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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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이 반기고 역사가 말 걸고…

환상의 전국 자전거 답사길 Best 6

  • 김병훈 월간 ‘자전거생활’ 발행인 hoon@bicyclelife.net

    입력2009-04-24 15: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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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사적으로 자전거의 비약적 발전에는 언제나 여행에 대한 열광이 있었다. 우리가 청소년 숙소로만 알고 있는 유스호스텔도 늘어난 유럽의 자전거 여행객을 위한 것이었고, 세상을 알고 싶었던 미국 청년들은 달랑 자전거 한 대에 올라 무작정 집을 떠나곤 했다. 길이 뻗은 곳이라면 어디든 자전거는 달린다. 지도를 펼치고 마음 내키는 대로 일정을 잡으면 그것이 곧 여정이 된다. 그 가운데 경치가 빼어나고 초보자에게도 무리가 없는 코스 6곳을 골랐다. 경기도부터 제주도까지, 자전거 위에서 우리의 자연과 역사를 만날 수 있다.

    인천·경기 소래포구~시화방조제 | 인간의 의지를 믿는 바이커들의 길

    자연이 반기고 역사가 말 걸고…

    경기도 시화방조제 주위에 조성된 습지공원. 자연의 위대한 힘을 느낄 수 있다.

    대자연의 힘은 참으로 막강해서, 아무리 거대한 인공물이라도 세월이 지나면 결국 자연의 용광로 안에 녹아들고 만다. 시화방조제는 공사 당시 환경파괴 논란이 거셌던 곳. 억지로 가둬져 썩어가던 시화호는 한때 ‘죽음의 호수’로 불리기도 했다. 그러나 1994년 완공 이후 15년이 지난 지금, 시화호는 한층 맑아졌고 주변의 습지는 공원으로 탈바꿈했으며 길이 12.7km의 장대한 방조제는 관광명소로 거듭나고 있다. 이제 시화방조제는 인간의 무한능력과 대자연의 장쾌함을 한데 느낄 수 있는 매혹의 장소가 됐다.

    코스 가이드

    -소래포구에서 출발해 과거에는 섬이던 옥구공원을 거쳐 시화방조제를 왕복하는 코스다. 소래대교를 지나 우회전하면 바닷가로 멋진 산책로가 시작되면서 곧 월곶포구가 나온다. 월곶포구는 최근에 만들어져 소래포구 같은 정겨운 느낌은 덜하다.



    -월곶포구를 돌아 나와 77번 국도로 들어서면 인도 위로 자전거도로가 조성돼 있다. 들판을 지나 2km가량 가면 왼쪽으로 거대한 시화공단이 보인다. 이곳부터 자전거도로는 인도와 완전히 분리돼 깔끔하게 뻗어 있다. 월곶포구에서 4km 내려오면 오른쪽으로 널찍한 잔디밭이 펼쳐진 옥구공원이 여행자를 반긴다. 옥구공원을 지나 2.5km 가면 시화방조제 입구 사거리. 왼쪽은 시화공단, 오른쪽은 횟집과 수산물 직판장이 모인 오이도 관광단지 가는 길이다.

    -시화방조제 위에는 왕복 4차선 도로가 나 있고, 도로 좌우로 차도와 분리된 자전거도로가 펼쳐져 있다. 왕복 코스인 만큼, 갈 때는 바다를 볼 수 있는 오른쪽 길, 올 때는 호수가 보이는 왼쪽 길을 택하자. 입구에서 3.4km 들어가면 바다 쪽으로 작은 선착장이 돌출해 있는데 간이매점이 있어 잠시 쉬어 가기 좋다. 7.5km까지는 완전한 직선 코스다. 왼쪽으로는 인공호수, 오른쪽으로는 바다를 보며 달리는 기분이 환상적이다. 바다 쪽으로 멀리 고층 빌딩이 보이는 곳은 인천 송도국제도시. 7.5km 지점을 지나면 방조제는 왼쪽으로 살짝 꺾어지는데, 이 지점에 세계 최대 규모의 조력발전소가 건설 중이다(2009년 말 완공).

