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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서점, 서비스에 목숨 건다

도서정가제 도입으로 할인 폭 제한 … 배송기간 단축·콘텐츠 생산 등으로 가격경쟁력 보완

  • 김현미 기자 khmzip@donga.com

인터넷서점, 서비스에 목숨 건다

인터넷서점, 서비스에 목숨 건다

예스24는 웹사이트를 문화포털 개념으로 확장 중이며 출판사 북키앙을 설립, 유통과 출판을 병행하고 있다. 3월중에는 비디오자키 손정민씨(사진)를 영입해 출판 전문 인터넷라디오 방송을 시작할 예정이다.

도서정가제 시행 첫날인 2월27일 출판가의 관심은 온통 인터넷 서점들의 전날 매출 기록에 쏠렸다. 일단 자타가 공인하는 업계 1위 예스24가 26일 하루 동안 12억5000억원어치의 주문을 받았다고 발표했다. 여기에 2002년 5월 예스24와 합병한 와우북의 매출을 합치면 14억원 이상이 될 것으로 추산한다.

사실 지난해 말에도 인터넷 서점가에 ‘정가제 특수’ 바람이 불었다. 도서정가제가 2003년 1월1일자로 시행되는 것으로 착각한 소비자들이 월말에 한꺼번에 몰려들어 예스24는 하루 매출 8억원이라는 신기록을 세웠다. 하지만 진짜 시행일을 앞두고 이 기록은 맥없이 깨졌다. 인터넷 교보문고와 치열한 2위 다툼을 벌이고 있는 모닝365는 26일 매출이 5억원을 넘었고 인터넷 교보문고와 알라딘은 공히 3억5000만원을 기록했다.

출판 및 인쇄진흥법에 의한 도서정가제가 실시되면서 지난 4년간 온-오프라인 서점들이 할인판매 허용 여부를 놓고 벌인 치열한 공방도 일단락됐다. 문화관광부(이하 문광부)는 발행 1년 이내의 모든 간행물에 정가제를 적용하되, 인터넷을 통한 도서판매시 10% 범위 내에서 할인판매를 허용한다는 시행지침을 발표했다. 도서정가제의 2차 쟁점이었던 발행일도 ‘판’을 기준으로 삼느냐 ‘쇄’를 기준으로 삼느냐를 놓고 온-오프라인 서점이 격돌했으나 문광부는 초판·중판·재판 등 ‘매판을 처음 인쇄한 날’로 정해 온라인 서점의 손을 들어주었다.

정가제 앞두고 일일 매출 신기록

지난 4년간 인터넷 서점들은 도서정가제 공방 속에서도 꾸준히 정가제에 대비해 체력을 길러왔다. 1라운드는 인수·합병을 통한 몸집 키우기. 2001년 예스24는 삼성쇼핑몰의 도서사업 부문인 크레센스를 인수했고 이듬해 업계 2위인 와우북과의 합병으로 시장점유율을 60%까지 끌어올렸다(시장점유율에 대해 타사들은 50% 미만이라고 주장한다). 알라딘도 북스포유의 위탁경영을 맡으며 사실상 사이트를 통합했다.



일각에서는 인수·합병 이후 인터넷 서점계가 재편되면 적자를 감수한 출혈할인경쟁이 한풀 꺾일 것으로 예상했으나, 도서정가제 실시를 한 달여 앞두고 마지막 특수를 노린 인터넷 서점들이 사상 최대 할인잔치에 들어가면서 본격적인 2라운드가 시작됐다. ‘베스트셀러 라스트 세일’ ‘라스트 찬스’ ‘36.5% 대박세일’ 등을 내걸고 30~50%, 심지어 아동 전집류의 경우 80% 할인판매를 강행했고 묶어팔기와 끼워팔기, 경품 공세로 신규회원 확보 전쟁을 치렀다. 결국 할인경쟁 마지막 날 상위 5위권의 인터넷 서점들은 모두 일일 매출 신기록을 세웠다.

2월27일부터 인터넷 서점들은 10% 할인을 놓고 생존경쟁을 벌여야 하는 상황이다. 먼저 유난히 가격에 민감한 인터넷 소비자들이 10%의 가격 차별에 만족할 것인가가 관건. 인터넷 서점들이 ‘싼 가격’에서 ‘질 좋은 서비스’로 소비자의 인식을 바꾸는 데는 다소 시간이 필요하다. 그래서 회원 이탈을 막기 위해 배송기간 단축을 1차 승부처로 삼고 물류시스템 개선에 수십억원씩을 쏟아 붓고 있다. 알라딘의 주환수 마케팅팀장은 “지난 연말 이후 온라인 신규 고객이 크게 증가한 것은 사실이지만 가격경쟁력이 없어진 만큼 회원을 지속적으로 확보하려면 서비스를 개선하는 방법밖에는 없다. 알라딘은 지난해 물류자동화에 10억원을 투자했다. 4월 이후 시스템이 완전가동되면 주문의 90% 이상이 이틀 내에 배송될 것”이라고 말했다. 예스24도 한국출판유통과 손잡고 파주에 5000여평의 물류시스템을 구축중이다. 이로써 배송기간을 이틀에서 하루로 단축하는 유통혁명을 꿈꾸고 있다.



