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3법 쟁점은 3%룰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가 9월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을 만났다. [뉴스1]
이틀간의 정책간담회를 ‘국면 전환의 마지막 기회’로 보는 시각도 있다. 재계는 이 자리에서 여권과 서로 원칙을 확인하며 논의를 본격 시작할 계획이다. 이경상 대한상의 경제조사본부장은 “정책간담회에서는 공정경제 3법에 대한 그간의 주장을 보다 쉽고 명확하게 전달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경총 관계자 역시 “경제 단체들이 원칙적인 차원에서 경영계의 반대 입장을 전달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여권과 가장 첨예하게 입장이 갈리는 지점은 ‘3%룰’이다. 3%룰은 감사위원 선임 시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의 의결권을 3%로 제한하는 제도다. 여당은 “경영투명성과 경제민주화를 위해 3%룰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지배주주의 영향력을 제한하는 동시에 감사위원의 독립성을 보장하는 것이 해당 제도의 취지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재계는 3%룰의 부작용을 우려한다. 유환익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기업정책실장은 “이론적으로 3%룰로 경영투명성을 제고할 수 있을지 모르나 실무의 영역은 다르다”고 말했다. 유 실장은 “국내 소액 주주들을 위한 제도라지만 외국 헤지펀드가 이를 악용할 가능성이 높다”며 “외국계 펀드가 3%룰을 통해 국내 기업의 경영권을 흔드는 사태가 발생하고 그 과정에서 경제 전체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대주주의 의결권이 3%로 제한되는 사이 투기펀드가 지분 쪼개기를 통해 경영권에 과도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우려다.
“일부는 내놓고 치명타는 피하자”
과거 재계 창구 역할을 했던 전경련이 주요 회원사의 탈퇴로 힘을 잃으면서 경총과 대한상의를 중심으로 공정경제 3법에 대응하는 전선이 형성됐다. 최근에는 대한상의가 공정거래 3법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며 한 발 앞서나가는 모양새다. 대한상의는 투기펀드 등이 주주제안을 통해 이사회에 진출하려고 시도하는 경우를 막는 대신 3%룰을 받아들이자는 수정안도 준비하고 있다. 이는 지금까지 우군(友軍)으로 여겨졌던 야당마저 지금 재계의 처지를 100% 공감하고 있지 않다는 우려 때문이다. 이경상 대한상의 경제조사본부장은 “정부가 경제 3법을 관철하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비추고 있고 여당은 물론 야당까지 이를 긍정적으로 검토하는 상황”이라며 “반대만 하다 자칫 원안 그대로 법안이 도입되는 최악의 상황이 펼쳐질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이 본부장은 “기업들은 일부를 양보하고 치명타는 피하자는 차원에서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며 “최소한 심장만은 보호하자는 입장”이라고 말했다.대한상의는 국정감사 이후 민주당 공정경제 3법 TF와 공청회를 가질 예정이다. 이 본부장은 “공청회를 통해 기업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달했다”며 “대한상의와 민주당 공정경제3법 TF가 공동으로 주관하는 방식으로 공청회를 개최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손경식 한국경총회장이 9월 23일 국회를 방문해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만난 후 비대위원장실을 나서고 있다. [동아일보DB]
경총은 국민의힘에서 공정경제 3법의 원안을 그대로 수용하지 않기를 바라고 있다. 경총 관계자는 “국민의힘 김종인 비대위원장이 손경식 경총 회장과 만나면서 ‘법이라는 것이 초안 그대로 입법되는 경우는 없다. 일반적인 입법 과정을 보면 이해당사자와 협의하는 과정에서 개선된다. 결국은 국민의 눈높이에 맞춰 입법된다’고 말했다”며 “김종인 비대위원장이 외부에다 원칙적인 이야기를 하지만 수정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 결국은 경제 단체가 열심히 설득하기 나름일 것”이라고 말했다.
여권은 공정경제 3법을 정기국회 내에 관철하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바꾸지 않고 있다. 민주당 이낙연 대표는 6일 경총과의 간담회자리에서 “공정경제 3법은 기업의 건강성을 높여주기 위한 것”이라며 “늦추거나 방향을 바꾸기는 어렵다”고 말했고, 최인호 수석대변인 역시 11일 최고위원 워크숍 후 브리핑에서 “공정경제 3법과 이해충돌방지법을 반드시 정기국회 내에 처리할 것”이라며 “공정3법은 현장 목소리를 계속 청취하되 원칙을 견지하면서 처리해나간다는 것을 다시 확인했다”고 말했다. 소수 야당으로부터 과거와 같은 지원을 기대하기 어려운 재계가 강경한 거대 야당을 설득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최진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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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주간동아 최진렬 기자입니다. 산업계 이슈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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