    -조력발전소에서 5km를 더 가면 방조제가 끝나고 시화호환경문화관이 모습을 드러낸다. 전망대에 오르면 방조제와 호수 남쪽에 간척 중인 어마어마한 대지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관람료는 없다. 방조제 옆으로 호수를 가로질러 도열한 거대한 철탑 풍경도 장관이다. 높이 100m 정도의 철탑이 600m 간격으로 늘어서 호수를 성큼성큼 가로지른다. 여기까지 주행거리가 22km. 이제 왔던 길을 되돌아가면 된다. 전 코스가 평지이고 길이 좋아서 초보자도 여유 있게 완주할 수 있다.

    길이 44km            구성 자전거도로 40km,       일반도로 4km

    소요 시간 4시간(초보자 기준)     경치 ★★★★

    체력 ★★★           테크닉


    자전거와 내가 쉴 곳

    ●숙박 : 월곶포구에 모텔이 많다.

    ●맛집 : 소래포구, 월곶포구, 오이도 관광단지에서 싱싱한 해산물을 맛볼 수 있다.

    ●유의사항 : 월곶포구 일대는 복잡하고 자전거도로가 제대로 돼 있지 않으므로 인도를 이용해야 한다.

    ●찾아가기 : 영동고속도로 월곶IC에서 우회전한 뒤 77번 국도 방향으로 좌회전해 소래대교를 지나면 바로 소래포구다. 월곶IC에서 2.5km 거리. 도로변에 주차장이 있으나 유료이고 복잡하므로 조금 떨어진 수도권해양생태공원의 무료 주차장에 댈 것을 권한다.

    강원도 평창 대관령목장 | 이국적인 대초원지대를 달리는 쾌감

    자연이 반기고 역사가 말 걸고…

    대관령목장에서는 푸른 초원과 풍차를 감상하며 낭만적인 자전거 여행을 할 수 있다.

    대관령 소황병산 남쪽의 구릉지에 펼쳐진 대관령목장은 규모가 2000㏊(약 600만평)나 된다. 전체 면적의 75%인 1500㏊는 거대한 초지. 남북 8km, 동서 3km 정도 크기로, 처음 보는 사람은 우리나라에 이처럼 아름답고 큰 초원이 있다는 사실에 놀라게 된다. 2006년 국내 최대 규모의 풍력발전소가 들어서, 푸른 초원 위에서 100m 높이의 거대하고 새하얀 바람개비가 돌아가는 이국적인 정취를 물씬 풍긴다. 일반 자동차의 출입은 통제하기 때문에, 목장 내부에 거미줄처럼 뻗은 총길이 127km의 초원길의 매력은 오직 자전거를 통해서만 즐길 수 있다. 해발 850m의 목장 관리사무소를 출발해 동해전망대(1140m)를 거쳐 목장 최고 지점인 1328m의 소황병산을 돌아오는 25km가 대관령목장 코스의 백미. 전체 코스의 고도차가 470m에 불과하므로 높은 해발고도에 기죽을 필요는 없다.

    코스 가이드

    -목장 초입의 주차장에서 시작한다. 매표소를 지나 400m쯤 들어가면 관리사무소와 매점 등이 모인 광장이 나온다. 이곳에서 첫 목적지인 동해전망대까지 다소 경사가 심한 오르막이므로 미리 몸을 풀고 출발해야 한다.

    -광장 옆으로 흐르는 계곡에서 길이 갈라지는데, 오른쪽 동해전망대 쪽으로 올랐다가 왼쪽의 계곡길로 내려오면 된다. 반대로 가도 되지만 왼쪽 계곡길은 다소 평이하고 지루하므로 동해전망대부터 보는 것이 여러모로 낫다. 1km가량 오르면 해발 950m에 자리한 1단지 우사가 나오고, 조금 더 가면 오른쪽 초원 위에 외로이 선 나무(일명 ‘연애소설 나무’)가 보인다. 여기서부터 초원과 풍차(풍력발전기)가 장관을 연출한다. 완만해진 언덕길을 조금 더 오르면 동해가 한눈에 들어오는 동해전망대에 도착한다. 광장에서 4km 거리다.

