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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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 알고 싶은 그곳, 동양의 나폴리 ‘냐짱’

[재이의 여행블루스] 천혜 자연과 해양스포츠, 미식 즐기며 여유 만끽할 수 있는 지상낙원

  • 재이 여행작가

    입력2023-08-19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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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에 살다 보니 공항을 지하철처럼 자주 이용하게 된다. 공항에서 만나는 풍경들은 늘 예상치 못한 즐거움과 낭만을 더해준다. 일상에서 막 벗어나려는 사람들의 설렘, 삶의 무게를 가방 안에 압축한 사람들의 발걸음, 누군가를 마중 나온 사람들의 시선, 진한 포옹과 키스로 아쉬운 이별을 나누는 사람들의 애틋함과 우연히 들려오는 시시콜콜한 이야기까지 공항에 오면 길 위에 서 있는 여행자의 희로애락을 만나게 된다. 공항 풍경이 늘 설레고 새로운 이유는 아마도 여행의 시작이 바로 공항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기에 공항에서 보이는 무언가가 일상과 멀수록 공항은 더 매혹적인 공간이 된다.

    냐짱의 하얗고 고운 모래 해변. [GETTYIMAGES]

    냐짱의 하얗고 고운 모래 해변. [GETTYIMAGES]

    이국적인 풍경의 냐짱

    우리는 왜 이토록 여행을 추앙할까. 악착같이 돈을 모으고 없는 시간을 쪼개어 때로는 도망치듯 떠나면서도 ‘여행’이라는 말에 왜 항상 가슴이 뛸까. 여행 중 무심히 읽은 책을 통해서도 마치 빈 공간에 지성의 나무 한 그루가 심기듯 감동과 행복이 찾아오는 순간이 있다. 낯선 곳에서 만나는 설익은 풍경과 다정한 사람들을 통해서도 인생이 재충전되곤 한다. 이런 순간들을 얻어가기 위함이 바로 여행의 이유가 아닐까.

    이번에 떠나볼 베트남 ‘냐짱’도 그런 곳이다. 냐짱은 1800년대 말 프랑스 지배 당시 휴양지로 개발된 도시다. 한적하고 여유로운 열대 정원과 바다로 둘러싸여 있어 ‘베트남의 지중해’ ‘동양의 나폴리’로 불리며 전 세계인의 휴양도시로 사랑받고 있다. 특히 한적한 휴식을 추구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다. 이국적인 냐짱 풍경은 낭만적인 시간과 편안한 안식을 만끽하기에 충분하다. 예전에는 나트랑으로 불리던 냐짱은 베트남 중남부에 위치한 카인호아성의 성도(省都)다. 다낭과 호찌민의 중간쯤에 위치하는데 베트남 사람들이 가장 가보고 싶어 하는 휴양지이기도 하다. 냐짱의 ‘냐’는 집, ‘짱’은 하얗다는 의미로, 유독 하얗고 고운 모래언덕이 ‘하얀 집’을 연상케 해 이처럼 아름다운 이름을 갖게 됐다.

    인천국제공항에서 깜라인국제공항까지는 직항 기준으로 5시간 정도 걸린다. 냐짱은 깜라인 옆에 위치하고 있다. 공항에서 냐짱 시내까지는 버스나 택시 같은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이 좋다. 혼자 여행 중이고 짐이 많지 않다면 30분 간격으로 운행하는 버스를 추천한다. 버스를 타고 이동할 때는 직원에게 목적지(호텔)를 말해둔다. 호텔과 가장 가까운 정류장에 이르면 내리라고 말해줄 것이다. 택시는 가장 무난하고 보편적인 이동 방법이다. 다만 꼭 기억해야 할 점은 미터기를 켜는 것보다 가격을 미리 협의하고 가는 것이 좀 더 저렴하다는 사실이다. 냐짱 시내에서 이동은 승차 공유 플랫폼 ‘그랩’을 이용하는 것을 추천하지만 공항에서 시내로 나갈 때는 그랩보다 택시가 더 싸다.

