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중식 기자]
‘더케어컴퍼니’는 이 같은 임산부들의 정보 갈증을 해결해주고자 등장한 서비스다. 출산 산업 전문가와 관련 정책 전문가가 임산부에게 필요한 맞춤형 서비스를 찾으면 프로그래머들이 그 서비스를 임산부와 연결해준다.
손남경 더케어컴퍼니 대표를 2019년 12월 10일 그의 사무실에서 만났다.
거짓 정보 너무 많은 카페와 블로그
어떤 계기로 출산 관련 일을 시작하게 됐나.“여성 전문병원 행정 책임자로 20년가량 일했다. 행정 책임자로서 산부인과병원은 물론, 산후조리원도 함께 경영·관리했다. 처음 내 사업으로 손을 댄 것은 산전·산후 테라피 센터다. 산모들이 산후조리원에 가면 산전·산후 테라피를 받는다. 일종의 마사지인데, 보통은 병원 직원이 아니라 외주업체를 쓴다. 그 나름 필수적인 서비스라 테라피 센터가 없으면 산후조리원 운영이 어렵다. 하지만 외부 인력이라 관리에 한계가 있었다. 따로 교육 체계가 없으니 사람마다 실력이 달랐다. 그만큼 산모들의 만족도도 천차만별이었다. 무단결근하는 사례도 종종 있어 아예 내가 직접 창업해 만족도가 높은 테라피 센터를 만들었다.”
테라피 센터에서 어떻게 IT(정보기술)까지 관심을 갖게 됐는지 궁금하다.
“산전·산후 테라피 센터를 열고, 몇 개의 산부인과병원과 산후조리원에 제휴업체로 들어갔다. 주 소비자가 산모들이다 보니 이들이 어떻게 산부인과병원이나 산후조리원에 대한 정보를 얻는지 확인하게 됐다. 지금도 그렇지만 산모는 대부분 인터넷으로 정보를 모은다. 대표적인 것이 맘카페와 네이버 블로그다. 하지만 거짓 정보가 너무 많다. 업체에서 광고를 위해 올린 게시물이 다수다. 제대로 된 정보도 있지만, 상대적으로 그 양이 적다. 결국 일부 산모는 허위 정보에 의지해 산부인과병원이나 산후조리원을 선택하고 있었다. 이 같은 현상을 지켜보면서 산모들을 위한 출산 정보 종합포털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신생아실에 탑재된 카메라 서비스 ‘배내캠’
더케어컴퍼니의 신생아 실시간 카메라 서비스 ‘배내캠’. [더케어컴퍼니]
“병원에 취직하기 전 컴퓨터 프로그래머로 일했다. 그래서 다시 공부하면 사이트 구축은 가능할 것 같았다. 하지만 시장에서 맘카페의 위상이 너무 컸다. 게다가 혼자 플랫폼을 개발하는 것은 무리였다. IT업계의 변화 속도가 너무 빨랐고, 그곳에서 경쟁하는 젊은 사람들의 개발 능력을 따라갈 수 없었다. 내 특장점은 출산업계에서 쌓아온 경험뿐이었다. 결국 3~4년 전부터 조금씩 사람을 모으기 시작했다. 업계 베테랑들의 경험과 젊은 사람들의 아이디어를 합쳐 O2O(Online to Offline) 사업에 도전하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2018년 더케어컴퍼니를 열었다.”
맘카페가 아직은 더 강세인가.
“당연히 강세다. 지역마다 맘카페가 있고, 전국적으로 대표적인 맘카페도 있다. 접근이 쉬우니 여전히 산모들이 맘카페를 많이 이용한다. 광고라는 점을 감안해도 정보의 절대량이 많다. 산후조리원이나 산후도우미에 대한 배너 광고도 있고, 이용자들의 게시물도 있다. 물론 그중에는 해당 시설을 이용하지 않고 올린 광고성 게시물도 적잖다. 요즘은 산모들이 광고를 잘 걸러서 보는 편이지만, 검색을 하고도 굳이 옥석을 가리는 절차를 한 번 더 거쳐야 한다는 점이 불편할 수 있다.”
더케어컴퍼니의 서비스는 맘카페와 어떤 차별점이 있나.
