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409

..

중국 침공에 대비한 대만의 베이징·싼샤댐 동시 공격 시나리오

대규모 중국군 상륙작전에 잠수함·미사일·드론 전력 줄줄이 강화

  • 이장훈 국제문제 애널리스트

    truth21c@empas.com

    입력2023-10-07 10:00:01

  • 글자크기 설정 닫기
    중국 푸젠성 남부에 위치한 둥산다오(東山島)의 지형과 지세는 대만 본섬과 비슷하다. 대만 제2 도시 가오슝에서 304㎞ 떨어진 이 섬의 해안선은 직선으로 뻗어 있어 상륙작전 훈련에 적합하다는 말을 들어왔다. 중국군은 매년 이곳 다청만(大埕灣) 일대에서 대만을 겨냥한 상륙작전 훈련을 해왔다.

    대만군이 중국군의 침공에 대비해 슝펑-3 초음속 대함미사일을 시험발사하고 있다. [대만 국방부 제공]

    대만군이 중국군의 침공에 대비해 슝펑-3 초음속 대함미사일을 시험발사하고 있다. [대만 국방부 제공]

    “대만 국방부, 중국군 훈련 예의 주시”

    그런데 대만 국방부가 9월 21일 이곳에서 대규모 상륙작전 훈련을 벌이고 있던 중국군의 움직임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는 성명을 이례적으로 발표했다. 추궈정 대만 국방부장도 입법원(의회)에 “중국군의 육해공과 수륙양용 부대가 합동훈련을 펼치고 있다”며 “최근 적정이 매우 비정상적”이라고 보고했다. 실제로 중국군은 9월 이곳에서 2주간 사상 최대 규모 함정과 항공기, 해군육전대(해병대) 등이 참여한 가운데 상륙작전 훈련을 실시했다. 중국군은 이 훈련에 사상 처음 항공모함 전단을 동원했고, 장거리 로켓과 탄도미사일로 타격 훈련을 실시하는 등 새로운 훈련 방식도 선보였다.

    제중 대만 국가정책연구재단 부연구원은 “중국군은 2021년과 2022년 9월에도 다청만에서 상륙 훈련을 실시했다”며 “이번 상륙 훈련에는 대만 본섬의 주요 부두가 대만군의 파괴 또는 선박의 고의 침몰에 의한 항로 봉쇄 등으로 사용하지 못하는 상황에 대비한 인력·장비·군수품 하역 훈련이 포함됐다”고 분석했다. 쑤쯔윈 대만 국방안전연구원 전략자원연구소장은 “대만 국방부가 중국군의 훈련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밝힌 이유는 중국군의 훈련 규모가 이전보다 커졌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중국군이 대만 침공을 위한 상륙작전 준비에 나서자 대만군도 이를 저지하기 위해 ‘고슴도치’ 전략에 따른 비대칭 전력 강화에 적극 나서고 있다. 추 국방부장은 “우크라이나가 비대칭 전력으로 러시아라는 거대한 적에 맞서고 있다”며 “대만도 중국이라는 ‘골리앗’에 맞서 ‘다윗’이 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대만군 전략의 핵심은 ‘근해 사수, 해안선에서 적 섬멸’이다. 대만 근해에서 중국군의 제공권과 제해권 장악을 거부하고, 해안에 상륙하는 중국군을 섬멸함으로써 내륙 진출을 무산시키겠다는 것이다.

    대만 정부가 9월 28일 첫 자국산 방어형 잠수함(IDS)의 진수식을 가진 것도 비대칭 전력 강화의 일환이다. 진수식에 참석한 차이잉원 대만 총통은 “과거에는 국내에서 잠수함을 개발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다”며 “이 잠수함은 해군의 비대칭 전력을 강화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길이 80m, 배수량 3000t인 이 잠수함은 ‘하이쿤(海鯤)’으로 명명됐다. 이 이름은 ‘장자’ 제1편 소요유 제1장의 “북녘 검푸른 바다에 물고기가 있으니 그 이름을 곤(鯤)이라고 한다. 곤의 크기는 몇천 리가 되는지 알 수 없다”는 구절에서 따왔다. 대만군은 하이쿤함을 내년 말까지 실전 배치할 예정이다.



    대만군은 하이쿤급 잠수함을 2025년에 3척, 2027년에는 4척 건조를 목표로 한다. 이 잠수함은 미국 마크(MK)48 중어뢰로 무장하고 있다. 쑤 연구원은 유사시 이 잠수함을 대만과 필리핀 사이 전략적 관문인 바시 해협과 미야코 해협(일본 오키나와섬과 미야코섬 사이 해역, 대만 북동부)에 투입한다면 중국군 항공모함과 075형 강습상륙함의 대만 동부 해역 진입 및 봉쇄를 차단할 수 있으리라고 내다봤다.

    대만군, 미군과 협력 강화

    대만은 중국 해군 함정을 타격할 수 있는 하푼(Harpoon) 지대함미사일 400기를 미국으로부터 구입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대만이 보유한 지대함미사일은 4종류로 늘어난다. 대만군은 자체 개발한 초음속 대함미사일 슝펑(雄風)-2E 순항미사일과 슝펑-3 순항미사일을 이미 배치한 바 있다. 각각 사거리 600㎞, 400㎞인 슝펑-2E와 슝펑-3은 트랙터 운반 발사대에서 발사된다.

