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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인 "국민의힘이 정권교체할 가능성 51% 이상"

[특집] 김종인 -진중권 대담

  • 사회 : 허문명 부국장 angelhuh@donga.com 정리 : 구자홍 차장 jhkoo@donga.com 최진렬 기자 display@donga.com

김종인 "국민의힘이 정권교체할 가능성 51% 이상"

  • ●김종인-진중권 ‘보수의 진로’ 놓고 3시간 토론
    ●김종인 “내년 서울시장 선거에서는 참신한 인물이 승자될 것”
    ●진중권 “여권은 공정과 통합의 가치 훼손해 위기에 빠져”
    ●한 목소리로 “문 정부, 진짜 한 번도 경험 못한 나라 만들었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10월 15일 서울 서대문구 동아일보 충정로사옥에서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와 만나 ‘보수의 진로’를 놓고 3시간 가까이 진지한 토론을 벌였다. 

이 자리에서 김 위원장과 진 전 교수는 한 목소리로 “문재인 정부가 지금까지 지켜온 민주질서를 파괴하며 진짜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나라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특히 “문재인 정부의 가장 큰 문제는 권력에 대한 자제 능력이 없는 것”이라며 “선거 통해 합법적으로 권력 잡은 정권이 사법부 장악하고, 검찰까지 장악해 민주질서 파괴하는 상황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진 전 교수도 “여권 인사들은 ‘다수의 결정이 곧 민주주의’라는 민중민주주의 생각에 빠져 있다”며 “여당 국회의원들이 120명의 국감 증인 채택을 거부하는 게 정상인가”라고 되물었다. 현재의 여권은 조국 사태 등으로 공정과 통합의 가치를 훼손해 2030 세대로부터 외면을 받아 정권 재창출 위기에 빠져 있다는 게 진 전 교수의 진단이다. 

내년 서울시장 보궐 선거와 관련, 김 위원장은 “(박원순 전 시장이 당선했던) 2011년 선거의 재판(再版)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민의힘 안팎에서 서울시장과 부산시장에 출마하려는 후보군이 난립하고 있는 상황에 대해 김 위원장은 “지금 상황은 선택의 폭이 넓다는 점에서 오히려 장점이 될 수 있다”며 “내년 봄 경제상황이 가장 중요한데, 결국에는 우리당 후보가 이길 수 있을 것”이라며 자신감을 피력했다. 



차기 대선과 관련해 김 위원장은 “(국민의힘이) 정권교체를 이룰 가능성이 51% 이상”이라며 “지금은 여당이 코로나 사태를 즐기고 있지만, 마지막 단계에 가서 우리나라 전반적인 경제 상황이 어떻게 되느냐가 변수로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진 전 교수는 “현 정권이 워낙 못하고 있긴 하지만 아직은 정권교체 가능성을 그렇게 높게 보진 않는다”면서도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과제를 누가 더 해결할 수 있느냐가 (다음 대선의) 중요한 판단의 기준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보수의 문제는 지피지기 안 된 것”

이날 대담은 평생을 정치 현장의 한가운데서 킹메이커 역할을 하며 살아온 김 위원장과 진보 보수할 것 없이 예리한 필봉을 휘두르고 있는 정치평론가와의 만남이었다. 어느 지점에서는 시각이 달랐지만 서로에 대해 존중하고 귀 기울이는, 한마디로 격조 있는 대화였다. 김 위원장에게 먼저 물었다. 

-지난 4월 총괄선대위원장이 된 뒤 인터뷰 한 후 두 번째 만남이다. 실제 당에 들어가 보니 어떻던가. 

김종인=“선거에서 엄청난 패배를 하고 초반에 위기의식이 좀 있었던 것 같았다. 정강정책 바꾸는 것도 수용하고. 그런데 바꿨으면 거기에 맞게 처신들을 해야 하는데…. 일단 지켜봐야지, 아직 단정적으로 이야기 할 수는 없다. 보수란 말 쓰기 싫지만, 어떻든 보수가 살려면 변화된 상황에 적응할 줄 알아야 하는데 따라가지 못하면 아무 의미 없는 거지.”

그의 목소리에 약간의 피곤함이 실렸다.

-보궐선거 준비위원장 임명이 사흘 만에 철회되고 선거준비를 해야할 사무총장은 서울시장 후보로 나간다고 하고 김위원장 리더십이 시험대에 올랐다는 보도도 있다. 

김종인=
“내가 시험대 오를 사람 아니다. 불가능하단 생각이 들면 집어 치운다.”

