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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균 기자]
초코파이는 외국에서도 현지화 전략과 차별화로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달콤한 디저트와 차를 함께 먹는 러시아에서는 초코파이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총리의 티타임 간식으로 알려지면서 인기를 더했다. 북한 암시장에서는 초코파이가 개당 10달러 넘는 가격에 팔리기도 한다. 북한 노동자의 한 달 월급이 200달러가 안 되는 것을 감안하면 무척 비싸게 팔리는 셈이다. 중국과 베트남에서도 마트, 편의점에서 초코파이를 쉽게 구할 수 있다.
오리온 외에도 다양한 제과회사에서 초코파이라는 이름으로 유사 제품을 내놓고 있다. 오리온의 전신인 동양제과에서 처음 제품을 내놓고 ‘초코파이’ 대신 ‘오리온 초코파이’를 상표 등록 하는 바람에 ‘초코파이’가 상표권을 인정받지 못한 탓이다. 오리온으로선 입맛이 쓸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오리온은 원조의 자존심을 지키고자 끊임없이 초코파이를 진화시켜왔다. 오리온은 2016년 초코파이 탄생 42년 만에 바나나와 말차라테 맛 초코파이를 출시했고, 이듬해에는 딸기 맛을 출시했다. 2016년 10월에는 기존 오리지널 초코파이 중량을 35g에서 39g으로 11.4% 늘리며 24년 전 크기로 다시 키운 제품을 내놔 소비자로부터 호응을 얻었다.
오리온은 2017년 12월 15일 초코파이의 고급화를 내세우며 현대백화점 판교점에 ‘초코파이 하우스 1호점’을 냈다. 현대백화점 판교점 식품관은 180여 개 매장 중 디저트 코너가 130여 개에 달해 ‘디저트의 성지’로 불린다. 경쟁이 치열한 이곳에서 고작 초코파이를 메인 메뉴로 하는 디저트 전문 매장이 살아남을 수 있을까. 초코파이 하우스에서 파는 디저트 초코파이의 가격은 2500원. 시중에서 12개들이 초코파이 한 박스가 5000원 안팎으로 개당 가격이 400원가량인 것을 감안하면 6배 비싼 셈이다. 과연 비싼 초코파이를 누가 사 먹을까. 실제로 잘 팔리기는 할까. 궁금한 건 못 참기에 판교까지 찾아가 봤다.
2017년 12월 23일 오전 초코파이 하우스 1호점을 찾았다. 오전에도 유동인구가 많은 현대백화점답게 식품관도 무척이나 붐볐다. ‘과연 저걸 다 먹고 점심을 또 먹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점심 전 디저트를 맛보는 사람이 많았다. 그들 너머로 초코파이의 시그니처 컬러인 빨간색과 갈색, 흰색으로 장식한 초코파이 하우스가 보였다. 새로운 디저트에 대한 호기심 덕분일까. 문을 연 지 아직 일주일밖에 되지 않았는데 줄이 길게 늘어서 있었다. 매장에는 요즘 한창 젊은 층에서 인기를 끄는 4컷짜리 즉석사진을 찍을 수 있는 기기도 마련돼 있었다. 초콜릿의 달콤한 향기가 코끝을 찔렀다. 단 걸 즐긴다면 누구나 좋아하고 알 만한 그런 향이었다.
없어서 못 사는 디저트 초코파이
아이들에게 인기가 많은 귀여운 디자인의 초코파이 팝(왼쪽). 판교 매장에서 파는 초코파이 가격은 2000~2500원 선이다. [김도균 기자]
점심시간 전에 이미 오리지널 초코파이와 카카오 초코파이는 매진이었다. 네 종류를 하나씩 맛보려던 손님들은 매진됐다는 말에 아쉬워하다 결국 남아 있는 카라멜솔트와 레드벨벳을 구매했다. 매장 관계자는 “생각보다 호응이 좋아 우리도 놀라고 있다. 특정한 맛의 초코파이가 인기가 있기보다 그날그날 매진되는 상황이 다르다”고 말했다. 매장 관계자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 한 중년 여성이 디저트 초코파이 4개들이 여덟 박스를 샀다. 점점 더 초코파이의 맛이 궁금해졌다.
