름대로 ‘묘수’를 발견한 셈이다.
GE와 ABB-CE사(ABB-CE사는 영국의 BNFL사에 넘어가 앞으로는 이 회사와 협상을 벌여야 됨) 와의 제휴는 별 어려움이 없어 보인다. 이들 업체로서도 한중은 꼭 필요한 ‘파트너’이기 때문이다.
발전설비 부문에서 아시아는 중요한 전략적 시장. 아시아는 세계적으로 발전 수요 증가세가 가장 두드러질 것으로 예상되는 지역이다. 아시아 시장 진출을 위해서는 한중과의 제휴가 이들 업체에도 필수적이다. 특히 GE는 자체적인 생산시설이 없기 때문에 아시아 시장 진출의 발판으로 한중이 갖고 있는 양질의 생산설비가 탐이 날 수밖에 없다. 이미 이들은 한중 주식의 10∼15%를 인수하겠다는 의사를 서면 혹은 구두로 전달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들과의 협상이 순탄한 것만은 아니다. 주식 인수 가격이나 경영참여 범위 등을 놓고 팽팽한 줄다리기를 벌일 것을 각오해야 한다.
또 한 가지는 국내 재벌의 참여 허용 여부다. 산자부의 시간표에 따르면 외국업체와의 전략적 제휴, 증시 상장 이후 나머지 51%의 지분은 국내 업체를 상대로 매각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현대 삼성 등 대기업의 참여가 허용되는지 여부가 변수다.
그러나 이에 대해 정부는 분명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정덕구 산자부장관이 밝힌 국내 기업의 참여 기준은 세 가지다. 첫째가 재무건전성이고, 둘째 동종유사업종 영위의 범위, 셋째 시장경쟁 여건이다.
정장관의 말은 해석 여하에 따라 달리 해석될 수 있는 여지가 있다.
“대기업들이 한중 지분인수를 위해 기존 사업 부문이나 자산을 매각, 재무건전성을 유지한다면 한중 지분 경쟁입찰에 얼마든지 참여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대목은 재벌의 참여를 배제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하지만 “삼성이 과거 자동차사업에 진출하면서 관계사의 자금을 끌어들여 그룹에 부담을 안겨준 것과 같은 방식의 한중 민영화 참여는 곤란하다”는 첨언은 ‘불가론’ 쪽에 가까운 뉘앙스다.
세 가지 조건 중의 하나인 ‘동종유사업종의 범위’ 항목에서도 해석이 엇갈린다. 빅딜을 통해 발전설비를 한중에 넘긴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은 빅딜합의서에서 “향후 10년간 발전설비 겸업을 하지 않는다”고 약속한 바 있다. 따라서 현대 삼성은 지금 상태에서는 한중과 동종유사업종영위 업체가 아니므로 민영화 참여가 어렵다.
그러나 산자부 관계자는 “동종유사업종의 범위를 발전설비에 국한하지 않고 ‘중공업 일반’으로 확대 해석할 수도 있다”고 말하고 있다. 빅딜 과정에서 쌓인 재벌에 대한 부정적 여론과 한중만한 매머드기업을 재벌 외에 어디서 인수할 수 있겠느냐는 현실론 사이에서 정부는 선뜻 분명한 입장을 정리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현실론과 여론, 두 갈래 길 사이에서 정부가 어느 쪽으로 기울어질지는 한중 지분의 경쟁입찰 매각에서 ‘동일인 지분한도’를 설정할 것인지 여부로 나타날 전망이다. 동일인 지분한도를 설정한다면 현대 삼성 등 재벌그룹의 한중 단독인수는 사실상 어렵다. 한중에 앞서 민영화된 포철도 동일인 지분 한도를 3%로 묶어 재벌의 단독 인수를 막고 있다. 이럴 경우 재벌들은 다른 기업과의 컨소시엄 구성을 통해 참여할 수밖에 없다.
