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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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는 사회성이 부족하다?” 아닙니다!

[최인영의 멍냥대백과] 생후 2~5개월 보호자와 어떻게 교감하는지에 따라 성격 결정

  • 최인영 러브펫동물병원장

    입력2024-03-06 09: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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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반려동물에게도 ‘올바른 양육’이 필요하다. 건강관리부터 문제 행동 교정까지 반려동물을 잘 기르기 위해 알아야할 지식은 무궁무진하다. 반려동물행동의학 전문가인 최인영 수의사가 ‘멍냥이’ 양육에 관한 모든 것을 알려준다.

    반려묘에 관한 잘못된 인식과 선입견을 갖고 반려묘를 대하면 깊은 유대 관계를 맺기 어렵다. [GETTYIMAGES]

    반려묘에 관한 잘못된 인식과 선입견을 갖고 반려묘를 대하면 깊은 유대 관계를 맺기 어렵다. [GETTYIMAGES]

    동물병원에서 진료를 하다 보면 보호자와 놀랍도록 관계가 친밀한 반려묘를 종종 만나게 됩니다. 이와 반대로 보호자와 반려묘 사이에 아무런 정서적 유대감이 없고, 그저 한집에 살기만 하는 것뿐인 관계도 가끔 봅니다. 왜 이런 차이가 나타나는 걸까요. 경험상 보호자가 반려묘를 대하는 방식에 다른 점이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 주변에는 반려묘에 관한 잘못된 인식과 선입견이 널리 퍼져 있는데요. 이를 기반으로 반려묘를 대하면 깊은 유대 관계를 맺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사회화 시기 성격 결정돼

    반려묘에 대해선 “사회성이 없다”는 인식이 많습니다. 반려묘를 반려견과 비교해서 생각하기 때문이죠. 일반적으로 반려묘가 반려견에 비해 보호자 의존도가 낮은 건 사실입니다. 그렇다고 반려묘의 사회성이 부족하다고 말할 순 없습니다. 반려묘 역시 반려견과 마찬가지로 사회화 시기(생후 2~5개월)를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성격이 결정되는데, 이때 보호자와 적절히 교감하고 긍정적인 스킨십 경험을 충분히 쌓으면 얼마든지 친근감 있는 성격을 가질 수 있습니다. 실제로 ‘개냥이’(강아지처럼 애교 많은 고양이), ‘무릎냥이’(사람 무릎에 잘 누워 있는 고양이)처럼 보호자에게 강한 친밀감을 드러내고 떨어지지 않으려는 반려묘 수도 상당합니다.

    “반려묘는 사회성이 부족하다”는 생각은 “반려묘는 혼자서 잘 지낸다”는 또 다른 잘못된 인식을 퍼뜨리곤 합니다. 반려묘는 어차피 사람을 좋아하지 않으니 혼자서도 잘 지낼 것이라고 생각하는 거죠. 그러나 앞서 언급했듯이 반려묘는 사회성이 없는 동물이 아니기에 혼자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 스트레스를 받습니다. 오랫동안 좁은 공간에 홀로 있다가 반려견처럼 보호자에 대한 분리불안 증상을 나타내는 반려묘도 종종 있습니다. 반려묘도 반려견처럼 보호자와 장난감으로 놀이를 하는 등 함께 시간을 보내기를 좋아한다는 뜻이죠.

    그 밖에 반려묘의 행동 특성에 관한 선입견도 적잖습니다. 훈련이 불가능하고 가구 등 집 안 물건을 마구 훼손한다는 게 그것입니다. 전자부터 얘기하면 반려묘는 훈련이 가능합니다. 어릴 때부터 칭찬, 간식 등 보상을 통해 특정 행동을 반복적으로 강화하면 습관처럼 그 행동이 몸에 배게 됩니다. 반려견의 ‘긍정강화훈련’과 다르지 않죠. 또 반려묘가 집 안 물건을 망가뜨리지 않게 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집 안 곳곳(반려묘가 좋아하는 벽 위주로)에 전용 스크래처를 설치하는 겁니다. 반려묘는 본능적으로 무언가를 긁으려 하는데, 스크래처가 있으면 긁기 욕구가 상당 부분 해소되기에 소파 가죽, 식탁 다리 등을 훼손하는 일이 줄어듭니다.



    반려묘도 반려견처럼 보호자와 장난감으로 놀이를 하는 등 함께 시간 보내기를 좋아한다. [GETTYIMAGES]

    반려묘도 반려견처럼 보호자와 장난감으로 놀이를 하는 등 함께 시간 보내기를 좋아한다. [GETTYIMAGES]

    저음·짙은 향·큰 소리에 거부감

    반려묘와 유대감을 기르려면 반려묘가 싫어하는 행동을 하지 않는 것도 중요합니다. 통상 반려묘는 고음보다 저음에 거부감을 느낍니다. 반려묘의 경우 기분이 좋을 땐 높은 음으로, 반대로 기분이 좋지 않을 땐 낮은 음으로 “야옹” 하는 소리를 냅니다. 그래서 낮은 음역대(평균 100~150헤르츠(Hz))를 가진 남성보다 목소리 톤이 높은 여성(200~250Hz) 보호자를 선호하고, 보호자가 저음을 내면 경고 의미로 받아들입니다. 따라서 반려묘를 부를 땐 평소보다 한 톤 높은 소리를 내도록 신경 쓰는 것이 좋습니다. 눈을 깜빡이며 시선을 맞추는 ‘눈인사’까지 함께 건네면 반려묘도 경계심을 보이지 않을 가능성이 큽니다.

    또 반려묘는 반려견만큼 감각기관이 발달한 동물이라 강한 자극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담배, 향수 같은 짙은 향을 싫어하죠. 따라서 반려묘와 친해지고 싶다면 최대한 후각을 자극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그 밖에 큰 소리로 웃거나 소리를 지르는 행위도 반려묘를 깜짝 놀라게 하고 두려움을 갖게 만듭니다. 반려묘와 신뢰를 바탕으로 긍정적 관계를 맺고자 하는 보호자라면 이 같은 반려묘의 심리 상태, 본능과 욕구, 호불호를 먼저 잘 파악하길 권합니다.

    최인영 수의사는…
    2003년부터 수의사로 활동한 반려동물 행동학 전문가다. 현재 서울 영등포구 러브펫동물병원 대표원장, 서울시수의사회 이사를 맡고 있으며 대표 저서로 ‘어서 와 반려견은 처음이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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