“맘카페는 정보만 준다. 즉 리뷰를 보고 마음에 드는 산후조리원을 찾는다 해도 예약은 산모가 직접 해야 한다. 하지만 더케어컴퍼니는 정보 제공보다 산모 관리가 목적이다. 따라서 산모의 상황에 맞는 서비스를 자동으로 추천한다. 조만간 시스템을 고쳐 예약도 프로그램에서 바로 할 수 있게 만들 예정이다. 리뷰도 이용한 사람들만 남길 수 있어 신뢰성이 높다. 대표적 사례가 ‘배내캠’으로, 제휴 산후조리원 신생아실에 탑재된 카메라 서비스다. 산모가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24시간 신생아의 상태를 볼 수 있다. 배내캠은 반드시 산후조리원을 이용한 산모들만 리뷰를 쓸 수 있게 돼 있다. 앞으로도 모든 서비스에 이 같은 방식을 도입해 소비자들이 사실에 입각한 경험을 나눌 수 있게 할 예정이다.”
배내캠 서비스는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
“산모와 신생아실, 즉 수요자와 공급자 모두가 원하는 서비스였다. 일단 산후조리원 신생아실은 면회객을 최대한 줄여야 한다. 이제 막 태어나 면역력이 약한 신생아는 외부 환경에 자주 노출될수록 질병 감염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배내캠 서비스를 이용하면 면회객을 최대한 줄일 수 있다. 일례로 산모의 부모들이 면회가 제한된 산후조리원을 찾아 먼 길 왔는데 내 손주 한 번 못 안아보고 가느냐며 역정을 내는 경우가 종종 있다. 하지만 배내캠이 있으면 굳이 조리원까지 찾아오지 않아도 아이를 볼 수 있다. 산모는 신생아실의 내 아이를 항상 볼 수 있으니 안심이 된다.”
보육, 요양까지 서비스 확대 예정
새해에는 어떤 서비스를 새롭게 선보일 예정인가.
“1월에는 출산 전, 즉 임신과 관련된 서비스를 내놓을 예정이다. ‘젤리곰’이라는 이름의 앱으로, 임부를 돕는 서비스다. 임신부터 출산까지를 보통 280일간의 여정이라고 한다. 임신해 산부인과에 가면 산모수첩을 만들어준다. 임부는 이 수첩에 자신의 상태를 기입하며 직접 건강관리를 하게 된다. 젤리곰은 이 수첩을 대체하는 서비스로, 산모와 280일간 여정을 함께한다. 산모수첩 기능에 건강 데이터를 연계했다고 보면 이해하기 쉽다. 매주 달라지는 몸 상태를 기입하면 앱이 이를 확인해 준비해야 할 것과 주의해야 할 사항을 알려준다. 임부뿐 아니라 남편도 이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어 임신이라는 과정을 조금이라도 덜 두렵게 느끼도록 도울 예정이다.”
폐업하는 산부인과병원이 속출할 정도로 출산율이 크게 떨어졌다. 그럼에도 임신·출산 시장에 뛰어든 이유가 뭔가.
“신생아 수가 2012년부터 굉장히 감소했다. 합계출산율도 0.8로 떨어졌다. 하지만 임신·출산 시장에서 유통되는 자본의 총량은 줄어들지 않은 것 같다. 아이 수가 줄어든 만큼 태어난 아이에 대한 관심은 커졌기 때문이다. 부모 외에도 일가친척, 넓게는 부모의 친구들까지 아이를 위해 지갑을 연다. 아이 한 명에게 주변 사람들이 쓰는 금액은 외려 늘어난 셈이다. 문제는 새로 태어나는 아이의 절대적 수가 적다 보니 출산업계로 진입하는 신규 업체가 드물다는 것이다. 결국 서비스 혁신 시도 자체가 감소하고 있다. 제대로 된 서비스와 정보를 제공하면 임신·출산의 부담을 덜어줄 수 있으리라 믿는다. 저출산 문제를 심각하게 여기고 이를 해결하는 데 일조하겠다는 소명의식도 있다. 정부가 하지 못하는 역할을 민간이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임신에서 출산에 이르는 길까지의 어려움을 덜어주고, 지금처럼 필요 이상 비용이 드는 상황을 해소할 수 있게 돕는다면 출산율 증가에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확신한다. 이를 위해 지방자치단체의 출산 관련 정책에 참여했던 인재들도 적극 영입하고 있다.”
더케어컴퍼니가 그리는 미래 비전은 뭔가.
“가족의 탄생부터 성장까지 함께하는 것이다. 지금은 임신, 출산, 산후조리까지 총 322일을 함께하고 있다. 임신과 출산을 통한 새 가정의 탄생에 우리 회사의 서비스가 기여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출산 이후 보육은 물론, 어르신의 요양 서비스에까지 진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