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아파트 공사 현장. [뉴시스]](https://dimg.donga.com/ugc/CDB/WOMAN/Article/5e/1d/71/69/5e1d71691d2cd2738de6.jpg)
서울의 한 아파트 공사 현장. [뉴시스]
수요와 공급의 균형을 맞추는 첫 단추는 정확한 수요 예측이다. 수요를 정확하게 예측하고 공급을 그에 맞추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수요 추정을 위한 변수는 너무 복잡하고, 예측도 쉽지 않아 첫 단추가 잘못 꿰이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우리의 일상을 괴롭히는 ‘잘못 꿰어진 첫 단추’를 찾기란 어렵지 않다. 출근길의 지옥철과 텅 빈 경전철, 한여름의 블랙아웃(정전)…. 적정 시점의 공급 또한 중요하다. 소위 ‘납기일’이 정확하게 준수돼야 한다. 그러나 생산이나 사회간접자본(SOC) 투자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변수가 발생해 납기일이 지연되는 경우 또한 흔하다.
주택수급의 온도계
그렇다면 의식주 중 가장 비싸고, 경제 이슈에 빠지지 않는 주택은 수요와 공급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을까?정부의 장기 주거로드맵인 ‘장기 주거종합계획’에 따르면 연간 주택 수요는 38만 호로 추산된다. 민간기관들도 연간 주택 수요를 30만호 안팎으로 본다. 이를 신뢰한다면 연 30만 호에서 큰 편차 없이 주택이 공급된다면 주택가격의 급등도, 급락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굳이 데이터로 따져보지 않아도 지난 수십 년간 주택가격이 평탄했던 기간은 손에 꼽을 정도다. 최근 9년간 주택건설 인허가 실적에 따르면 2010년 38만호, 2011~2012년 연 55만호, 2013년 44만호로 매년 공급의 등락이 심하다. 수요와 공급의 불일치로 인해 가격 등락이 발생하고, 이로 인해 주택가격이 상승, 둔화, 하락, 회복하는 사이클이 만들어졌다. 즉, 주택시장에 불확실성이 상존해왔다.
주택시장에서 정확한 수요 예측, 그리고 시의 적절한 공급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 속 편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주택수급에 눈 감고 주택시장을 바라볼 순 없는 노릇이다. 다행히 주택수급의 과잉·부족·적정 여부를 한 눈에 측정할 수 있는 ‘온도계’가 존재한다. 바로 미분양 통계다. 미분양이 증가하면 공급 초과로 인해 시장이 냉랭해진다. 수요가 증가해 미분양이 감소하면 시장에 온기가 돈다.
2020년에도 각 도시별 주택의 수급불균형은 일상다반사가 될 것이다. 하지만 미분양 데이터를 통해 2020년 분양시장과 지역별 주택시장의 온도를 체크함으로써 주택수급의 시그널을 감지할 수 있다.
2019년 11월부터 미분양 ‘군살 빼기’ 개시

이후 분양가 상한제 발(發) ‘공급 부족’ 시그널이 수도권으로 번지며 10월 이후 인천과 경기도 미분양이 감소했으며, 11월에는 조정대상지역 해제에 힘입어 부산 미분양도 감소하기 시작했다. 임계점인 6만 호 이하로 미분양이 줄어들자 11월 미분양은 26개월 만에 최저수준으로 떨어졌다. 분양시장은 겨울이 오니 ‘빼앗긴 봄’을 되찾은 셈이다. 사실 시간을 좀 더 확장해보면 수도권 및 지방의 분양물량이 모두 증가세로 돌아서 2019년 전국 미분양은 증가할 운명이었다(그래프2 참조). 수도권은 그렇다 쳐도, 이미 미분양이 수북한 지방은 공급 확대에 따른 미분양 증가가 불가피해 보였다.



지방 미분양은 공급 요인 외에 수출산업 경기가 매우 중요한 변수다. 2015년 수출경기가 하락하면서 지방 미분양 랠리가 시작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그래프4 참조). 2020년 ‘미분양 다이어트’에 나선 지방도시를 도와주려면 조선, 자동차, 석유 등 수출산업 경기가 살아나야 한다. 특히 미분양 다이어트가 절실한 창원은 지역경기 비중이 큰 기계산업의 회생에 주택시장의 성패가 달려 있다.

‘스마일 벨트’는 올해도 스마일

경기 지역 미분양 요약 지도(위)를 보자. 미분양 주요 지역이 주로 남쪽에 몰려 있다. 이는 국내 최대 신도시인 동탄2신도시의 ‘빨대 효과’ 때문이다. 동탄의 역대급 공급량이 오산·평택의 수요를 빨아들인 것이다. 게다가 평택은 자체 공급량도 많아 미분양 랠리가 경기도에서 가장 길게 이어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이웃한 안성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최근 진정세를 보이긴 했으나 평택·안성은 2020년 하반기까지 미분양 몸살을 앓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가장 극적인 미분양 감소세를 보인 곳은 경기 용인과 남양주다. 이는 중심택지지구의 프리미엄 형성과 교통망 비전에 따른 결과다. 경기 양주는 옥정신도시 공급 재개로 미분양이 깜짝 증가했으나 서울지하철 7호선 개통 호재와 이웃한 의정부의 수급이 안정돼 조만간 안정세를 되찾을 것이다. 서울의 강서~강남~강동에 연접한 도시들(경기 광명·안양·과천·성남·하남·구리)은 지난 5년간 미분양 무풍지대로 소위 ‘스마일 벨트’를 형성하고 있다. 물론 시장 과열에 따른 분양가상한제 등 정부 규제가 잇따르겠지만, 그 어렵다는 분양가 심사를 통과한 분양단지 위주로 더욱 가치를 발하며 올해도 스마일벨트의 분양시장에 웃음을 안겨다줄 것이다.
호황 사이클의 끝에 다다른 대구·대전

다시 말해 미분양 이상고온은 예비청약자가 분양시장에 ‘그린 라이트’를 켤 것이라는 신호다. 이상고온이 나타나면 적어도 1년간 분양시장은 평온을 유지한다. 앞서 2019년 11월에 미분양 이상고온이 나타났음을 살펴봤는데, 이는 곧 올해 분양시장이 평온할 것임을 예측하게 한다.
미분양에도 사이클이 있다. 최저에서 최고까지, 혹은 최고에서 최저까지 기간을 따져보면 된다. 2001~2015년 한 해 평균 미분양 사이클은 9개월가량이었다. 그러나 2016년 이후 미분양 사이클은 평균 4개월로 크게 축소됐다. 혹여 미분양 증가 추세가 길어져 9개월을 넘긴다면 위험 신호로 받아들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대구와 대전은 호황 사이클의 말미에 공급량이 증가해 분양단지의 입지, 브랜드 등 조건에 따라 온도차가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정상체중’을 향해 미분양 다이어트를 결심한 경상·충정권의 공급량은 과거 대비 30% 수준으로, 지방 미분양 감소가 작심삼일에 그치지 않을 것으로 확신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