    -계속 직진해서 매봉(1173m) 옆을 지나면 원앙새가 서식하는 삼정호 쪽으로 긴 내리막이 이어진다. 2단지 우사 앞의 삼정호 삼거리에서 우회전하면 길은 마지막 고비인 소황병산으로 이어진다. 삼정호의 높이가 해발 1000쯤이니, 소황병산 정상까지의 고도차는 300여 m다. 거리는 5km. 해발 1200m의 능선에 올라설 때까지는 오르막이 만만치 않다. 하지만 능선에만 올라서면 길은 완만해지고 둔중한 정상이 눈앞에 다가서며 황병산(1407m)도 바로 지척이다. 황병산과 소황병산 갈림길에서 우회전하면 초원으로 뒤덮인 소황병산 정상이 금방이다. 소황병산 정상은 목장과 세상을 내려다보며 구름을 벗 삼아 쉬어 가기에 좋다. 소황병산에서 출발지인 광장까지는 꼬박 11km의 신나는 내리막이 기다린다. 속도를 내기 쉽지만 노면이 고르지 않고 가끔 미끄러운 곳도 있으므로 과속은 금물. 소황병산 구간은 산악 주행 경험이 필요하므로 자신 없으면 생략하고, 삼정호에서 곧장 관리사무소 방면으로 하산해도 된다.

    길이 25km          구성 전 구간 비포장도로          소요 시간 4시간

    경치 ★★★★★    체력 ★★★                           테크닉 ★★★


    자전거와 내가 쉴 곳

    ●숙박 : 목장 입구와 횡계에 펜션과 여관, 민박집이 많다. 용평리조트에서도 멀지 않다.

    ●맛집 : 용평리조트 초입의 황태덕장마을 근처에 있는 대관령 황태촌(033-335-8885)은 황태해장국과 황태구이로 유명하다. 대관령목장(033-335-5044, www.samyangranch.co.kr) 내 매점에서는 라면과 우유로 간단한 식사를 할 수 있다.
    ●유의사항 : 목장 안은 사유지이므로 과속을 삼가고 출입금지 구역은 들어가지 않아야 한다. 매너를 지키자.

    ●찾아가기 : 영동고속도로 횡계IC에서 우회전, 횡계마을로 들어선 뒤 로터리에서 좌회전한다. 6km가량 들어가면 매표소 옆에 무료 주차장이 있다. 입장료는 성인 7000원. 개방 시간은 오전 8시30분~오후 7시30분.

    충청도 공주~부여 | 백제는 이 길을 따라 어디로 갔을까

    자연이 반기고 역사가 말 걸고…

    백제시대 도읍지 공주를 방어하기 위해 지은 공산성.

    고대 왕국 백제는 한때 중국과 일본까지 진출한 막강한 제국이었지만 초기에는 고구려에, 말기에는 신라에 밀리면서 첫 수도 위례성(서울 한강변의 풍납토성 일대로 추정)을 버리고 공주로 후퇴했다가 다시 부여까지 남하했다. 공주 곰나루에서 부여 낙화암 아래까지 이어지는 금강 강변길은 위기에 몰린 백제의 다급했던 후퇴로면서 사연 많은 전설의 길이기도 하다. 높지도 낮지도 않은 산들 사이로 좁지도 넓지도 않은 강물이 한없이 평화롭게 흐르고, 때때로 나타나는 모래사장은 무한히 서정적이다. 작은 시골마을은 사람이 사는지 떠났는지 모를 만큼 조용한데, 강변길은 온통 적막강산이다. 조붓하고 친근하며 소담스런 강변 분위기는 이곳을 따를 데가 없다.

    코스 가이드

    -출발지는 공주라는 지명이 유래한 곰나루다. 곰나루에서 나와 금강을 따라 남하한다. 도로 옆으로 별도의 자전거도로가 잘 나 있다. 처음 2km 정도는 왕복 4차로지만 작은 고개를 넘으면서 2차로로 줄어든다. 논산천안고속도로 아래를 지나 고개를 넘어 잠시 내륙으로 들어간 길은 다시 강변으로 나서고, 왼쪽으로 하얀성 모텔이 보인다. 높이 70m 정도의 고개는 코스 전체에서 가장 높지만 완만한 편이다.

