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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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의 참맛, 제주 명물 한치

[Food Trend] 여름 제주 제대로 즐기는 필수 코스

  • 이채현 자유기고가

    입력2024-06-25 09: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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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 한치 물회. [GettyImages]

    제주 한치 물회. [GettyImages]

    여름이 시작되는 6월이면 어둠이 내린 제주 밤바다에 환한 불빛이 줄을 짓는다. 그 모습이 장관을 이루는데, 불빛의 정체는 바로 한치 잡이 어선이다. 제주에 한치 철이 왔음을 알리는 신호다.

    제주에서 많이 나 ‘제주 한치’로 불리는 창오징어는 꼴뚜깃과(화살오징어)의 대표 종으로, 긴 다리 2개를 제외한 나머지 8개 다리가 한 치(약 3㎝)밖에 되지 않는다고 해 ‘한치’라는 별칭이 붙었다. 오징어와 생김새가 비슷해 둘을 혼동하는 사람이 많지만 오징어보다 몸통 크기가 작고 다리도 짧다.

    여름이 되면 동해안 연안에선 살오징어(껍질이 빨간 오징어)가, 제주에선 한치가 많이 잡힌다. 제주엔 “한치가 쌀밥이면 오징어는 보리밥이요, 한치가 인절미면 오징어는 개떡이다”라는 속담이 있을 정도로 한치가 귀한 대접을 받는다. 오징어와 비교도 안 되게 감칠맛이 좋고 탄력이 있으면서도 부드럽기 때문이다. 여름이 지나면 생물 한치를 볼 수 없기에 이맘때 한치를 맛보러 일부러 여름 제주를 찾는 사람이 많다. 오징어 가격의 2배가 넘는데도 한여름엔 물량이 부족하다.

    제철을 맞은 한치는 어떻게 요리해도 그 맛이 일품인데, 그럼에도 본연의 맛을 보려면 회로 즐기길 추천한다. 가늘게 채 썬 한치 회를 참기름 소금장에 살짝 찍어 먹으면 고소하고 담백한 한치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

    또 한치는 단백질과 비타민E, 타우린이 풍부해 피로 해소에도 좋은 식품이다. 신선한 여름 채소에 새콤달콤한 육수를 말아 한치 물회로 만들어 먹으면 속풀이 해장으로 그만이다. 제주 물회는 고추장으로 맛을 내는 다른 지역과 달리 된장을 베이스로 한다. 제주국제공항 근처 ‘도두해녀의집’에선 그런 제주 물회의 향토색을 잘 살린 한치 물회를 맛볼 수 있는데, 채소 하나 없이 살얼음처럼 얼린 물회 육수에 한치를 가득 담아 내주는 맛이 아주 일품이다. 내장과 알을 그대로 쪄 먹는 부드러운 한치 통찜도 남녀노소 누구나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맛이다.



    제주의 여름은 한치를 즐기기 위한 계절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단지 한치를 맛보기 위해서뿐 아니라, 선상 한치 낚시 체험을 하려고 제주를 찾는 사람도 적잖다. 낚시 초보도 얼마든지 한치 낚시 체험이 가능하다고 하니 올여름 가족과 함께 제주에서 특별한 추억을 쌓아도 좋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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