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205

2019.09.06

국제

아마존 열대우림 화재는 미·중 무역전쟁 때문

브라질, 중국에 콩과 쇠고기 수출 늘리려고 아마존 열대우림 개발

  • 이장훈 국제문제 애널리스트

    truth21c@empas.com

    입력2019-09-09 10: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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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재로 잿더미로 변한 아마존 열대우림(큰 사진)과 브라질군 병사들이 화재 진압을 하는 모습. [G1, Folhapress]

    화재로 잿더미로 변한 아마존 열대우림(큰 사진)과 브라질군 병사들이 화재 진압을 하는 모습. [G1, Folhapress]

    아마존강은 길이가 6679km나 되는 전 세계에서 두 번째로 긴 하천이다. 남미 안데스산맥에서 발원해 적도를 따라 동쪽으로 흐르며 대서양으로 흘러든다. 아마존강 유역의 전체 면적은 705만km2로 전 세계에서 가장 넓다. 남북으로는 북위 5~남위 20도, 동서로는 서경 50~78도에 자리한 아마존강 유역은 대부분 열대우림으로 덮여 있다. 이 열대우림은 브라질 북부 전체를 비롯해 페루, 에콰도르, 볼리비아, 콜롬비아, 베네수엘라, 가이아나, 수리남 등 8개국에 걸쳐 있다. 특히 아마존 열대우림은 지구에서 만들어지는 산소의 5분의 1을 생산하기 때문에 ‘지구의 허파’로도 불린다. 이렇게 많은 양의 산소를 공급할 수 있는 것은 300만여 종의 식물이 거대한 숲을 이루고 있어서다. 아마존 열대우림은 또 지구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의 25%를 흡수해 지구온난화에 따른 기후변화를 막는 데 상당한 구실을 하고 있다. 이곳에 사는 원주민은 50만여 명으로, 수백 개 부족이 대부분 보호구역에서 가축을 기르거나 농사를 지으면서 생활하고 있다.

    무분별한 농지 개발이 원인

    아마존 열대우림 화재 발생 추이 [브라질 국립우주연구소]

    아마존 열대우림 화재 발생 추이 [브라질 국립우주연구소]

    아마존 열대우림이 화재로 파괴되면서 국제사회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자연 발화뿐 아니라 농민들이 가축과 농작물 경작을 위해 지르는 불이 화재의 원인이기 때문이다. 아마존 열대우림에선 매년 크고 작은 화재가 일어나지만 올해는 그 어느 때보다 많이 발생하고 있는 데다 피해도 엄청나다. 올해 들어 현재까지 브라질에서 발생한 산불은 모두 8만2285건으로 2013년 이후 최다를 기록했다(그래프 참조). 올해 발생한 화재는 지난해보다 84%나 늘어났다. 특히 8월에 일어난 산불은 3만901건으로 전년 동기(1만421건) 대비 거의 3배에 달했다. 이에 따라 지금까지 총 9500km2의 밀림을 태우는 등 엄청난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또 일산화탄소도 대량 배출되고 있다. 미국항공우주국(NASA)이 위성에 탑재된 적외선대기탐지기(AIRS)를 통해 아마존강 상공을 관찰한 결과 5.5km 상공에서도 일산화탄소가 포착됐다. NASA 고다드 우주비행연구센터의 더글러스 모턴 생물과학연구소 소장은 “아마존 화재는 경제환경 및 기후에 따라 매년 다르게 발생한다”면서도 “8월에는 특히 크고 강력한 화재가 계속해서 일어났으며 피해가 가장 컸다”고 밝혔다. 