    -하얀성 모텔부터 길은 평탄하고 강물은 유유하게 흐른다. 이번 코스의 전형적인 풍경이다. 이렇게 8.5km쯤 가면 그제야 탄천면 대학리에서 마을을 만날 수 있다. 부여군에 들어서 높이 50m의 작은 고개를 넘으면 오른쪽으로 장강서원의 격조 있는 한옥이 보이는데 여기서 백제 큰길은 끝난다.

    -장강서원에서 부소산성 아래까지는 새로 난 길이다. 자전거도로는 장강서원 옆마을 앞의 제방을 따라 왕진교 밑으로 연결된다. 부소산성 북쪽에 있는 부여문화관광호텔을 지나면 바로 부여 시가지다.

    -부여여중과 부소산성 입구를 지나 계속 직진하면 보건소 앞 로터리가 나온다. 여기서 오른쪽으로 옛날 박물관이던 국립부여문화재연구소가 보이는데, 옆길로 들어서면 넓은 조각공원이 모습을 드러내고, 곧 다시 강물이 보인다. 이곳이 구드래나루터. 이 코스의 종착점이다. 이 구간은 짧지만 복잡하고 다소 무질서한 시내를 통과해야 하므로 길 찾기와 차량통행에 주의해야 한다.

    길이 30km(편도)           구성 자전거도로 27km,           일반도로 3km

    소요 시간 4시간           경치 ★★★★      체력 ★★★      테크닉


    자전거와 내가 쉴 곳

    ●숙박 : 인기 관광지답게 숙소는 곳곳에 있다. 곰나루 근처의 모텔을 추천한다.

    ●맛집 : 부여 구드래나루터 가는 길목에 본점이 있는 구드래돌쌈밥(041-836-9259)이 유명하다. 공주 공산성 정문 앞 고마나루돌쌈밥(041-857-9999)에서는 신선한 채소와 편육을 곁들인 돌쌈밥이 별미다.

    ●유의사항 : 곰나루에서 부여문화관광호텔까지 27.5km 구간에는 자전거도로가 나 있지만 노면이 고르지 않다. 자전거도로 옆쪽의 갓길은 한적하고 곧게 뻗어 있어 과속차량이 많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찾아가기 : 논산천안고속도로 남공주IC에서 국립공주박물관 방면으로 7㎞ 가면 곰나루다. 무료 주차장이 있다.

    전라도 순천만 갈대밭 | 맑은 날은 장쾌, 흐린 날엔 몽환적인 길

    자연이 반기고 역사가 말 걸고…

    소설 ‘무진기행’의 배경이 된 순천만 갈대밭길.

    갈대는 식물이 아니라 감성의 언어다. 바람에 서걱거리는 갈대 줄기와 기운 햇살에 반짝이는 꽃술을 보며 흔들리지 않을 마음이 있을까. 여름에 보는 230만㎡(약 70만평)의 거대한 갈대밭은 초록빛의 향연이다. 맑은 날은 장쾌하고 안개 낀 날은 몽환적인 곳, 순천만 갈대밭길이다.

    1960년대에 발표된 김승옥의 소설 ‘무진기행’은 가상의 공간인 무진(霧津)으로 훌쩍 떠나온 주인공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 이 무진의 무대가 바로 순천만 갈대밭 일대였다. 순천시는 갈대밭 상류의 이사천 교량교에서 대대포구까지 3km의 둑길을 ‘무진길’이라고 이름 붙여 놓았다. 자전거 여정은 순천 시내에서 동천 자전거도로와 무진길을 따라 순천만의 대대포구까지 이어지는 8km 구간이다.

    코스 가이드

    -순천 시내를 흐르는 동천의 둔치에는 좌우로 자전거도로가 나 있다. 대대포구까지 곧장 가려면 하천 서쪽 길을 이용해야 한다. 풍덕교에서 출발해 남쪽으로 향한다.

    -풍덕교에서 6km 주행하면 규모는 작지만 형태는 번듯한 ‘이사천보행자전용교’가 나온다. 이 다리를 건너면 가로수가 성기게 서 있는 제방길이 보인다. 이 제방길 옆으로 갈대밭이 쭉 연결된 곳이 바로 ‘무진길’이다.

