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392

2023.06.02

“아파트 가격, 지난해 9~12월 저점 통과”

김학렬 소장 “향후 2~3년 서울 공급량 부족… 구축 단지 가격 상승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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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우정 기자

    friend@donga.com

    입력2023-06-03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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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동산 시세가 바닥을 다진 끝에 회복세로 접어든 것일까, 아니면 추가로 더 하락하는 것일까. 최근 부동산 관련 지표 및 통계들은 서로 상반된 시그널을 보이며 향후 전망을 어렵게 하고 있다. 일각에선 전국 ‘대장아파트’를 중심으로 거래가 살아나는 조짐이 감지된다. KB국민은행이 발표한 5월 ‘KB선도아파트50’ 지수는 전달 대비 0.1% 상승했다. 시가총액 기준 전국 상위 50개 단지의 가격 변동률을 수치화한 지표가 11개월 만에 소폭이나마 반등한 것이다. 또 전국 부동산시장을 선도하는 서울 아파트 값(5월 넷째 주 기준)이 지난해 5월 첫째 주 이후 1년여 만에 상승세(0.03%)로 돌아섰다.

    반면, 전세시장 불안과 미분양 사태로 부동산시장 자체는 여전히 얼어붙은 상태다. 국토연구원이 발표한 1분기 전국 부동산시장 종합지수는 72.8로 지난해 4분기(61.5)에 이어 하강 국면이었다. 이 지수는 시장 소비심리와 주택 수급, 거시경제 등 변수를 0~200 값으로 산출한 것으로, 115 이상은 시장 활성화, 95 미만은 하강을 뜻한다.

    5월 30일 김학렬 스마트튜브 부동산조사연구소 소장으로부터 부동산시장의 상반된 시그널을 어떻게 분석해야 할지 자세히 들어봤다.

    김학렬 스마트튜브 부동산조사연구소 소장. [박해윤 기자]

    김학렬 스마트튜브 부동산조사연구소 소장. [박해윤 기자]

    “한 단어로 표현하기 어려운 시장”

    현 부동산시장을 어떻게 진단해야 하나.



    “말하자면 한 단어로 표현하기 어려운 시장이다. 이번 하락장에서 아파트 거래량을 기준으로 살펴보면 지난해 4분기가 최저점이었다. 서울 아파트 거래량이 적게는 600건, 많아봐야 700~800건이었다. 올해 1월부터 거래량이 조금씩 증가하기 시작해 4월 들어 3000건을 넘어섰다. 지난해보다 회복되긴 했으나 예년처럼 5000~1만 건은 거래돼야 정상적인 시장 상황이라고 볼 수 있다. 시장 심리가 본격적으로 회복됐다기보다 재산세 부과일인 6월 1일 이전에 급매물이 많이 나와 소진된 것으로 보인다. 급매물이 소진된 일부 지역에선 다소 오른 가격에 거래가 이뤄지고 있기도 하다.”

    실수요자가 주목해야 하는 부동산 지표는 무엇인가.

    “일부 부동산 관련 지표는 실거래가가 아닌, 부동산공인중개사를 대상으로 한 리서치 결과를 반영한다. 실제 거래가 많이 이뤄지는 상황이라면 공인중개사도 사례 중심으로 상세히 응답할 수 있으나, 지금처럼 거래량이 적을 경우에는 답변 정확도가 떨어질 수 있다. 실거래가 많지 않은 지역의 통계는 쉽게 믿기 어려운 실정이다. 따라서 통계 및 지수는 참고만 하고, 실거래가 추이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지금 집을 사야 하나, 아니면 내년 이후로 판단을 유보해야 하나.

