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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 조국 사태

선택적 정의로 무장한 진보 꼰대들의 민낯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는 억지 논리로 젊은 세대 비난하는 구태 연출

  • 이종훈 시사평론가 rheehoon@naver.com

선택적 정의로 무장한 진보 꼰대들의 민낯

국정농단 사태 때 날카로운 비판으로 주목받았던 진보 논객들이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를 둘러싼 각종 의혹에는 침묵으로 일관하거나 조 후보자를 두둔하고 있다. 진보 논객으로 알려진 유시민 사람사는세상 노무현재단 이사장,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 진중권 동양대 교수, 그리고 진보 지지층 사이에서 개념 연예인으로 통하는 방송인 김제동(위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뉴시스, 뉴스1]

국정농단 사태 때 날카로운 비판으로 주목받았던 진보 논객들이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를 둘러싼 각종 의혹에는 침묵으로 일관하거나 조 후보자를 두둔하고 있다. 진보 논객으로 알려진 유시민 사람사는세상 노무현재단 이사장,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 진중권 동양대 교수, 그리고 진보 지지층 사이에서 개념 연예인으로 통하는 방송인 김제동(위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뉴시스, 뉴스1]

참으로 많은 어록을 남겼다. 경쟁적으로 명언을 쏟아낸 덕분에 인지도를 얻었고, 이제 세상을 주도한다. 그들은 더는 사회적 약자가 아니다. 엄연한 기득권 세력이다. 그래서일까. 어느 순간부터 침묵하기 시작했다. 왜 그럴까. 지켜야 할 것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지금 누리고 있는 많은 것을 내려놓기가 아까워졌기 때문이다. 그 결과 과거에 쏟아낸 어록이 부메랑처럼 되돌아오는 역설적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최근 논란의 대상이 된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부터 그렇다. 그래서 만들어진 신조어가 조국+내로남불, 곧 ‘조로남불’이다.


지식인답지 않은 선택

돌이켜보니 참으로 꼼꼼하게 세상만사에 토를 달았던 그다. 본인과 관련해 제기된 각종 의혹 하나하나에 대입해볼 만한 어록이 있다는 사실이 놀라울 따름이다. 최근 진보 지지세력 사이에서 이런 푸념이 흘러나온다. ‘조국이 그럴 줄은 몰랐다!’ 문재인 대통령이 조국 후보자를 지명했을 때 한 방송에서 이렇게 말한 기억이 난다. ‘조국 너마저!’ 지금 같은 의혹이 불거질 것을 예상하고 한 말이 아니다. 지식인답지 않은 선택이라 여겼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이 당선한 직후 조 후보자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이런 글을 올렸다. ‘각자의 자리에서 각자의 역할을 합시다. 정치는 ‘직업정치인’만의 것이 아니지 않습니까? 또 그래서도 안 되지 않습니까? ‘학인(學人)’으로서의 삶을 사랑하는 제가 ‘직업정치인’이 될 리는 만무하겠지만, 언제나 ‘참여형 지식인’의 책임은 다하겠습니다.’ 

‘학인’으로서의 삶을 걷고자 했던 많은 지식인이 정치 참여를 거부했다. 그리고 조 후보자의 말처럼 ‘참여형 지식인’으로 남았다. 임명직 또는 선출직 공직에 진출하기보다 각종 사회 문제에 대해 날카로운 비판을 하거나 시민사회 운동에 참여하는 방식이었다. 학인의 삶을 강조한 조 후보자였기에 그도 그럴 줄 알았는데, 갑자기 임명공직인 청와대 민정수석으로 들어갔다. 사법개혁, 검찰개혁에 대한 소신이 강했던 터였기에 여기까지는 그럴 수 있다고 봤다. 하지만 민정수석에서 퇴임하기가 무섭게 법무부 장관 후보자에 올랐다. 겨우 2주일이었다. 그 짧은 기간에도 그는 서울대 교수직 복직 절차를 마쳤고 월급까지 수령했다. 이것조차 지나고 보니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될 것을 사전에 알고 취한 조치였다. 그래야 법무부 장관 퇴임 후 복직이 가능하니까. 

