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864

2012.11.26

소셜게임 인기 ‘팡’ 수익도 ‘팡’

중독성 강한 스마트폰게임 시장 판도까지 바꿔

  • 문보경 전자신문 부품산업부 기자 okmun@etnews.co.kr

    입력2012-11-26 09: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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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셜게임 인기 ‘팡’ 수익도 ‘팡’

    소셜게임 애니팡(왼쪽)과 다음 모바게.

    KBS 인기 예능프로그램 ‘해피선데이-1박 2일 시즌2’에서 취침 전 멤버들이 스마트폰을 꺼내들었다. 그러고는 너 나 할 것 없이 모바일게임 애니팡을 시작하는 것 아닌가. 시청자도 이런 모습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일반 가정에서 볼 수 있는 모습 그대로기 때문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게임은 10대나 20대 전유물로 여겨졌으나 애니팡 이후 크게 달라졌다. 곳곳에서 30~40대는 물론, 50대 직장인과 주부까지 애니팡을 즐기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최근에는 한 버스 운전기사가 정차하는 동안 애니팡을 하는 사진이 인터넷에 유포돼 논란이 되기도 했다. 직장에서는 지위 고하를 떠나 ‘하트 구걸’이 만연한다. 유명 연예인의 인터뷰에서 빠지지 않은 질문이 애니팡 점수다. 롯데백화점과 LG유플러스 등 대기업은 마케팅 수단으로 애니팡 게임 대회를 열었다.

    이를 두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한국인이 스마트폰용 소셜게임 애니팡에 집착에 가까운 모습을 보인다”고 전했다. 실제로 애니팡은 ‘국민게임’ 지위에 올랐다. 10월 애니팡 이용자가 2000만 명을 돌파한 것이다. 우리나라 국민 절반 가까운 수다. 국내 스마트폰 가입자가 약 3000만 명이니 스마트폰 사용자 3명 중 2명은 애니팡을 한다는 얘기다. 애니팡 출시일이 7월 30일이니, 출시하고 채 석 달이 안 돼 달성한 기록이다.

    애니팡 열기는 이제 드래곤플라이트를 비롯한 다른 게임으로 옮아가고 있다. 애니팡 신화가 스마트폰 소셜게임 신화로 확대되는 양상이다. 새로운 스마트폰 소셜게임 드래곤플라이트의 인기는 이미 애니팡을 넘어섰다. 다운로드 1400만 건을 돌파해 하루 매출만 10억 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순위에서도 애니팡을 제쳤다. 구글 안드로이드 애플리케이션(앱) 장터에서 매출 1위를 차지했다. 카카오톡과 애니팡이 열어놓은 스마트폰 소셜게임 시장에 순조롭게 진입한 것이다. 애니팡, 드래곤플라이트를 이은 새로운 소셜게임도 계속 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

    애니팡 월 매출 100억 원 달성



    게임전문가들은 콘솔게임보다 온라인게임의 몰입도가 더 높다고 분석한다. 경쟁심을 야기하고 다른 게이머와 공동 작업을 해야 하는 특성이 중독성을 높인다는 것이다. 스마트폰 소셜게임은 온라인게임만큼 대작이 아님에도 중독성이 강하다. 24시간 지니고 다니는 스마트폰으로 이용할 수 있다는 점과 카카오톡 친구들과 점수 대결을 벌일 수 있어 경쟁심을 불러일으킨다는 점 등이 애니팡 신화 요인으로 해석된다. 일정 시간이 지나야만 게임을 할 수 있는 장치는 게임 머니를 구매토록 하거나 소셜네트워크를 더욱 강화하도록 부추긴다.

    소셜게임의 형식은 대동소이하다. 카카오톡 친구들의 점수를 확인할 수 있고 친구들의 도움을 필요로 한다는 점이 그렇다. 마케팅도 친구들이 ‘알아서’ 한다. 소셜게임에 입문한 계기를 묻는 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 65%가 “친구나 동료가 권유하거나 초대해 게임을 시작했다”고 답했다.

    인기는 곧 매출 증가로 이어진다. 애니팡은 한 아이템만 팔아 월 매출 100억 원을 달성했다. 드래곤플라이트의 매출은 애니팡을 능가한다. 이용자 수만 비교하면 아직 애니팡에 미치지 못하지만, 아이템을 구매하도록 자연스럽게 이끌어 전체 매출은 애니팡을 넘어섰다.

    한 마케팅 전문업체가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소셜게임 이용자 4명 가운데 1명은 유료결제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그만큼 많은 이용자가 소셜게임을 하면서 지갑을 쉽게 연다는 의미다. 대작이 중심인 온라인게임에 비하면 월 매출 100억 원은 초라해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과거 모바일게임 서비스는 월 매출이 10억 원만 돼도 ‘대박’으로 평가됐다. 소셜게임이 모바일게임 시장을 10배 이상으로 키워놓은 셈이다.