    “내 집 마련이 목적이라면 준비되는 대로 바로 사기를 권한다. 자신이 사고 싶은 매물을 확인하고 경제력을 체크해 가능한 시점에 사면 된다. 아파트 가격은 2021년 9~10월이 최고점이었고 현재까지 흐름에선 지난해 9~12월 저점을 찍었다. 2021년 고점 대비 지난해 하락폭이 큰 단지 가운데 올해 1월 반등한 곳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내 집 마련 실수요자에는 즉각 매수 권해 ”

    서울 강북구, 도봉구 일대 아파트 단지 전경. [뉴스1]

    서울 강북구, 도봉구 일대 아파트 단지 전경. [뉴스1]

    실수요자의 눈은 자연스레 분양시장으로 향한다. 지난해 상반기부터 전국에 미분양 주택이 속출했다. 올해 들어서도 미분양 물량은 위험선인 7만 채를 웃돌며 연내 10만 채를 돌파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국토교통부 주택통계에 따르면 4월 전국 미분양 주택은 7만1365채로 전달 대비 1% 줄어 11개월 만에 감소세로 돌아섰다. 올해 초 분양 물량 자체가 크게 감소한 점을 감안하면 섣부른 낙관론은 이르다는 게 중론이다. 이런 상황에서 분양시장은 지역별, 단지별로 희비가 교차한다. 서울만 해도 최근 동대문구와 은평구 아파트 단지의 청약 경쟁률이 두 자릿수를 기록한 반면, 강서구와 강북구 아파트 단지는 한 자릿수라는 저조한 성적표를 받기도 했다. 입지만 놓고 보면 뚜렷하게 우열을 가리기 어려운데도 상반된 추이를 보인 것이다.

    서울에서도 분양 결과에 희비가 엇갈리는 이유는 무엇인가.

    “확연히 다른 지역 간에는 입지 우열을 가리기가 용이하다. 그러나 서울은 특별히 입지가 나쁜 곳이 없다. 따라서 개별 단지의 상품경쟁력과 가격경쟁력을 체크해야 한다. 아파트의 경우 커뮤니티센터 등 부대시설을 잘 갖춘 대단지 가운데 가격경쟁력까지 갖춘 곳은 청약에 성공했다. 서울에서도 미분양 사태를 빚거나 인기가 낮은 곳은 아파트이면서도 각종 여건이 도시형생활주택, 오피스텔 등과 차별화가 안 되는 단지다.”

    충북 청주시 SK하이닉스 공장. 김학렬 소장은 “부동산 입지 분석에서 양질의 일자리는 주요 변수”라고 말했다.[SK하이닉스 제공]

    충북 청주시 SK하이닉스 공장. 김학렬 소장은 “부동산 입지 분석에서 양질의 일자리는 주요 변수”라고 말했다.[SK하이닉스 제공]

    경기 등 수도권과 지방에서 두 자릿수 청약 경쟁률을 보인 곳도 있다.

    “최근 경기 광명시와 충북 청주시 아파트 단지의 청약에 관심이 쏠렸다. 공히 개발 및 일자리 호재가 있는 지역의 대단지 중 가격경쟁력을 갖춘 곳이다. 광명시는 올해 초까지만 해도 청약시장 분위기가 안 좋았다. 철산동 주공아파트를 재건축한 단지가 미분양되기도 했다. 정부가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 미분양 사태 후 중도금 대출 등 관련 규제를 대거 완화하자 미분양 물량이 상당수 해소됐다. 광명시는 서울 구로디지털단지, 가산디지털단지와 인접해 있다. 이들 디지털단지에 최근 아파트형 공장이 계속 분양되고 있는데, 지역 내에 대규모 아파트 입지가 없다. 가까운 목동이나 여의도 아파트는 가격이 비싸니 직장인이 출퇴근하기 좋은 광명시에 주목하는 것이다. 청주시는 도청소재지로 충북에서 가장 좋은 입지이면서, SK하이닉스 반도체 공장이 자리한 첨단 제조업 메카이기도 하다. 같은 청주시에서도 외곽은 미분양 물건이 남은 반면, 대규모 일자리가 있는 공장 인근 단지의 청양 경쟁률은 두 자릿수를 기록했다.”

    지난해 12월 서울 강동구 올림픽파크포레온(옛 둔촌주공) 견본주택을 찾은 시민들이 아파트 모형을 보고 있다.[뉴시스]

    지난해 12월 서울 강동구 올림픽파크포레온(옛 둔촌주공) 견본주택을 찾은 시민들이 아파트 모형을 보고 있다.[뉴시스]

    “수도권 청약 및 ‘줍줍’ 눈여겨보자”

    입지가 좋으면 분양가가 높고, 진입 허들이 낮은 곳은 가격 하락이 우려되는데.

