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45

2016.07.06

스포츠

세계 축구 큰손 부상 中 슈퍼리그

‘차이나 머니’ 펑펑, 중국 축구굴기…영국, 브라질 이어 K리그 선수와 감독까지 수입

  • 김도헌 스포츠동아 기자 dohoney@donga.com

    입력2016-07-04 16:1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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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Brexit) 결정으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가 혼돈에 빠진 가운데 세계 축구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는 곳이 바로 중국 슈퍼리그다. 시진핑(63) 중국 국가주석이 주도하는 ‘축구굴기’ 정책에 힘입은 슈퍼리그는 수년 전부터 막대한 자금력을 앞세우더니 어느 순간 세계 축구시장의 큰손으로 자리매김했다. ‘차이나 머니’의 힘은 시 주석이 건재하는 한 더 강력해질 것이란 전망이 많다. 시 주석의 임기는 2022년까지로, 시간이 아직 많이 남아 있다. 더욱이 브렉시트로 EPL을 떠날 수밖에 없게 된 많은 유럽 선수가 앞으로 더 맹렬히 중국 문을 두드릴 것이란 예측도 나오고 있다.  



    충격! 최용수 감독 중국 진출

    최근 수년간 중국은 막대한 자금을 앞세워 K리그의 스타급 선수를 대거 데려갔다. 지도자들도 마찬가지다. 중국 처지에서 보면 K리그는 굉장히 흥미로운 시장이다. 슈퍼리그에 비해 기량은 월등히 뛰어나지만 선수, 감독의 몸값은 유럽 출신들에 비해 현격히 떨어진다. 가격 대비 효과를 따지면 K리그 감독과 선수처럼 매력적인 투자처가 없다.

    최근 K리그 클래식(1부리그) FC서울 사령탑을 맡았던 최용수(43) 감독이 슈퍼리그 장쑤 쑤닝행을 선택하면서 화제가 됐다. 정확한 액수는 발표되지 않았지만, 서울 시절 연봉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거액을 받을 것으로 추정된다. 최 감독의 중국행은 과거 다른 선수, 감독들의 대륙행과 달리 K리그와 팬들에게 또 다른 충격을 안겨줬다. 서울은 클래식 정상을 다투고 있고, 2016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8강에도 올라 있다. FA컵에서도 생존해 ‘트레블’을 노릴 수 있는 기회다. 이런 상황에서 최 감독은 갑작스레 이별을 통보했다. 이런 까닭에 일부에서는 “한 팀의 수장으로서 무책임한 행동”이라며 비난을 퍼붓고 있다.

    지난해 7월에도 장쑤의 러브콜에 고심했던 최 감독은 당시 “시즌 도중 팀을 떠나는 것은 감독으로서 도리가 아니다”라고 말하며 ‘노(No)’를 외쳤다. 구단과 팬에 대한 의리도 언급했다. 최 감독은 그러나 이번 계약으로 자신의 말과 완전히 배치되는 행동을 했다. 이에 대한 비판은 마땅하고 최 감독도 이를 감수해야 한다.



    이와 별개로 최 감독의 중국행을 마냥 부정적으로 바라볼 필요는 없다. 슈퍼리그는 어느 순간 세계가 주목하는 ‘큰 시장’이 돼버렸다. 싫든 좋든 인정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장쑤만 해도 올 시즌 EPL 첼시 FC 출신의 하미레스 등 외국인 선수 4명을 영입하는 데 1000억 원 넘게 썼다. 축구 본고장 유럽은 물론, 브라질에서 한창 잘나가는 선수들도 중국 문을 두드리고 있다. 세계적인 명장도 즐비하다. 2002 한일월드컵 때 브라질 대표팀을 이끌고 우승했던 루이스 펠리피 스콜라리는 현재 광저우 에버그란데 감독이다. 몸값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다. 최 감독의 중국행을 삐딱하게 바라보며 K리그가 ‘셀링리그’로 전락했다고 한탄하기보다 왜 K리그가 이렇게 작아졌는지, 우리는 슈퍼리그처럼 판을 더 키울 수 없는지 고민해야 한다.