    -무진길을 따라 2km남짓 가면 왼쪽으로 갈대밭이 점점 넓어지다가 쫙 펼쳐지는 지점이 나타난다. 대대포구다. 대대포구에서 자전거를 빌려주므로 자동차로 여기까지 가서 자전거 타기를 시작해도 된다.

    -대대포구에서 갈대밭과 용산전망대를 돌아본 뒤 해변의 제방 옆길을 따라 장산갯벌관찰장까지 주행한다. 이 들길은 비포장도로인 데다 마을이 없는 바닷가여서 정겹다.

    길이 8km(편도)      구성 자전거도로 6km,      농로 2km

    소요 시간 40분       경치 ★★★★★       체력 ★       테크닉


    자전거와 내가 쉴 곳

    ●숙박 : 대대포구 근처에 민박이 몇 곳 있다. 그중 갈대바람(061-741-0302)은 갈대밭 바로 옆 무진길에 있어 정취가 남다르다.

    ●맛집 : 순천만의 별미는 짱뚱어탕이다. 대대포구에 식당이 여럿 있는데, 갈대밭에서는 다소 멀지만 순천만이 잘 보이는 전망대가든(061-742-9496)이 유명하다. 장산갯벌관찰장에서 1.5km 정도 바다를 끼고 가면 나오는 학산리 해변에 있다.

    ●유의사항 : 대대포구에서 용산전망대로 가는 갈대밭 사이의 데크 탐방로는 자전거 출입금지 구간이다. 자전거는 대대포구의 가게나 식당에 맡기면 된다.
    ●찾아가기 : 호남고속도로 서순천IC나 순천IC에서 나오면 시내까지 6km쯤 된다. 순천 시내에 들어서면 시가지를 양분하며 남북으로 흐르는 동천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자동차로 곧장 대대포구까지 갈 경우, 벌교 방향 2번 국도를 타고 가다 순천청암대학 앞에서 좌회전해서 6km 가면 된다.

    경상도 경주 반월성과 낭산 | 황성옛터 돌아 여왕이 잠든 곳으로…시간을 달리는 여행

    자연이 반기고 역사가 말 걸고…

    경주 반월성 소나무숲.

    경주는 수학여행, 신혼여행, 가족여행, 졸업여행 등으로 여러 번 가게 된다. 그럼에도 계속 경주를 찾는 건, 이 작은 도시에 퍼내도 퍼내도 마르지 않는 매혹적인 역사의 샘이 있기 때문이다.

    이제 자전거로 경주를 다시 만난다. 걷는 것보다 더 빠르면서 힘이 들지 않을 뿐 아니라, 유리창에 갇힌 자동차와 달리 전신을 공기 중에 드러낸 채 천천히 페달을 밟으면 경주가 익숙하면서도 지금껏 보지 못한 생경한 표정으로 깊숙한 말을 걸어온다.

    경주의 주요 유적지만 자전거로 돌아본다 해도 최소한 3일은 잡아야 하기 때문에, 여기서는 하루 일정으로 적당한 반월성과 낭산(115m) 주변의 핵심 코스를 추천한다. 시내의 유적지만 둘러볼 때는 생활자전거를 타도 문제없지만, 낭산 꼭대기 선덕여왕릉을 보려면 산악자전거를 타거나 걸어야 한다.

    코스 가이드

    -출발지는 국립경주박물관이다. 무료 주차장이 널찍하고 시내 중심지라 편하다. 박물관을 먼저 둘러본 다음 반월성과 낭산 일대를 돌아오는 원점회귀 코스다.

    -박물관 바로 옆 고목이 숲을 이룬 작은 언덕은 신라 1000년간 왕궁이 있던 반월성(월성)이다. 하늘에서 보면 성 모양이 반달을 닮아 이런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불국사와 울산으로 향하는 7번 국도는 반월성 옆을 따라 경주 시내로 이어지는데, 박물관을 출발해 이 길을 따라 시내 방면으로 가면 왼쪽으로 반월성 진입로가 나온다. 반월성 내부는 폭 200m, 길이 800m 정도로 과거 전각이 가득 찼을 때는 장관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건물 하나 없이 황량하다. 이곳엔 겨울에 얼음을 넣어뒀다가 여름에 사용했다는 석빙고가 있다. 석빙고는 18세기 조선시대의 유물이다.

