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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日 MD 엮이기 싫어 ‘깡통 요격함’ 만드나

北 미사일 격추하려면 SM-3 필수

  • 신인균 자주국방네트워크 대표

美·日 MD 엮이기 싫어 ‘깡통 요격함’ 만드나

미국 SM-3 미사일. [사진 제공 · 미 해군]

미국 SM-3 미사일. [사진 제공 · 미 해군]

방위사업청(방사청)은 2006년 방위 산업 비리를 근절하고 무기 조달 전문성을 제고하고자 국방부 산하 독립 외청으로 출범했다. 방사청의 가장 큰 문제는 다른 관료 집단과 마찬가지로 ‘실적주의’다. 심지어 그 실적이 설립 취지에 따른 ‘국방력 향상’보다 ‘윗분’의 심기를 얼마나 잘 맞추느냐, ‘담당자’의 입신양명을 위한 치적 쌓기에 얼마나 도움이 되느냐 여부로 판단되는 경우도 있다.

가성비 vs 국민 생명

가령 방사청 설립 초기 추진 과제였던 대포병레이더 사업을 예로 들어보자. 당시 사업은 노후화된 AN/TPQ-37 대포병레이더로 북한 장사정포 전력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어렵다는 지적에 따라 추진됐다. 고성능 레이더를 해외로부터 도입하되 기술이전을 병행해 국산 대포병레이더를 개발하는 것이 뼈대였다. 그런데 방사청은 ‘조건 충족 최소 비용 기법’에 따라 사업 입찰 당시 최저가를 내세운 성능 미달 제품을 선택했다. 가격 인하를 위해 29차례 유찰한 끝에 선택된 ‘아서(ARTHUR)’ 레이더는 단거리 야포와 저속 박격포탄을 잡기 위해 만들어졌다. 결국 아서 레이더와 해당 모델을 참고해 개발한 국산 TPQ-74는 최근 시험에서 북한의 신형 대구경 로켓을 탐지하지 못하는 약점을 드러냈다.

무기체계의 핵심은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비)가 아닌 국민의 소중한 생명을 얼마나 잘 지킬 수 있느냐다. 그럼에도 유독 가성비를 중시하는 한국 풍토 탓에 잘못된 무기체계 도입이 재연될 수 있어 우려된다. 최근 미사일 다층방어 개념을 완성할 핵심 무기체계 도입을 두고 벌어지는 일대 촌극이 그렇다. 현재 해군은 광개토-III 배치-II(Batch-II) 사업에 따라 이지스 구축함 3척 추가 건조를 검토하고 있다. 기존 세종대왕급 이지스 구축함 3척은 이지스 탄도미사일 방어(Aegis Ballistic Missile Defense·이지스 BMD) 시스템을 탑재하지 않아 북한 탄도미사일에 대한 대응 능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많았다. 새 모델의 주안점은 ‘미사일 요격함’ 능력을 갖추는 것이기에 당연히 이지스함에 탑재되는 유일한 탄도미사일(SM-3) 도입도 함께 추진됐다.

현재 초도함이 건조 중인 신형 이지스함은 2022년 하반기 진수해 2024년 취역할 예정이다. 그럼에도 군 당국은 신형 이지스함에 탑재될 SM-3 미사일 도입을 위한 계약조차 하지 않았다. 정확히 말하자면 SM-3를 탑재할지도 결정하지 않았다.

1척에 1조 원 넘게 들여 탄도미사일 요격함을 도입하면서 함께 운용할 핵심 무기를 도입할지 고민하는 상황이다. 방사청은 SM-3 미사일이 고사양인 데다 가격도 비싸다며 도입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대안으로 SM-6 미사일을 미는 듯하다. 결론부터 말하면 SM-6는 SM-3의 대안이 되기 어렵다. 두 미사일은 태생부터 달라 성능에 큰 차이를 보인다. SM-6의 비행속도는 마하(음속) 3.5에 그친다. 사거리(370㎞)도 짧다. SM-3가 수행하는 광역 탄도미사일 방어 임무를 대신할 수 없다. 해상에 배치된 SM-6는 인천항 바로 앞바다에서 발사하지 않는 한 수도권을 향해 날아오는 북한 탄도미사일을 요격할 수 없다.



차세대 이지스 구축함 구상도. [사진 제공 · 현대중공업]

차세대 이지스 구축함 구상도. [사진 제공 · 현대중공업]

SM-6는 SM-3 ‘대체 불가’

방사청은 SM-6 외에 L-SAM을 해상 무기화해 이지스함에 탑재하자는 주장도 내놨다. 2019년 8월 방사청은 L-SAM을 개량해 이지스함에서 운용하는 것을 검토하고자 연구용역을 의뢰했다. 2019년 12월~2020년 7월 한국국방연구원(KIDA)이 관련 연구를 수행했으나 결과는 ‘대체 불가’였다. L-SAM 해상 무기화는 SM-6 운용보다 더 납득하기 어려운 주장이다. L-SAM의 요격 고도는 40~100㎞로 다소 높지만 사거리가 100~300㎞에 불과해 SM-6보다 짧다. 더 근본적 문제는 L-SAM은 아직 지상형조차 개발이 완료되지 않아 해상에서 운용하는 모델로 개량하려면 최소 10년 이상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SM-6나 L-SAM을 탄도미사일 요격용으로 이지스함에서 운용하는 것은 무리다. SM-3라는 모범 답안을 두고 먼 길을 돌아가려는 이유가 무엇일까. SM-3를 도입해 운용하려면 해군 이지스함을 미국과 일본이 함께 구축한 미사일 방어 네크워크에 연결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는 미·일 양국이 주도하는 MD(Missile Defense: 미사일 방어)체제에 연결되는 것을 꺼리는 듯하다.

미사일은 함상 발사기에 설치만 한다고 바로 운용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미사일을 제대로 사용하려면 군함 전투체계, 레이더·통신 시스템과 완벽하게 호환돼야 한다. 미국이 이지스 시스템의 제반 네트워크 소스코드를 우리 측에 제공하지 않는 이상, 자체 개발한 L-SAM을 이지스함에 사용할 수는 없다. 이지스 BMD와 SM-3 미사일 개발에 공동개발 파트너로 참여한 일본과 달리 한국은 ‘미·일 MD’와 엮이기 싫다며 독자 요격체계를 개발했다. 이런 태도를 보인 한국에 미국이 이지스 시스템의 제반 네트워크 소스코드를 제공할 리 만무하다. 당국이 SM-3 도입에 소극적 태도로 일관하는 바람에 신형 이지스함은 요격미사일 없는 ‘깡통 요격함’ 신세를 면치 못하게 됐다. 무엇을 위한 이지스함 도입인지 물을 때다.





주간동아 1298호 (p36~37)

신인균 자주국방네트워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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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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