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한의학이라면 침이나 놓고 뜸이나 놓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한의학계에서도 한방의 과학화를 위한 노력들이 적잖게 이뤄지고 있다. 양방에서나 볼 수 있는 첨단 치료법이나 검사법 등도 심심치않게 볼 수 있다. 특히 컴퓨터 기기에 능한 386세대 한의사들이 이런 첨단 기법을 특화시켜 임상에서 활용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오랜 시간 책상 앞에 앉아 있다 보면 뒷목이 뻣뻣하면서 어깨가 눌리고 손목이나 손끝까지 저리거나 시리지 않으신지, 아침에 일어날 때 허리가 뻣뻣해 세면대에서 세수하기 힘들 정도로 골반과 다리 쪽이 당기고 심하면 발목이나 발가락까지 불편한 경우는 없으신지, 앉았다 일어날 때 고관절이나 무릎 관절이 아프고 움직이고 나면 약간 수월해진 경험은 없으신지, 교통사고 후 각종 정밀검사를 받아보면 ‘정상’으로 나오는데도 통증이 계속돼 합의를 미루고 있지는 않으신지….
평상시 이런 증세로 고생하는 분들의 공통점은 이 병원 저 병원을 다니고 가는 곳마다 비슷한 검사를 받지만 정작 결과는 신통치 않다는 것. 물리치료를 받거나 아픈 부위를 사용치 않고 안정을 취하면 호전되는 듯하다가 약간만 움직이면 다시 처음 상태로 돌아간다고 호소한다.
X선 촬영은 정상인데 왜 아프지?
X선 촬영 결과 정상인데 왜 통증이 가시지 않을까.
해부학적 측면에서 볼 때 요추와 경추의 구성은 건물과 같다. 철근 역할을 하는 척추가 있고 콘크리트 역할을 하는 인대와 근육이 있으며 지진 같은 외부 충격을 완화시켜주는 완충역할을 하는 추간판(디스크)이 있다.
가령 디스크(추간판탈출증)가 의심되어 X선 촬영을 해보면 골격계는 선명하지만 추간판부위는 공백으로 나온다. 주위 인대와 근육계통도 전혀 나오지 않는다. 그러나 실제 임상에서 드러나는 만성통증 환자를 보면 골격 이상보다 근육통이나 신경자체의 통증, 혈액순환계 이상, 관절활액의 변성, 자세 이상, 지속적 마찰이나 압박, 근육과 인대의 강직에서 오는 통증이 더 많은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이런 경우 일부 한의학계에서 사용되는 것이 적외선 체열진단기(D.I.T.I)다. 이 기기로 통증 부위의 온도 등을 비교측정해 환자가 호소하는 증세와 검사상 상태를 판독한 뒤 한방적 진단을 내리게 된다. 원리는 비교적 간단하다. 통증 부위에 따라 몸에서 발생하는 3~10미크론의 파장을 가진 적외선의 미묘한 온도차를 감지, 이를 색깔로 나타내는 것이다.
몸의 부위별 온도차는 피의 흐름과 직접 관계가 있다. 예컨대 허리나 목 디스크가 있으면 척수신경이 분포된 다리쪽 혈관이 축소돼 혈류가 떨어지고 온도가 저하된다. 반대로 무릎관절에 류머티스성 관절염이 생기면 염증 때문에 혈류가 늘어나 온도도 오르게 된다. 퇴행성관절염은 활액(관절 사이에서 윤활유 역할을 하는 액상조직)이 부족해 저온이 나타난다. 이런 증상들을 체열촬영하면 부위별 온도차이를 최저 0.1도까지 감지, 16가지 색깔로 그려진 인체지도가 나오는 것이다.
적외선 체열진단이 가장 많이 활용되는 분야는 척추디스크 신경통 관절염 만성편두통 혈관성두통 중풍전조증과 후유증, 근-건-막 증후군, 안면신경장애와 유방암 초기 등의 진단. 한방의 사상체질감별과 한(寒)성, 열(熱)성 체질 감별에도 이용된다.
이러한 진단을 바탕으로 환자의 체질에 따라 적당한 침-뜸 치료와 추나요법, 교정요법 등을 실시한다면 치료율을 훨씬 높일 수 있다. 어느 정도 치료한 뒤 재검사해 부족한 부위를 추적치료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이제 한의학은 더 이상 과학과 무관한 학문이 아닌 것이다(문의: 02-805-97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