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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망명 티베트인 부대 중국 국경 배치…긴장 고조

中·印 대규모 병력 증강… 베이징, ‘파키스탄 카드’ 활용

  • 이장훈 국제문제 애널리스트 truth21c@empas.com

인도, 망명 티베트인 부대 중국 국경 배치…긴장 고조

인도군에는 중국에서 망명한 티베트인으로만 구성된 특수국경군(Special Frontier Forces·SFF)이라는 막강한 전투부대가 있다. 1962년 창설된 SFF는 현재 7개 대대 규모로, 병력은 5000여 명이다. 인도군은 그동안 SFF를 중국이 아닌 파키스탄과 국경지대에 배치해왔다. 중국에 대한 적개심에 불타는 SFF 병사들이 자칫 감정을 억누르지 못하고 무력을 행사할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인도군은 이처럼 중국과 관계에 신중한 입장을 보여왔지만 중국군이 국경지대에서 계속 도발을 일삼자 지난해 8월 SFF를 히말라야산맥 남쪽에 위치한 라다크 지역 판공호(湖) 인근에 전격 투입했다. SFF 병사들은 중국군의 강력한 저항에도 해발 4200m에 자리한 판공호 남쪽 언덕의 고지 두 곳을 기습 점령했다. SFF 병사들은 이곳 지형을 잘 알고 있을 뿐 아니라, 고산병에도 잘 걸리지 않는 등 신체적으로 중국군 병사보다 강인하다.


지난해 7월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라다크 지역군 기지를 방문해 장병들을 대상으로 연설하고 있다. [인도 총리실]

지난해 7월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라다크 지역군 기지를 방문해 장병들을 대상으로 연설하고 있다. [인도 총리실]

망명 티베트인으로만 구성된 인도 특수국경군 장병들. [Dnaindia]

망명 티베트인으로만 구성된 인도 특수국경군 장병들. [Dnaindia]

달라이 라마 생일 축하, 中 견제 의도

판공호는 중국 서부 티베트와 인도 북부 라다크 지역의 접경 부분에 자리한다. 둘레 134㎞, 너비 5~7㎞인 이 호수의 왼쪽 3분의 1은 인도가, 오른쪽 3분의 2는 중국이 각각 통제하고 있다. 이곳에서 남쪽으로 150㎞ 떨어진 갈완 계곡에선 지난해 6월 양국군이 무력 충돌해 인도군 20명과 중국군 4명이 전사했다. 중국은 인도령 카슈미르(잠무 카슈미르) 동부의 라다크 지역 일부를 점령해 실질적으로 지배 중이다. 반면 인도는 라다크 지역이 자국 영토라며 맞서고 있다. 양국은 1962년 전쟁까지 벌였지만 아직도 국경을 확정하지 못한 채 3488㎞에 이르는 실질통제선(LAC)을 국경으로 삼고 있다.

7월 6일 독실한 힌두교 신자인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인도에서 망명생활을 하는 티베트 불교 수장이자 정신적 지도자인 달라이 라마 14세에게 전화해 이례적으로 20분이나 생일 축하를 하고, 이 사실을 공개했다. 모디 총리는 자신의 트위터에 “달라이 라마 14세와 전화 통화를 해 86번째 생일을 축하했다”며 “달라이 라마 14세의 만수무강을 기원한다”는 글을 올렸다. 모디 총리가 2014년 취임한 이후 달라이 라마 14세와 전화 통화한 사실을 공개적으로 밝힌 것도, 생일을 축하한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달라이 라마 14세는 티베트를 침공한 중국에 맞서 무장 투쟁을 벌였으나 실패했고 1959년 티베트를 떠나 인도 북부 다람살라에 망명정부를 세운 뒤 지금까지 비폭력 독립운동을 이끌어왔다. 이 때문에 중국 정부는 인도 정부 측에 달라이 라마 14세와 관계를 단절해줄 것을 요청해왔다.

모디 총리를 비롯해 인도 고위 정치지도자들은 그동안 중국을 의식해 달라이 라마 14세와 ‘거리 두기’를 해왔다. 특히 모디 정부는 티베트 망명정부가 2018년 뉴델리에서 개최하려던 인도 망명 60주년 기념행사를 막기도 했다. 스리칸트 콘다팔리 인도 자와할랄 네루대 중국학 교수는 “지난해까지는 집권당 대표조차 달라이 라마 14세의 생일을 공개적으로 축하하는 게 허용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모디 총리가 달라이 라마 14세와 전화 통화까지 한 것은 국경지역에서 영토분쟁을 벌이는 중국을 강력하게 견제하려는 의도라고 분석할 수 있다. 모디 총리는 국민의 높은 반중(反中) 정서를 고려해 7월 1일 중국공산당 창당 100주년에 축하 메시지조차 보내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모디 총리가 달라이 라마 14세와 관계 강화에 나선 것은 중국 정부를 압박하기 위해 ‘티베트 카드’를 꺼낼 수도 있다는 경고로 해석된다. 중국과 영토분쟁 중인 라다크 지역은 티베트와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각종 중화기 및 전투기 배치

중국과 인도 국경 사이에 위치한 티베트는 전체 면적 122만㎢로, 히말라야산맥과 해발 3000m 이상 고산지대로 이뤄져 ‘세계의 지붕’으로 불린다. 라다크 지역은 과거 티베트 땅이었다. 중국은 1965년 티베트에 시짱(西藏)자치구를 세우고 자국 영토로 공식 편입했다. 티베트 주민은 대부분 달라이 라마 14세의 비폭력 노선을 추종해왔지만, 최근 들어 일부 젊은 층은 무력으로 독립 투쟁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인도 정부는 그동안 티베트 독립운동세력의 무장 투쟁을 지지한 적이 없다. 만약 인도 정부가 티베트의 무장 투쟁세력을 지원할 경우 중국 정부로선 엄청난 부담이 될 수 있다.



