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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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유현오 한양대 창업지원단장의 ‘창업보국론’

“창업해서 돈 번 사람 많아야 창업생태계 조성 가능”

교원창업포럼 개최, 글로벌 멘토단 조직 등 학내 창업붐 조성 주력

  • 구자홍 기자 jhkoo@donga.com

    입력2017-09-25 12:5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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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업 10년 만에 매출 1000억 원, 시가총액 4000억 원의 중견기업 ‘제닉’을 일궜다. 이 기업은 이른바 ‘하유미 마스크팩’으로 대박을 쳤다. 그러나 2015년 보유 지분을 약 700억 원에 매각한 뒤 올해 3월부터 한양대 산업융합학부 교수로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다.

    창업 후 엑시트(투자금 회수)로 수백억 원대 자산가가 된 그는 남부럽지 않게 편안한 삶을 살 수도 있었다. 그런 그가 학교로 돌아가 회사 경영 때보다 더 힘든 시간을 보내며 자신과 같은 창업가를 길러내는 데 매진하고 있는 이유는 뭘까. 중소기업청(현 중소벤처기업부)장을 지내고 현재 한양대 미래위원장을 맡고 있는 한정화 경영대 교수의 한마디가 큰 구실을 했다고 한다.

    “언젠가 하늘나라에 갔을 때 하느님에게 ‘놀다 왔다’고 할 거냐.”

    그가 대학으로 온 것은 자신이 창업해 회사를 키우던 열정을 후배들을 위해 쓰기 위해서다.

    “제가 경험한 창업과 회사 경영 노하우를 학생들에게 가르쳐주면 저보다 시행착오를 적게 할 테고, 그러면 저보다 더 큰 창업가를 키워낼 수 있겠다 싶더라고요. 창업으로도 세상을 바꿀 수 있지만, 더 많은 창업가를 만들어내면 그만큼 더 많이 세상을 바꿀 수 있지 않을까요.”



    잘나가는 사업가에서 창업자를 양성하는 대학교수로 인생행로를 바꾼 그를 보면 조선 후기 거상 임상옥의 ‘상도(商道)’가 떠오른다.

    ‘이윤을 남기는 대신 사람을 남겨라.’

    주인공은 유현오 교수. 그가 대학에서 맡고 있는 직책은 모두 5개다. 산업융합학부 교수 외에도 대학원 창업융합학과 주임교수, 창업보육센터장과 글로벌기업가센터장, 창업지원단장이다.

    ‘백번 듣는 것보다 한번 보는 것이 낫고, 백번 보는 것보다 한번 해보는 것이 더 낫다’고 하던가. 창업해 코스닥에 회사를 상장시키고 지분까지 매각함으로써 스타트업의 라이프사이클을 모두 경험한 유 교수는 창업을 꿈꾸는 대학생에겐 선망의 롤모델이 되고 있다.



    창업불가피론

    대학에서 인생 2막을 사는 재미가 어떻습니까.
    “만나야 할 사람이 많고, 해결해야 할 일도 많아요. 어떤 점에서는 회사를 운영할 때보다 더 힘든 것 같아요. 7~8월에는 스타트업아카데미 토요일반을 운영했고요. 9월부터는 목요일 오후에 아카데미를 다시 운영합니다. 학생반과 일반인반이 있는데, 비유하자면 입시학원의 종합반, 단과반 정도로 보면 돼요. 아카데미 과정이 끝나면 창업지원단에서 기술 평가를 거쳐 3000만~ 7000만 원까지 창업자금을 지원해줍니다. 그러고 난 뒤 해당 기업에 교수를 배정해 멘토링을 하죠.” 속사포처럼 창업지원단 업무를 설명하는 그에게서 남다른 보람과 열정이 느껴졌다.

