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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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수도 뉴욕 미술관 산책②

[재이의 여행블루스] 뉴욕 현대미술관·메트로폴리탄 미술관·구겐하임 미술관의 모든 것

  • 재이 여행작가

    입력2023-10-22 09: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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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 3대 박물관 중 하나로 꼽히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뉴시스]

    세계 3대 박물관 중 하나로 꼽히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뉴시스]

    모마(MoMA)라는 애칭으로 더 익숙한 미국 뉴욕 현대미술관(Museum of Modern Art)은 세계적인 근현대 미술작품을 만날 수 있는 곳이다. 1929년 소위 미국 재벌가 사모님들을 주축으로 설립이 추진됐는데, 존 록펠러 주니어의 부인 애비 록펠러와 그의 친구 릴리 블리스, 메리 설리번이 자신들의 소장 컬렉션 전시 등을 위해 미술관 설립을 지원한 것이다. 모마는 종합 미술을 전시하는 여느 미술관과 달리 처음부터 ‘현대’라는 시대정신을 담은 작품만 전시할 목적으로 탄생했다. 개관 직후에는 제대로 된 건물도 없이 이곳저곳을 옮겨 다니다가 1939년 현 위치로 이사했다. 이후 2004년 일본을 대표하는 건축가 다니구치 요시오의 설계로 대대적인 확장 리뉴얼 공사가 진행됐고 지금과 같은 모습을 갖추게 됐다.

    1층 메인 출입구를 통해 모마에 들어서면 확 트인 천장 위로 거대한 규모의 아트리움이 한눈에 들어온다. 미술작품을 더 감각적으로 만들어주는 가구와 벽지, 곳곳에 놓인 조형물은 미술관 전체에 모마만의 색다른 리듬감을 불어넣는다. 이런 특징 덕분에 모마는 고급스러우면서도 세련된 모던함을 추구하는 사람들에게 더할 나위 없는 학습의 장이 되기도 한다.

    오직 현대미술을 위한 미술관

    모마는 미국, 유럽, 아시아를 통틀어 시대를 막론하고 가장 유명한 현대미술가들의 대표작을 보유해 언제나 관람객으로 붐빈다. 빈센트 반 고흐 ‘별이 빛나는 밤’, 파블로 피카소 ‘아비뇽의 처녀들’, 앙리 마티스 ‘춤’, 마르크 샤갈 ‘나와 마을’부터 클로드 모네 ‘수련’, 앤디 워홀 ‘캠벨 수프 깡통’, 살바도르 달리 ‘기억의 지속’까지…. 친숙한 명작은 물론 근현대 회화와 조각, 드로잉, 사진, 필름, 비디오, 건축, 디자인, 일러스트 등 장르도 폭넓어 현대미술 성지로 꼽힌다. 특히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 앞은 루브르 박물관의 ‘모나리자’ 근처 못지않게 혼잡도가 상당하다. 관람은 5층 특별 기획 전시를 본 뒤 아래층으로 내려와야 시대순으로 제대로 즐길 수 있다. 또 뉴욕 퀸스 롱아일랜드 시티에 분관 ‘모마 PS1’이 있는데, 모마 입장권을 갖고 2주 이내에 방문하면 무료입장이 가능하니 꼭 기억해두자.

    뉴욕 현대 미술관에서 한 관람객이 작품을 감상하고 있다. [박진희 제공]

    뉴욕 현대 미술관에서 한 관람객이 작품을 감상하고 있다. [박진희 제공]

    시대별 유명 현대 미술가들의 대표작을 보유한 뉴욕 현대 미술관(Museum of Modern Art). [박진희 제공]

    시대별 유명 현대 미술가들의 대표작을 보유한 뉴욕 현대 미술관(Museum of Modern Art). [박진희 제공]

