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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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오션-HD현대중공업 2파전 된 폴란드 신형 잠수함 사업

SLBM 탑재로 유럽 모델 압도… 3조 원 사업 출혈경쟁 막을 정부 대책 필요

  • 신인균 자주국방네트워크 대표

    입력2023-08-20 10: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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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해군 도산안창호급 잠수함 1번 함인 도산안창호함(왼쪽)과 3번 함 신채호함. [동아DB]

    한국 해군 도산안창호급 잠수함 1번 함인 도산안창호함(왼쪽)과 3번 함 신채호함. [동아DB]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계기로 지난 30여 년간 평화를 누리던 미국과 유럽의 방위산업이 얼마나 망가져 있는지 여실히 드러났다. 서방 세계는 우크라이나에 다양한 유형의 재래식 무기를 공급하고 있다. 그 결과 유럽 각국 군대가 보유한 무기 상태가 얼마나 처참한지 확인된 것이다. 이 같은 문제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전부터 조금씩 가시화되기 시작했다. 무기 부족에 시달리던 독일군은 2014년 빗자루에 검은색 페인트를 칠하고 기관총인 척 훈련했다가 빈축을 샀다. 스페인군은 치장물자로 보관 중이던 레오파르트 2 전차 상당수가 작동이 불가능할 정도로 녹슬어 있는 게 탄로 났다.

    유럽 방산업계는 총체적 난국이다. 평화가 길어지고 노동조합의 정치적 영향력이 막강하다 보니 무기 도입 사업이 국방력 강화보다 고비용 일자리 창출에 초점이 맞춰졌다. 일자리를 늘리고자 같은 부품의 생산을 여러 업체에 하청 주고, 작업 시간도 의도적으로 길게 늘려 잡는 식이다. 결과적으로 무기 가격은 비싸지고 납기는 늦어졌다. 이런 상황에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터지자 유럽 방산업계의 비효율성이 가시화됐다. 무기 주문이 쏟아지자 유럽 방산업체들은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높은 가격과 느려터진 납기 일정이 담긴 견적서를 각국 정부에 제시하고 있다.

    유럽 방산업계 ‘총체적 난국’

    가령 노르웨이 육군이 발주한 독일제 레오파르트 2A7NO 전차의 경우 54대에 19억 달러(약 2조5400억 원)가 청구됐다. 1대에 470억 원이 넘는 충격적 가격이다. 노르웨이는 레오파르트 생산업체인 크라우스 마파이 베크만과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2월 계약했지만, 초도 물량은 2026년 이후에나 나올 예정이다. 그마저도 연평균 10대씩 납품될 전망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전에도 유럽제 무기의 높은 가격과 느린 납기는 악명이 높았다. 체코는 2021년 프랑스에 세자르 자주포를 주문했는데, 비교적 저렴한 차륜형 모델임에도 52문 도입에 3억4400만 유로(약 5022억 원)라는 견적이 나왔다. 1문에 96억 원 넘는 가격이다. 세자르는 트럭 위에 포를 얹어놓은 구조라 대포병 사격에 대단히 취약하다. 전투원과 포탄 모두 방탄 포탑으로 보호가 가능한 K9 자주포와 비교되는 구시대적 모델이다. 체코는 2024년 이후에나 초도 물량을 인수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최전선 국가인 폴란드가 지난해 한국으로부터 무기를 대량 구매한 것도 이 같은 상황 때문이다. 당초 폴란드는 독일제 전차를 구매하고, 독일·프랑스가 주도하는 신형 전차 개발 사업에도 참여하려 했다. 독일과 프랑스는 폴란드의 군사대국화를 견제하고자 전차 도입 사업을 방해했다. 폴란드는 신규 포병 무기 도입도 추진했는데, 원래 미국제 하이마스(HIMARS·고속기동포병시스템)가 유력 후보였다. 하지만 미국 측은 생산 능력이 받쳐주지 않아 2020년대 중반 이후에나 납품할 수 있다는 입장을 전했다.

