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깥 날씨는 춥지만, 극장가는 여느 때보다 뜨겁다. 기대를 모은 대작이 줄이어 개봉하면서 한산하던 영화관에 사람이 몰리는 요즘이다. 문화 송년회 혹은 신년회 등이 트렌드로 떠오르며 영화관을 찾는 단체관람객이 늘어난 것도 한 이유. 단체관람객은 영화계 관계자들에겐 감사한 손님이지만, 여럿의 입맛에 맞는 영화를 선택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연말연시 극장가의 큰손, 단체관람객을 위한 가이드를 준비했다.
연말에는 뮤지컬 영화 수요가 증가한다. 2012년 ‘레미제라블’이나 2016년 ‘라라랜드’ 등 흥행에 성공한 뮤지컬 영화 중에는 겨울 개봉작이 적잖다. 특히 몸과 마음이 추울 때는 뮤지컬 영화 속 흥겨운 음악과 따뜻한 이야기가 꽤 위로가 된다.
‘위대한 쇼맨’은 19세기 미국 쇼비즈니스 사업가 피니어스 테일러 바넘에 관한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바넘이 창단한 ‘링글링 브러더스 앤드 바넘 & 베일리 서커스단’은 최근 문을 닫을 때까지 150년 가까이 이어졌다. ‘희대의 사기꾼’ 혹은 ‘흥행의 천재’로 불린 바넘은 근대적 서커스를 창시했으며, 난쟁이나 샴쌍둥이 등을 공연에 처음 투입한 인물로도 알려졌다.
영화는 가난한 집안 출신 바넘(휴 잭맨 분)이 신분을 뛰어넘어 아내(미셸 윌리엄스 분)를 만나고, 가족의 행복과 자신의 꿈을 위해 서커스단을 만들어 성공하는 과정을 그린다. 그 과정에 실패도 있고 갈등도 있지만 영화 메시지는 바넘이라는 인물의 끝없는 도전과 가족애로 정리된다. 영화화하다 보니 바넘을 미국 개척정신의 화신으로 지나치게 미화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사실 영화는 바넘의 실상과 다른 점이 많아 실존 인물을 모티프로 한 허구의 이야기라고 이해하는 편이 더 맞는 듯하다. 영화와 달리 바넘은 무일푼으로 성공했다기보다 여러 사업을 하다 쇼비즈니스에까지 손을 뻗어 성공했다. 또 인간애적인 관점에서 장애가 있는 공연자들을 무대로 올렸다는 포장이 불편할 수도 있다.
하지만 뮤지컬 영화로서 ‘위대한 쇼맨’은 매력적인 구석이 많다. 바넘의 어린 시절부터 아내와 만나 가정을 꾸리기까지 과정을 극 초반 30분 동안 빠르게 전개하고, 그 후 무일푼으로 시작해 당시로선 생소한 서커스를 성공시키기까지 이야기를 집중적으로 그린다. 주제곡 ‘This Is Me’는 귀에 착착 감기고, 배경이 서커스 무대인 만큼 볼거리도 풍성하다. 바넘의 이야기뿐 아니라, 그의 동업자였던 필립 칼라일(잭 에프론 분)과 흑인 단원 앤 휠러(젠데이아 콜먼 분)의 사회적 편견을 극복한 러브스토리도 달달하다. 휴 잭맨을 비롯한 배우들의 가창력과 안무는 흠잡을 구석이 없다. 로맨틱한 분위기를 원하는 이라면 반길 만한 영화다. 다만 영화가 끝나고 그 로맨틱한 분위기가 지속되지 못하더라도 아쉬워하진 말자.
최루탄 냄새를 기억하는 이들이라면 이만한 영화가 또 있을까 싶다. 1987년 1월 발생한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에서부터 대통령 직선제를 쟁취한 6월 항쟁까지 과정을 그린 작품이다. 6월 항쟁이 영화화된 것은 30년 만에 처음. 장준환 감독은 “학생운동을 하던 친구들에게 부채의식이 있었다. 아무도 이야기하지 않는 데 대한 안타까움이 있었다”며 영화를 만든 이유를 밝힌 바 있다.
그 의미에 더해 김윤석, 하정우, 강동원 등 쟁쟁한 캐스팅으로 개봉 전부터 화제를 모았다. 이 밖에도 영화를 보다 보면 ‘저 배우까지 캐스팅했다니!’ 싶은 순간이 꽤 많다.
