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호도는 규제 쏟아진 2017년부터 주택에서 상업용 건물로 변동
법인 명의로 매입 땐 세테크 ‘쏠쏠’, 이름값으로 담보대출 늘려
연예계 스타들이 투자 지역으로 가장 선호하는 서울시 강남구 빌딩숲. [동아DB]
실제로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최근 3년 사이 건물주가 된 연예계 스타가 크게 늘었다. 2017년 이후 현재까지 건물을 매입한 스타는 배우 전지현 하정우 권상우 송승헌 이병헌 원빈 황정음, 가수 싸이 보아 지드래곤 대성 지코 세훈 찬열, 방송인 서장훈 노홍철 등 일일이 열거하기 힘들 정도로 많다. 왜 연예계 스타들이 앞 다퉈 건물 투자에 뛰어들고 있는 것일까. 연예계에서는 “수입이 일정치 않은 연예인들이 안정적인 임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건물 투자에 적극적인 편”이라고 분석한다. 특히 정부의 고강도 부동산 대책으로 아파트 등 주택 매입에는 제약이 많아진 반면, 건물은 아직 규제가 주택처럼 심하지 않아 여전히 매력적인 투자처로 여겨지고 있다는 것이다.
전지현이 2017년 현금 325억원을 주고 매입한 강남구 삼성동 건물. [동아DB, 지호영 기자]
하정우 권상우의 이름값 =일반인보다 높은 담보대출비율
2018년과 2019년 건물을 다수 사들인 하정우(왼쪽). 법인으로 건물 매입한 권상우. [동아DB]
등기부등본에 따르면 이 건물들 모두 거래가액의 50%가 안 되는 자기자본금으로 매입이 이뤄졌다. 방이동 건물의 경우 거래가액의 약 78%를 담보 대출로 충당한 것이다. 매수인인 하정우가 개인임대사업자임에도 건물 담보대출비율이 통상적 수준인 50%보다 20%포인트 이상 높게 적용된 것이다. 이는 해당 건물의 임대수익율이 4~4.5%에 이르고, 하정우 개인의 신용도와 상환 능력이 감안된 것으로 보인다. 연예 활동을 왕성하게 하는 스타들이 일반인보다 높은 담보대출비율로 건물을 매입할 수 있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활동성 있는 연예인들은 일반인보다 상환 능력이 크기에 담보 대출에서도 유리하다”고 말했다.
연예계 스타의 높은 인지도 뿐 아니라 연예인이 소속된 법인 명의로 건물을 매입했을 때에도 부동산담보대출비율이 거래가액의 70% 이상 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법인이 설립된 지 5년이 지나 건물을 매입하면 절세 효과도 톡톡히 누릴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법인 설립 5년 이내에 수도권 등 과밀지역에서 부동산을 매입하는 경우 임대 목적에 관계없이 취득세가 중과되지만 5년이 지나면 취득세 중과 대상에서 제외되기 때문이다. 부동산 전문가인 전계웅 팀장은 “개인소득자는 7월 종합소득세를 낸다. 경비를 제하고 소득의 최대 50%를 내기도 한다. 개인사업자로 임대업을 해서 1억 벌었을 경우 경비를 제한 소득이 6천만~7천만원이면 이중 40% 가까이를 세금으로 납부해야 한다. 반면 법인은 같은 소득을 올렸어도 법인세로 20% 정도밖에 내지 않는다. 설립 기간이 5년 이상이면 세테크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최근 법인 명의로 건물을 사들인 대표적인 배우는 이병헌과 권상우다. 이병헌은 서울 영등포구 양평동4가에 있는 지하 2층, 지상10층 규모의 건물을 2018년 3월 가족법인 명의로 매입했다. 건물 소유주는 그의 모친 박재순 씨가 운영하는 부동산 관리․컨설팅 전문회사 ‘프로젝트비’라는 법인이며 거래가액은 260억원에 이른다. 프레젝트비는 양평동 건물을 매입할 때 거래가액의 23%에 해당하는 60억원을 대출받았다.
재테크 고수로 유명한 권상우는 2018년 240억원 가량을 대출 받아 280억원에 서울 강서구 등촌동에 있는 건물을 본인이 운영하는 엔터테인먼트회사인 ‘케이지비필름’ 법인 명의로 사들였다. 자본금 40억원을 투자해 지하 4층, 지상 10층 규모의 건물주가 된 것이다.
아이돌도 건물주 대열 합류
2019년 건물주 된 엑소 세훈, 찬열(왼쪽부터). [동아DB]
이들이 만든 국내 3대 연예기획사에 적을 둔 아이돌 가운데도 건물주가 의외로 많다. YG엔터테인먼트 대표 아이돌 그룹인 빅뱅 지드래곤, 대성 등에 이어 최근 SM엔터테인먼트 소속 인 엑소 멤버 찬열과 세훈도 그 대열에 합류했다.
스타 연예인들의 부동산 투자 패턴은 연령에 따라 큰 차이를 보인다. 나이가 지긋한 중년 스타는 건물을 장기 보유하는 경향이 강하고, 2030 아이돌 스타는 건물 매입 후 신축이나 리모델링으로 건물 가치를 높여 매각하는 추세다. 걸 그룹 카라 출신 가수 겸 배우인 고(故) 구하라가 좋은 예. 그는 2012년 서울 강남구 청담동 소재 2층 주택을 11억5600만 원에 매입해 2013년 5층으로 신축 후 2015년 20억8000만 원에 팔았다.
연령과 성별을 불문하고 연예인이 가장 선호하는 투자 지역은 강남구다. 배우 원빈 이나영한예슬, 가수 윤아 지코 등 많은 스타가 2018년 이후 서울 강남 소재 건물을 매입했다. 최근 서울 지가 상승과 경기 불황이 겹치며 높은 임대수익을 기대할 수 없게 됐지만 소비성향이 강하고 트렌드에 민감한 젊은층 유동인구가 많이 몰린다는 점에서 투자가치가 높다고 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