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377

2023.02.17

‘민주당 2중대’ 더는 NO, 정의당이 깐깐해졌다

[이종훈의 政說] 재창당 앞둔 정의당, 이재명 체포동의안·김건희 특검법 모두 선 그어

  • 이종훈 정치경영컨설팅 대표·정치학 박사

    입력2023-02-18 10: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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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의당 이정미 대표가 1월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2023년 신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정의당 이정미 대표가 1월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2023년 신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정의당이 깐깐해졌다. 더불어민주당(민주당)의 요구를 별다른 이견 없이 수용하던 과거와는 확연히 달라진 모습이다. 당장 민주당의 ‘김건희 특검법’ 추진에 선을 긋고 나섰다. 정의당 이정미 대표는 2월 13일 상무위원회에서 “김건희 여사 특검 일정은 민주당의 계획”이라고 선을 그었다. 정의당은 검찰 수사를 더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탈민주당 전략 펼치는 정의당

    민주당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에 대해서도 비슷한 기류가 관측된다. 이정미 대표는 같은 회의에서 “국회의원의 불체포특권을 내려놓자는 것이 정의당 당론”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재명 대표가 이제까지 검찰 소환조사에 성실히 임했던 것처럼 체포동의안에도 당당하게 임할 것이라고 믿는다”고 덧붙였다. 정의당은 민주당의 김건희 특검법 추진을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에 대한 방탄용 대응으로 보고 있다.

    정의당의 태도가 달라진 이유가 뭘까. 그간 민주당을 쫓아다니다 손해만 본 탓이라는 시각이 많다. 대표적 사례가 20대 국회에서 공직선거법 개정이다. 정의당은 협상 과정에서 민주당이 내놓은 수정안을 수용만 하다 결국 민주당의 비례위성정당 창당으로 배신을 당했다. 의석수 확대에 실패했을 뿐 아니라, 조국 사태와 관련해 전략적으로 민주당에 동조하다 공정에 반한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문재인 정권 내내 끌려 다닌 결과 얻은 것은 ‘민주당 2중대’라는 오명뿐이었다.

    정의당의 ‘탈민주당’ 전략은 성공할 수 있을까. 긍정적 환경과 부정적 환경이 공존한다. 정의당 관점에서 첫 번째 긍정적 환경은 윤석열 정부의 친기업적 노동시장 개혁 정책이다. 특유의 친노조 노선으로 다시금 노동계의 지지를 끌어모을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된 셈이다. 정의당은 기회를 놓칠세라 지난해 9월 15일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노란봉투법)을 당론으로 발의하기도 했다.

    두 번째 긍정적 환경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의 동투(冬鬪) 실패다. 민노총은 지난 연말 화물연대 총파업을 시작으로 전국 총파업을 벌여나가려 했다. 이를 윤석열 정부 퇴진 운동으로 확장하려 했지만 기대와 달리 불이 붙지 않았다. 오히려 정치투쟁을 결합시킨 운동 방식에 대한 비난 여론만 확산됐다. 민노총 입장에서 정치투쟁은 결국 정의당 같은 진보정당에 맡길 수밖에 없는 여건이 조성된 셈이다.



    세 번째 긍정적 환경은 민주당의 진보 선명성 약화다. 문재인 정부를 지나면서 운동권 정치세력의 기득권화가 공고해졌다는 평가가 많다. 민주당이 친기업적으로 변했고 민노총을 비롯한 노동계와 거리도 그만큼 멀어졌다는 것이다. 정의당 입장에서는 민주당이 오른쪽으로 이동함으로써 활동할 수 있는 빈공간이 늘어났다. 정의당은 이 틈새를 공략하려 할 것이다.

    탈민주당 기조에서 장애물도 적잖다. 첫 번째 부정적 환경은 민주당과 공조하지 않고는 아무것도 이뤄낼 수 없다는 현실이다. 노란봉투법도 원내 다수당인 민주당이 전적으로 협력해주지 않는 한 통과되기 어렵다. 지난해 9월 노란봉투법 발의 당시에도 민주당 의원 46명이 공동 발의자로 이름을 올리면서 관심을 끌어모을 수 있었다. 민주당은 당초 재계의 반발이 극심한 노란봉투법 처리에 미온적이었다. 하지만 김건희 특검법을 관철시키기로 하면서 최근 기류가 변했다. 정의당과 맞거래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아름답게 표현하자면 ‘정책연대’다. 문제는 해당 거래가 성사되면 정의당이 다시 민주당 2중대라는 평가를 받을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MZ세대 참여가 관건

    두 번째 부정적 환경은 지난달 불거진 ‘창원·제주 간첩단’ 사건이다. 국가정보원과 경찰은 1월 28일 민노총 본부를 비롯해 전국 10여 곳을 동시 다발적으로 압수수색했다. 민노총은 이를 공안탄압으로 규정짓고 전면 투쟁을 예고한 상태다. 수사 결과를 지켜봐야겠지만 민노총의 지지를 획득해야 하는 정의당으로서는 발걸음이 무거울 수밖에 없다. 종북 논란으로 어려움을 겪었던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 2중대 프레임에 종북 프레임까지 더해진다면 정의당의 재창당 과정은 한층 지난할 수밖에 없다.

    세 번째 부정적 환경은 MZ세대의 탈이념화 및 탈정치화다. 지난해 화물연대 총파업과 민노총 정치투쟁이 동력을 획득하지 못한 이면에는 MZ세대 노조원의 부정적 기류가 적잖게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이들은 파업 초점이 노동 권익 보호에만 맞춰지길 원하는 경향이 있다. 세대교체가 절실한 정의당으로서는 MZ세대 노조원의 입당이 반드시 필요하다.

    정의당은 지난해 9월 17일 제11차 대의원대회를 열고 ‘정의당 재창당 결의안’을 채택했다. 당명 개정도 진행하기로 했기 때문에 올해 안에 전면 새 단장을 할 전망이다. 정의당은 2월 11일 전국위원회를 개최하고 이정미 대표를 위원장으로 한 재창당추진위원회도 발족했다. 실행 단계에 들어선 재창당이지만 세 가지 과제를 충족해야 한다. 민주당 2중대 프레임에 빠지지 않으면서, 종북 논란에 휩싸이지 않아야 하고, 탈이념화 및 탈정치화한 MZ세대의 참여를 설득해내야 한다. 누가 보더라도 녹록지 않은 작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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