    “평생직장, 평생직업이 없어지는 21세기에는 누구나 한 번 이상은 창업의 기회를 마주할 가능성이 큽니다. 아이디어나 기술만으로도 창업에 도전할 수 있지만, 지속가능한 성공을 위해서는 체계적인 교육과 훈련이 꼭 필요하죠. 해당 분야의 전문지식을 알아야 하고, 실전 경험을 통해 ‘촉’을 체득해야 하거든요.”

    유 교수는 기회 있을 때마다 ‘창업불가피론’ ‘창업당위론’을 설파하고 있다. 창업지원단장을 맡아 활동한 지 반년이 지났다. 그의 노력은 어떤 성과를 내고 있을까.

    업지원단의 지원을 받는 창업자가 현재 얼마나 됩니까.
    “올해 설립된 법인만 20개예요. 창업동아리는 100개가 넘고요. 창업동아리에도 활동비를 지원하고 관리도 합니다. 공부를 더 하겠다는 학생에게는 장학금을 주고 대학원 입학을 장려해 교육도 시키고요.”

    한양대가 2011년부터 2015년까지 5년간 배출한 벤처기업가 수는 2087명으로 전국 대학 가운데 가장 많다. 지난해 학생창업자 48명을 배출해 전국 대학 가운데 1위를 기록 중이다. 한양대가 ‘스타트업의 요람’이자 ‘CEO(최고경영자) 사관학교’라는 명성을
    얻게 된 것은 이 같은 객관적 성과가 뒷받침됐기 때문이다.

    유 교수는 한양대가 쌓아놓은 성과를 업그레이드하고자 노력 중이다. 대학 곳곳에 창업지원단 활동을 알리는 플래카드를 내걸고 입간판을 세워 학내에 창업 분위기를 조성하려는 노력도 그 일환이다.

    “창업생태계가 어느 날 갑자기 만들어지는 게 아니잖아요. 창업해 성공한 선배가 많아져야 그 모습을 보고 더 많은 후배가 창업에 뛰어드는 거죠. 그런 점에서 교내 창업 분위기 조성에 상당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어요. 스타트업을 창업해 한 해 매출을 15억 원쯤 올리는 학생도 있고, 5억 원을 받고 회사를 판 사례도 있어요. 취업과 창업 사이에서 고민하는 학생에게 대기업이나 공기업에 입사하는 것보다 창업이 더 매력적일 수 있다는 점을 적극 알리고 싶어요. 과거 고시반으로 운영하던 기숙사를 앞으로 창업반으로 바꿀 계획이에요. 더 많은 학생이 창업에 뛰어들어 세계를 무대로 성공해야 우리 경제가 튼튼해지고, 그것이 국가에 기여하는 일이라 생각합니다.”

    유 교수의 ‘창업보국론’은 삼성 창업주인 고(故) 이병철 회장의 ‘산업보국론’을 떠올리게 했다.
    국내 최고 창업기업가 양성 사관학교를 지향하는 한양대의 슬로건은 ‘The Engine of Korea’다. 한양대는 6월 7일 교수의 기술 창업을 활성화하고자 교원창업포럼을 개최했다. 연구 성과를 사업화하는 과정에서 겪는 애로사항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를 모색하는 자리였다.



    ‘ The Engine of Korea’

    포럼은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벤처 창업에 성공해 코스닥에 상장한 강종구 바이오톡스텍 대표의 특강과 박민식 스틱인베스트먼트 상무, 호창성 더벤처스 대표, 김은섭 아이디벤처스 대표, 김인한 청진특허법률사무소 대표변리사 등 창업 전문가들의 멘토링 프로그램으로 구성됐다.

