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14

2003.12.18

광고 같은 세상살이 잔잔한 감동 ‘따봉’

  • 입력2003-12-11 17: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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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광고 같은 세상살이 잔잔한 감동 ‘따봉’
    대한민국 1호 CM플래너(광고 컨셉트를 잡고 스토리보드를 만드는 이)로 알려진 ‘광고장이’ 이강우씨(사진)는 한 오렌지주스 광고로 ‘따봉’이라는 말을 유행시켰다. “여보, 아버님 댁에 보일러 놓아드려야겠어요”, “011은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습니다”와 같은 유명 광고 카피를 낳은 광고를 기획·제작한 이도 그다. 광고인으로는 드물게 국민훈장 목련장까지 받은 그는 현재 ‘Lee & DDB’의 고문으로 활동하고 있다. 한국 광고계에 커다란 주춧돌 하나쯤 놓은 중견 광고인인 그가 자신의 삶을 ‘대한민국 광고에는 신제품이 없다’(살림 펴냄)라는 수필집에 담았다.

    그의 글들은 그의 광고만큼이나 따뜻해 잔잔한 감동을 안겨준다. 광고를 빼고 그를 생각할 수 없듯이 그의 일상적인 얘기도 그 세계를 벗어나지 못하지만, 그의 표현대로 ‘세상살이 자체가 광고’와 같기 때문에 그의 글들은 읽는 이에게 흥미롭게 다가온다. 그는 “일반인들도 광고라는 창을 통해 세상을 내다볼 수 있기를 바란다”며 광고를 통해 그가 길어 올린 삶의 지혜들을 흘러간 추억들과 버무려 담담히 풀어놓았다. “언젠가는 신경통약 광고를 제작했다가 심의를 통과하지 못해 방송할 수 없게 된 적이 있었습니다. 저는 광고를 하지 못하게 됐으니 제작비를 받지 않겠다고 했죠. 그러자 광고주가 광고를 제작했으니 광고비를 지불해야 한다는 겁니다. 그렇게 서로 실랑이를 벌이다가 결국엔 제작비를 절반만 받는 것으로 합의를 봤죠. 이후 그 광고주는 줄곧 제게 광고를 의뢰했습니다. 당장의 물질적인 손해보다는 사람과의 관계가 더 중요하다는 제 생각이 옳았던 거죠.”

    물론 그는 광고에 뜻을 두고 있는 이나 광고제작 현장에서 일하는 후배들에게 ‘지혜 보따리’ 푸는 것을 잊지 않는다. 그가 광고를 하는 이들에게 가장 강조하는 점은 ‘본질을 보는 안목’이다. 재주는 그 다음이라는 것이다.

    “광고는 시장이라는 바다에서 소비자라는 고기를 낚아 올리는 낚시와 같습니다. 요즘 광고들은 겉보기에는 푸짐해 보여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지만 그 안에 미늘을 갖추고 있지 못합니다. 본질을 보지 못하기 때문에 큰 마케팅 효과를 가져오지 못하는 겁니다. 더욱이 요즘엔 신제품과 오래된 제품이 잘 구별되지 않습니다. 제품이 처음 시장에 나올 때 사람들의 마음을 낚아채는 강한 이미지의 광고가 드물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책 제목도 ‘대한민국 광고에는 신제품이 없다’고 했습니다.”

    연세대 국문과를 졸업한 이씨는 1977년 광고회사인 세종문화를 설립하고 전무이사를 지냈으며, 현재 한국방송광고공사 공익광고협의회 위원으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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