‘학인’ 조국은 유독 폴리페서에 비판적이었다. 2004년 4월 12일 ‘대학신문’에 기고한 ‘교수와 정치-지켜야 할 금도’라는 글에서 그는 이렇게 지적했다. 



‘근래 정치권으로 투신하는 교수 중 필자로서는 이해가 가지 않는 사례가 있다. (중략) 자신의 전문 분야에 대한 연구는 방치한 채 정치권과의 관계를 구축하는 데 힘쓰다 출마하는 경우 등이다.’ 

조 후보자는 어땠을까. 2012년부터 청와대 민정수석으로 일하기 전까지 각종 공직선거 후보자의 후원회장을 아홉 차례나 맡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 가운데 압권은 역시 문재인 지킴이 역할을 한 것이다. 앞에서 언급한 문 대통령 당선 직후에 쓴 글에는 이런 대목도 나온다. 

‘2012년 대선보다는 덜했지만, 이번 대선도 온오프라인 일선에서 뛰었습니다.’ 

그랬다. 단지 국회의원 신분이 아니었을 뿐 그는 언제나 ‘학인’보다 ‘정치인’에 가까웠다. 그에게 교수직은 어떤 의미일까. 그 직을 수행함에 어느 정도 무게감을 느끼고 있었을까. 적어도 말로는 엄숙했다. 

‘현 시대에도 교수는 이러한 ‘비판정신’을 유지하며 한국 정치의 풍토를 변화시키는 데 일조할 필요는 있다. 그러나 교수가 정치권과 관계를 맺거나 정치인으로 변신하는 경우에도 지켜야 할 금도는 있을 것이다.’ 

법무부 장관 후보자 내정을 거부하지 않은 순간, 그는 금도를 넘어섰다. 금도를 넘어섰다는 자각을 했다면, 그 순간 교수직이라도 던졌어야 한다. 그런 것을 우리는 ‘언행일치’라 부른다. 앞서 ‘대학신문’ 기고문에서 그도 이런 문제점을 이미 지적했다. 

‘자신이 정치권으로 뛰어들기로 마음을 먹었다면 애초에 학사행정에 차질을 방지하는 조치를 취했어야 한다. (중략) 해당 교수가 사직을 하지 않는다면 그 기간 동안 새로이 교수를 충원할 수는 없게 된다. 또한 낙선하여 학교로 돌아오더라도 후유증은 남게 된다.’ 

국회 인사청문회 결과 그가 낙마하더라도 서울대에는 후유증이 남는다. 누구보다 ‘학인’의 교육 대상인 학생들이 피해를 입는다. 낙마 이후 상처뿐인 패잔병의 모습으로 학교로 돌아간 그가 교육에 열의를 보일 리 만무하다. 이미 권력의 단맛을 경험한 그가 정치권 주변을 서성일수록 교육의 질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법무부 장관에 임명되더라도 서울대는 후유증을 감내해야 한다. 이때도 1차 피해자는 학생들이다. 그래서 이쯤에서 학교로 되돌아가기를 바랐다. ‘조국 너마저!’를 외친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다. ‘앙가주망’도 이 정도에서 그치는 것이 옳다고 본 것이다.


‘조적조’, 조국의 적은 과거의 조국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서울 종로구 적선현대빌딩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에 출근하는 모습. 조 후보자의 표정이 각종 의혹이 제기될 때마다 점점 더 어두워지고 있다. [뉴시스]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서울 종로구 적선현대빌딩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에 출근하는 모습. 조 후보자의 표정이 각종 의혹이 제기될 때마다 점점 더 어두워지고 있다. [뉴시스]

‘조국이 그럴 줄 몰랐다’는 진보 지지세력 내부의 반응은 ‘조국 너마저!’보다 한 단계 더 나아간 것이다. 배신감까지 포함된 의미라 할 수 있다. ‘조로남불’ 못지않게 요즘 회자되는 신조어가 ‘조적조’다. ‘조국의 적은 과거 조국’이라는 말을 줄인 것이다. 조 후보자가 과거에 쏟아낸 수많은 비판적 어록이 돌고 돌아 그의 등에 꽂히는 상황을 빗댄 표현이다. 어찌 그리도 차진지, 수정 필요성조차 느껴지지 않을 정도다. 2007년 4월 22일 ‘한겨레’ 칼럼에서 그는 이렇게 주장했다.
‘진정한 ‘명문대학’이라면 상층계급 출신 성적우수자만으로 구성되는 귀족클럽을 지향해서는 안 된다.’ 

