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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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장기국채금리 16년 만에 5% 돌파, 채권투자 적기일까

[김성일의 롤링머니] 미래 금리 예측 불가… 개인투자자라면 모든 경우 대비해야

  • 김성일 ‘마법의 연금 굴리기’ 저자

    입력2023-11-09 09: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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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etty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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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10년물 국채금리가 10월 19일(현지 시간) 장중 5%를 넘어섰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발생 직전인 2007년 7월 이후 16년 만의 일이다. 미국 10년 만기 국채금리는 주택담보대출이나 학자금대출, 자동차대출 등 미국 시중금리의 기준이 되며 글로벌 채권금리의 벤치마크 역할을 한다. 미국 국채금리 상승으로 주식시장 역시 영향을 받아 미국 대형주 지수인 S&P500, 한국 코스피 모두 하락했다.

    금리를 자극한 원인 중 하나로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가 지목된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이날 뉴욕경제클럽 연설에서 “인플레이션이 여전히 너무 높고, 경제성장을 둔화시킬 필요가 있다”며 “통화정책이 덜 긴축적”이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존 윌리엄스 뉴욕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 역시 “연준이 인플레이션을 낮추는 데 여전히 갈 길이 남았다”면서 “물가상승률 목표치 2%를 달성하기 위해 제약적 정책을 고수할 것”이라고 밝혔다. 시장에서는 이런 매파적 발언들이 장기금리를 급등하게 했다고 본다.

    현 금리인상이 추세라면 채권매매 차손 우려

    미 국채금리가 16년 만에 5%를 넘어서자 국내 언론도 ‘미 국채금리 쇼크’라는 제목을 달아 보도하고 있다. 하지만 같은 내용인데도 매체에 따라 기사 방향이 달라 일반인 입장에서는 조금 혼란스럽다. 어떤 기사는 금리가 높으니 이자 수익도 증가해 장기국채 투자 매력도가 상승한다고 말한다. 더불어 금리가 인하되면 그에 따른 국채 가격 상승 매력도가 커진다고 설명한다. 반면 다른 기사는 통화정책 불확실성이 높아 장기국채를 매수하기 쉽지 않다고 말한다. 국채금리가 5%를 넘어 더 높이 상승한다면 국채 가격 인하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또 다른 기사에서는 시중금리가 상승할 때는 장기채보다 가격 민감도가 낮은 단기채가 투자에 더 적합하다고 설명하기도 한다.

    동일한 사건을 두고 의견이 갈리는 이유는 관점이 다르기 때문이다. 먼저 국채를 10년간 보유해 만기 이자를 얻을 목적이라면 16년 만에 가장 높은 5% 금리는 6개월 전 3.3%보다 1.7%p나 상승한 것이라 매력적으로 느껴질 수 있다. 다만 이런 상황에도 의견이 갈릴 수 있다. 현 금리상승이 일시적이고 5%가 가장 높은 수준이라고 본다면 지금이 매수 적기다. 하지만 현 금리상승이 추세적이고 향후 6% 이상으로 상승한다고 본다면 매수 타이밍을 더 기다리는 것이 낫다는 결론이 나온다.

    투자 기간이 단기인 경우에는 또 다른 셈법이 작동한다. 3~6개월만 굴리고 이후 상황에 따라 다시 대응하겠다고 생각하는 경우다. 단기로 운용할 자금이어도 장기국채를 검토하는 경우가 있다. 수개월 후 장기금리가 지금보다 하락하면 장기국채 가격이 상승한다는 점을 노리는 것이다. 지금 5%짜리 장기국채를 매수했다가 금리가 4% 이하로 하락했을 때 보유하고 있던 국채 가격이 상승하면서 매매차익을 얻을 수 있다. 반대로 지금보다 장기금리가 상승한다고 예측하는 경우에는 장기국채를 매수하면 매매 차손이 발생한다. 이때는 단기국채를 매수하는 것이 낫다는 결론이 나온다.



    지금까지 사례들은 금리 향방을 예측하고 그에 맞게 대응하는 시나리오다. 문제는 금리 향방을 예측할 수 있느냐는 점이다. 금리 움직임을 결정짓는 요소는 매우 다양하지만 최근에는 인플레이션이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 결국 미래 금리를 맞히고자 한다면 물가가 얼마나 오를지 예측할 수 있어야 하는데, 이것이 쉽지 않은 일이다. 세계 최고 중앙은행인 연준 위원들도 못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일반 투자자가 미래 금리를 예측해 투자 의사결정을 한다는 것은 애당초 불가능의 영역이다.

    경기침체 와도 금리인하 어려운 현재

    개인투자자가 검토해야 할 또 한 가지는 장단기금리 역전 현상이다. 연준이 지난해 3월 40년 만에 발생한 물가상승을 잡으려고 기준금리를 올리자 단기금리도 급등하기 시작했다. 3개월물인 단기금리가 10년물인 장기금리보다 높아지는 장단기금리 역전 현상은 지난해 10월 일어났다(그래프 참조). 이후 지속적으로 상승한 단기금리와 달리 장기금리는 하락해 1년 넘게 역전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지금까지는 장단기금리가 역전되면 그 후 경기침체가 발생했다. 정확히는 장단기금리 역전 상황을 지나 장기금리가 단기금리보다 높아지는 시점에 경기침체가 찾아왔다.

    지금 같은 장기금리 상승이 지속된다면 장단기금리 역전 현상은 해소될 것이다. 그리고 그즈음 어딘가에서 경기침체가 발생할 수 있다. 경기침체가 발생하면 금리 예측은 더욱 어려워진다. 과거에는 일반적으로 각국 중앙은행이 경기침체를 극복하기 위해 기준금리를 낮춰 시중에 돈을 풀면 시중에 공급된 유동성이 금융시장에 호재로 작용했다. 하지만 지금은 과거와 다른 상황이다. 1980년대급 인플레이션이 당국자들을 옥죄고 있는 것이다. 경기침체가 발생했는데도 인플레이션이 높은 수준이라면 금리를 낮추는 의사결정은 쉽지 않다. 따라서 앞으로 금리가 오를지 내릴지 예측하는 것은 모두에게 불가능의 영역이 된다.

    예측과 전망에 기반한 투자는 어렵다. 개인투자자가 할 수 있는 투자 방법은 사전에 대응하는 것이다. 대표적 투자법인 자산배분 포트폴리오는 금리가 오르든 내리든 포트폴리오에 움직임이 다른 자산을 미리 편입함으로써 큰 손실을 입지 않게 해준다. ‘국채는 안전자산’이라거나 ‘미 국채는 글로벌 안전자산’이라는 막연한 믿음을 거두는 것도 중요하다. 국채가 안전하다는 것은 가격이 절대 하락하지 않는다는 뜻이 아니다. 기준금리 하락이나 국채에 대한 수급 개선의 영향을 받아 큰 폭으로 하락하는 주식에 비해 국채가 상대적으로 안전하다는 얘기다. 실제로 가격이 오르는 경우도 많으니까 말이다. 편향되지 않은 금융상식과 시장 움직임을 이해하는 통찰력이 필요한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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