당시 실존하던 인물을 스크린에 옮겨왔다. 특이한 점은 수많은 배우가 출연하지만 딱히 원톱 혹은 투톱으로 꼽을 만한 주인공을 내세우지 않았다는 것이다. 굳이 꼽는다면 극을 이끌어가는 악의 축인 박 처장(김윤석 분)과 영화 속 유일한 허구 인물인 연희(김태리 분) 정도지만, 물리적 비중이 크지 않은 데다 둘 사이에 직접적인 연결고리조차 없다.
마치 계주에서 배턴 터치를 하듯 무게중심이 특정 역할에서 다른 역할로 계속해 옮겨간다. 예컨대 고문치사 사건을 은폐하려는 시도에 맞서 당시 부검을 밀어붙이는 최환 검사(하정우 분)의 이야기가 주로 펼쳐지다 의문스러운 죽음을 파헤치는 고(故) 윤상삼 동아일보 기자(이희준 분)의 이야기가 연결되는 식이다. 한 젊은이의 죽음이 사회에 큰 파장을 미치기까지 디딤돌이 된, 많은 이의 용기를 영화는 밀착해 보여준다.
시사회 직후 가장 큰 반응을 보인 이는 아무래도 박종철, 이한열 열사와 비슷한 시기에 20대를 보낸 사람들이다. 중 · 장년층 다수가 “우리 얘기”라 했고, “우리의 행동이 가치 있는 것이었음을 얘기해줘 고맙다”며 눈시울을 붉히는 이들도 있었다.
영화가 중 · 장년층에게만 어필하는 것은 아니다. 영화를 보고 한국 현대사 책을 다시 들여다보게 됐다는 20대도 있으니 젊은 관객에게도 적극 추천할 만하다.
‘이끼’ ‘은밀하게 위대하게’ ‘내부자들’ 등 인기 웹툰을 기반으로 한 영화는 흥행 타율이 좋은 편이다. ‘신과 함께 - 죄와 벌’(신과 함께)은 주호민 작가의 인기 동명 웹툰이 원작이다. 2010년 연재를 시작한 웹툰은 이후 공연, 게임 등으로 다양하게 제작돼 호평받았다. 그만큼 원작의 대중성은 검증됐다고 할 수 있다.
다만 이렇게 많은 팬을 거느린 원작을 영화화할 경우 ‘다 아는 얘기’ ‘겨우 이 정도밖에 못 만드냐’ 등 비판을 받을 위험도 있다. 적어도 ‘신과 함께’는 이런 비판은 피했다. 원작과 차별화에 신경 쓴 덕에 웹툰을 모르는 관객은 ‘기발하다’며 칭찬하고, 웹툰을 접한 관객은 ‘웹툰과 다르다’는 점에 안도한다. 저승에 온 망자가 사후 49일 동안 저승사자와 함께 7개 지옥에서 재판을 받는다는 설정은 동일하지만 원작 웹툰과 영화는 차이가 크다. 원작이 평범한 회사원을 주인공으로 삼아 삶과 죽음을 다소 철학적으로 해석했다면, 영화는 누구보다 희생적인 삶을 산 소방관(차태현 분)이 주인공이다. 영화가 내세운 주제도 ‘효’인데 혹자는 ‘신과 함께가 아니라 신파와 함께’라고 비평할 만큼 최루성이 짙다. 그러나 부모가 얽힌 신파적 내용에 버틸 관객은 많지 않다. 성탄절 연휴기간 일일 관객 수가 120만 명을 훌쩍 뛰어넘었고, 개봉 일주일 만에 500만 명을 돌파했다. ‘2018년 첫 1000만 영화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메시지는 클래식하지만, 장르는 한국 영화에선 낯선 판타지다. 지옥세계를 표현한 컴퓨터그래픽(CG) 등 볼거리가 많은데, 꽤 동양적인 접근과 거대한 스케일에 수출 전망도 밝아 보인다. 저승사자 역의 하정우, 주지훈, 김향기 외에도 염라대왕 역의 이정재 등 7개 지옥에 등장하는 신들이 인상적이다. 아역배우 김수안부터 김해숙, 김하늘, 이경영 등의 색다른 변신을 지켜보는 재미도 크다. 어쨌건 영화를 보는 내내 ‘부모님에게 잘하고 착하게 살아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효도용 혹은 자녀교육용으로 썩 괜찮은 선택지다.