    폴란드의 까다로운 조건도 한국은 척척

    한국 해군 잠수함 도산안창호함에서 2021년 9월 국내 첫 잠수함발사 탄도미사일(SLBM) 실사격 훈련이 실시됐다. [국방과학연구소 제공]

    한국 해군 잠수함 도산안창호함에서 2021년 9월 국내 첫 잠수함발사 탄도미사일(SLBM) 실사격 훈련이 실시됐다. [국방과학연구소 제공]

    심각한 안보 위기에 폴란드는 한국제 무기로 눈을 돌렸다. 구매 의향을 타진한 폴란드는 한국으로부터 ‘충격적’인 답변을 받았다. K2 전차는 독일제의 반값이고, 초도분 납품은 4개월이면 가능하다는 말에 폴란드는 지난해 8월 1차 물량 180대 도입 계약을 체결했다. 그리고 같은 해 12월 초도분을 실제로 납품 받았다. 폴란드는 천무 다연장로켓 구매 계약도 지난해 10월 체결했다. 단순 생산이 아닌, 폴란드 장비와의 시스템 통합 후 납품이라는 복잡한 조건이었다. 그럼에도 한국은 폴란드 측이 자체 생산한 차체와 사격통제시스템을 넘겨받은 지 2개월 만인 7월 완성품을 출고했다. K-방산의 놀라운 납품 속도전은 전투기도 마찬가지다. 한국은 지난해 9월 계약이 체결되고 10개월 만에 FA-50GF 초도 물량을 폴란드에 납품해 폴란드군 관계자들을 경악하게 했다.



    이제 세계 각국이 한국제 무기에 주목하고 있다. 유럽제 무기와 비교하면 성능은 대등하거나 더 우수한 데다, 가격은 저렴하고 납기도 빠르기 때문이다. 그동안 지상·항공 분야에 국한됐던 무기 수출이 해양 분야로까지 확대될 조짐도 감지된다. 캐나다에 이어 폴란드의 신형 잠수함 도입 사업에 도전장을 낸 한국 방산업체들이 유력 주자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폴란드는 현재 보유 중인 킬로급을 대체할 신형 잠수함 도입 프로젝트, 이른바 오르카 사업을 최근 본격화했다. 당초 오르카 사업은 2014년 시작돼 독일·프랑스·스웨덴 업체가 경쟁했지만, 모두 폴란드의 요구 조건을 충족하지 못해 흐지부지된 바 있다. 이번에 폴란드는 당시 제시한 것보다 더 까다로운 조건을 내걸었다. 핵심 조건은 △30일 이상 작전 지속 능력 △200m 이상 잠항 심도 △어뢰·미사일·기뢰 무장과 지상·해상·수중 목표물 타격 능력 △특수전 지원 능력 △드론 운용 능력 △기술이전 등이다. 폴란드는 22억5000만 유로(약 3조2800억 원) 정도의 사업비로 신형 잠수함 3~4척을 도입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7월 31일 마감된 폴란드 오르카 사업 입찰에 세계 11개 업체가 참여 신청서를 냈다. 한국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은 각각 도산안창호급을 바탕으로 한 현지화 모델을 제안했다. 독일 티센크루프마린시스템(U212CD), 프랑스 나발그룹(스코르펜), 스페인 나반티아(S80+), 이탈리아 핀칸티에리(U212 FNS), 스웨덴 코쿰스(A26) 등 대형 메이커들도 출사표를 냈다. 잠수함 건조 실적이 없는 영국 잠수함 구난업체 제임스 피셔 앤드 선스와 폴란드 아이컴, 노르웨이 볼류 인더스트리얼 IoT, 영국 밥콕 등도 참여 의사를 밝혔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국산 도산안창호급이 경쟁 모델들보다 뛰어난 경쟁력을 갖췄다고 할 수 있다. 폴란드 잠수함 수주에 나선 주요 모델의 특징과 한계를 하나씩 살펴보자.

    경쟁 모델, 사실상 ‘페이퍼 서브마린’

    독일과 노르웨이가 공동개발한 U212CD 잠수함 이미지. [티센크루프마린시스템 제공]

    독일과 노르웨이가 공동개발한 U212CD 잠수함 이미지. [티센크루프마린시스템 제공]

    U212CD는 독일과 노르웨이가 공동 개발한 모델이다. 한국 해군에서 손원일급으로 불리는 214형 잠수함의 원형인 212형을 확대·개량했다. 수중배수량 2500t급으로 수소연료전지 기반의 공기불요추진(AIP) 시스템을 갖췄다. 문제는 1번 함이 2029년 이후에나 나올 예정으로, 아직 설계도만 존재하는 모델이라는 것이다. 폴란드군이 요구한 납기 일정을 맞출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이탈리아 U212 FNS도 비슷한 한계를 보인다. 이 잠수함은 기존 U212형에 리튬 기반 배터리를 탑재한 개량형인데, 마찬가지로 실물이 없는 ‘페이퍼 서브마린’이다.