    아마존 열대우림(황색선, 흑색선은 각국의 국경선) 지도(위)와 미국항공우주국(NASA)이 인공위성으로 촬영한 아마존 열대우림 화재 발생지(빨간색). [브라질 국립우주연구소]

    아마존 열대우림(황색선, 흑색선은 각국의 국경선) 지도(위)와 미국항공우주국(NASA)이 인공위성으로 촬영한 아마존 열대우림 화재 발생지(빨간색). [브라질 국립우주연구소]

    아마존 열대우림에서 올해 들어 화재가 많이 발생하고 있는 것는 무분별한 농지 개발이 원인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특히 미·중 무역전쟁이 지난해 5월 시작된 이후 브라질 농민들이 앞다퉈 소를 기르거나 대두(콩)를 재배하려고 농지 개발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의 호물로 바티스타 연구원은 “방대한 목축업과 콩 재배가 아마존 열대우림 화재 및 황폐화의 주요 원인”이라며 “아마존에서 열대우림이 사라진 곳의 65%가 소를 사육하기 위한 목초지로 쓰이고 있으며, 콩을 재배하는 곳도 많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인지는 몰라도 브라질은 세계 최대 쇠고기 수출국으로 지난해 164만t을 수출했다. 브라질 육우수출협회에 따르면 중국이 최대 수입 국가고 이집트, 유럽연합(EU)도 주요 고객이다. 중국은 지난해에만 브라질에서 소고기 32만2400t을 수입했는데, 이는 브라질 전체 쇠고기 수출량의 20%를 차지한다. 중국이 브라질산 쇠고기 수입을 늘린 것은 무역전쟁으로 미국산 농축산물의 수입을 중단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중국 국민이 아프리카돼지열병으로 돼지고기 대신 쇠고기를 소비하는 양도 증가했다.

    中, 브라질산 콩의 최대 구매국

    콩 역시 마찬가지다. 브라질 경제부에 따르면 지난해 콩 수출 규모는 8330만t으로 전년 대비 22.2% 늘어났다. 브라질산 콩 최대 구매국도 중국이다. 특히 무역전쟁으로 중국의 콩 수입선이 바뀌면서 지난해 브라질산 콩 수입은 6880만t으로 2017년보다 30%나 증가했다. 반면 미국의 지난해 대(對)중국 콩 수출액은 전년 대비 74%나 줄어든 31억 달러(약 3조7500억 원)에 그쳤다. 미국 농무부는 브라질의 콩 생산량이 올해 1억1700만t에서 내년에는 1억2300만t으로 늘어나면서 미국을 제치고 세계 최대 생산량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반면 미국의 콩 생산량은 올해 1억2360만t에서 내년에는 1억1200만t으로 감소할 것으로 추산됐다. 이처럼 브라질은 미·중 무역전쟁으로 상당한 반사이익을 얻고 있다. 브라질의 지난해 대중국 농산물 수출액은 642억 달러(약 77조7100억 원)로 2017년과 비교해 35.2%나 증가했다. 브라질이 지난해 중국과의 무역에서 294억8000만 달러(약 35조6000억 원) 흑자를 기록한 것도 농산물 수출이 늘어난 덕이다. 올해 들어 미·중 무역전쟁이 격화하면서 브라질의 콩 등 농산물 수출은 더욱 증가할 것이 분명하다. 미국 블룸버그통신은 아마존 열대우림을 파괴하는 화재가 미·중 무역전쟁과 상관없는 딴 세상 얘기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매우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 4월 미국산 콩에 25% 관세를 부과하고 수입량을 대폭 줄였다. 지난해 말 기준 미국산 콩 수입량은 1660만t으로 전년 대비 49%나 감소했다. 중국 정부는 미국 재무부가 8월 5일 중국을 25년 만에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자, 이에 대한 보복으로 콩 등 미국산 농산물 구매를 잠정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중국의 이 전략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핵심 표밭인 팜벨트(farm belt·중서부 농업지역) 농민층의 이탈을 노린 것이다. 미국산 콩의 60% 이상이 중국으로 수출되고 있으며, 중국으로 수출되는 미국산 농산물 가운데 3분의 2가 콩이다.