1. 연말에는 뮤지컬! ‘위대한 쇼맨’
추천 : 연말연시 솔로 파티
연말에는 뮤지컬 영화 수요가 증가한다. 2012년 ‘레미제라블’이나 2016년 ‘라라랜드’ 등 흥행에 성공한 뮤지컬 영화 중에는 겨울 개봉작이 적잖다. 특히 몸과 마음이 추울 때는 뮤지컬 영화 속 흥겨운 음악과 따뜻한 이야기가 꽤 위로가 된다.
‘위대한 쇼맨’은 19세기 미국 쇼비즈니스 사업가 피니어스 테일러 바넘에 관한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바넘이 창단한 ‘링글링 브러더스 앤드 바넘 & 베일리 서커스단’은 최근 문을 닫을 때까지 150년 가까이 이어졌다. ‘희대의 사기꾼’ 혹은 ‘흥행의 천재’로 불린 바넘은 근대적 서커스를 창시했으며, 난쟁이나 샴쌍둥이 등을 공연에 처음 투입한 인물로도 알려졌다.
영화는 가난한 집안 출신 바넘(휴 잭맨 분)이 신분을 뛰어넘어 아내(미셸 윌리엄스 분)를 만나고, 가족의 행복과 자신의 꿈을 위해 서커스단을 만들어 성공하는 과정을 그린다. 그 과정에 실패도 있고 갈등도 있지만 영화 메시지는 바넘이라는 인물의 끝없는 도전과 가족애로 정리된다. 영화화하다 보니 바넘을 미국 개척정신의 화신으로 지나치게 미화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사실 영화는 바넘의 실상과 다른 점이 많아 실존 인물을 모티프로 한 허구의 이야기라고 이해하는 편이 더 맞는 듯하다. 영화와 달리 바넘은 무일푼으로 성공했다기보다 여러 사업을 하다 쇼비즈니스에까지 손을 뻗어 성공했다. 또 인간애적인 관점에서 장애가 있는 공연자들을 무대로 올렸다는 포장이 불편할 수도 있다.
하지만 뮤지컬 영화로서 ‘위대한 쇼맨’은 매력적인 구석이 많다. 바넘의 어린 시절부터 아내와 만나 가정을 꾸리기까지 과정을 극 초반 30분 동안 빠르게 전개하고, 그 후 무일푼으로 시작해 당시로선 생소한 서커스를 성공시키기까지 이야기를 집중적으로 그린다. 주제곡 ‘This Is Me’는 귀에 착착 감기고, 배경이 서커스 무대인 만큼 볼거리도 풍성하다. 바넘의 이야기뿐 아니라, 그의 동업자였던 필립 칼라일(잭 에프론 분)과 흑인 단원 앤 휠러(젠데이아 콜먼 분)의 사회적 편견을 극복한 러브스토리도 달달하다. 휴 잭맨을 비롯한 배우들의 가창력과 안무는 흠잡을 구석이 없다. 로맨틱한 분위기를 원하는 이라면 반길 만한 영화다. 다만 영화가 끝나고 그 로맨틱한 분위기가 지속되지 못하더라도 아쉬워하진 말자.
2. 뜨거웠던 그 시절 기억하고 싶다면 ‘1987’
추천 : 80년대 학번 동창회
최루탄 냄새를 기억하는 이들이라면 이만한 영화가 또 있을까 싶다. 1987년 1월 발생한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에서부터 대통령 직선제를 쟁취한 6월 항쟁까지 과정을 그린 작품이다. 6월 항쟁이 영화화된 것은 30년 만에 처음. 장준환 감독은 “학생운동을 하던 친구들에게 부채의식이 있었다. 아무도 이야기하지 않는 데 대한 안타까움이 있었다”며 영화를 만든 이유를 밝힌 바 있다.
그 의미에 더해 김윤석, 하정우, 강동원 등 쟁쟁한 캐스팅으로 개봉 전부터 화제를 모았다. 이 밖에도 영화를 보다 보면 ‘저 배우까지 캐스팅했다니!’ 싶은 순간이 꽤 많다.