-어떻든 아직도 야당은 정신을 못 차렸다는 느낌이 든다. 원인이 뭘까. 

김종인=“당이 어느 한 방향을 설정했으면 그리로 가야 하는데 쓸데없는 잡음들이 생긴다. 8월 초까지만 해도 그런대로 잘 갔는데 8·15 광화문 집회 때 마치 ‘국민의힘’이 동조하는 것처럼 여당이 공격하니까 주춤했다. 어떻게 하면 국민들이 우리를 믿게 만들까 이게 큰 숙제다. 내 머릿속은 온통 코로나 이후 대한민국이 어디로 갈 건지, 이 위기를 어떻게 슬기롭게 넘길지 하는 생각뿐이다. 위기가 기회라고 하지만 기회가 그냥 오진 않는다. 변해야 한다. 지금 ‘국민의힘’은 그게 절실하게 필요한 상황이다.”

- 진중권 선생은 야당의 문제가 본질적으로 뭐라고 보나. 

진중권=“지피지기가 안 된다. 변해야 한다고 하지만 상대를 제대로 모르니 비판도 못하고 자기 자신이 누구인지, 뭘 잘못했고 뭐가 문제인지 모르는 것 같다. 정강정책? 선거용 구호로밖에 안 보인다.”

“국민의힘 여전히 갈팡질팡”

진 전 교수의 신랄한 지적에 논박이 이어질 줄 알았는데 김 위원장은 바로 수긍했다. 

김종인=“의원들이 공동의 노력을 해야 하는데 그런 노력이 안 보이니 ‘저 사람들이 말로만 저러지 과연 하겠느냐’ 하는 시선이 있다. 지적에 동의한다.”

진중권=“이번에 낸 정강 정책 굉장히 높게 평가한다. 그러면 이걸 뒷받침하는 1호, 2호, 3호 법안이 죽 나와야 하는데 하나도 안보이니까 선거용이라는 말을 한 거다. 지금 야당은 집권여당 잘못에만 기대면 어떻게 되지 않겠느냐 안이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

김종인=“이번에 정부가 내놓은 공정경제 3법 같은 것은 우리도 정강정책에서 경제민주화 이야기를 했기 때문에 우리 당 의원들이 냈어야 했다. 시간이 없었다면 정부 안에 대해 공동으로 토의해야 하는데 자꾸 반대하는 말들을 하니 국민들 지탄을 받을 수밖에 없는 것 같다.”

진중권=“무조건 반대해서 상대가 낸 법안을 좌절시키는 게 이기는 거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기본소득처럼 상대가 프레임을 선정했다면 슬쩍 편승해서 빼앗아야 하는 데 말이다. 무조건 정부안 좌초시키면 지지율 올라간다고 단순하게 생각하는 데 그건 아니라고 본다.”

김종인=“맞다. 늘 이야기하지만 우리나라에서 가장 정상적 교육 받은 사람들이 70년대 이후에 태어나 90년대 대학을 다닌 사람들이다. 사고 체계가 윗세대와 완전히 다르다. 이 30대 40대가 ‘국민의힘’ 지지도가 제일 낮다. 그들은 불공정, 불평등, 비민주적인 걸 굉장히 싫어한다. 정보 접근 능력은 제일 높고 해외여행도 제일 많이 갔다 왔다. 하지만 이렇게 먹고 살기 힘든데 ‘국민의힘’은 약자나 서민에게 관심이 없으니 정당으로서의 가치가 없다고 생각해거부하는 거다. 우리도 그들과 동행한다는 것을 행동으로 보여줘야 하는데 그런 게 잘 안보이니까 마음을 못 얻고 있다.”

진중권=“조금 보태자면, 과거에는 약자들을 생각할 필요가 없었다. 낙수효과가 실제로 있어서 대기업만 잘되면 소득이전 효과가 있었다. 일자리가 최고의 복지라는 게 통했고 복지가 없어도 평생고용이라는 약속이 있어서 웬만하면 직장에서 짤리지 않았다. 하지만 국제통화기금(IMF)체제 이후 모든 게 달라졌다. 대책을 이야기하면 빨갱이니 좌파니 하니까 황당한 거지. IMF가 도대체 몇 년 전인가. 아직도 이분(보수야당)들은 대기업 위주 정책을 하면 될 거라는 믿음을 갖고 있다.”