    유 교수는 “교수들이 직접 창업에 나서면 창업 성공률과 생존율이 확실히 높아진다”며 “기술력이 검증됐기 때문에 투자받는 데도 유리하다”고 말했다. 그는 “한양대는 더 많은 교수, 연구원이 창업에 나설 수 있도록 산학연 연구년제 등 다양한 제도를 준비 중”이라며 “한양대뿐 아니라 전국 26만 명 교수가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창업에 적극 나서면 제자들도 창업에 뛰어드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수업 외에 창업하려는 학생에게 직접 멘토로서 조언도 해줍니까.
    “창업지원단 프로그램 가운데 ‘점심한끼’라는 게 있어요. 학생 창업자와 교수가 점심 한 끼 같이 하면서 창업과 관련한 고민을 나누자는 취지에서 시작한 건데요, 지금까지 300명가량 참여했고 반응도 뜨겁습니다.”

    어떻게 운영됩니까.
    “학생 창업자를 대상으로 모집공고를 내고 신청을 받아 선착순으로 마감해요. 처음에는 창업을 막연하게 생각하는 학생들의 고민을 들어보자는 취지로 시작했는데, 횟수가 쌓이면서 이제는 학생 창업자가 실무에서 느끼는 애로사항을 공유하고 해결 방안을 고민하는 수준으로 올라섰어요. 학생들은 제가 현장에서 몸으로 부딪혔던 생생한 경험을 들려주는 것을 좋아하는 편이에요.”

    경험만큼 좋은 교과서가 또 있을까. 유 교수는 경험담을 들려주는 데 그치지 않고, 세계를 무대로 활동하는 선배들을 멘토단으로 조직해 학생창업자에게 도움을 주려는 ‘글로벌 멘토단’ 프로젝트도 시작했다. 8월 말에는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활동하는 동문 30명을 멘토단으로 위촉했다.

    “한양대 동문 가운데 실리콘밸리에서 직접 스타트업을 운영 중이거나, 애플이나 구글 등 글로벌 기업에서 일하는 동문들을 모셨어요. 선배 좋다는 게 뭡니까. 먼저 경험해본 사람에게 궁금한 점을 물어볼 수만 있어도 불필요한 시행착오를 크게 줄일 수 있어요. 학생 창업자가 해외시장에 진출하는 데 해외 멘토단이 큰 힘이 돼줄 것으로 기대합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정부 조직을 개편하면서 중소기업청을 중소벤처기업부로 격상했다. 창업을 통해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겠다는 대통령의 국정운영 철학이 중소벤처기업부 승격에 담긴 것이다. 유 교수는 “고품질 기술 창업에 우리 미래가 달렸다”며 “어렵게 찾아온 제2의 벤처 창업 바람이 제대로 된 목적지를 향해 가기를 바라는 마음”이라고 말했다.

    “우리나라에도 네이버, 휴맥스 같은 뛰어난 벤처 창업기업이 여럿 있어요. 그렇지만 국민 인식은 여전히 ‘창업하면 망하기 십상’이라며 부정적으로 보려는 경향이 강해요. 자녀가 대기업이나 공기업 취업을 준비하면 환영하지만, 창업하겠다고 하면 부모는 대부분 걱정스러운 눈으로 보거든요.”

    유 교수는 자신이 ‘성공한 창업자’라는 사실을 학생들에게 적극 알린다. 스스로 롤모델이 돼 자신을 뛰어넘는 제2, 제3의 성공한 창업자가 나오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저보다 성공한 분은 많습니다. 그런데 그분들 대부분이 제주나 미국으로 떠나 숨어 지내고 있어요. 사람들 앞에 나섰다 골치 아픈 일이 생길까 봐 일부러 피하는 거죠. 개인의 선택에 대해 옳다 그르다 논할 수는 없지만, 제 생각에는 숨기보다 적극적으로 자신의 성공을 알릴 필요가 있다고 봐요. 창업해 열심히 일하면 돈을 벌 수 있어요. 그리고 번 돈으로 기부를 하고, 재투자도 해야 창업의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집니다. 돈 못 벌고 망해 도망 다니는 사람만 부각되면 누가 창업하려고 들겠어요. 돈 번 사람이 재투자하고 멘토로 나서 창업생태계가 선순환할 수 있는 시스템과 문화가 하루빨리 조성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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