    수출시장에서 제법 선방하는 프랑스 스코르펜급은 어떨까. 이 잠수함은 정작 프랑스 해군은 도입하지 않은 수출 전용 모델이다. 인도, 브라질, 칠레, 말레이시아가 수입했지만 성능보다 각국의 정치적 계산이 반영됐다. 스코르펜급은 폐쇄회로 증기터빈(MESMA) 방식의 AIP 기관을 탑재했다. 연비가 나쁘고 부피도 큰 탓에 지속 잠항 능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는다. 2000t이 채 안 되는 덩치에 1조 원을 넘나드는 비싼 가격도 약점이다.

    프랑스 스코르펜급 잠수함. [나발그룹 제공]

    프랑스 스코르펜급 잠수함. [나발그룹 제공]

    스웨덴 A26은 2000t급 신형 잠수함으로 아직 초도함이 건조되고 있다. 스웨덴은 자체 개발한 고틀란트급 잠수함에 세계 첫 AIP인 스털링 기관을 탑재했다. 이런 기술 전통에 따라 A26에도 스털링 기관을 쓸 예정인데, 자세히 살펴보면 많은 문제를 안고 있다. 이 기관은 실린더 구동 소음이 큰 데다 덩치도 커서 잠수함 내부 공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어렵다. 배기가스도 배출해야 해 150m보다 깊은 심도에서는 작동 자체가 불가능하다. 폴란드 해군의 요구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모델로 조기 탈락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스페인 나반티아의 S80+는 한국 도산안창호급에 필적하는 대형 잠수함이다. 다만 성능은 경쟁 모델 가운데 가장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는다. S80+의 덩치가 큰 이유는 설계 결함을 해결하기 위해 선체 길이를 연장하는 식으로 변형이 이뤄졌기 때문이다. 체급에 비해 지속 잠항과 무장 능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스페인에서도 제기되고 있다. 앞선 네덜란드의 잠수함 교체 사업 수주에 뛰어들었다가 가장 먼저 탈락한 바 있다.

    각각의 장단점은 차치하더라도 유럽 방산업체의 잠수함은 전반적으로 비싼 데다, 지금 주문해도 2030년 이후에나 출고될 것으로 보인다. 그런 점에서 한국 두 업체가 제시한 도산안창호급 개량형은 성능·납기·가격 면에서 다른 모델들을 압도한다. 도산안창호급은 이미 한국 해군에 취역해 활약 중이라는 점에서 ‘페이퍼 서브마린’과는 질적으로 다르다. 폴란드 측이 내건 조건과 가장 유사한 사양을 갖춘 배치-2(Batch-II) 물량 초도함도 2025년 진수될 예정이다.

    도산안창호급 최대 강점 ‘수직발사관’

    도산안창호급은 수중배수량 3700~4000t에 리튬 기반 배터리를 탑재해 동급 잠수함 가운데 지속 잠항 능력이 가장 우수하다. 선체가 넓어 폴란드가 중시하는 특수부대·드론 수용 능력도 동급 최고 수준이다. 폴란드 잠수함 수주전에 뛰어든 모델 중 유일하게 수직발사관(VLS) 구획을 갖춘 것은 도산안창호급의 최대 강점이다. 이 VLS는 현무-Ⅳ-4 탄도미사일 10발을 탑재할 만큼 공간이 넉넉하다. 각종 대함·대지 타격용 순항미사일은 물론, 미국이 양해한다면 사거리 500㎞급 탄도미사일도 실을 수 있다. 폴란드는 러시아 최대 항구 도시 상트페테르부르크와 발트함대 심장부 칼리닌그라드에 인접해 있다.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탑재 잠수함은 러시아에 대한 강력한 전략 억지 능력을 확보할 수 있다. 잠수함 자체 성능과 확장성은 물론, 방산업체의 생산 및 납품 능력을 감안하면 폴란드 오르카 사업은 사실상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의 2파전이 될 공산이 크다.

    한국의 독주가 예상되는 폴란드 잠수함 사업에서 가장 우려되는 점은 최근 두 업체 간 대립과 반목이다.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은 한국형 차세대 구축함(KDDX) 사업과 차기 호위함(FFX) 사업을 놓고 크고 작은 송사에 휘말린 상태다. 캐나다, 폴란드 잠수함 도입 사업을 비롯해 적게는 수조 원, 많게는 수십조 원 규모의 해외 시장을 놓고 두 기업 간 경쟁은 더 격화될 전망이다. 한화오션은 대우조선해양 시절 도산안창호급 1번 함과 2번 함을, HD현대중공업은 3번 함을 수주한 바 있다. 폴란드 잠수함 수주전에도 사실상 유사한 모델을 내세워 참여할 수밖에 없다. 업체 간 과도한 비방전이나 출혈경쟁이 일어나지 않도록 정부 차원의 중재와 ‘연합전선’ 구축을 통해 필승 전략을 추진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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