김종인=“연평균 8%씩 성장할 때는 모두 그 안에서 생활이 향상되니까 이것저것 따질 필요가 없었다. 진 교수 말처럼 IMF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양극화가 확 벌어지면서 세상이 바뀌었는데 옛날 사고로 선거운동하다 당시 한나라당 내 거의 모든 사람이 된다고 하던 이회창씨가 떨어진 거 아닌가. 노무현 후보는 서민을 위한 사람처럼 보였고. 그러다 이명박 대통령이 된 거는 노 전 대통령이 되지도 않은 좌파 신자유주의니 뭐니를 내세워 재벌 위주 정책을 펴다 임기 말에 경제상황이 나빠지니까 ‘이게 뭐야 더 어려워졌잖아’ 하면서 경제대통령 간판 내거니까 찍은 거다. 박근혜 대통령은 새누리당이 경제민주화 간판 내걸길래 좀 변화시킬 것 같다고 생각해 찍었는데 되자말자 다 지워버렸다. 거기서부터 멍이 들어버린 거지.”

“국민의힘 내부는 ‘빠루’만 들고 서 있는 인상”

두 사람의 말은 주거니 받거니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보수야당은 왜 변화에 둔감할까. 부자가 많아서 그런가? 약자에 대한 민감성이 없어서인가? 

진중권=(고개를 갸우뚱하며) “그걸 나도 모르겠다. 이분들 보면 토론훈련이 안 돼 있다. 옛날에는 그냥 힘으로 누르고 상대를 빨갱이로 몰면 되니까 사상의 자유 시장에 나와서 논리로 경쟁한 경험이 별로 없다. 그나마 윤희숙 의원이 그런 거 보여주니까 엄청나게 호응을 한 거고. 사람들이 바라는 게 제발 저 사람들(현 집권층)하고 논리적으로 따져서 붙는 모습을 보는 거다. 당 내에 그런 훈련이 된 사람이 몇이나 있는지 모르겠다.”

-(김 위원장을 바라보며) 정말 없나? 

김종인=
“전문지식이 없으니 시장경제, 자본주의만 앞세우는 거지. 정부는 아무 기능을 하지 않는 걸로 착각을 한다. 그런데 대한민국 경제는 시장경제 원리에 의해서 만들어진 경제가 아니다. 60년대 70년대 정부가 개입을 해서 특정 기업들에 자원을 퍼부어줘서 오늘날 재벌이 탄생한 거다. 탄생이야 현실적으로 그렇게 됐다 치더라도 재벌이 사회에,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뭔지 알고 대책을 내야 하는데 무조건 경제단체들 의견에 찬성하는 것처럼 보이니 국민들이 신뢰가 안 가는 거지.”

진중권=“시장, 기업, 국가 역할이 다 다르다. 기업은 사익을 추구하는게 당연한 거고 그래야 한다. 하지만 정부는 공익을 추구하는 건데 저 사람들(보수 야당)은 ‘기업의 사익이 곧 공익이야 내버려둬’ 이러는 거다. 그러면서 맨날 작은 정부 이야기만 한다. 나는 그전까지 계속 진보정당만 찍다가 2012년에 진보진영 단일후보로 나온 민주당 문재인 후보를 찍었다. 근데 박근혜 후보가 ‘경제민주화’ 딱 걸고 나온 순간 아~ 의제 뺏겼다, 싸우기 힘들겠다 느꼈다.”

-지금 야당 사람들한테는 결기가 안 보인다. 눈에 핏발이 서야하는데. 

김종인=“하도 여당만 오래해서. 자유당 공화당 민정당 52년 동안 대한민국을 다스린 그 뿌리가 지금 ‘국민의힘’ 아닌가.”

-정권도 빼앗겨보고 했잖은가 

김종인=“김대중, 노무현 10년 뺏겼던 게 전부다. 그거 빼고는 집권 여당으로만 살아와서 기본적으로 어떻게 해야 한다는 습관이 안 돼있다.”

