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담하다. 무슨 말을 하겠나.”
남경필 경기도지사(사진)는 9월 20일 ‘주간동아’와 전화 인터뷰에서 장남(26)의 마약 투약 혐의에 대해 재차 사과의 말을 전했다. 핀란드와 독일 방문차 14일 출국한 남 지사는 아들 남모 씨가 체포될 당시 독일 베를린에 체류 중이었다. 남 지사는 일정을 앞당겨 19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했다. 그는 “모든 게 내 불찰이고 따로 드릴 말씀이 없다”며 인터뷰를 사양했지만, ‘아들 소식을 들었을 때 심경’을 묻는 질문에 나지막이 심경을 밝혔다. 남 지사는 인터뷰 중간 중간 감정이 복받쳐 말을 잇지 못하거나 “휴~” 하고 긴 한숨을 내쉬었다.
“아버지라는 사람이 몰랐다는 게…”
▼아들의 체포 소식을 들었을 때 심경이 어땠나.
“독일 출장 중이었는데 둘째아들이 전화를 해서 알았다. ‘이게 무슨 날벼락인가’ 싶었다. 정말 하늘이 노랗게 보이더라. 아버지로서 참담하고, 가슴 아프고…, 회한이 밀려왔다. 지은 죄는 밉지만 철창에 갇힌 아들이 보고 싶더라. 그러나 너무 큰 잘못을 저질렀다(그는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아들은 지은 죄에 대해 합당한 벌을 받겠지만 있어서는 안 될 일이 일어났고, 많은 분에게 심려를 끼쳤다. 국민 여러분에게 다시 한 번 사과드린다. 아들을 제대로 가르치지 못한 내 불찰이란 말 외에는 드릴 말씀이 없다.”
▼당초 9월 19일 오후 귀국할 예정이었는데.
“아들이 저렇게 된 마당에 무슨 염치가 있겠나. 여러 상황을 고민하다 공인으로서 결정을 내렸다. 빨리 돌아와 국민에게 직접 사과하고 자칫 흔들릴 수 있는 경기도정의 중심을 잡아야겠다고 생각했다. 투자 유치 일정은 마무리됐고 연정(聯政)포럼 및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독일 총리와 오찬만 남았을 뿐이었다. 동행한 정기열 경기도의회 의장에게 남은 일정을 부탁했고, 슈뢰더 전 총리에게도 사정을 말했다.”
▼그동안 아버지로서 역할이 부족했다고 생각하나.
“사실 그 부분이 더 괴로웠다. 아들이 어떤 큰 고민 때문에, 어떤 사연으로 마약에 손을 댔는지 아버지라는 사람이 몰랐다는 게….”
“휴~” 하는 한숨소리가 나더니 한동안 목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기자는 입안에 맴돌던 질문을 던졌다. 묻는 기자나 답하는 인터뷰이나 아들을 둔 아버지로서 난감하긴 매한가지다.
▼장남은 2014년 8월 군 복무 중 후임병 폭행과 성추행 혐의로 처벌(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받았다. 그때도 사과 기자회견을 했다.
“독일에서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그 부분에 대해서도 사과 말씀을 드렸다. 군 복무 중 죄를 지은 아들이 또 범죄를 저지르고 조사를 받고 있다고….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아들을 만나면 혼내주고 싶은 마음도 들었지만, 자식은 부모의 거울인데 내가 누굴 탓하겠나. 공인으로 일한다는 핑계로 아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부족하지는 않았는지, 가정사(남 지사는 2014년 합의 이혼했다)로 아들이 상처받지는 않았는지 이런저런 생각에 괴로웠다. 아들을 제대로 챙기지 못했다는 생각에 가슴이 더욱 먹먹했다. 세세하게, 친근하게 대하지 못했다는 죄책감 같은…. 그래서 만나면 안아주고 싶었다. 이제라도 그동안 하지 못한 아버지로서 역할을 되돌아보고 충실히 해야지….”
“아들과 함께 반성하고 있다”
▼전부인과는 통화했나.“무척 힘들어한다.”
▼9월 19일 오후 7시쯤 아들을 면회했는데….
“(서울) 성북경찰서 유치장에 갔는데 (칸막이로) 가로막혀 있어 안아줄 순 없었다. 아들도 ‘미안하다’고 하고, 나도 ‘미안하다’고 했다. 무슨 말이 나오겠나. 아들 얼굴을 한참 쳐다보니 눈물이 나서 ‘구속영장이 발부됐고, 재판에 성실히 임하라’고 말했다. 집에서 챙겨간 노트와 옷가지도 전달했다.”
오민석 서울중앙지방법원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9월 19일 남 지사의 아들에 대해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한 뒤 경찰이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신청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앞으로 정치 행보는….
“1000만 경기도민의 선택을 받은 만큼 공인으로서 소임도 충실히 수행하겠다. 경기도정에 흔들림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고, 나머지는 차차 말씀드리겠다. 아버지라는 사인(私人)의 역할도 되돌아보고 최선을 다하겠다. 아들과 함께 반성하고 있다.”
남 지사의 아들 남모 씨는 즉석만남 목적의 채팅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필로폰을 함께 투약할 여성을 찾던 중 경찰관이 여성으로 가장해 만든 대화방에 접근했다 9월 17일 오후 11시 무렵 약속장소에서 체포됐다. 경찰은 남씨가 혼자 살던 오피스텔에서 사용하고 남은 필로폰 2g을 발견했고, 간이 소변검사 결과도 양성으로 나왔다. 의류회사에 다니는 남씨는 9일 중국 베이징(北京)에 갔다 그곳에서 유학 시절 알게 된 중국인에게 40여만 원을 주고 필로폰 4g을 구매해 속옷에 숨기는 방법으로 16일 인천국제공항으로 입국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