    브라질 대통령의 아마존 개발 공약

    아마존 개발을 
적극 주장해온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위)과 브라질 농부들이 아마존 열대우림을 개간한 목초지에서 소들을 키우고 있는 모습. [Folhapress, Folhapress]

    아마존 개발을 적극 주장해온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위)과 브라질 농부들이 아마존 열대우림을 개간한 목초지에서 소들을 키우고 있는 모습. [Folhapress, Folhapress]

    설상가상으로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이 1월 1일 취임하면서 화재로 인한 아마존 열대우림 파괴가 더욱 늘어나고 있다. 지난 대선에서 아마존 개발을 공약으로 제시했던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취임 이후 환경보호구역 지정 기준 완화, 환경법 위반 기업 벌금 감면, 원주민 보호구역 내 광산 개발 허용 등 아마존지역에 대한 각종 규제 완화와 개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브라질 환경·재생가능 천연자원연구소에 따르면 1월부터 최근까지 적발된 환경 훼손 행위에 대한 벌금 부과 건수는 6895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9771건)보다 29.4% 감소했다. 게다가 보우소나루 대통령 취임 이후 지난 6개월간 아마존 열대우림의 면적은 3440km2 줄어들었다. 국제환경보호단체들은 “보우소나루 정부가 환경 훼손 사범 단속을 축소하는 등 환경 파괴 행위를 방관한 결과”라며 “환경보호보다 개발을 우선시하는 정책의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뉴욕타임스’도 ‘보우소나루 대통령 취임 이후 농민들이 더욱 대담하게 불을 지르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처럼 아마존 열대우림 화재로 지구의 허파가 사라질 위기에 직면하자 국제사회는 한목소리로 보우소나루 대통령과 브라질 정부에 화재 예방 대책 수립을 강력하게 촉구하고 있다. 최근 프랑스 남부 휴양도시 비아리츠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담에서도 아마존 열대우림 화재에 대한 논의가 있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말 그대로 지구의 허파인 아마존이 불타고 있다”며 화재 진압 지원 방안을 제시했다. 이에 따라 G7 정상들은 브라질 등 남미국가에 총 2000만 유로(약 271억 원)를 즉각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이 자금은 대부분 화재 진압용 항공기를 브라질을 비롯해 아마존 열대우림을 끼고 있는 국가에 제공하는 데 쓰일 예정이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프랑스 등이 아마존 열대우림 화재 진압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것은 주권 침해라며 G7의 자금 지원을 거부하겠다는 입장을 보이다 철회하기도 했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아마존 열대우림 화재가 예상과 달리 급소도로 확산되자 앞으로 2개월간 아마존 열대우림을 비롯해 인근 지역에서 불 피우는 행위를 금지하는 대통령령에 서명했다. 이에 따라 승인된 농림업 등 일부 예외를 제외하고 60일간 모든 불 피우기가 금지된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또 호라이마·혼도니아·토칸칭스·파라·아크리· 마투 그로수·아마조나스 등 9개 주에서 발생한 화재 진화 작업에 군 병력 4만4000여 명을 투입시켰다. 브라질 경제부는 화재 진화 작업을 위해 3850만 헤알(약 112억 원)의 긴급예산을 편성하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 전화통화에서 아마존 열대우림 화재 진압에 필요한 지원을 요청하기도 했다.

    아마존 열대우림 보호 촉구 시위

    [위키피디아]

    [위키피디아]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뒤늦게 화재 진압에 적극 나서는 이유는 국제사회의 압력뿐 아니라 국내 여론이 악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브라질 여론조사업체 MDA가 최근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보우소나루 대통령을 지지하지 않겠다는 응답이 53.7%를 기록했다. 이는 2월 조사에서 3분의 1도 안 되던 반대 비율이 6개월 만에 20%p 넘게 증가한 것이다. 브라질 전역에서는 아마존 열대우림 보호를 촉구하는 시위가 연일 벌어지고 있다. 아마존 열대우림지역의 주지사들도 보우소나루 대통령에게 화재 진압에 총력을 기울여줄 것을 요청했다. 게다가 EU는 브라질이 아마존 열대우림 화재에 적극 대처하지 않을 경우 6월 체결한 메르코수르(MERCOSUR·남미공동시장)와의 자유무역협정(FTA)에 비준하지 않을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개발주의자인 보우소나루 대통령으로선 일단 지구의 허파를 살리기 위해 적극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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