진중권=“빠루(장도리)만 들고 서있는 모습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 의원시절에 5공 청문회하면서 명패 확 던지는 이런 것들이 국민들 공분을 사는 건데 그런 건 없으면서 빠루만 들고 설치는 모습? 싸우는 방법을 잘 모르는 것 같고. 자기 세계에 갇혀있다고 할까. 옛날에 주류일 때는 내 생각이 곧 사회다, 조선일보 구호처럼 ‘우리가 쓰면 여론이다’ 이런 식이다. 말을 하거나 정책을 내놓거나 어떤 행동을 할 때 국민들이 어떻게 볼까 하는 메타 반성이 없다. 이번에 ‘국민의힘’ 중앙청년위원회 젊은 친구들도 바탕에 깔려있는 사고방식이 끔찍하더라. ‘경제대공황 온다고 믿고 곱버스(곱+인버스 합성어. 주가하락의 2배로 수익을 내는 증시상품을 일컫는 은어) 탔다는 말이 어떻게 나오나. 한국경제가 망해야 이득을 본다는 이야기 아닌가. 국민들이 얼마나 뜨악해 할지 감각이 없다. 진보 쪽은 그래도 옛날에 권력에 맞서 싸웠기 때문에 믿을 건 국민밖에 없다는 게 내재화되어있다. 근데 국민여론과 함께 가는 게 아니라 보수언론만 업고 가면 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인내 갖고 계속 설득하면 변화 올 것”

김 위원장이 이 대목에서 제동을 걸었다. 

김종인=“지금까지 습관화됐기 때문에 금방 변화를 기대하는 건 무리다. 내가 생각하는 대로 당장은 움직이지 않지만 인내를 갖고 계속 설득하면 변화가 올 거라고 믿는다. 사람이 막다른 생존의 위협에 처하면 변화를 안 할 수가 없다. 정당은 집권을 못 하면 아무런 의미가 없기 때문에 정신 바짝 차리고 있으면 변화할 수 있다는 자신이 있다. 진 교수는 구제불능이라고 이야기 많이 하는데(웃음) 나는 그렇게 비관적으로는 안 본다.”

진중권=“나는 ‘국민의힘’ 뿐만 아니라 다 비관적으로 본다. 민주당은 아예 수권 능력을 잃었다. 그나마 정의당이 정신차리고 있는 것 같다.”

-(야당에) 힘 좀 주는 조언이나 제언을 한다면. 

진중권=
“(김위원장이) 잘 하고 계신다고 본다. 뭐가 문제고 어디까지 와있고 뭘 해야 하는지 아는 유일한 분 아닌가. 세력이 있어서 뒷받침하고 같은 마인드를 갖고 같은 메시지를 내는 사람들이 더 있으면 좋을 텐데. 잘 안 보이니까 답답하고 그런 부분이 있다.“

김종인=“답답하다고 버릴 수는 없잖은가.”

화제를 미래로 돌렸다. 

-요즘 사람 찾는 게 일일 텐데, 다들 정치에 혐오만 커져서…. 어려움이 많을 걸로 짐작된다. 

김종인=
“밖에서 찾아야 한다고 말들은 많이 하는데 용기 있는 지성인들이 안 보인다. 막상 ‘책임지고 같이하자’ 하면 거부반응을 보이니까. 어차피 정치는 정치하던 사람이 할 수밖에 없다고 본다. ‘국민의힘’은 절박하다. 서울시장, 부산시장 선거에서 지면 희망이 없다. 다소 무리를 하더라도 원래 방향 설정한 대로 끌고 가는 수밖에 없다.”

-무리를 한다는 게 무슨 말인가. 

김종인=
“내가 오래있을 사람도 아니고 개혁안대로 추진만 되면 그것만 해주고 사라지면 되는 사람이기 때문에 별로 부담이 없다. 이러고, 저러고 잡음이 있지만 하여튼 내년 서울시장 선거를 반드시 이겨야 한다는 절박감은 다 갖고 있는 거 같다. 합당한 후보를 어떻게 찾느냐가 문제다.”

그가 즉답을 피하는 것 같아 구체적으로 물었다. 

-일단 후보들을 안에서 찾겠다는 말인가. 

김종인=“밖에서 안 오면 안에서 찾을 수밖에 없지.”

-윤희숙 의원 이야기도 나왔지만 숨겨진 보석들이 있을 거 같다. 

김종인=
“가능성 있는 사람들 있다. 경륜 따지고, 선수(選數) 따지고 이런 게 이제 별로 의미가 없다. 2011년 박원순 시장이 나타나던 식의 그런 후보는 나올 수가 없다. 구닥다리 말고 후레시(fresh)하고 서울시에 대한 비전을 어느 정도 제시할 수 있는 사람이면 된다고 본다.”

“이재명, 정책 순발력이 뛰어나고 상상력도 풍부”

-진 선생은 추천하고 싶은 서울시장 후보 있나. 

진중권=
“있는데 이야기 않겠다.”

-마음에 두고 있는 대선후보는? 

진중권=
“없다.”

