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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法통팔달

국민 이익 우선하는 법원 시스템 만들어야

대법원장 교체의 시대적 의미

  • 신평 경북대 로스쿨 교수 lawshin@naver.com

    입력2017-09-25 17: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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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승태 대법원장의 임기가 얼마 남지 않았다. 불행하게도 지금 양승태 코트(court)에 대한 비판은 무척 엄혹하다. 그 전에 소수자 보호를 위해 활약하던 5명의 대법관, 일명 ‘독수리 5형제’ 시절과 자주 비교된다.

    제왕적 대법원장, 사법부의 관료화를 심화한 대법원장이라는 비판이 그의 등 뒤에 꽂힌다. 심지어 ‘법관 블랙리스트’로 형사책임을 질 염려까지 안고 있다.

    그러나 양 대법원장은 법관 생활 동안 우수하고 모범적 법관에 속했다. 부정한 돈이나 향응을 받는 판사는 금세 좁은 판사사회에 소문이 난다. 특히 지역 토호세력과 결탁해 갖가지 협잡에 휘말리거나, 판사들 사이를 돌아다니며 특정 업자의 대변인 구실을 하는 ‘국선 판사’(법관사회의 은어)는 대부분 법관들 눈 밖에 난다. 양 대법원장은 이런 법관들과는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염결한 법관 생활을 거쳐왔다. 그가 대법원장에 취임했을 때 법관사회에서 그에게 상당한 기대가 쏠린 이유이기도 하다.

    지난봄 발달장애아동을 위한 행사가 있었다. 그날은 일요일이었다. 양 대법원장이 참석해 축사하는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다. 대법원장으로서 우리 사회 언저리에서 힘겹게 살아가는 무명의 장애아동들을 위해 그 행사에 온 것이었다. 축사 내용도 기억에 남을 만했다. ‘사람은 정도의 차이는 있어도 모두 장애를 안고 사는 존재’라는 명제를 깔며, 이 아이들이 가지는 존엄한 인격을 존중하는 사회를 만들어가자는 취지의 축사였다. 이처럼 그는 기본적으로 선의를 갖고 있고 삶에 대한 깊은 통찰력도 있는 인물이다.

    훌륭한 품성과 타인에 대한 뛰어난 공감능력이 있고 오랜 법관 생활을 거치며 자기절제와 인내의 덕목까지 뼛속 깊이 간직한 그가 지금 작렬하는 비난의 십자포화를 맞으며 황망하게 서 있다.



    왜 이렇게 됐을까. 이 의문에 대한 답은 곧 새 대법원장이 열 새로운 시대의 양상을 말해줄 것이다.

    대표적인 예를 하나 들어보자. 양 대법원장이 재임 기간 가장 역점을 둔 일은 ‘평생법관제’였다. 한번 판사가 된 사람은 정년퇴직 때까지 그대로 근무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들자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것은 어쩌면 법관사회 집단이기주의의 한 양상일지 모른다.

    실제 이렇게 하면 법관들의 부패 요소가 증가한다고 경제학적으로 분석한 연구 결과도 나와 있다. 이 정책은 실질적으로 국민이 아니라 법관사회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것이다. 그는 법관사회에 당근을 내밀며 조직과 자신의 지위 안정을 꾀하고, 자신을 정점으로 하는 일사불란한 법관조직을 유지하려 했던 것이 아닐까.

    그러나 사법부와 재판의 주인은 법관이 아니라 국민이다. 국민의 이익,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사법부가 공정한 재판을 하는 체계를 갖추는 것이 무엇보다 우선돼야 한다.

    양 대법원장은 이런 점에서 소임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고 본다. 새 대법원장은 마땅히 여기에 주력해야 한다. 그래야 지금 바닥으로 떨어진 사법에 대한 신뢰도가 다시 올라갈 수 있다. 그리고 새로운 세상의 문 하나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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