그의 딸은 한영외고를 거쳐 대입 수시전형으로 고려대에 입학했다. 2017년 1월 1일 최순실의 딸 정유라와 관련해 남긴 글도 인상적이다. 

‘정유라, ‘능력이 없으면 니네 부모를 원망해. 있는 우리 부모 가지고 감 놔라 배 놔라 하지 말고. 돈도 실력이야’ 바로 이것이 박근혜 정권의 철학이었다.’ 

조 후보자의 철학도 다르지 않다는 것이 요즘 세간의 평가다. 그중에서도 2012년 3월 2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린 글이 단연 화제다. 

‘중요한 것은 용이 되어 구름 위로 날아오르지 않아도, 개천에서 붕어, 개구리, 가재로 살아도 행복한 세상을 만드는 것이다. 하늘의 구름 쳐다보며 출혈경쟁하지 말고 예쁘고 따뜻한 개천 만드는 데 힘을 쏟자!’ 

그래서 모두 조 후보자도 그렇게 살았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진보 지지세력도 마찬가지다. 아니, 그들이야말로 누구보다 철석같이 믿었을 테다. 알고 보니 자신의 딸은 용으로 만들고자 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조국이 그럴 줄 몰랐다’는 말이 터져 나오고 있는 것이다. 

조 후보자는 진보 논객 중에서도 으뜸인 자였다. 유시민 사람사는세상 노무현재단 이사장도, 진중권 동양대 교수도 최근 몇 년 동안은 인지도가 그만 못 했다. 조 후보자만큼 문재인 정부 탄생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지 못했다.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도, 방송인 김제동도 당연히 그에게 미치지 못한다. 무엇보다 서울대 교수라는 직함이 갖는 권위가 남달랐다. 그랬기 때문에 배신감도 더 강하게 느끼는 듯하다. 진보 지지세력의 마음속에서 조국은 유력 차기 대권주자였다.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가 미투(Me Too) 운동으로 타격을 입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도 수많은 의혹의 늪에서 완전히 헤어 나오지 못한 상태다. 유시민 이사장은 여전히 대선 출마 의사가 없다고 말한다. 이낙연 국무총리가 그래서 현재로서는 진보 진영의 가장 유력한 대권주자지만, 진보 지지세력이 흡족해하는 분위기는 아니다. 특히 친문(친문재인) 지지세력 사이에는 거부감도 없지 않아 보인다. 친문 지지세력은 명실상부한 친문 인사가 차기 대권주자로 나서주길 바랄 것이다. 조 후보자는 이 기준에 가장 적합한 인물이었다. 기대가 이처럼 컸던 만큼 실망감 또는 배신감도 더 강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반면, 여전히 조 후보자에게 희망을 걸고 싶은 이도 적잖은 것 같다.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 및 제안 게시판이 뜨겁다. 조 후보자를 임명해야 한다는 주장과 반대하는 주장이 팽팽히 맞선 탓이다. 심지어 실시간 검색어 장악 전쟁까지 벌어지고 있다. ‘조국 힘내세요’와 ‘조국 사퇴하세요’가 그것이다. 임명 찬성론자들은 대체로 핵심 친문 지지세력에 해당한다고 봐야 할 것이다. ‘손절’하기에는 미련이 많이 남아 있는 이들이다. 주식투자를 해본 사람이면 누구나 경험해봤겠지만, 손절을 하는 일이 가장 어렵다. 더 큰 손해가 나기 전 과감하게 팔아치워야 하지만, 그래도 혹시 주가가 되살아나지 않을까 하는 미련 때문에 선뜻 결정을 내리지 못하기 마련이다. 요즘 친문 지지세력의 심정이 그렇지 않을까 싶다. 문 대통령은 어떤 심정일까. 누구보다도 조 후보자를 아꼈던 처지라 배신감도 그만큼 클 것으로 봐야 한다. 그런데 문 대통령 역시 아직 손절을 망설이는 1인으로 보인다. 