-이참에 차기 대선 후보 이야기까지 가보자. 야당은 아예 주자가 보이지 않는다. 

김종인=“이낙연 대표, 이재명 경기도지사 1, 2위로 나오는데 야당 후보도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크게 의미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대선은 1년 반 이상 남았기 때문에 이야기 할 수가 없다.”

진중권= “일년 반이면 한국 정치에서는 조선왕조 500년이다. 이낙연 대표나 이재명 지사는 너무 일찍 노출이 돼 한계도 보인다.”

-이낙연 대표의 한계는 뭔가. 

진중권=“스스로 결정하기보다 늘 ‘신중히 보겠습니다’ 이런 거.”

-메시지가 불분명하다? 

진중권=“친문이 아니잖은가. 친문을 업기도 하고 싸움도 걸면서 승부수도 던져야 하는데 오히려 이 지사는 승부수를 던질 수 있다고 본다. 친문이 아니니까 이 지사가 당선되면 이게 정권교체일 수도 있다는 말도 있다(웃음). 실제로 보수층에서도 지지율이 나오는 걸로 알고 있다.”

-이 지사를 평가한다면? 

진중권=“장점이 많다. 정책 순발력이 뛰어나고 상상력도 풍부하다. 의제화도 잘하고. 걱정되는 게 포퓰리즘이다. 바닥부터 올라와서 그런지 정규전이 아니라 사회적인 공분을 사는 소수집단을 딱 정해서 법적, 윤리적 제약 때문에 감히 하지 못하는 일을 저지른다. 이게 시장 도지사까지는 통한다 해도 대통령은 통합적인 지도력을 발휘해야하는데…. 그 분이 되면 문대통령보다 더 심하게 나라를 두 쪽 낼 수도 있겠다 하는 걱정이 있다. 이낙연 대표는 통합적인 지도자 이미지가 있다. 하지만, 현재로선 둘 다 확정적이라고 말할 수 없다. 당이 친문에 장악됐기 때문에 그들과 척지고는 후보가 될 수 없는데 문제는 그들과 척을 안 지면 본선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딜레마다. 이낙연 대표한테 그냥 얹혀가려 하지 마시라 말하고 싶다. 대통령 후보는 쟁취하는 거고 이건 이 지사도 마찬가지다.”

-(김 위원장에게) 동의하나? 

김종인=“둘 다 너무 눈치를 봐서 독자성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자신들이 지향하는 바가 뭔지, 대통령이 되면 어떻게 이 나라를 끌고 가겠다는 건지가 없다. 이 지사는 돌출적인 행동을 많이 하기 때문에 어필할 수 있는 측면도 있지만 냉정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은 과연 저런 성격을 갖고 대통령이 될 수 있겠냐 염려하는 사람도 많다. 어쨌든 두 사람 다 문 대통령 심기 건드리지 않는데 포커싱 하다보니 자기 것이 없다. 내년은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당분간 그런 상황이 이어질 거라고 본다.”

“대선 후보는 누가 만들어 주는 게 아니다”

진중권=“이 대표는 아무 말도 안 하고 이 지사는 툭 던졌다가 저쪽(친문)이 반응 오면 도망가고 하는 상황이다.”

김종인=“대선 후보는 누가 만들어 주는 게 아니다. 확고한 신념을 갖고 미래 청사진을 낼 용기가 없으면 안 된다. ‘국민의힘’에 대통령 후보 될 사람은 그 약점을 파고들어서 제대로 된 비전을 갖고 시작해야 한다.”

-김위원장은 그동안 이른바 킹메이커로서 좌우를 넘나들며 대통령 만드는데 결정적 기여를 했는데 이제는 각자가 해야 한다고 하니 상황이 어려워서인가, 생각이 바뀐 건가. 

김종인=
“지금 내 입장에서는 누가 대통령이 될 거라고 내 입으로는 말할 수가 없다. 종전에는 저 사람이 되겠구나 거의 다 맞췄는데 이번에는 잘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내년 초쯤 가면 ‘국민의힘’에도 그런 사람들이 한 둘씩 나타날 거라고 본다. 지금 지지도가 5% 밖에 안 되니까 그것 가지고 뭐하겠느냐 이야기들 하는데 잘못된 이야기고. 내가 보기엔 열심히 준비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으리라고 본다. 그렇지 않으면 나라 장래가 안 보인다.”

김 위원장은 그러면서 차기 시대정신으로 ‘경제’를 꼽았다. 