그동안 오프라인 서점을 보완하고 온라인 서점을 견제하는 수준에 머물렀던 인터넷 교보문고도 도서 자동분류기를 도입하고 도서배송 사후서비스를 위한 대규모 콜센터의 문을 여는 등 공격적인 경영에 나섰다.

서울시내 25개 지하철 역사에 설치된 해피숍과 편의점을 통해 무료배송을 하고 있는 모닝365는 지난해부터 몇몇 모바일 업체와 제휴해 무선인터넷을 통한 도서구매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성공했다. 이런 새로운 판매방식이 도입된 배경에는 모닝365 회원들(80여만명)이 대부분 모바일 서비스에 익숙하고 지하철을 주로 이용하는 대학생과 직장 초년생들이라는 점이 크게 작용했다.

이처럼 인터넷 서점들이 물류시스템에 돈을 쏟아 붓는다 해도 오프라인 서점이 지닌 ‘즉시 구매’의 장점을 뛰어넘기 어려운 상황. 결국 웹 콘텐츠 싸움으로 갈 수밖에 없다. 모닝365의 김성모 마케팅 팀장은 “지금까지 모닝365가 콘텐츠 개발을 선도해왔다. 독자가 ‘여행을 위한 영어회화책을 찾는다’고 문의하면 전문가들이 관련 책들을 추천해주는 1대 1 고객서비스(독서 클리닉)를 운영하고 있는데 반응이 좋아서 다른 곳에서도 벤치마킹한 것으로 안다”며 “콘텐츠는 모방이 쉽기 때문에 차별화에 어려움이 있다”고 토로했다.

알라딘은 45만명의 회원들을 할인율 1~2%에 구애하지 않는 헤비 유저(heavy user)로 분류하고 이들을 위한 콘텐츠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저자 인터뷰 동영상 서비스와 책의 20쪽 분량을 볼 수 있는 ‘미리보기’ 서비스를 대폭 강화하며 ‘리스트의 달인’ 서비스를 통해 독자에게 필요한 맞춤 책 정보를 제공한다. 주환수 팀장은 “신문 북섹션과 인터넷 서점들이 기획기사를 놓고 속도와 아이디어 싸움을 하는 시대가 됐다”며 “알라딘은 편집부 인원을 12명으로 늘려 가장 빨리, 깊이 있는 도서정보를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물류비 많아 이익 어려울 것” 지적도

매출 규모에서는 다소 밀리지만 가장 특징적인 웹사이트를 갖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 곳이 리브로다. 리브로는 1월24일부터 만화책 전문 섹션을 개설했다. 현재 검색 가능한 만화 데이터베이스는 4만5000여개. 김경수 사장은 “다른 인터넷 서점이 쇼핑몰 개념에서 출발했다면 우리는 시공사라는 출판사를 모체로 시작했기 때문에 콘텐츠 생산에 무게를 둘 수밖에 없다. 이매진이라는 웹진을 운영하며 수집한 정보를 토대로 장르문학과 만화 분야에서 특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또 김사장은 “대여점 위주로 판매돼온 만화는 6개월 전 출간한 책의 재고도 없을 만큼 관리가 부실하다”며 “리브로는 을지, 애경, 분당 수원점 등 오프라인 매장과의 연계를 통해 만화 유통에 일대 혁신을 가져오겠다”고 자신했다.

한편 교보문고를 제치고 온-오프라인 서점 매출 1위로 뛰어오른 예스24는 사업 다각화를 통해 1위 자리 굳히기에 나섰다. 주세훈 팀장은 “예스24의 음반 매출은 전체 7~8%밖에 안 되지만 온라인 음반 판매에서도 1위를 달리고 있다. 예스24가 단순히 책 쇼핑몰이 아니라 문화포털로 자리잡기 위해 서비스를 다양화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예스24가 내세운 새로운 서비스 중 하나가 책, 영화, 음악, 게임을 다루는 인터넷 방송의 출범. 이를 위해 강민호 뉴콘텐츠 팀장 외 PD, 작가, 카메라맨, 그래픽디자이너로 제작팀을 구성하고 음악 전문 채널 엠넷(M-net)의 비디오자키인 손정민씨를 영입했다. 3월중 인터넷과 케이블TV 등을 통해 ‘손정민의 채널 예스’를 방영할 계획.

이와 함께 최근 예스24가 도서출판 북키앙을 설립하고 프랑스 아동교육용 만화 ‘막스와 릴리’ 시리즈를 내놓자 출판사들은 아연 긴장한 표정이다. 예스24가 교보문고와 매출 경쟁을 벌이더니 이제는 출판까지 장악하려 한다는 반발이 거세지자 예스24측은 “전근대적인 출판유통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시험적으로 책을 생산하는 것뿐”이라고 해명하기도 했다.

도서정가제 실시 이후에도 인터넷 서점은 성장세를 지속할 수 있을 것인가. 2002년 연간 1250억원의 매출을 기록한 예스24는 올해 목표를 1600억원으로 높여 잡았다. 그러나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의 한기호 소장은 “정가제로 출혈할인경쟁이 사라졌다 해도 인터넷 서점들은 여전히 과도한 물류비용 때문에 이익을 내기 어려운 구조”라며 “회원이 늘어날수록, 또 주문이 많아질수록 손해를 보는 상황에서 인터넷 서점은 밖으로 남고 안으로 밑지는 장사를 계속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인터넷 서점의 생존게임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주간동아 375호 (p66~67)

김현미 기자 khmzi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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