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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바타로 출발한 걸그룹 캐릭터, 합동 공연 넘어 독립적 존재감 드러내

  • 구희언 기자 hawkeye@donga.com

아바타로 출발한 걸그룹 캐릭터, 합동 공연 넘어 독립적 존재감 드러내

SM엔터테인먼트가 내놓은 신인 걸그룹 에스파.  [SM엔터테인먼트]

SM엔터테인먼트가 내놓은 신인 걸그룹 에스파. [SM엔터테인먼트]

인공지능(AI) 기술의 발전에 따라 아이돌 캐릭터도 하루가 다루게 진화하고 있다. 10년 전까지만 해도 사람 형상의 캐릭터를 구현하기도 벅찼다면 이제는 가상현실(VR)에서 사람과 어울려 합동 공연을 하는 단계다. 공연장에서 가수를 보기 힘든 언택트 시대에서 실제 인물 걸그룹보다 뛰어난 노래와 무대 매너를 온라인에서 감상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국내 최초의 사이버 가수 ‘아담’이 나온 이후 관련 캐릭터업계와 정보기술업체는 끊임없이 가상 세계의 아이돌 캐릭터 개발에 집중해왔다. 그 결과가 코로나 시대에서 조금씩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SM엔터테인먼트가 최근 선보인 실제 인물 걸그룹 에스파(aespa)는 시작부터 다른 걸그룹과 달랐다. 멤버를 하나씩 공개하는 과정에서 인공지능(AI) 캐릭터 멤버를 함께 공개한 것. 에스파는 ‘아이(ae)’로 지칭된 아바타들이 현실의 멤버들과 소통하고 교류하는 새로운 콘셉트의 걸그룹이다. 실물 멤버는 카리나, 윈터, 지젤, 닝닝 등 4인조다. 이들과 짝을 이룬 AI 캐릭터 멤버는 각각 아이카리나, 아이윈터, 아이지젤, 아이닝닝이다. 이들은 11월 뮤직비디오를 발표했다. AI캐릭터들은 뮤직비디오에서 실물 4인조 그룹과 어울려 춤을 추며 대화를 나눴다. 실물과 캐릭터 멤버들은 8인조 합동공연을 선보이며 화려한 신고식을 마친 것. 반응은 의외로 뜨거웠다. 에스파는 데뷔곡 ‘Black Mamba(블랙 맘바)’로 빌보드 글로벌 차트에 진입했다.


실제 가수와 춤추며 8인조 공연 선보인 캐릭터

이수만 SM엔터테인먼트 총괄 프로듀서는 에스파에 대해 “‘현실 세계’와 ‘가상 세계’의 경계를 초월한 완전히 새롭고 혁신적인 개념의 그룹”이라고 설명했다. 물론 AI 스타가 나온 게 처음은 아니다. 에스파가 데뷔하기 전부터 비교 대상이던 케이디에이(K/DA, 2018년 온라인 게임 ‘리그 오브 레전드(LOL)’가 기획한 가상 걸그룹)가 있었다. 이 캐릭터들은 현실의 멤버들과는 짝을 이루진 못했다. 현실 멤버인 미연과 소연 등은 캐릭터의 성우 역할을 했다. 그런데 에스파의 캐릭터들은 뮤직비디오라는 공간에서 인간과 어울려 대화까지 나눴다는 점에서 별개의 존재로 인식되고 있다. 이 때문에 에스파의 캐릭터들이 앞으로 현실과 가상 세계에서 어떤 역할을 더 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2018년 등장한 걸그룹 K/DA. 리그오브레전드(왼쪽). 에스파 캐릭터 멤버.

2018년 등장한 걸그룹 K/DA. 리그오브레전드(왼쪽). 에스파 캐릭터 멤버.