김종인=“다음 대선의 결정적 요인은 내년 봄 경제 상황이 어떻게 되느냐 하는 거다. 사람들이 생각하는 건 결국 내 생활이 어떻게 되느냐, 과연 코로나 이전으로 돌아갈 수 있을지 하는 거다. 정말 많은 사람들이 생활의 팍팍함을 느끼면 노무현 대통령 말기처럼 경제 대통령이 나와야 한다는 말이 튀어나올 수도 있다.”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를 염두에 둔 말인가. 

“만난 적도 없다.”

-대선을 앞두고 여당에서 또 돈을 뿌리면 어떻게 하나. 

김종인=“그럴 여력이 없다. 용기도 없어 보인다. 4월 초에 총괄선대위원장 맡으면서 예산에서 20%, 100조를 만들어 쓰자고 했는데 이 사람들이 용기가 없으니 찔끔 찔끔 추경을 4차까지 한 거 아닌가.”

-그럼, ‘국민의 힘’은 선거 임박하면 재정을 푸는 공약을 낼 건가. 

김종인=
“경제 상황이 어떠냐에 따라서 파격적인 것을 할 수도 있다. 우리가 금융으로만 모든 걸 처리해본 버릇이 있어서 재정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대해 개념이 없다. 그러니까 찔끔찔끔 추경이 나오는 거다.”

진중권=“보수는 빚내는 것 무조건 반대, 재정악화 레토릭을 쓰는데 필요한가 아닌가를 봐야할 것 같다. 재정확대는 좌파정책이니 무조건 안 된다 이건 아니다.”

-돈 풀기에 찬성하는 건가. 

진중권=“필요하다면 할 수 있다고 본다. 경제가 돌아가야 세금도 들어올 거 아닌가. 종합적인 생각을 못하고 이념적으로만 판단하지 말자는 거다.”

“文 정권, 권력에 대한 자제 능력이 없다.”

-전대미문의 사건들이 연이어 터지고 있다. 현 정권 이야기로 넘어가보자. 

김종인=
“제일 문제가 선거를 통해 합법적으로 권력을 잡은 정권이 기본적인 민주질서를 파괴하고 있다는 거다. 사법부는 건국 이후 제일 어려운 상황을 겪고 있는 거 같다. 도대체 사법부를 장악하려는 이유가 뭔가. 검찰개혁 한다지만 무엇을 지향하는 건가. 검찰개혁은 옵티머스니 라임 사건 같은 걸 철저히 규명하기 위해 필요한 거 아닌가. 그런데 수사도 제대로 안하고 은폐하고 지나가려 하는 게 현 정부의 실태다. 현 정부 사람들은 정치에 대한 개념 자체가 잘못 입력되어있다. 권력만 잡으면 모든 걸 다 맘대로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한마디로 권력에 대한 자제 능력이 없다. 여기에 과거 정권에서 못되게 하던 것만 답습하고 있고.”

진중권=“기본적으로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철학이 없다. 70년대 운동권만 해도 모델이 미국식 민주주의였다. 그런데 80년 광주를 거치며 ‘죽창가’가 상징하듯 굉장히 이념화 민족주의적 성향이 강해지면서 확 달라진다. 자유민주주의가 타도대상이 되는 거다. 이 사람들은 다수 의견자체를 민주주의로 이해하기 때문에 다수의 힘으로 몰아붙이는 걸 당연하게 생각한다. 다수결 민주주의는 민중 민주주의적 의식이다. 

국회 법사위원장도 관례라는 게 있는데 다 무시하고. 이번 국감 증인도 120명 다 잘라버리고. 뭐하는 건가 도대체. 국정감사라는 건 국정을 감사하는 거다. 여당 의원도 해야 하는 데 그런 거 자체가 없다. 칼 슈미트 말대로 정치의 본질을 적과 악으로만 구분해 지도자를 중심으로 다수결로 몰아붙이자는 거다. 지금 경제 부동산 남북관계 다 이 모양이고 남은 건 자유민주주의적 시스템을 실질적으로 무력화하는 이른바 ‘연성 독재’만 있다. 아니, 징벌적 손해배상제, 과거사처벌법, 친일파 파묘법 이게 자유주의 정당 의원들이 낼 수 있는 법인가. 증권범죄합수단도 왜 해체시켰는지 이제야 알겠다. 한동훈 검사는 또 뭔가, 1년에 세 번이나 좌천인사를 한다는 게 말이 되나.”

그렇지 않아도 빠른 진 전 교수 톤이 더 빨라졌다. 분위기가 약간 달아올랐다. 