매장에서는 아이들이 특히 좋아할 만한 디자인의 ‘초코파이 팝’과 ‘초코파이 핫푸딩’ ‘베리 스페셜’ ‘감자칩 스페셜’ 등 파티시에가 매장에서 직접 만드는 특별 메뉴도 함께 팔고 있었다. ‘베리 스페셜’은 레드벨벳 초코파이에 생크림과 딸기를 얹어서 달콤하면서도 상큼한 맛이 났다. ‘초코파이 핫푸딩’은 오리지널 초코파이에 비스킷과 바나나 등을 넣어 구운 것으로, 스푼으로 떠먹으니 혀끝까지 달달한 초콜릿으로 채워지는 느낌이었다. ‘감자칩 스페셜’은 카라멜솔트 초코파이에 캐러멜 드리즐과 생감자칩을 더한 메뉴로 ‘단짠단짠’(단맛과 짠맛)의 맛이었다. 개인적으로는 딸기를 좋아해 ‘베리 스페셜’이 제일 마음에 들었다. 함께 간 남자 기자는 “여자친구가 데리고 와서 먹자고 할 맛”이라고 평가했다.
오리온 관계자는 “디저트 카페 ‘랩오’에서 디저트 초코파이를 처음 선보였는데 호응이 좋아 1년여 동안 준비한 끝에 내놓았다. 기존 초코파이와 모양만 비슷할 뿐 재료가 완전히 다른 제품이라고 보면 된다”며 “파티시에 메뉴는 모두 현재 매장에서 판매 중인 디저트 초코파이를 기본으로 만들었다. 집에서도 똑같은 레시피로 고급스러운 디저트를 만들어 먹으라는 뜻에서 내놓은 메뉴들”이라고 설명했다.
매장 관계자에게 “이렇게 잘 팔리면 현장에서 좀 더 만들면 안 되느냐”고 물었다. 초코파이는 당일 만들어 바로 먹을 수 있는 디저트가 아니라는 걸 알았다. 초코파이는 2개의 동그란 비스킷 사이에 마시멜로를 넣고 초콜릿을 입혀서 만드는데, 딱딱한 비스킷이 며칠간 마시멜로의 수분을 흡수해야 비로소 우리가 먹는 부드럽고 촉촉한 식감으로 바뀐다. 시중에서 판매하는 초코파이와 매장에서 파는 초코파이는 최소 이틀간 숙성 과정을 거쳐야 완성된다. 현재 초코파이 하우스에서 판매 중인 초코파이는 서울 도곡동 마켓오 레스토랑 1층에서 매일 생산하고 있다. 오리온 관계자는 “판매 추이를 봐가며 생산량을 늘릴지 결정할 것”이라면서 “판교 1호점을 시작으로 점차 매장 수를 확대하는 것이 목표다. 수요를 고려해 서울역이나 공항 인근을 후보지로 삼고 있다”고 말했다.
국민 먹거리 될 수 있을까
판교 매장에서만 맛볼 수 있는 파티시에 메뉴.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감자칩 스페셜, 초코파이 핫푸딩, 베리 스페셜. [김도균 기자]
시중 초코파이보다 부드럽고 맛이 깊은 디저트 초코파이. [김도균 기자]
어느 나라든지 여행을 가면 꼭 사 와야 하는 기념품 같은 먹을거리가 있다. 대만에 가면 펑리수를, 일본 홋카이도에 가면 시로이 고이비토를 사 오는 것처럼 말이다. 럭셔리한 초코파이가 국내에서 성공한다면 ‘대표 먹거리’를 가질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만 디저트 초코파이는 유통기한이 열흘 이내이다 보니 시중 초코파이처럼 쟁여놓고 천천히 먹을 수가 없다는 게 단점이다. 덕분에 판교까지 원정 가서 사 온 초코파이를 맛볼 수 있었던 건 사무실에 있는 몇몇뿐이었다. 프리미엄 초코파이의 맛이 궁금하다면 서울 등에 매장이 들어오기를 기대해야 하지 않을까.
구기자의 #쿠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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