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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法통팔달

국민의 알권리 차원에서 바람직

형사 선고공판 생중계

  • 윤배경 법무법인 율현 대표변호사 bkyoon@yoolhyun.com

    입력2017-08-04 17:2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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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월 10일 오전 온 나라가 숨을 죽였고, 국민은 가슴을 졸였다. 태극기부대와 촛불시민들이 거리 및 광장에서 집회를 가졌지만, 국민은 대부분 직장이나 집에서 TV 또는 컴퓨터 앞에 앉아 당시 박근혜 대통령 탄핵 선고를 들었다. 이정미 헌재소장 권한대행이 선고문을 낭독할 때마다 사람들은 한숨을 쉬거나 환호했다. 대한민국 사상 최고의 드라마가 상영된 셈이다.

    두 달여 뒤인 5월 15일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 22부는 “사회적 관심이 많은 사건에 대해 일반 국민에게 평등하게 방청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사전에 방청 희망자들의 응모를 받아 추첨을 통해 방청권을 배부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23일 예정된 박근혜 전 대통령의 첫 형사재판을 앞두고서였다. 7.7 대 1 경쟁률을 뚫고 당첨된 시민들은 역사의 현장을 함께 했다. 이들을 제외하고 대다수 국민은 언론을 통해 법정으로 향하는 박 전 대통령의 일거수일투족을 생생히 볼 수 있었다. 하지만  박 전 대통령이 피고인석에 앉는 장면에서 끝났다. 생중계는 재판 전까지만 허락됐기 때문이다. 박 전 대통령이 재판받는 모습은 방청객으로 참석한 기자들의 기사로 전달됐다. 

    같은 날 법원행정처는 형사재판을 담당한 전국 판사들에게 ‘1·2심 주요 형사 사건의 재판중계방송에 관한 설문 조사’란 제목으로
    e메일을 보냈다. e메일을 받아본 판사들은 박 전 대통령이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건을 떠올릴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응답한 판사의 67%가 생중계에 찬성했다. 사법부의 보수성에 비춰보면 이례적인 수치다. 사실 형사재판의 생중계 문제는 사법부 안에서 ‘뜨거운 감자’였다. 형사재판 공개는 피의자의 헌법적 권리인 동시에 법원의 의무다(헌법 제27조 3항, 제109조). 극히 예외적인 경우가 아니라면 형사재판은 대부분 공개된다. 문제는 일반 시민의 방청 허용만으로 공개재판이라고 볼 수 있는가, 공개재판이라면서 TV 생중계를 막을 이유가 무엇인가 하는 반론이다. 법원은 피고인을 비롯한 재판 관계인의 사생활보호 등을 감안해 생중계를 극도로 억제해왔다. 결국 피고인의 개인적 권리와 공공의 알권리 가운데 어느 것을 더 우선시하는가 하는 가치 판단이 남았을 뿐이다.

    전국 판사들의 의견을 수렴한 대법원은 7월 25일 ‘법정 방청 및 촬영 등에 관한 규칙’을 개정했다. 앞으로 주요 형사재판의 선고를 TV 생중계로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당장 8월 중 선고를 앞둔 이 부회장의 뇌물 공여 사건과 연계된 박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 사건 재판이 그 대상으로 떠오른다. 박 전 대통령 측 변호인들은 이번 결정을 두고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고 반발했다고 한다. 내년 1월 1일부터 시행해도 되는데 이렇게 급하게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부회장 사건이든, 박 전 대통령 사건이든 대법원이 TV 생중계를 허용해 얻을 정치적 이득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 차라리 대법원이 TV 생중계를 선고 과정에 국한한 것이 정치적 고려였을지도 모르겠다.

    전례 없는 역사적 재판의 선고를 공개하는 것은 국민의 알권리 차원에서 바람직해 보인다. 탄핵심판이 마녀사냥이라며 헌법재판소 재판정을 정치 선전장으로 만들었던 일부 피청구인 대리인의 예측불허 행동이 반면교사가 되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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