김종인=“180석을 가졌는데 다양한 목소리가 하나도 없다. 히틀러 때 히틀러 유겐트 동원해서 말 한 마디로 나라 다스리는 모습이 떠오른다.”

진중권=“당정청 관계라는 게 있었는데 국회의원 역할은 거수기다. 손들어 하면 쫙 들고 다물어 하면 쫙 다물고.”

-지금까지 여러 정권을 경험했지만 집권 4년차 넘기기가 모두 쉽지 않았다. 옵티머스 사태도 심상치 않은데. 

김종인=“보통 같으면 정권이 혼동에 빠졌을 텐데 코로나 때문에 사람들이 생명의 위협을 느끼니 정부를 지지하게 된다. 하지만 코로나가 금방 끝날 것 같지 않다. 그러면 경제가 정상화되지 않는다. 대기업은 나름대로 유지가 된다지만 25%가 넘는 자영업자들의 생존과 생계 문제가 심각해질 거다. 신문은 그런 거 안 내더라고. 결국 그런데서 문제가 부각될 수밖에 없지 않겠나.”

-‘국민의힘’에서 TF 꾸려서 실태와 대책마련에 나서야 하는 것 아닌가. 

김종인=“당 내부에서 제대로 짚어 공격할 능력이 현재로선 없다. 아마 자연적으로 일반 국민 스스로가 피부로 느끼면 표출될 수밖에 없다고 본다. 농담 비슷하게 이야기하는데 갈 때까지 가면 해결된다고 본다. 현 집권세력은 결국 후회하는 날이 올 거다.”

“적의 장점을 빼앗아서 취하는 게 최대의 비판”

-(진 전 교수에게) 어떻게 보나 옵티머스 사태. 

진중권=
“엄청난 비리로 보진 않는다. 청와대 ‘잡스러운 것들’이 장난을 친 거라고 본다. 문제는 일을 처리하는 방식이다. 모든 정부가 깨끗할 수는 없지 않은가. 부패는 늘 있을 수밖에 없고. 그런데 이런 문제가 터져 나오면 윤리적이 아니라 정치적으로 돌파해야 할 상황으로 본다. 자기들이 잘못한 게 아니라 적의 음모니까 옹호해줘야 하고 저쪽은 공격해야 하고. 추미애 장관 봐라, 뭘 잘못했느냐 이런 식 아닌가. 사과는커녕 무관용 원칙이라며 고소하겠다고 하고. 정말 짜증난다. 지금은 코로나도 있고 야당이 못 미더우니까 국민들이 참고 있지만 임계점에 왔다고 본다.”

-야당이 너무 약하니까 어디 기댈 곳이 없다는 게 문제다. 

김종인=“국민들이 바보 아니다. 과거에도 수(數)로 밀어버리는 정권이 종말이 안 좋았다. 이런 상황에서 야당이 극한투쟁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국민이 오히려 짜증난다. 언젠가는 국민들이 표출할 수밖에 없다고 본다. 절대 영원히 갈 수 없다고 믿는다.”

진중권=“야당한테 바라건대 상대를 공격할 때 전체를 매도하진 말았으면 좋겠다. 그래도 지금 민주당 지지율이 나온다는 건 합리적 이유가 있다는 거다. 그게 촛불정신이라는 거고, 저 사람들이 하는 못된 짓만 잘라내면 되는 거지 통으로 잘라내면 설득 안 된다. 국민의힘에서 주목할 것은 집권 여당이 이렇게 잘못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지지율이 유지되는 이유, 저들이 업고 있는 부분들이 뭔가 하는 점이다.”

-구체적으로 뭘까. 

진중권=
“촛불정신에서 하려고 했던 여러 개혁 정신, 그 부분들을 뺏어와야지, 저들이 잘하고 있는 것, 국민 기대를 받고 있는 부분을 내 것으로 가져오는 게 최대의 비판이라고 본다. 잘못했다고 씹는 거는 나 같은 사람이 매일 씹고 언론도 하고 있다. 더 중요한 거는 저들이 비비고 있는 토대, 즉 프레임 전쟁을 제대로 해 선점해야한다. 적의 장점을 빼앗아서 취하는 게 최대의 비판이다.”

-‘국민의힘’에서 진 교수를 영입할 생각은 없나(웃음). 

김종인=“진 교수 같은 분은 밖에서 자유롭게 이야기를 해야 도움이 되는 거지. 특정 집단에 가면 발산을 못해서 안돼(참석자 모두 웃음).”