조 후보자 이외에 저들에 대해서도 최근 비난 여론이 쏟아지고 있다. 앞서 언급한 대표적인 진보 논객들 말이다. 진중권도, 김어준도, 김제동도 날 선 비판 한마디가 없다. 이 와중에 조국 수호에 나선 이들도 없지 않다. 유시민 이사장은 조 후보자의 범죄 혐의가 지금까지 드러난 게 없다며 그를 두둔했다. 김민웅 경희대 교수는 ‘조국을 먹잇감으로 넘기겠다는 자들은 그가 누구든지 이제 적’이라 주장했고, 안도현 시인은 ‘조국을 물어뜯으려고 덤비는 승냥이들이 더 안쓰럽다’며 비판하고 나섰다. 

저들을 청년세대는 오히려 ‘진보 꼰대’로 보는 분위기다. ‘진보 꼰대’ 소리를 처음 들은 것은 유시민 이사장이다. 20대 남성에 대한 잘못된 진단이 초래한 별명이다. 유 이사장은 지난해 12월 21일 서울 대학로에서 ‘나는 왜 역사를 공부하는가’라는 주제로 강연하는 자리에서 이렇게 말했다. “자기들은 축구도 봐야 되는데 여자들은 축구도 안 보지, 자기들은 롤도 해야 되는데 여자들은 롤도 안 하고 공부하지….” 여기에서 자기들은 20대 남성을 가리킨다. 당시 문재인 정부에 대한 20대 청년층의 지지율이 떨어지는 현상에 대한 답변이었다. 20대 청년층을 공부는 하지 않고 게임이나 하고 축구나 보는 한심한 존재로 취급했으니 반발은 당연했다. 그때 붙은 별명이 바로 ‘진보 꼰대’다. 

‘니들이 게맛을 알아?’라고 외치며 자신의 생각을 타인에게 강요하는 순간이 바로 꼰대가 되는 시점이다. 이때부터 본인 세대의 한계에 대한 자각도 둔해진다. 대학 시절부터 민주화운동을 했던 386 운동권 세대는 세상의 변혁을 위해 이 한 몸 바쳐왔다는 인식이 강하다. 그들에게 요즘 20대 청년은 사회에 대한 최소한의 비판적 의식도 없는 철없는 아이들처럼 보일지도 모른다. 최근 대학가에서 일고 있는 조 후보자를 겨냥한 촛불집회를 대하는 그들의 자세에서도 이런 의식이 잘 드러난다. 지성용 신부는 8월 23일 서울대와 고려대 촛불집회에 참석한 학생들을 이렇게 비판했다. 

‘시류에 편승해서 나불거리지 마. (중략) 너희 가운데 역사의식, 공동체에 대한 공감능력 전무한 이기적인, 너무나도 이기적인 녀석들을 볼 때가 있지. (중략) 구역질이 날 때가 있어. (중략) 어제 너희들 집회 구호와 종편 인터뷰를 보며 정말 따라가서 귀퉁뱅이 때리고 싶은 마음 간절했다.’


기득권 세력 된 386 운동권 세대

2017년 5월 대선 당시 문재인 대통령과 조국 전 청와대 민정수석(오른쪽에서 두 번째)이 경기 성남시 야탑역광장 유세장에서 만나 환하게 웃고 있다. [뉴시스]

2017년 5월 대선 당시 문재인 대통령과 조국 전 청와대 민정수석(오른쪽에서 두 번째)이 경기 성남시 야탑역광장 유세장에서 만나 환하게 웃고 있다. [뉴시스]

모든 청년이 의식 있게 사는 것은 아니다. 386 운동권 세대가 민주화운동에 노동운동까지 하면서 고생할 당시에도 학생들은 대부분 취업준비에 열중했다. 386 운동권 세대는 또 어떤가. 지금 그들은 정권의 핵심 세력이다. 이미 기득권 세력이다. 젊은 시절의 노고에 대한 보상을 받지 못했다 얘기할 수 없는 처지다. 그런 그들이 말한다. ‘너희는 왜 우리처럼 살지 못하느냐’고. 자신들도 청년 시절 기성세대로부터 들었던 훈계를 어느새 그들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때 당신들도 그들을 ‘꼰대’라고 불렀다. ‘진보 꼰대’라 이름 붙긴 했지만, 내용 면에서는 운동권 세대도 이미 ‘보수 꼰대’가 된 지 오래다. 역설적이게도 지성용 신부가 앞서의 글에서 이 점을 고해성사처럼 쏟아냈다. 