이런 점들 때문에 한중의 장래는 아직도 유동적이다. 정부는 중요한 쟁점에 대한 최종 결정은 4월의 총선 이후로 미뤄놓고 있다. 그러나 총선 이후 정국이 복잡한 상황으로 변할 경우 한중의 민영화 행보는 어디로 향할지 더욱 점치기 힘들어질 것이다.
한중 민영화는 과거 두 차례 실패한 적이 있는 난제. ‘2001년까지 완전 민영화’하겠다는 정부의 계획이 실현된다면 세 번째 도전 끝에 한중은 민간기업으로 변신하게 된다.
산업자원부가 지난해 12월29일 내놓은 민영화 방안은 그야말로 진통 끝에 나온 해법이었다. 정부는 당초 작년 상반기 이전에 입찰공고를 낼 계획이었으나 이같은 일정은 갖가지 이유로 인해 한참 늦어졌다. 이번에도 정부의 일정표가 나오기 직전까지 한중은 민영화를 반대하는 노조원들의 파업으로 공장이 가동조차 되지 않는 등 어수선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산자부는 ‘이대로 해를 넘길 수는 없다’는 배수진의 각오를 쳤다. 파업사태를 끝내려고 산자부 장차관 등 간부들은 크리스마스 휴가까지 반납하고 창원으로 내려가 노조원들을 설득하기도 했다. 산자부로서는 올해 큰 공을 들인 한국전력 민영화의 연내 추진이 무산된 마당에 한중만이라도 연내에 민영화 안을 확정해야 한다는 부담감을 가진 것이다.
정부의 안은 2001년까지 한중의 주식을 전량 매각하는 것으로 돼 있다. 내년 4월말까지 증시에 상장키로 하는 등 일단 ‘시간표’는 분명하다.
그러나 정부안의 내용을 들여다보면 불투명한 대목이 적지 않다. 이런 부분들이 앞으로 명쾌하게 정리되지 않는다면 한중 민영화 작업은 ‘안개 속’을 헤쳐나가는 항해가 될 수 있다. 최악의 경우 정부의 안은 말 그대로 ‘희망사항’에 그칠 수도 있다.
현재 한중의 지분은 산업은행이 43.8%, 한국전력이 40.5%, 외환은행이 15.7%를 갖고 있다.
정부의 민영화 플랜의 제 1단계는 미국 제너럴 일렉트릭(GE)과 스위스의 ABB-CE 등 외국 발전설비업체와의 제휴다. 이들 회사는 한중의 발전설비 생산에 핵심적인 기술을 제공하고 있는 업체. 산자부는 이들 업체에 일단 최대 25%의 지분을 누구보다 먼저 매입할 수 있는 ‘우선권’을 주기로 했다.
바로 이 대목은 국내업체들에 ‘역차별’이라는 반발을 사고 있는 부분이지만 정부의 입장은 단호하다. “GE사 등과의 기술 제휴가 없는 한중은 고물덩어리”라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따라서 이들과의 기술협력을 위해서는 이들 업체를 어떤 식으로든 끌어들여야 하며 이를 위해 이들에 대한 지분 매각은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알짜 공기업의 지분을 외국 기업에 헐값에 팔아서는 안된다는 여론을 의식할 수밖에 없는 게 정부의 큰 부담이다. 싸게 지분을 팔아넘길 경우 “국부의 해외유출”이라는 국민적 비난여론을 불러올 수 있기 때문이다.
고민하던 정부는 ‘증시 상장’이라는 해답을 내놓았다. 내년 4월까지 증시에 직상장해, 주식 가격이 결정되면 여기에 일정한 프리미엄을 붙여 외국업체에 팔겠다는 얘기다. 매각 가격을 정부가 결정하지 않고 ‘시장’에 맡기겠다는 발상이다. 정부로서는 장고 끝에 나름대로 ‘묘수’를 발견한 셈이다.
GE와 ABB-CE사(ABB-CE사는 영국의 BNFL사에 넘어가 앞으로는 이 회사와 협상을 벌여야 됨) 와의 제휴는 별 어려움이 없어 보인다. 이들 업체로서도 한중은 꼭 필요한 ‘파트너’이기 때문이다.
