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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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의 애정’ 을 누가 말리랴

  • 이조년/ 골프칼럼니스트 huskylee1226@yahoo.co.kr

    입력2003-08-28 16: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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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버지들의 바짓바람은 ‘필요악’인가.

    최근 미국에서 논란이 된 한국 아버지들. 그들의 자식을 위한 희생은 눈물겹다. 미국 여자프로골프협회(LPGA) 투어에서 톱스타로 군림하고 있는 한국 선수들의 뒤엔 든든한 아버지가 버티고 서 있다. 아버지들의 열정적인 뒷바라지가 없었다면 한국골프가 오늘날처럼 강해지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LPGA에서 ‘코리안 트로이카’로 불리며 주가를 높이고 있는 박세리, 박지은, 김미현의 오늘에는 아버지들의 눈물겨운 열정이 녹아 있다. 김미현의 성공기엔 늘 눈물 젖은 햄버거와 밴, 그리고 아버지의 뒷바라지가 빠지지 않는다. 모 선수의 아버지는 딸의 뒷바라지를 위해 몰래 외화를 갖고 나가다 구속되기도 했다.

    올해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한희원 역시 아버지의 뒷바라지가 큰 도움이 됐으며 강수연, 장정, 김주연, 미셸 위, 김초롱, 송아리·나리 자매 등도 ‘아버지와 함께’ 골프 인생을 일구고 있다.

    남자 선수들의 아버지들도 마찬가지여서 호주에서 활동하고 있는 김도형의 아버지는 직장을 그만두고 호주로 이민 갈 만큼 자식에 대한 열정이 대단하다. 한때 한국의 타이거 우즈로 불렸던 김주형을 비롯해 이환호, 테드 오, 김성윤에게도 아버지는 골프선수로 생활하는 데 든든한 버팀목이 되고 있다.



    그렇다면 왜 유독 한국 아버지들만 바짓바람이 거센 것일까?

    물론 한국인 특유의 교육열이 빚어낸 결과지만 그밖에도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경비 문제를 들 수 있다. 아마추어를 거쳐 미국 프로무대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적게 잡아도 100만 달러 이상이 든다. 또한 프로무대에 입성했다 하더라도 일정한 상금을 확보할 때까지는 캐디 비용 등 투어 참가비용을 마련하는 게 만만찮다. 주당 평균 1000달러 정도가 들어가는 탓에 아버지들이 백을 멜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또 골프를 직접 해본 아버지들은 아들딸들에게 조언을 해줄 수 있다. 골프는 전문성이 요구되는 스포츠지만 한국 남성들의 골프에 대한 열정과 지식은 세계적으로도 손꼽힐 정도다.

    미국에서 한국식 부정(父情)을 비뚤어진 시각으로 바라보는 것은 문화적 차이 때문이다. 한국 선수들의 아버지들은 자식의 성적이 좋지 않으면 시간과 장소를 가리지 않고 야단친다. 심지어 폭력을 쓰기도 한다. 이 같은 일은 외국 선수나 부모에게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우리네 아버지들은 이를 애정 어린 격려라고 여길 뿐 아동학대나 폭력이라고는 생각지 않는다. ‘코리안 골퍼 대디(한국 골프 아빠)’는 이제 미국에서도 낯설지 않은 단어다. 앞으로 코리안 골퍼 대디들이 한국식 부정의 장점을 살리면서도 미국 문화를 적극적으로 수용해 세계적인 골퍼를 키워내는 데 일조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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