‘민주화운동, 독립운동 하는 사람들도 좋은 차 타고 좋은 집 살고 좋은 대학 가려고 너희들과 같은 대열에 있었을 뿐이야. (중략) 자본주의 사회 신자유주의 경제 시스템에서 생존을 위한 나름의 삶을 살아간 것뿐이야.’ 

그래서 자랑스럽다는 얘기인지 의아했다. 그리고 바로 이래서 당신들이 ‘진보 꼰대’ 소리를 듣는 것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이른바 진보 논객 가운데 일부는 다를 줄 알았다. 조 후보자나 유시민 이사장 정도는 지난 대선 직후 이렇게 선언할 줄 알았다. 

“문재인 정부 탄생에 누구보다 앞장섰지만, 지금 이 순간부터 누구보다 문재인 정부에 가장 비판적인 사람이 될 것이다!” 

특히 조 후보자는 그래주길 바랐다. 서울대 교수로 끝까지 남아 있으면서 문재인 정부의 실정에 쓴소리를 하는 존재가 되길 기원했다. 지나고 보니 내가 알고 있었다고 생각한 조국은 그런 사람이 아니었다. 그는 ‘학인’이 아니었던 것이다. 내 지도교수는 정치학 전공자였음에도 설령 가까운 지인이 초청한 자리라도 정치와 관련된 행사에는 참석하지 않았다. 참 ‘학인’은 그래야 한다고 생각한다. 조 후보자는 그런 점에서 스스로의 자평과 달리 ‘학인’과 거리가 먼 사람이다.


감수성 떨어지는 꼰대의 특징

딸 문제를 비롯한 복잡한 가족 경제사를 보더라도 그렇다. 그래도 나는 고고하게 살아왔다 주장하고 싶겠지만, 그럴수록 잘못을 나머지 가족에게 떠넘기는 것과 진배없다. 진정한 ‘학인’은 일탈하려는 가족, 특히 자녀를 바로잡아주는 것이 정상이다. 다른 ‘학인’은 바보라서 자녀를 힘겹게 대학에 보내는 것이 아니다. 더욱이 ‘학인’ 아닌 ‘평인’조차 그런 편법의 활용을 자제한다. 길을 알아도, 돈이 많아도 그런 편법을 거부하는 ‘평인’이 많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왜? 내 자녀가 살아갈 세상이 불공정으로 혼탁해지길 원하지 않으니까. 길게 볼 때 소탐대실이기 때문이다. 

광화문광장에서 촛불을 든 이유도 바로 여기 있다. 지금 대학생들이 촛불을 드는 이유도 바로 여기 있다. 더 공정한 사회에 대한 열망이다. 조 후보자는 그동안의 말과 달리 오히려 공정성을 훼손하며 살아왔다는 것이 국민의 판단이다. 그런 사람이 사법개혁을 주도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것이 국민의 판단이다. 이것은 상식이다. 진보 지지세력은 늘 비판한다. 해방 이후 친일파가 득세하면서 친일 청산을 제대로 못한 결과 지금도 토착왜구가 발호하고 있다고. 그 논리를 그대로 대입해보자. 적폐세력과 유사한 특혜 지향적 삶을 살아온 사람이 적폐청산, 곧 개혁을 제대로 해낼 수 있을까. 어불성설이다. 

조 후보자가 민정수석으로 재임할 당시 고위공직자 인사검증이 언제나 논란이었다. 인사 참사라는 말까지 나왔다. 그런데 결국 본인이 인사 참사의 정점을 찍고 말았다. 스스로 흠결이 많기 때문에 다른 검증 대상의 흠결은 별것 아닌 것으로 보였을지도 모른다. 더 나아가 본인의 흠결조차 별것 아니라고 본 것은 아닌가 하는 느낌이 들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내가 뭘 잘못했지’ 하는 표정을 그에게서 자주 본다. 감수성 떨어지는 꼰대의 특징 가운데 하나다.






주간동아 2019.08.30 1204호 (p24~28)

이종훈 시사평론가 rheehoo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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