    -서쪽의 통로로 반월성을 벗어나면 곧 계림과 첨성대가 보인다. 계림은 경주 김씨의 시조인 김알지가 유래했다는 전설이 서린 고목 숲. 계림 안쪽에는 신라의 국가적 기틀을 다진 내물왕릉이 장중한 모습을 하고 있다. 내물왕릉 뒤쪽 교동마을에는 적선으로 유명한 ‘경주 최부잣집(경주 최식(崔植)가옥)’이 있다.

    -교동마을 입구의 남천을 따라 내려가면 조선시대 과거 합격자들의 모임터인 사마소(司馬所)가 나오고, 그 옆에는 주춧돌만 남은 건물터가 보인다. 이곳은 삼국 통일의 공신 김유신 장군의 집터로, 우물 이름을 따서 재매정이라고 한다.

    -김유신 장군 집터에서 되돌아 나와 교동마을에서 첨성대를 거쳐 안압지 방면으로 간다. 첨성대 주변의 작은 들판 길은 거대한 무덤과 반월성, 계림 등이 어우러져 매우 ‘경주스러운’ 풍경을 보여준다. 안압지를 지나 임해로에서 좌회전, 작은 들을 가로지르면 원효대사가 살았던 분황사가 나온다. 분황사 맞은편의 너른 들판 가운데 황룡사 터가 있다.

    -분황사 앞길에서 우회전하면 경주 시내를 우회하는 구황로와 만난다. 도로의 동쪽 인도를 따라 500m 가면 들 가운데 나지막하게 솟은 낭산(해발 115m)이 눈에 들어온다. 낭산에 못 미쳐 왼쪽 들판으로 뻗어나간 들길로 1km 가면 고목에 에워싸인 거대한 봉분이 보이는데, 이곳은 진평왕릉이다. 진평왕은 선덕여왕의 아버지로, 그의 능은 아무런 장식이 없는 소박한 모습이지만 품위가 넘친다.

    -진평왕릉에서 돌아 나와 황복사 터를 지나면 강선마을이다. 문무왕 화장터인 능지탑 방면으로 넘어가는 고갯마루에서 왼쪽 능선길로 들어서면 산길. 커다란 봉분이 숲 속에 외롭다. 우리 역사상 최초의 여왕인 선덕여왕이 잠든 곳이다. 선덕여왕릉에서 반대편으로 능선을 내려와 동해남부선 철길을 건너면 사천왕사 터다. 절터 앞을 지나는 7번 국도에서 우회전, 1.5km 내려가면 출발지인 국립경주박물관이 나온다. 코스 길이는 14km밖에 되지 않으나 볼거리가 많아 시간을 넉넉하게 잡아야 한다.

    길이 14km      구성 포장도로 12km,          비포장도로 2km

    소요 시간 3시간                                      경치 ★★★★

    체력 ★                                                    테크닉 ★★★


    자전거와 내가 쉴 곳

    ●숙박 : 호텔부터 여인숙까지 숙소가 많다. 고급 호텔은 시내에서 다소 떨어진 보문단지와 불국사 아래 밀집해 있는데, 시내 위주로 둘러볼 때는 경주역과 고속버스터미널 근처에서 묵는 것이 좋다.

    ●맛집 : 교동마을 최부잣집 일부를 한정식 식당으로 꾸민 요석궁(054-772-3347)이 유명하다. 첨성대 맞은편 이풍녀구로쌈밥(054-749-0600)은 반찬이 푸짐하고 맛있다. 대릉원 후문 근처에는 간식으로 좋은 경주 특산품 경주빵 가게(054-749-7000)가 있다.

    ●유의사항 : 입장료를 내야 하는 유적지 가운데는 자전거를 가지고 들어갈 수 없는 곳이 있다. 이때는 열쇠를 채운 뒤 가게나 매표소 등 반드시 사람이 있는 곳에 맡겨야 한다. 이 코스의 유적지 중에는 박물관과 분황사를 제외하고는 모두 자전거를 타고 갈 수 있다.