    하푼 미사일은 최대 사거리 280㎞, 최고속도 시속 864㎞(마하 0.71)로 다소 느리지만 해수면 위를 낮게 비행하기에 적 함정이 종말 단계에서 방어하기 대단히 어렵다. 또한 대형전술트럭(HEMTT)에 탑재 가능해 중국군의 공격을 피할 수 있고, 중국 해군 함정을 원거리에서 타격할 수 있어 대만판 ‘반접근·지역거부(A2/AD)’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대만군은 제공권 확보를 위해 공군력과 지대공미사일 전력도 대폭 강화하고 있다. 대만 공군은 기존 F-16A/B를 모두 F-16V로 업그레이드하는 성능 개량 사업인 ‘펑잔(鳳展)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대만 공군은 1990년대 초반 도입한 F-16A/B 142대를 운용하고 있다.

    대만 공군은 또 미국으로부터 2026년까지 최신형 F-16V 66대를 도입할 계획이다. 이에 향후 대만이 운용할 F-16V는 총 208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미국 정부는 8월 23일 F-16V용 ‘적외선 탐색·추적장비(IRST)’를 대만에 판매하기로 했다. 대만의 F-16V가 IRST를 탑재하면 중국 스텔스 전투기 J-20을 탐지해 중거리 공대공미사일로 격추할 수 있다. 장옌팅 전 대만 공군 부사령관은 “제공권을 잃으면 중국군의 대만 상륙을 막기 어렵다”며 “미국 IRST 수입으로 중국 스텔스 전투기에 대한 열세를 줄이면서 대만의 방공 능력도 강화할 수 있게 됐다”고 평가했다.

    대만군은 자체 개발한 텐궁(天弓)-1·2·3과 미국산 패트리엇(PAC)-3 등 지대공미사일로 중국군 공군 전투기와 폭격기, 각종 미사일을 격추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톈궁-3은 대만이 300억 대만달러(약 1조2600억 원)를 들여 자체 개발한 고고도 대공미사일로 ‘대만판 사드(THAAD)’로 불린다. 대만은 또 2026년까지 미국으로부터 8억8200만 달러 (약 1조1900억 원)에 달하는 사거리 확장형 PAC-3 MSE 100기를 도입할 예정이다. 대만군은 8월 초 남태평양 도서국 팔라우에서 비밀리에 미국과 함께 PAC-3 지대공미사일, 스팅어 미사일, 어벤저 단거리 방공미사일 등을 동원해 실사격 훈련을 실시했다. 대만군이 2311㎞ 떨어진 팔라우에서 미사일 훈련을 한 것은 중국군 정찰기 또는 정보선의 핵심 데이터 탐지를 우려해서다.

    최근 대만군이 공들이는 무기는 무인기(드론)다. 대만 국방부가 올해 공개한 ‘국방백서’에 따르면 2024년부터 미국으로부터 자폭드론인 스위치 블레이드 700대, 대만 국책 방산연구소인 국가중산과학연구원(NCSIST)이 개발한 대만판 스위치 블레이드인 쉰페이단(巡飛彈)-2 300대 등을 구매할 예정이다. 대만군은 튀르키예산 최신예 군사 공격용 드론 자칼(JACKAL) 160대도 도입하기로 했다. 이 드론은 최대 탑재중량이 15㎏이며 작전 범위는 130㎞, 순항 속도는 시속 108㎞, 최고속도는 160㎞로 4000m 상공까지 비행할 수 있다. 대만군은 이 드론을 중국군의 상륙작전 저지에 사용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대만군은 지난해 6월 자체 개발한 대형 공격용 드론이 자국 방공식별구역을 따라 비행하는 사실을 언론에 공개하기도 했다. 이 드론은 비행거리가 4500㎞에 달해 유사시 중국 내륙 깊숙이 진입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 특히 대만은 후이룽(慧龍) 프로젝트를 통해 자체 개발한 수중 드론을 12월부터 시험할 계획이다. 길이 30m, 폭 3.6m, 높이 6m 크기인 이 수중 드론은 상륙작전에 나설 중국군 해군 함정을 겨냥한 것이다.

    대만군 병사가 소형 드론을 날릴 준비를 하고 있다. [대만 국방부 제공]

    대만군 병사가 소형 드론을 날릴 준비를 하고 있다. [대만 국방부 제공]

    베이징 타격 가능한 순항미사일 배치

    대만군은 중국군 침공에 맞설 비장의 무기도 개발해 실전 배치했다. 이 무기는 최대 사거리가 1200㎞에 달하는 슝성(雄昇) 순항미사일이다. 대만군은 8월 16일 남부 핑둥 주펑 기지에서 이 미사일의 시험발사 모습을 처음 공개했다. 이 미사일은 유사시 상하이, 광저우 등 중국 대도시뿐 아니라 후베이성에 있는 세계 최대 규모의 댐 싼샤댐까지 공격할 수 있다. 대만군은 이와 함께 최대 사거리가 2000㎞에 달해 중국 수도 베이징 타격이 가능한 칭성(擎昇) 순항미사일도 개발해 실전 배치했다. 대만군은 최근 이런 미사일들을 운용하는 부대를 최소 3개 창설했다. 대만군은 중국군이 침공할 경우 중국의 주요 도시는 물론 싼샤댐을 공격한다는 비상 계획을 마련한 것으로 추정된다.

    주목할 점은 대만이 미국 본토에서 800명 규모로 편성되는 육군의 대대 훈련을 미군과 함께 2025년까지 실시한다는 것이다. 대만군이 이 훈련을 하는 것은 미군의 전투기술을 습득해 자력으로 중국군의 상륙작전에 맞설 능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대만군은 미군과 소통을 강화하고자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의 링크(Link) 22를 미국으로부터 제공받을 예정이다. 나토의 링크 22는 수상함·잠수함·항공기 등이 해상·수중·공중에서 탐지한 표적 정보를 실시간 공유 및 전파하는 디지털 통신망이다. 대만은 미국의 전폭적인 지원과 자체 무기 개발 등을 통해 비대칭 전력 강화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