중국군은 최근 들어 인도군과 충돌했던 라다크 지역 주둔 병력을 1만5000명에서 5만 명으로 증강했다. 중국군은 이 지역에 지대공미사일을 비롯해 각종 중화기를 배치했으며, 지하 벙커와 터널, 소규모 수력발전소, 태양광 패널도 설치하고 있다. 중국군 의도는 인도와의 국경분쟁 장기화에 대비하려는 것이다. 이에 맞서 인도군 역시 이 지역에 5만 명 병력을 급파했고, 도로와 터널, 막사를 건설했으며, 전투기 등을 추가 배치하고 있다. 양국군이 병력을 대규모 증강한 것은 수십 년 만에 처음이다. 자칫하면 양국군이 지난해처럼 무력 충돌할 수 있는 상황에서 인도가 티베트 카드를 꺼내려는 것은 원모심려(遠謀深慮)의 포석이라고 할 수 있다.

중국도 인도와 앙숙인 파키스탄과의 ‘전천후 전략 동반자 관계’를 더욱 강화하고 있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7월 7일 ‘중국-파키스탄 수교 70주년 세미나’에서 화상 연설을 통해 “양국은 격변하는 국제 정세에 대비하기 위해 협력 관계를 긴밀하게 구축해야 한다”며 “중국은 앞으로 국제 정세가 어떻게 변하든 파키스탄과 손잡고 독립과 주권 수호를 지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메흐무드 쿠레시 파키스탄 외무장관 역시 “코로나19 사태에도 중국과 파키스탄이 협력해 우정이 심화했다”며 “양국은 서로의 핵심 이익과 중대 관심사에 대한 입장을 강력하게 지지한다”고 화답했다. 특히 왕 부장은 파키스탄 측에 “코로나19 사태가 종식될 때까지 백신 등 방역을 지원하겠다”고 약속했고, “일대일로(一帶一路: 육상·해상 실크로드) 프로젝트를 통해 파키스탄과의 경제회랑 구축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중국 정부가 파키스탄 껴안기를 강화하는 것은 인도를 견제하려는 의도 때문이다. 말 그대로 양국이 파키스탄과 티베트 카드로 ‘장군과 멍군’을 주고받은 셈이다.



인도 지원받은 동파키스탄, 방글라데시로 독립

2019년 10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오른쪽)과 임란 칸 파키스탄 총리가 베이징 댜오위타이 국빈관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 [파키스탄 총리실]

2019년 10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오른쪽)과 임란 칸 파키스탄 총리가 베이징 댜오위타이 국빈관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 [파키스탄 총리실]

인도와 파키스탄은 과거 3차례나 전쟁을 벌인 견원지간(犬猿之間)이다. 인종, 문화, 종교가 다른 인도와 파키스탄은 오랜 기간 영국의 식민지배를 받아오다 1947년 각각 분리 독립했다. 인도 대륙에서 힌두교를 믿는 지역은 인도에, 이슬람을 추종하는 지역은 파키스탄에 각각 편입됐다. 하지만 양국은 카슈미르 지역의 분리 문제를 놓고 같은 해 10월부터 2년간 전쟁을 치렀고, 이후에도 1965년(2차)과 1971년(3차) 두 차례나 더 전쟁을 벌였다. 특히 3차 전쟁 때는 인도가 파키스탄으로부터 독립운동을 펼치던 동파키스탄을 지원함으로써 양국은 철천지원수가 됐다. 이후 동파키스탄은 방글라데시가 됐다.

인도와 파키스탄은 지금까지 카슈미르 지역을 놓고 대립하고 있다. 양국은 1998년을 기점으로 모두 핵실험에 성공해 핵보유국이 됐다. 파키스탄은 미국, 러시아, 프랑스, 중국에 이어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핵무기를 많이 가지고 있다. 현재 파키스탄은 핵무기 110여 개를 보유하고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중국은 1965년 인도와 두 번째 전쟁 때 파키스탄을 적극 지원했다. 이 때문에 파키스탄은 대만, 티베트, 신장, 홍콩 문제 등에서 항상 중국 편을 들어왔다.

특히 임란 칸 파키스탄 총리는 철저한 친중파 정치인이다. 크리켓 국가대표로 1992년 크리켓 월드컵 우승컵을 들어 올리며 국민적 스포츠 영웅이 된 칸 총리는 2018년 취임 이후 지금까지 친중 행보를 보였다. 칸 총리는 “중국공산당과 사회주의 제도가 미국을 비롯한 서방의 민주주의보다 우월하다”며 중국을 지지해왔다.

중국은 파키스탄에 대규모 자금을 차관 형식으로 지원하는 등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또한 중국은 파키스탄의 최대 무기 공급국이다. 2007년 이후 중국으로부터 가장 많은 무기를 수입한 나라가 파키스탄이다. 스톡홀름 국제평화연구소에 따르면 파키스탄은 2028년까지 중국으로부터 전투기 50대, 호위함 4척, 잠수함 8척 등을 수입할 계획이다. 파키스탄이 군사력을 강화하는 이유는 인도를 견제하려는 의도 때문이다. 중국은 이런 점을 간파해 파키스탄에 각종 무기를 저렴하게 공급하는 한편, 카슈미르 문제를 놓고 파키스탄 측에 인도에 대한 도발을 은근히 부추기고 있다. 중국과 인도는 앞으로도 영토 문제를 놓고 한 치의 양보도 하지 않을 것이 분명하다.





주간동아 1298호 (p38~40)

이장훈 국제문제 애널리스트 truth21c@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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