    리조트에서 바라본 석양. [안수진 제공]

    리조트에서 바라본 석양. [안수진 제공]

    최적의 휴양 날씨

    냐짱은 차로 한 시간이면 다 돌아볼 수 있을 정도로 자그마하다. 그래서 떠들썩한 분위기 대신 한적하고 조용하게 천혜의 자연환경을 누리고 싶은 사람에게는 천국과도 같은 곳이다. 관광지의 때가 묻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오롯이 간직하고 있어 ‘내셔널지오그래픽이 선정한 꼭 가봐야 할 휴양지’로 뽑히기도 했다. 프랑스 식민지 시절 건축양식과 넓은 녹지, 친절한 사람들의 호의와 평화로운 자연의 소리, 베트남 드리퍼 핀(Phin)으로 내린 진한 커피에 연유를 넣어 만든 베트남식 커피와 갓 만든 바게트 빵, 따뜻한 쌀국수까지 냐짱에서 맞는 고요한 아침은 오직 나만 간직하고픈 순간들이다.



    1년 365일 비교적 좋은 날씨를 만나볼 수 있는 냐짱은 해수 온도가 연중 일정해 해변에서 해수욕을 즐기기도 참 좋다. 해안선을 따라 6㎞가량 길게 이어진 천연 백사장은 고운 모래로 뒤덮여 있다. 걷다 보면 푸르게 우거진 야자수가 더위에 지친 이에게 그늘을 내어준다. 해변을 따라 줄지어 들어선 유명 호텔이나 리조트에서 여유롭고 느긋한 ‘호캉스’를 즐기다 보면 이곳이 진정한 지상낙원임을 깨닫게 된다.

    해변을 따라 위치한 호텔에서 ‘호캉스’를 즐기는 것도 냐짱 여행의 묘미다. [GETTYIMAGES]

    해변을 따라 위치한 호텔에서 ‘호캉스’를 즐기는 것도 냐짱 여행의 묘미다. [GETTYIMAGES]

    냐짱을 제대로 즐기고 싶다면 시내 숙소와 냐짱 또는 깜라인 주변 고급 리조트에서 각각 나눠 투숙하는 일정을 추천한다. 냐짱은 요즘 유행하는 한 달 살기에 도전하기에도 아주 좋은 도시다. 물가가 저렴하고 사람들도 친절하며 1년 내내 날씨까지 좋아 길게 머무르며 자연의 정취를 만끽하고 싶은 이에게는 최적의 장소다. 여행객을 위한 숙소 주변에는 노천카페와 레스토랑이 늘어서 있는데 망고, 수박, 코코넛 같은 열대과일 음료와 랍스터, 새우, 게, 장어 등 신선한 해산물 요리를 즐기려는 사람들로 항상 붐빈다. 현지인의 생활상을 체험할 수 있는 재래시장과 문화유적지도 가까워 완벽한 오감 만족을 선사한다.

    냐짱에서는 랍스터, 새우, 게, 장어 등 시푸드를 꼭 맛보자. [안수진 제공]

    냐짱에서는 랍스터, 새우, 게, 장어 등 시푸드를 꼭 맛보자. [안수진 제공]

    에메랄드빛 맑고 잔잔한 바다가 아름다운 냐짱에서는 해양스포츠도 빼놓을 수 없다. 스쿠버다이빙이나 스노클링을 하면서 풍부한 산호초와 다양한 해양생물을 관찰하거나 함께 헤엄치는 것도 좋다. 냐짱에는 여러 해양스포츠를 즐길 수 있는 시설들이 잘 갖춰져 있는데 스피드보트, 바나나보트, 제트스키를 타고 바다를 가르며 주변을 둘러보는 것도 신나는 일이다. 또한 시내 선착장에서 보트를 타고 다른 섬으로 이동하며 즐기는 호핑투어는 또 다른 재미를 선사한다. 호핑투어를 신청해 오전부터 저녁까지 일정 금액의 비용(이동 거리, 체험, 제공되는 먹거리 등에 따라 금액 차이 발생)을 지불하면 가이드 안내에 따라 해양스포츠가 포함된 다양한 프로그램을 체험할 수 있다. 어린 자녀들과 함께 가족여행 중이라면 섬 전체를 리조트 및 종합테마파크로 꾸민 ‘빈펄리조트’도 가볼 만하다. 투숙객이 아니더라도 입장료를 지불하면 자유롭게 이용 가능하다. 이곳은 전용선 또는 케이블카를 타야 입장할 수 있는데 워터파크, 아쿠아리움 등 가족 단위 여행객을 위한 다양한 즐길거리를 갖추고 있다.