    이들 게임이 확산될 수 있도록 플랫폼을 제공한 카카오톡의 성장도 두드러진다. 카카오톡은 전 세계 6600만 명이 사용하고 하루 평균 이용자만 2700만 명에 달한다. 출시 3년 만에 하루 메시지 41억 건이 오가는 성과를 거뒀지만 내내 적자였다. 그러다 ‘게임하기’를 내놓은 후 첫 흑자를 기록했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소셜게임이 온라인게임을 넘어설 태세라는 점이다. 스마트폰 소셜게임이 게임업계 주류로 떠올랐다는 사실은 11월 8∼11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지스타(G-STAR) 2012’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모바일게임 전시 부스는 지난해 54개에서 올해 448개로 대폭 늘었다. 무려 8배다. 인터넷 중심축이 개인용 컴퓨터(PC)에서 스마트폰으로 이동하면서 게임도 온라인게임에서 스마트폰 소셜게임 위주로 재편되고 있다.

    이러한 트렌드에 발맞춰 온라인게임 업계도 변신을 시도 중이다. 수년간 수백억 원을 쏟아부으며 대작을 준비해온 온라인게임 업체들은 간단하면서도 빠르게 제작할 수 있는 스마트폰 소셜게임 개발을 위해 체질 개선에 나섰다. 온라인게임의 대표주자라 할 수 있는 엔씨소프트 김택진 대표도 지스타 2012에서 “내년은 엔씨소프트가 모바일 산업으로 진출하는 원년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온라인게임사와 포털도 가세

    소셜게임 인기 ‘팡’ 수익도 ‘팡’

    11월 8∼11일 부산 벡스코에서 게임전시회 ‘지스타 2012’가 열렸다.

    넥슨, 네오위즈게임즈, 위메이드 엔터테인먼트, CJ E·M 넷마블 등 거대 온라인게임사도 모바일게임의 비중을 높이겠다고 선언했다. 위메이드는 카카오톡과 제휴하고 프로젝트 대부분을 모바일을 겨냥해 준비 중이다. 넥슨은 올 초 모바일게임 자회사였던 넥슨모바일과 합병을 진행,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메이플스토리처럼 인기 높은 기존 온라인게임을 모바일용으로 개발할 계획이다.

    게임업계가 변신을 서두르는 동안 모바일 서비스 기업들은 카카오톡을 본받아 게임 플랫폼을 준비했다. NHN은 모바일 메신저 ‘라인’을 카카오톡처럼 스마트폰 소셜게임 플랫폼으로 업그레이드했다. 11월 19일 NHN재팬은 라인에 스마트폰게임 4종을 출시했다. 카카오톡 게임하기처럼 라인과 연동해 게임 순위를 비교하거나 친구를 초대해 함께 즐길 수 있다. 애니팡이나 캔디팡 같은 ‘팡’류 게임으로 ‘라인팝’을 준비했다. 그뿐 아니라 모바일게임 전문업체 컴투스, 게임빌 등이 개발한 타워디펜스 게임 ‘라인 카툰워즈’, 야구 게임 ‘라인 홈런 배틀 버스트’, 슈팅 게임 ‘라인 파타포코 애니멀’도 선보였다. 한국에서는 라인을 통해 ‘라인팝’만 먼저 출시할 예정이다. NHN은 연말까지 게임 10여 종을 새로 선보일 예정이다.

    마이피플이란 모바일 메신저 서비스를 제공하는 인터넷 포털사이트 다음도 게임 플랫폼을 준비 중이다. 다음은 이미 모바일게임 라인업을 다양하게 갖췄다. 일본 기업 DeNA와의 협약으로 ‘다음 모바게’ 플랫폼도 론칭했다. 이로써 DeNA의 모바게가 보유하던 모바일게임 대작을 10여 종 보유한 상태다. 이달 초 다음은 신규 모바일게임 라인업을 공개했다. 오렌지크루가 개발한 ‘라멘이야기’와 ‘아이라EX’, 이노디스가 개발한 ‘디펜지2’, Andamul이 개발한 ‘딜리셔스 키스’ 등이다.

    스마트폰 소셜게임의 전망이 밝기만 한 것은 아니다. 대작인 온라인게임과 달리, 모바일 특성상 아이디어 하나로 짧은 기간에 개발을 완성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카카오톡 게임하기 플랫폼을 통해 소개되는 게임 대부분이 두세 달의 기획을 거쳐 바로 출시된다. 그러다 보니 일부 게임 개발사는 서버 관리 계획도 없이 게임을 내놓는 상황이다. 이는 서비스 불안정과 결제 오류를 일으켜 소비자 불만으로 이어진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도 이 같은 민원이 계속 접수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각종 규제로 온라인게임이 시들해진 사이 스마트폰 소셜게임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면서 “인기를 끄는 만큼 소비자 만족을 위한 관리체계도 갖춰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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