    여유롭고 싱그러운 센트럴파크

    모마에서 다음 행선지인 센트럴파크까지는 지척이다. 뉴욕의 녹색 심장이자 세계적 도시공원으로 유명한 센트럴파크는 5번가와 8번가 사이에 자리 잡고 있다. 동서로 약 800m, 남북으로 약 4㎞에 이르는 거대한 직사각형 형태로, 1857년 공원 건립이 추진된 후 부분 개장을 거쳐 1876년 최종 완공됐다. 센트럴파크를 설계한 조경가 프레더릭 로 옴스테드는 도시에 사는 모든 계층이 누구나 쉽게 공원에 접근할 수 있도록 했다. 또 자연환경을 최대한 살리고 공원에 필요한 최소한의 장치만 설치했는데, 이는 도시공원의 존재 가치를 공공복지에 뒀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19세기에 도시 녹지 공간의 중요성을 예지했다는 사실이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그 덕에 매년 4000만 명 넘는 방문자가 이곳에서 세상의 모든 짐을 내려놓은 채 편히 쉬다 갈 수 있게 됐다.

    그래서인지 센트럴파크에만 오면 시간이 정말 빠르게 흘러간다. 우선 수목이 우거진 정원과 산책로, 인공호수와 연못, 동물원, 아이스링크, 회전목마, 야외극장 등 볼거리와 즐길 거리가 가득하다. 푸른 잔디에 앉아 책을 읽거나 노래를 들으며 여유로운 시간을 보낼 수도 있다. 공원을 둘러싼 주변도 비슷한 분위기다. 산책하는 사람, 조깅하는 사람, 자전거 또는 보드를 타는 사람이 자주 눈에 띈다. 그래서인지 센트럴파크 없는 뉴욕은 상상하기 어렵다. 잠깐이라도 센트럴파크에서 피크닉을 즐기는 뉴요커가 돼보기를 권한다.



    이제 센트럴파크의 싱그러움을 기억하며 미술관, 박물관, 갤러리 등이 몰려 있는 뮤지엄 마일로 향하자. 뮤지엄 마일은 센트럴파크 동쪽 5번가를 따라 82번가에서 110번가까지 1마일(약 1.6㎞)가량 펼쳐진 거리를 말한다. 고급 주택가 사이로 뉴욕을 대표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과 현대미술의 성지 구겐하임 미술관이 이웃하고 있으며 뉴욕 역사와 문화를 시대순으로 볼 수 있는 뉴욕시립미술관, 세계 최고 디자인 사료를 소장한 쿠퍼 휴잇 국립디자인박물관 등 크고 작은 미술관과 박물관이 모여 있다. 문화와 예술이 살아 숨 쉬는 뮤지엄 마일 일대는 명품 매장도 즐비해 뉴욕 시민은 물론, 뉴욕을 방문한 관광객이라면 꼭 한 번쯤 찾는 곳이기도 하다.

    뮤지엄 마일에 도착하면 영국 대영박물관,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과 함께 세계 3대 박물관으로 꼽히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을 제일 먼저 만나게 된다. 시대와 지역을 포괄하는 다양한 컬렉션을 자랑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은 센트럴파크를 배경으로 펼쳐진 미술관 입구부터 단연 압도적이다. 이곳은 미국 독립기념일을 축하하고자 1866년 파리에 모인 미국인들의 회동에서 기금을 마련해 세워졌다. 그리스, 로마, 이집트 등 고대미술부터 현대미술까지 5000년 인류 역사와 문화를 아우르는 수많은 작품을 만나볼 수 있으며, 그 규모가 방대해 모든 전시를 하루에 다 보는 것은 무리다. 따라서 반드시 보고 싶은 전시 위주로 계획을 세워 관람하는 것이 좋다. 그중 이집트 고대 도시 하나를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이집트 전시관과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로 유명한 요하네스 페르메이르의 작품은 절대 놓쳐서는 안 된다. 네덜란드가 낳은 17세기 천재 화가 페르메이르의 작품은 전 세계에 34점 정도만 남은 것으로 추정되는데, 그중 5점이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 있기 때문이다. 또 작지만 알차게 구성된 한국관도 잊지 말고 둘러볼 필요가 있다. 세계 문화 속 우리 문화의 가치를 알아가는 것도 중요하기에 그렇다.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은 많은 사람이 개관 시간 전부터 줄을 서서 기다리는 편이니 계획된 일정을 고려해 아침 일찍 서두르는 것을 추천한다.

