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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과 속이 다른 국회 입법, 평가제 도입을 역설한 책 [책 읽기 만보]

  • 강지남 기자 layra@donga.com

겉과 속이 다른 국회 입법, 평가제 도입을 역설한 책 [책 읽기 만보]

상징입법

홍준형 지음/ 한울아카데미/ 302쪽/ 2만6000원

홍준형 지음/ 한울아카데미/ 302쪽/ 2만6000원

마트에서 당근, 버섯 같은 채소를 살 때 포장지를 보면 농부 이름이 적혀 있다. 일부 식품회사는 과자 봉지에 생산책임자 이름을 표기한다. 하지만 국가와 사회를 규율하는 법에는 ‘이름표’가 없다. 어떤 국회의원이 무슨 목적으로 해당 법을 발의했는지는 국회를 통과할 때 잠깐 거론될 뿐, 금세 잊힌다. 법안이 설계대로 효과가 나타나는지 사후 평가되는 경우도 드물다. 

‘상징입법’이란 겉과 속이 다른 법, 그러한 법을 만드는 행위를 말한다. 상징입법의 예는 한둘이 아니다.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를 구제하고자 만든 법은 오히려 피해자의 원성을 사고, 대학 강사의 지위 향상을 꾀한 ‘고등교육법 개정안’(강사법)은 오히려 대량해고 사태를 낳았다. 국민건강 증진을 위한 담뱃세 인상은 정작 국민건강을 증진했는지는 의구심을 남긴 채 세수만 크게 늘렸다. 법학자이자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인 저자는 세월호 참사 이후 국민안전처 신설과 해양경찰청 폐지를 골자로 한 ‘정부조직법’ 개정, 적폐 청산을 위한 전가의 보도로 활용된 형법 제123조(‘직권남용죄’) 등도 상징입법의 대표적 예로 꼽는다. 

이러한 상징입법은 정부와 국회, 그리고 국가 자체에 불신을 가중하는 원인으로 작용한다. 이를 타개하려면 입법의 부작용과 결함을 평가하고 책임지도록 해야 한다. 국회의원의 ‘자기혁신’에 기댈 수는 없는 노릇이라 ‘입법평가’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입법자로 하여금 법안의 목표와 기대 효과, 성과 측정 방법을 미리 밝히도록 하고, 일정 시점이 지난 후 그 성과를 측정, 평가하자는 것이다. 국민은 입법자가 자행하는 ‘입법농단’ 실상을 더 소상히 객관적으로 보고받을 자격이 있다는 저자의 주장은 ‘거대 여당’이 국회에서 거의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현시점에서 곱씹어볼 대목이다.

유원

백온유 지음/ 창비/ 284쪽/ 1만3000원

백온유 지음/ 창비/ 284쪽/ 1만3000원

아파트에 큰불이 났다. 탈출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언니는 6세 동생을 이불로 감싸 11층 베란다 밖으로 던졌다. 아래에서 낯선 ‘아저씨’가 자신의 다리를 희생해가며 아이를 받아냈다. ‘이불 아기는 무사하지만 고등학생인 언니는 화마에 희생됐다’고 언론은 보도했다. 



12년이 지나 언니 나이로 자란 ‘이불 아기’ 유원은 자신의 존재 자체를 ‘빚덩어리’로 여긴다. 부모와 교회 사람들이 추억하는 언니는 늘 자랑스러운 모습이고, ‘아저씨’는 시시때때로 찾아와 당연한 듯 돈을 요구한다. 학교에서 늘 ‘쟤가 걔라며?’라는 시선을 받는 유원에게 마음 터놓는 친구는 없다. 종종 화재 사고 기사의 댓글을 찾아 읽으며 죄책감과 분노가 섞인 복잡한 감정을 느낀다. 그러한 유원에게 수현이라는 동급생 친구가 생기면서 소설은 한 소녀의 치유와 성장 이야기를 전개한다. 

‘편견을 깨부수는 힘 있는 이야기’ ‘마음을 사로잡는 강렬한 글’이라는 찬사를 받으며 ‘2020년 창비청소년문학상’을 수상했다. 이 소설에 대해 정신과의사 정혜신은 “일상의 트라우마를 통과 중인 내 곁의 수많은 ‘나’들에게 새살이 돋게 하는 치유의 소설”이라고 말한다.

부부 건축가 생존기, 그래도 건축

전보림·이승환 지음/ 눌와/ 252쪽/ 1만3800원

전보림·이승환 지음/ 눌와/ 252쪽/ 1만3800원

‘젊은건축가상’을 수상한, 자녀 셋을 둔 부부 건축가의 ‘먹고사는 일’로서의 건축 에세이. 아이 둘을 데리고 뒤늦게 영국 유학을 가 2014년 귀국해 건축사사무소 문을 열면서 셋째 아이를 낳은 이 부부는 육아, 공모전 참가, 건축 설계, 그리고 공무원과의 입씨름 등을 동시에 해내는 열혈 건축가다. 땀 냄새 저는 5년여의 시간을 보내며 부부는 울산 북구 매곡도서관, 서울 강남구 압구정초와 언북중 다목적강당 등을 설계한 공공건축가가 됐다. 

프랭크 게리, 안도 다다오 등 세계적 건축가는 대중에게 ‘예술가’와 동격이지만, 우리 주변 생활인과 다를 바 없는 이 부부는 건축 설계 일에 대해 “사회와의 적극적인 접선이고 디자인을 실현하기 위해 필요한 커뮤니케이션 그 자체”라고 말한다. 사람들이 “행복하다”고 얘기하는 건축물을 선보이고 보람을 느끼는 순간도 물론 있지만, 그러려면 많은 이와의 협력, 그리고 때로는 줄다리기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건축가란 직업의 민낯을 들여다보는 흥미로움을 주는 동시에 우리 주변 건축을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끔 하는 책이다.





주간동아 1251호 (p63~64)

강지남 기자 lay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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