    인생사진은 포나가르 사원에서

    하루면 충분히 관광할 수 있는 냐짱 시내. [안수진 제공]

    하루면 충분히 관광할 수 있는 냐짱 시내. [안수진 제공]

    냐짱 시내 관광은 하루 정도면 충분하다. 1889년 지어진 오래된 사원이자 전망이 멋있는 ‘롱선사’는 냐짱에서 하늘과 가장 가까운 곳에 위치해 있다. 좌불상이 자리한 정상에서는 환상적인 냐짱의 해안선과 도심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어 ‘냐짱의 몽마르트 언덕’으로도 불린다. 인근에서 즐기는 머드 온천도 이색적이다. 숲 온천에서 사용되는 진흙은 유황 성분이 풍부해 각종 피부질환 치료에 효과적이다. 유적지 느낌이 물씬 풍기는 ‘포나가르(Ponagar) 사원’도 자유여행 필수 코스다. 이곳은 10개 팔을 가진 힌두교 최고 신 ‘시바’의 부인인 포나가르 여신을 모시는 사원이다. 사진 찍기 좋은 명소로 소문나 인생 사진을 남기려는 사람들로 긴 대기 줄이 이어진다. 100년 역사가 고스란히 느껴지는 고딕 양식의 ‘냐짱 대성당’은 순전히 돌로만 지어져 ‘돌 성당’으로도 불린다. 10m 정도 비교적 낮은 언덕에 자리한 이 성당은 형형색색의 스테인드글라스 창문과 반짝이는 네온사인으로 관광객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이 밖에 독특한 해안 지형인 ‘혼쫑 곶’, 아이들에게 인기가 좋은 ‘국립해양박물관’, 냐짱의 최대 규모 전통시장 ‘담시장’과 해변을 마주 보고 자리한 작지만 알찬 ‘야시장’도 냐짱을 즐길 수 있는 또 다른 볼거리다.

    이제 열심히 움직였으니 산뜻한 해산물로 배를 든든히 채울 시간이다. 현지 음식을 맛보는 것도 여행에서 놓칠 수 없는 순간이다. 냐짱은 베트남 최고 시푸드를 맛볼 수 있는 곳이니 자전거를 개조한 시클로를 타고 분위기 좋은 레스토랑을 찾아가보자. 바다 절경을 바라보면서 즐기는 신선한 해산물 요리와 맥주 한잔의 여유는 오래도록 기억될 낭만적인 시간을 선물해줄 것이다.

    분주한 일상에서 쉼과 회복이 필요하다면 에메랄드빛 바다에 위로를 받아보는 건 어떨까. 올여름 휴가는 때 묻지 않은 자연경관, 스노클링과 스쿠버다이빙 등 해양스포츠, 관광과 힐링, 그리고 미식까지 즐기며 여유와 활기를 만끽할 수 있는 ‘동양의 나폴리’ 냐짱으로 떠나보자.

    재이 여행작가는… 
    세계 100여 개국을 여행하며 세상을 향한 시선을 넓히기 시작했다. 지금은 삶의 대부분을 보낸 도시 생활을 마감하고 제주로 이주해 글을 쓰고 사진을 찍으며 다양한 여행 콘텐츠를 생산하는 노마드 인생을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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