진중권=“이른바 진보도 지금 위기다. 디지털 시대인데 산업혁명 시기에 만들어진 이데올로기는 맞지 않는다. 정권 내에서 터지는 비리만 해도 옛날엔 건설 비리였는데 지금은 금융비리 아닌가. 또 옛날처럼 노조 위주 운동은 안 된다. 비정규직이 더 많은 세상이다. 나는 그런 부분을 고민하고 있다.”

김종인=“이번에 공정경제 3법과 별도로 노동개혁을 하자고 한 게 바로 그것 때문이다. 노동개혁은 의회 다수가 확보되지 않으면 힘들다. 그래서 180석이 됐으니까 해묵은 노동관계법을 바꿀 수 있는 기회로 본 거다. 코로나 이후 경제 사회 전반이 재편되고 있다. 고용 질도 달라지고 4차 산업에 대비하려면 지금 노동관계법으로는 되지 않는다. 정규직 비정규직 격차도 해결하려면 노조위주로는 안된다. 노조하고 오너하고 적당히 타협하면 나머지 많은 사람들은 어떻게 하나. 정말 심각한 문제다. 과연 민주당 사람들이 공정경제 3법을 제대로 통과를 시킬 수 있을 지도 의심이 된다. 법 내용은박근혜 대통령 때보다도 완화됐는데 제대로 할 것이냐는 의구심을 가지고 있다.”

진중권=“노조는 조직된 노동자들하고 사용자가 하는 모종의 타협이다. 비정규직 노동자들 착취해서 이익을 공모하는 공생관계가 있다. 노동관계법 개정이 해고를 쉽게만 하는 건가 하는 우려만 불식하면 받아들여질만 하다. 국가를 위해서 할 일은 하는 정치가 되어야 한다.”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 성립 될 수 없다”

-정권이 바꿔야겠다는 생각은 하나. 

진중권=
“사실 별 관심이 없다. 좀 불길하다고 생각하는 게 지금 한국 상황이 90년대 초반 내가 유학 갔을 때 일본과 비슷하다. 지난 30년 동안 일본은 실질소득이 계속 줄었다. 정말 급진적이고 중대한 개혁이 필요한 시점이다. 그 개혁은 밀어붙이기식으론 안 된다. 사회적 대타협을 통해 되는 거고. 문제는 이런 심각한 문제의식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별로 안 보인다는 거다. 그게 두렵다. 여든 야든 왜 경고하는 사람이 없는가.”

-무엇보다 국제 사회에 대한 인식이 너무 떨어진다. 어떻게 주미대사가 동맹을 안할 수도 있다고 말하나. 

김종인=“매우 위험한 발언이다. 오늘날 한국 경제의 비약적 성취는 실질적으로 한미동맹을 바탕으로 해서 만들어진 거다.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 성립 될 수 없다. 다음 대통령은 주변 강대국들 속에서 대한민국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이런 걸 내놓아야 한다. 그리고 정말 이 출산율을 갖고 나라가 장기적으로 서바이벌 할 수 있는지 생각해봐야 한다. 아무 대책이 없다.”

진중권=“과거에는 못 살아도 희망이 있었다. 산업화 세대 아버지가 나쁜 아버지라고 해도 혁명을 떠들던 자식들에게 아파트 하나씩은 줬다. 지금 아버지들은 줄 게 없다. 젊은이들의 절망을 20대 지지율 관점으로 보면 안 되고 한국 사회의 미래라는 관점에서 보아야 한다. 차기 주자, 누가 대답을 갖고 있는가. 국민들이 대답을 하도록 강요해야 한다. 그런데 언론도 그렇고 누가 되고 안 되고 이런 프레임인데 이렇게 가면 나라 망한다.”

-정권교체 가능성? 

김종인=
“51% 이상”.

진중권=“그렇게 높게 보진 않지만 지금 이 정권이 워낙 못하고 있어서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아직은 예측 불가능하다.”

김종인=“다음에 정권교체 가능성이 크다고 보는 게 이 사람들이 초기에 내 건 것 중에 달성한 게 하나도 없기 때문이다.”

진중권=“하나 있다.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일동 웃음).”





주간동아 1260호 (p14~15)

사회 : 허문명 부국장 angelhuh@donga.com 정리 : 구자홍 차장 jhkoo@donga.com 최진렬 기자 displ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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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260호

2020.10.16

김종인 "국민의힘이 정권교체할 가능성 51%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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