발전설비 부문에서 아시아는 중요한 전략적 시장. 아시아는 세계적으로 발전 수요 증가세가 가장 두드러질 것으로 예상되는 지역이다. 아시아 시장 진출을 위해서는 한중과의 제휴가 이들 업체에도 필수적이다. 특히 GE는 자체적인 생산시설이 없기 때문에 아시아 시장 진출의 발판으로 한중이 갖고 있는 양질의 생산설비가 탐이 날 수밖에 없다. 이미 이들은 한중 주식의 10∼15%를 인수하겠다는 의사를 서면 혹은 구두로 전달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들과의 협상이 순탄한 것만은 아니다. 주식 인수 가격이나 경영참여 범위 등을 놓고 팽팽한 줄다리기를 벌일 것을 각오해야 한다.
또 한 가지는 국내 재벌의 참여 허용 여부다. 산자부의 시간표에 따르면 외국업체와의 전략적 제휴, 증시 상장 이후 나머지 51%의 지분은 국내 업체를 상대로 매각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현대 삼성 등 대기업의 참여가 허용되는지 여부가 변수다.
그러나 이에 대해 정부는 분명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정덕구 산자부장관이 밝힌 국내 기업의 참여 기준은 세 가지다. 첫째가 재무건전성이고, 둘째 동종유사업종 영위의 범위, 셋째 시장경쟁 여건이다.
정장관의 말은 해석 여하에 따라 달리 해석될 수 있는 여지가 있다.
“대기업들이 한중 지분인수를 위해 기존 사업 부문이나 자산을 매각, 재무건전성을 유지한다면 한중 지분 경쟁입찰에 얼마든지 참여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대목은 재벌의 참여를 배제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하지만 “삼성이 과거 자동차사업에 진출하면서 관계사의 자금을 끌어들여 그룹에 부담을 안겨준 것과 같은 방식의 한중 민영화 참여는 곤란하다”는 첨언은 ‘불가론’ 쪽에 가까운 뉘앙스다.
세 가지 조건 중의 하나인 ‘동종유사업종의 범위’ 항목에서도 해석이 엇갈린다. 빅딜을 통해 발전설비를 한중에 넘긴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은 빅딜합의서에서 “향후 10년간 발전설비 겸업을 하지 않는다”고 약속한 바 있다. 따라서 현대 삼성은 지금 상태에서는 한중과 동종유사업종영위 업체가 아니므로 민영화 참여가 어렵다.
그러나 산자부 관계자는 “동종유사업종의 범위를 발전설비에 국한하지 않고 ‘중공업 일반’으로 확대 해석할 수도 있다”고 말하고 있다. 빅딜 과정에서 쌓인 재벌에 대한 부정적 여론과 한중만한 매머드기업을 재벌 외에 어디서 인수할 수 있겠느냐는 현실론 사이에서 정부는 선뜻 분명한 입장을 정리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현실론과 여론, 두 갈래 길 사이에서 정부가 어느 쪽으로 기울어질지는 한중 지분의 경쟁입찰 매각에서 ‘동일인 지분한도’를 설정할 것인지 여부로 나타날 전망이다. 동일인 지분한도를 설정한다면 현대 삼성 등 재벌그룹의 한중 단독인수는 사실상 어렵다. 한중에 앞서 민영화된 포철도 동일인 지분 한도를 3%로 묶어 재벌의 단독 인수를 막고 있다. 이럴 경우 재벌들은 다른 기업과의 컨소시엄 구성을 통해 참여할 수밖에 없다.
이런 점들 때문에 한중의 장래는 아직도 유동적이다. 정부는 중요한 쟁점에 대한 최종 결정은 4월의 총선 이후로 미뤄놓고 있다. 그러나 총선 이후 정국이 복잡한 상황으로 변할 경우 한중의 민영화 행보는 어디로 향할지 더욱 점치기 힘들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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