당시 실존하던 인물을 스크린에 옮겨왔다. 특이한 점은 수많은 배우가 출연하지만 딱히 원톱 혹은 투톱으로 꼽을 만한 주인공을 내세우지 않았다는 것이다. 굳이 꼽는다면 극을 이끌어가는 악의 축인 박 처장(김윤석 분)과 영화 속 유일한 허구 인물인 연희(김태리 분) 정도지만, 물리적 비중이 크지 않은 데다 둘 사이에 직접적인 연결고리조차 없다.
마치 계주에서 배턴 터치를 하듯 무게중심이 특정 역할에서 다른 역할로 계속해 옮겨간다. 예컨대 고문치사 사건을 은폐하려는 시도에 맞서 당시 부검을 밀어붙이는 최환 검사(하정우 분)의 이야기가 주로 펼쳐지다 의문스러운 죽음을 파헤치는 고(故) 윤상삼 동아일보 기자(이희준 분)의 이야기가 연결되는 식이다. 한 젊은이의 죽음이 사회에 큰 파장을 미치기까지 디딤돌이 된, 많은 이의 용기를 영화는 밀착해 보여준다.
시사회 직후 가장 큰 반응을 보인 이는 아무래도 박종철, 이한열 열사와 비슷한 시기에 20대를 보낸 사람들이다. 중 · 장년층 다수가 “우리 얘기”라 했고, “우리의 행동이 가치 있는 것이었음을 얘기해줘 고맙다”며 눈시울을 붉히는 이들도 있었다.
영화가 중 · 장년층에게만 어필하는 것은 아니다. 영화를 보고 한국 현대사 책을 다시 들여다보게 됐다는 20대도 있으니 젊은 관객에게도 적극 추천할 만하다.
3. 지옥 가기 싫다면 효도하자 ‘신과 함께-죄와 벌’
추천 : 가족 3대 모임
‘이끼’ ‘은밀하게 위대하게’ ‘내부자들’ 등 인기 웹툰을 기반으로 한 영화는 흥행 타율이 좋은 편이다. ‘신과 함께 - 죄와 벌’(신과 함께)은 주호민 작가의 인기 동명 웹툰이 원작이다. 2010년 연재를 시작한 웹툰은 이후 공연, 게임 등으로 다양하게 제작돼 호평받았다. 그만큼 원작의 대중성은 검증됐다고 할 수 있다.
다만 이렇게 많은 팬을 거느린 원작을 영화화할 경우 ‘다 아는 얘기’ ‘겨우 이 정도밖에 못 만드냐’ 등 비판을 받을 위험도 있다. 적어도 ‘신과 함께’는 이런 비판은 피했다. 원작과 차별화에 신경 쓴 덕에 웹툰을 모르는 관객은 ‘기발하다’며 칭찬하고, 웹툰을 접한 관객은 ‘웹툰과 다르다’는 점에 안도한다. 저승에 온 망자가 사후 49일 동안 저승사자와 함께 7개 지옥에서 재판을 받는다는 설정은 동일하지만 원작 웹툰과 영화는 차이가 크다. 원작이 평범한 회사원을 주인공으로 삼아 삶과 죽음을 다소 철학적으로 해석했다면, 영화는 누구보다 희생적인 삶을 산 소방관(차태현 분)이 주인공이다. 영화가 내세운 주제도 ‘효’인데 혹자는 ‘신과 함께가 아니라 신파와 함께’라고 비평할 만큼 최루성이 짙다. 그러나 부모가 얽힌 신파적 내용에 버틸 관객은 많지 않다. 성탄절 연휴기간 일일 관객 수가 120만 명을 훌쩍 뛰어넘었고, 개봉 일주일 만에 500만 명을 돌파했다. ‘2018년 첫 1000만 영화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메시지는 클래식하지만, 장르는 한국 영화에선 낯선 판타지다. 지옥세계를 표현한 컴퓨터그래픽(CG) 등 볼거리가 많은데, 꽤 동양적인 접근과 거대한 스케일에 수출 전망도 밝아 보인다. 저승사자 역의 하정우, 주지훈, 김향기 외에도 염라대왕 역의 이정재 등 7개 지옥에 등장하는 신들이 인상적이다. 아역배우 김수안부터 김해숙, 김하늘, 이경영 등의 색다른 변신을 지켜보는 재미도 크다. 어쨌건 영화를 보는 내내 ‘부모님에게 잘하고 착하게 살아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효도용 혹은 자녀교육용으로 썩 괜찮은 선택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