    “서울은 분양가상한제 때문에 주변 기존 아파트 시세보다 낮게 분양되지만, 수요자로선 여전히 부담이 크다. 코로나19 팬데믹 3년 동안 분양가가 1.5배 가까이 올랐기 때문이다. 이제 서울에서 3.3㎡당 3000만 원 이하 분양 물건은 찾기가 쉽지 않아 분양가 10억 원 정도를 예상해야 한다. 따라서 서울 아파트 분양이 부담스럽다면 그것에 준하는 입지로서 출퇴근이 용이한 경기와 인천 아파트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3.3㎡당 분양가 2000만 원 이하 물건 가운데 도전할 만한 곳이 생기면 청약을 고려할 수 있다. 최근 부동산시장에서 청약과 함께 핫한 키워드가 ‘줍줍(무순위 청약)’이다. 청약 물건이 완판된 단지라도 여러 사유로 계약 부적격 사례가 생기기 마련이라서 줍줍 가능성이 있다. 최근 경기 과천시 단지에서 적은 물량이나마 무순위 청약 물건이 나왔는데 네 자릿수 경쟁률을 기록했다. 분양가가 전세가보다 낮게 책정되다 보니 당첨만 되면 7억 원 정도 시세차익을 거둘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좋은 줍줍 기회도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

    글로벌 금리인상이 멈출지 여부도 부동산시장에서 주요 변수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발 금리인상 랠리로 지난해 국내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금리가 크게 올랐다. 올해 들어 연준의 금리 동결 가능성이 제기되고, 국내 기준금리도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향후 부동산시장이 회복될지, 추가 하락할지 서로 엇갈리는 분석이 나오는 것도 모두 금리 전망을 근거로 한다. 김 소장은 최근 국내 부동산시장에 대한 금리의 영향을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금리인상 공포는 올해보다 지난해가 더 컸다. 일례로 최근 특례보금자리론의 인기가 주춤하다. 기본 주담대 금리가 7%에 육박하는 시점에는 4%대 금리에 중도금 상환 수수료 면제 등 특례보금자리론 혜택이 상당히 매력적이었다. 최근에는 일반 주담대 금리가 3~4%대까지 내렸다. 향후 금리가 더 높아질지 낮아질지 예상할 수는 없으나, 적어도 현 시점에서 금리 부담은 주택 매수에 큰 영향을 끼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향후 서울 아파트 공급량 부족 우려”

    경기둔화에 따른 건설업 불황으로 향후 주택 공급이 부족한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일리 있는 우려다. 문재인 정부에서는 규제 때문에 공급량이 줄었다. 지금은 정부 규제와 상관없이 공사비 인상과 인력 수급 문제, 재건축·재개발 조합 내 문제 등으로 공급이 원활하지 않다. 최근 주택 인허가, 준공 실적이 지난해보다 많이 줄었다. 2~3년 후 입주 물량이 줄어들 여지가 있다. 이 같은 공급량 감소를 상쇄하려면 3기 신도시를 빨리 공급해야 하는데, 현재 사업 진행 상황을 고려하면 3년 내 공급은 사실상 불가능해 보인다. 최근 규제 완화로 서울 주요 재건축 단지 사업이 순풍을 탔다고는 하지만, 대부분 10년 안에 완공되기는 어렵다. 상당수 정비사업의 경우 일반 분양분이 그리 많지 않은 점도 변수다.”

    향후 부동산시장을 전망한다면.

    “현 시점에 전망할 수 있는 주요 변수는 향후 서울 아파트 공급량이 충분치 않다는 것이다. 최근 부동산 수요가 줄어든 것처럼 보이는 이유는 집이 안 팔려 수요가 사실상 정지됐기 때문이다. 이사 조건이 갖춰지면 거래량이 살아날 것이다. 이 경우 인기 있는 지역의 거래는 되살아날 전망이다. 다만 지방의 경우 몇 년 동안 쌓인 공급량이 해소돼야 정상적인 시장이 형성되기에 당분간 추가적인 가격 조정 여지가 크다. 주택 공급이 부족한 상황에서 서울 등 수요가 많은 지역의 신규 아파트 물량이 부족해지면 구축 단지 값이 올라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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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우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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