    예술을 위한 신전을 건축하다

    미술관 산책의 종착지는 현대미술의 흐름을 알 수 있는 구겐하임 미술관이다.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서 도보로 10분 거리에 있다. 구겐하임 미술관은 미국 철강업계 거물 솔로몬 구겐하임이 수집한 현대미술 작품과 기증자들의 소장품을 기반으로 1959년 문을 열었다. 이 미술관은 뉴욕을 필두로 스페인 빌바오, 이탈리아 베니스, 독일 베를린, 미국 라스베이거스에 분관을 운영하고 있다. 뮤지엄 마일을 걷다 보면 달팽이처럼 나선형으로 생긴 새하얀 건물이 유난히 빛나는데, 그 건물이 바로 구겐하임 미술관이다. 미국 출신 세계적인 건축가 프랭크 라이트가 설계한 미술관은 건물 자체가 하나의 예술품이며 뉴욕 랜드마크 중 하나다.

    나선형의 새하얀 건물 외관이 돋보이는 구겐하임 미술관. [GettyImages]

    나선형의 새하얀 건물 외관이 돋보이는 구겐하임 미술관. [GettyImages]

    설립자 구겐하임은 당초 예술을 위한 신전(神殿)을 만들고자 했다. 이에 건축가 라이트는 고대 메소포타미아 지역에서 여러 층으로 쌓아올려 만든 신전 ‘지구라트’(Ziggurat: 계단식 피라미드) 형태를 구상했고, 로마 판테온 지붕 양식인 로톤다를 도입했다. 고대 건축양식과 모더니즘을 융합한 결과 건물 내부에는 계단이 없다. 시공간의 단절 없이 완만한 경사로를 따라 걷다 보면 힘들이지 않고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또 원형 지붕을 통해 자연의 빛이 그대로 스며들어 건물 내부를 부드럽게 밝힌다. 공간이 주는 특별함을 제대로 만끽하려면 5층에서부터 걸어 내려오면서 각 층의 작품을 감상하는 것이 좋다. 파격적이고 도발적인 주제를 다룬 기획 전시는 물론 젊은 날의 피카소 작품과 고흐, 폴 세잔, 샤갈, 로이 릭턴스타인, 피터르 몬드리안 등 유명 작가들의 명작이 전시 공간을 가득 채우고 있다. 특히 추상미술의 선구자 바실리 칸딘스키 컬렉션은 독보적인데, 설립 초부터 확보한 그의 작품들이 세계에서 가장 많이 소장돼 있기 때문이다.

    뉴욕에서만큼은 부디 자유를 누리는 게으른 산책자가 돼기를 권한다. 거의 모든 문화예술이 집약된 도시이기에 천천히, 여유롭게 시간을 소비하면서 이어진 길들을 배회해보자. 그리고 바쁘게 움직였던 일상의 압박에서 벗어나 뉴욕이 지닌 독특한 도시 풍경을 오롯이 즐기자. 걷다 지치면 잠시 멈춰 쉬어 가도 좋다. 그 누구도 당신의 인생을 재촉하지 않을 테니까.

    재이 여행작가는…
    세계 100여 개국을 여행하며 세상을 향한 시선을 넓히기 시작했다. 지금은 삶의 대부분을 보낸 도시 생활을 마감하고 제주로 이주해 글을 쓰고 사진을 찍으며 다양한 여행 콘텐츠 를 생산하는 노마드 인생을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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