    ●찾아가기 : 경부고속도로 경주IC에서 서라벌대로를 따라 5km 직진하면 7번 국도와 만나는 배반 사거리다. 여기서 좌회전해서 500m 가면 국립경주박물관이 나온다. 넓은 무료 주차장이 있다.

    제주도 우도 | 바닷바람 맞으며 원시의 자연으로

    자연이 반기고 역사가 말 걸고…
    소를 닮았다고 해서 ‘소섬’이라는 이름이 붙은 우도는 ‘제주도 속의 제주도’라고 할 만하다. 제주도를 300분의 1로 축소해놓은 면적(6.2km2)에 제주도를 옮겨놓은 듯한 다채로운 풍경이 모여 있다. 소머리오름 일대의 넓은 초원, 에메랄드 빛 서빈백사 해변과 언제나 폭풍이 몰아치는 비양도, 황야처럼 거칠지만 세밀하게 개간된 밭과 돌담, 그리고 그 사이에 포근히 잠긴 소박한 마을들은 꼭 옛날 제주도를 되살려놓은 것만 같다. 주민 가운데 육지 사람이 알아듣기 힘든 제주 사투리를 속사포처럼 내뱉는 노인이 많아서 더욱 이국적이다. 소머리오름 외에는 오르막이 별로 없어 초보자도 여유롭게 둘러볼 수 있다.

    코스 가이드

    -성산포에서 출발한 배가 닿는 하우목동항에서 시계 반대 반향으로 도는 것이 해안 경치를 보는 데 편하다. 서빈백사를 거쳐 소머리오름을 오른다. 분화구까지 가려면 꽤 경사가 있지만, 자동차가 들어가지 못하는 초원 깊숙이까지 진입할 수 있어 매력적이다.

    -소머리오름을 나와서 다시 해안으로 가면 오른쪽으로 소머리오름 뒤쪽의 절벽인 후해석벽으로 가는 길이 나온다. 후해석벽을 보고 나와서 계속 해안도로를 따라가면 길은 비양도와 등대, 하고수동해수욕장으로 이어진다. 하고수동해수욕장에서 북쪽 해안을 돌아가면 출발지인 하우목동항에 도착한다.

    -해안도로를 일주한 뒤에는 섬 내륙으로 들어간다. 농로가 복잡하게 나 있으나 워낙 작은 섬이고 바닷가로 나가면 언제든지 해안 일주도로를 만날 수 있어 길 잃을 걱정 없이 마음 내키는 대로 다녀도 된다.

    길이 25km                     구성 전 구간 포장도로

    소요 시간 3시간30분      경치 ★★★★★

    체력 ★                          테크닉


    자전거와 내가 쉴 곳

    ●숙박 : 배가 닿는 하우목동항과 천진항 근처에 식당과 민박이 많다. 섬 곳곳에 전망이 아름다운 펜션과 민박도 있다. 그러나 우도는 하루 일정으로 충분하므로 이곳에 묵기보다는 성산포에 숙소를 두고 돌아보는 것을 추천한다.

    ●유의사항 : 성산포~우도는 파도가 높다. 풍랑으로 배가 많이 흔들릴 우려가 있으면 자전거를 배에 실어주지 않는다(자전거가 파도에 움직여서 망가지거나 자동차를 흠집 내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때는 우도에 도착해서 생활자전거를 빌려 타야 한다. 임대료는 3시간에 5000원.

    ●찾아가기 : 성산 일출봉이 있는 성산포항(15분 소요)과 북쪽으로 6.5km 떨어진 종달항(12분 소요) 두 곳에서 우도행 배가 뜬다. 성산포항 출항이 더 많은 편이며, 보통 1시간 간격이지만 손님이 많으면 수시로 출항한다. 우도 입장료는 성인 편도 3500원(운임 2000원, 입장료 1000원, 터미널 이용료 500원 포함), 자전거를 실을 경우 500원을 더 받는다(문의 우도면사무소 064-783-00004, 우도대합실 064-783-0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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