    슈퍼리그가 한국인 감독을 선호하는 이유는 유럽 감독들과 달리 성실함과 책임감을 갖췄고, 선수를 키워내는 탁월한 능력이 있기 때문이다. 유소년 육성 등에서도 강점이 많다. 최 감독이 장쑤로 옮기면서 홍명보(항저우 그린타운), 박태하(옌볜 푸더), 장외룡(충칭 리판), 이장수(창춘 야타이) 등 모두 5명의 지도자가 슈퍼리그 지휘봉을 잡게 됐다. 16개 팀 중 5개 팀이다. 중국인(4명)을 넘어 가장 많다. 한국 감독의 중국행은 지도자 자원의 ‘유출’이 아니라 ‘수출’이다. 한국 지도자들이 슈퍼리그에서 빼어난 성적을 거둔다면 K리그 위상은 한층 더 높아질 것이 분명하다.



    중국 축구의 무서운 저력

    중국 축구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비단 슈퍼리그의 양적·질적 팽창뿐 아니라 그들의 시선이 세계로 향하고 있다는 점 때문이다. 과거 어느 나라도 이처럼 단기간에 전 세계 축구를 대상으로 과감한 투자를 하지 못했다. 중국 거대 기업들은 막대한 자본력을 앞세워 EPL은 물론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이탈리아 세리에A 등 축구 본고장을 자임하는 유럽 각 리그로 앞다퉈 진출하고 있다. 내로라하는 명문 구단의 지분을 사들이며 차이나 파워를 마음껏 과시하고 있다.

    최 감독이 몸담게 된 장쑤의 모기업 쑤닝그룹은 중국이 자랑하는 가전유통기업이다. 슈퍼리그에서 아낌없이 돈을 쓰고 있는 쑤닝그룹은 해외 리그 투자에도 큰 공을 들이고 있다. 6월 초 세리에A FC 인터밀란(이탈리아) 지분 70%를 2억7000만 유로(약 3550억 원)에 인수하며 단숨에 최대주주가 됐다. 1908년 창단된 인터밀란은 정규 리그 18차례 우승을 차지한 세리에A의 대표 구단이자 전 세계 축구팬이라면 누구나 다 아는 명문 구단이다.



    이보다 앞선 5월 중순에는 정보기술(IT)·금융기업 리콘그룹의 샤지엔통 회장이 1874년 창단한 EPL 명문 애스턴 빌라FC를 6000만 파운드(약 1050억 원)에 인수했다. 샤지엔통 회장은 올여름 이적시장에서 선수 영입 자금으로 3000만~4000만 파운드(약 700억 원) 투자를 약속하는 등 전폭적인 지원을 펼치고 있다. 중국 자본력은 프리메라리가도 노리고 있다. 완구업체 라스타그룹은 지난해 11월 RCD 에스파뇰의 지분 56%를 인수했고, 국유기업 중국미디어캐피털과 부동산 투자가 주 목적인 완다그룹은 각각 맨체스터 시티 FC(잉글랜드)의 지분 13%와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스페인)의 지분 20%를 갖고 있다.

    이뿐 아니다. 중국의 축구 욕심은 호주까지 손길을 뻗치고 있다. 중국 발광다이오드(LED) 제조업체 레드맨은 얼마 전 호주 A리그 뉴캐슬 유나이티드 제츠 FC를 인수했다. 2000년 창단한 뉴캐슬 제츠는 2008년 정규리그 정상에 올랐고, 2009년에는 AFC 챔피언스리그 16강까지 경험한 신흥 강호다. K리그 클래식의 한 감독은 “능력 있는 우리 선수, 지도자뿐 아니라 유럽의 이름 있는 스타플레이어, 명장들도 중국행을 결심한다는 것은 슈퍼리그가 단지 돈이 모이는 곳이 아니라 세계의 관심과 시선이 모이는 곳이기 때문”이라며 “특히 중국은 과거 영토를 확대하듯 유럽 리그의 이름 있는 팀들의 지분까지 획득하고 있다. K리그 팀들이 투자 매력이 있다면 언제든 돈다발을 들고 찾아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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