캐릭터의 진화 과정은 급격하다. 1998년 국내에서 처음 나온 사이버 가수 ‘아담’은 배우 원빈을 모델로 삼아 만든 3D 캐릭터에 가수 박성철의 목소리를 입힌 캐릭터에 불과했다. 이후 보이그룹 ‘방탄소년단(BTS)’을 백댄서로 써 화제가 됐던 보컬로이드 ‘시유(SeeU)’나 ‘유니(UNI)’ 등이 잠깐 인기를 끌었지만 ‘롱런’하지는 못했다. 그나마 보컬로이드 캐릭터 중 아직 명맥을 이어가는 건 일본의 가상 아이돌 ‘하츠네 미쿠’ 정도다. 

2017년에는 이 가상 아이돌 하츠네 미쿠와 결혼식을 올리겠다는 일본인이 나타났다. 콘도 아키히코 씨는 당시 일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직장에서 과거 여성 상사에게 괴롭힘을 당한 기억 때문에 10년 가까이 여성들과 잘 지내지 못했다. 내 말을 이해해주지 않는 상사 때문에 여성은 어렵다고 느꼈다. 그러던 중 하츠네 미쿠의 목소리에 위안을 받았고 결혼식까지 결심했다”고 말했다. 하츠네 미쿠가 인간으로 인식된 것이다. 이 소식은 해외 토픽에 오르기도 했다.




가수의 지위 넘보는 AI 아이돌 캐릭터

한국의 아이돌은 연습생 시절부터 ‘완전무결’해야 한다는 교육을 받으며 ‘만들어’진다. 이 때문에 열애설 외에도 멤버 간 불화설 등이 터지는 순간 치명타를 받는다. 같은 소속사 걸그룹 레드벨벳 멤버 아이린의 스태프 ‘갑질’ 이슈만 봐도 이미지로 먹고사는 아이돌에게 ‘결점’은 그룹의 존망이 걸린 거나 마찬가지다. 레드벨벳은 실제로 컴백을 준비했으나 연기한 상태다. 

이에 비해 AI 아이돌은 무결점으로 활약하며 현실 아이돌의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에스파의 유튜브 영상 댓글에서는 “신선하고 혁신적” “지금은 낯설지만 무서운 점은 데뷔하고 몇 년 있으면 우리가 (저 AI 아이돌을) 자연스럽게 여기게 될 것 같음”과 같은 반응이 보인다. 

이성수 SM엔터테인먼트 대표는 11월 30일 열린 공학한림원 주최 ‘2020 한중일 라운드테이블 미팅’에서 “코로나 팬데믹 상황으로 인해 다양한 산업에 ‘언택트’가 대두하기 시작했고, 이로 인해 가상 현실과 AI 등을 활용한 새로운 생활 방식의 시대가 열렸다”며 “SM은 20년 넘는 기간 신기술의 뉴노멀 시대를 준비해왔다”며 에스파의 사례를 언급했다. 이 대표는 “에스파의 활동이 거듭될수록 아바타 멤버와 AI 기술이 더욱 깊이 통합되며, 팬들은 에스파와 원하는 곳 어디서든 직접 상호작용할 수 있게 될 것”이라 내다봤다. 

AI 아이돌의 가능성을 보여준 에스파. 그렇다면 AI 아이돌이 인간 아이돌의 자리를 차지할 수 있을까. 강신규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 연구위원은 “기존에는 가상의 세계에서만 캐릭터를 보여줬다면 에스파의 경우 현실의 아이돌이 있고 거기에 가상의 캐릭터를 추가한 개념”이라며 “AI 아이돌에 대해 구설이나 사건사고 리스크 없는 아티스트, 심지어는완전무결한 아이돌이 될 거라는 추측도 나온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직은 아니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인간 가수를 대체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라는 얘기다.

“에스파나 하츠네 미쿠는 외형이 사람보다 애니메이션 캐릭터에 가까워요. 이런 데포르메를 사람들이 마음에 들어 한다는 건, 결국 아바타가 얼마나 실제 사람처럼 보이는지보다는 아바타가 처한 상황과 이야기의 개연성이 얼마나 현실적이냐를 본다는 점이에요. 그렇기에 가상의 아이돌이 앞으로 등장하더라도 현실의 아이돌을 대체하거나 보완한다기보다는, 제3의 존재로 완전히 새로운 위치를 차지하게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주간동아 1268호 (p45~47)

구희언 기자 hawkey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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