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 가격 조작 의혹이 제기되면서 입지가 좁아진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 [뉴시스]
머스크가 올해 들어 트위터에 ‘도지’를 언급한 횟수는 21번(5월 18일 현재). 1월 29일(이하 현지 시각) 트위터에 가짜 잡지 도그(Dogue) 이미지를 업로드한 것을 시작으로 닷새에 한 번꼴로 도지코인 관련 트윗을 올렸다. 이때마다 도지코인 가격이 적게는 10%, 많게는 700%까지 상승했다. 첫 트윗 직전인 1월 28일 0.0075달러(코인마켓캡 기준)였던 도지코인은 넉 달이 채 안 된 5월 18일 0.49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5월 8일에는 최고가 0.72달러를 기록하며 연초 대비 9600%까지 상승하기도 했다. 머스크가 트위터에 ‘도지’를 연발한 목적이 도지코인 가격 띄우기였다면 작전은 성공한 셈이다.
머스크 덕 가치 급등
사정이 이렇다 보니 도지코인에 투자한 머스크가 가격을 조작하는 것 아니냐는 논란이 일고 있다. 5월 15일 미국 암호화폐 전문 매체 ‘디크립트’는 머스크가 2년 전부터 도지코인 개발팀과 함께 일해왔다고 보도했다. 도지코인 개발자 중 한 명인 로스 니콜이 “머스크는 2019년부터 도지코인 개발팀에 조언했다”고 밝힌 것. 보도 직후 머스크가 다량의 도지코인을 보유 중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암호화폐 관련 인터넷 사이트에는 “도지파더라더니 그냥 개××” “희대의 사기꾼 머스크” “머스크 믿고 도지코인 투자했다 물렸다” “먹튀 전문가” 등 머스크와 도지코인을 비난하는 댓글이 이어졌다. 5월 17일에는 머스크의 행보에 반대하는 취지의 ‘스톱일론(STOPELON)’이라는 알트코인이 등장하기도 했다.‘도지파더’ 언급에도 20% 급등
도지코인은 IBM 출신 빌리 마커스와 잭슨 팔머가 2013년 인터넷 밈인 시바견을 로고로 해 만든 가상화폐다. “장난으로 만들었다”는 마커스와 팔머의 발언은 코인러 사이에 널리 알려져 있다. 또한 도지코인의 특징은 공급이 무제한이라는 것. 출시 2년 뒤 1000억 코인이 발행된 후 현재 1290억 코인 넘게 유통되고 있다.
‘장난’으로 만든 도지코인에 머스크가 관심을 가진 시점은 2019년 4월부터다. 당시 트위터에 ‘도지코인은 마음에 드는 가상화폐다. 쿨하다(Dogecoin might be my fav cryptocurrency. It’s pretty cool)’라는 글을 남겼다. 지난해 12월에는 ‘한 마디: 도지(One word: Doge)’라고 트윗을 올렸다. 트위터에 도지코인을 본격적으로 언급한 것은 올해 1월 29일부터다. 그 후 5월 18일까지 109일 동안 21번이나 언급했다. 머스크의 이런 노골적인 노력 덕분에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에 비해 인기가 적었던 도지코인은 한때 시가총액 4위까지 오르기도 했다.
머스크가 도지코인과 함께 관심을 표한 또 다른 가상화폐는 비트코인이다. 2월 테슬라가 비트코인을 15억 달러(약 1조7000억 원)어치 구입했다고 알려지면서 비트코인 가격이 신고가를 찍었다. 그가 트위터 프로필에 ‘#비트코인’을 추가한 1월 29일에는 가상화폐 거래소 바이낸스 기준으로 3만8195달러(약 4327만4935원)를 기록했다. 이는 이날 최저가 3만1056달러 대비 23% 오른 수치다.
“의도적 조작”
[드림스타임 홈페이지]
암호화폐 분석가 노대원 씨는 머스크의 이런 언행에 대해 “도지코인과 비트코인 가격을 의도적으로 조작하고 있다. 주식시장이었다면 바로 구속감”이라고 했다. 그는 “장난으로 만든 도지코인이 어쨌든 머스크의 입을 거치면서 가치가 부여돼 화폐로서 역할이 생겨난 것은 확실하다”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전기차 판매가 부진한 상황에서 코인 매도로 수익을 거두려는 의도로 보인다. 테슬라가 올해 1분기 비트코인 매도와 탄소배출권 판매로 실적을 유지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도지코인의 아버지’ ‘미래의 화폐’라며 도지코인을 거침없이 옹호하는 머스크, 그의 바람대로 ‘도지코인이 모두를 위한 화폐’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까.
한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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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한여진 기자입니다. 주식 및 암호화폐 시장, 국내외 주요 기업 이슈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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