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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큼한 여운이 맴도는 '바인구트 베겔러 독토르 GG'

독일 모젤의 특등급 포도밭 '독토르'

  • | 김상미 와인칼럼니스트 sangmi1013@gmail.com

    입력2018-07-10 10:5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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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토르 포도밭은 베른카스텔쿠에스 마을 바로 뒤 가장 급경사인 곳에 위치하고 있다. [사진 제공 · 김상미]

    독토르 포도밭은 베른카스텔쿠에스 마을 바로 뒤 가장 급경사인 곳에 위치하고 있다. [사진 제공 · 김상미]

    1360년 독일 모젤(Mosel)의 대주교 뵈문트(Boemund) 2세는 열병에 시달렸다. 갖은 치료를 시도했지만 효과가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늙은 농부가 대주교를 찾았다. 그는 “이것을 마시면 모든 병이 낫습니다”라며 대주교에게 와인을 내밀었다. 반신반의했지만 대주교는 와인을 마셨고, 며칠 지나지 않아 말끔히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대주교가 농부를 불러 소원을 들어주겠다고 하자 농부는 자신의 포도밭에 ‘의사’라는 이름을 붙여달라청했다. 대주교는 농부의 와인이 어떤 의사보다 훌륭하다며 이 밭을 ‘독토르(Doctor · 독토어)’라 부를 것을 허락했다.

    독토르는 모젤강 유역 베른카스텔쿠에스(Bernkastel-Kues) 마을에 있다. 북위 50도에 위치한 모젤 지방은 기후가 무척 서늘해 포도밭이 주로 강가 경사면에 자리하다. 햇빛이 포도나무에 고루 전달되고, 강에 반사된 햇빛도 포도 재배에 도움이 된다. 독토르는 베른카스텔쿠에스 마을의 포도밭 중에서도 경사가 제일 가파르다. 겨울이 지나고 봄으로 접어들 때면 독토르는 쉽게 눈에 띈다. 다른 밭보다 눈이 먼저 녹기 때문이다. 

    세계에서 가장 비싼 포도밭 가운데 하나인 독토르는 독일 와인생산자협회가 지정한 특등급(Grosse Lage) 밭이다. 약 3만㎡에 불과한 이 밭은 5개 생산자가 소유하고 있는데, 가장 큰 면적을 보유한 와이너리가 바인구트 베겔러(Weingut Wegeler)다. 1862년 설립된 베겔러는 모젤 말고도 라인가우(Rheingau) 지방에서 와인을 생산하는 독일 대표 와이너리다.   


    베겔러 독토르 GG, 베겔러 독토르 슈페트레제, 베겔러 베른카스텔러(왼쪽부터). [사진 제공 · ㈜코스모엘앤비]

    베겔러 독토르 GG, 베겔러 독토르 슈페트레제, 베겔러 베른카스텔러(왼쪽부터). [사진 제공 · ㈜코스모엘앤비]

    베겔러의 독토르 와인은 모두 리슬링(Riesling)으로 만든 화이트 와인이다. 그중 독토르 GG(Grosses Gewachs)는 단맛이 없고 섬세한 매력을 자랑한다. GG는 특등급 밭에서 생산한 최고급 드라이 와인에만 부여하는 등급이다. 독토르 GG는 복합미가 매우 뛰어나다. 레몬, 수밀도, 흰 꽃, 꿀, 젖은 돌 등 여러 향미가 우아한 조화를 이루고 있다. 와인을 마신 뒤에는 상큼한 여운이 입안을 오래 맴돈다. 여름 보양식인 닭백숙에 곁들이면 색다른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 

    독토르 슈페트레제(Spatlese)는 단맛이 살짝 나고 GG보다 묵직하다. 슈페트레제는 일주일 정도 늦게 수확해 수분이 줄고 당분과 향이 농축된 포도로 만든 와인을 말한다. 사과, 배, 살구, 파인애플 등 과일향이 달콤하고 진하며 질감이 매끄럽다. 리슬링 특유의 날카로운 신맛이 단맛과 오묘한 균형을 이뤄 와인이 둥글고 부드럽다. 와인을 목으로 넘긴 뒤에는 입안에서 달콤한 과일향이 길게 이어지고 상큼한 신맛이 깔끔한 마무리를 선사한다. 매콤한 요리나 초밥처럼 단맛이 있는 음식과 즐기면 궁합이 환상적이다. 



    엔트리급인 베른카스텔러는 가볍고 경쾌해 여름에 마시기 좋다. 풋사과, 배, 레몬 등 과일향이 신선하고, 가벼운 보디감과 산뜻한 신맛의 어울림이 더위에 지친 몸과 마음에 활기를 불어넣는다. 샐러드처럼 가벼운 음식과 잘 어울리며, 해산물 튀김과 함께 즐기면 입안의 기름진 뒷맛을 개운하게 정리해준다. 고급 레스토랑과 와인숍에서 만날 수 있으며, ㈜코스모엘앤비에서도 구매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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