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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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 카카오뱅크 돌풍 한 달

겉으론 ‘하태하태’, 속으론 글쎄?

중금리 대출 미미, 계좌 60%가 깡통, 마이너스통장대출은 하늘의 별 따기

  • 김유림 기자 mupmup@donga.com

    입력2017-09-01 16:3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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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월 27일 국내 두 번째 인터넷전문은행 카카오뱅크(카뱅)가 출범 한 달을 맞았다. 카뱅은 영업 시작과 동시에 제1인터넷전문은행인 케이뱅크(4월 출범)보다 훨씬 높은 인기를 누렸다. 한 달 만에 계좌 수 307만 개를 돌파했고 같은 기간 예·적금액은 1조9580억 원, 대출금액은 1조4090억 원으로 추정 집계됐다. 체크카드 발급 건수도 216만 건을 넘어섰다. 이 모든 수치 앞에는 ‘최단 기간’이란 수식어가 붙는다.

    이 추세대로라면 카뱅은 케이뱅크는 물론, 시중은행까지 조만간 따라잡을 듯하지만 여기저기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보이는 게 전부는 아니다’ ‘찻잔 속 태풍에 그칠 수 있다’ ‘혁신적인 서비스가 없다’는 얘기가 들린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당초 금융당국은 인터넷전문은행이 기존 시중은행이 하지 않았던, 혹은 ‘못했던’ 틈새시장을 발굴하길 기대했다. 대표적으로 중신용자 대출 등을 들 수 있다. 시중은행은 데이터 부족을 이유로 중신용자를 대상으로 한 대출을 꺼려왔다. 업계에서는 인터넷전문은행이 기존 기법을 뛰어넘는 다양한 비계량적 데이터를 활용해 대출시장에 새로운 물꼬를 터주길 바랐다.  



    신용 좋은 사람 위주로 대출

    하지만 카뱅은 이러한 취지를 제대로 살리지 못하고 있다. 신용평가등급 산정 시스템에 ‘혁신’이라고 할 만한 게 없는 탓이다. 이는 경쟁사인 케이뱅크와 비교해도 차이점이 드러난다. 현재 케이뱅크는 시중은행과 같은 KCB(코리아크레딧뷰로)의 신용평가등급을 기반으로 하되, KT 이용자의 이동통신요금 납부 실적을 추가로 산정해 케이뱅크만의 세분화된 신용평가등급 모형을 만들었다.



    이 덕에 중신용자인 4~6등급(10등급이 최하)을 대상으로 한 대출이 부지런히 일어나고 있다. 4월 영업을 시작한 이후 3개월 동안 중신용자 차주에게 대출해준 금액이 2140억 원(총 대출의 40%)을 넘는다. 이는 7개 신용카드사가 취급한 상반기 카드론 증가 규모와 맞먹는다. 금융당국이 생각했던 당초 취지에 어느 정도 부합하는 셈이다. 

    하지만 카뱅은 중신용자 대출보다 신용등급 1~4등급인 고신용자 대출 비중이 월등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8월 17일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이 카뱅으로부터 받은 대출 현황(7월 27일~8월 3일) 자료에 따르면 일별 실행된 대출금액 기준 1~2등급 비율은 평균 64%, 3~4등급은 26%를 차지해 총 1~4등급 대출금액 비중이 전체의 90%나 됐다. 다시 말해 하루에 실행되는 대출금액의 90%는 시중은행에서도 언제든 대출이 가능한 1~4등급 신용자들이 받아간다는 얘기다. 반면 중저신용자인 5등급 이상에게는 대출 기회를 10%밖에 주지 않고 있다.

    물론 중저신용자의 대출 건수 자체가 적었던 건 아니다. 금액이 아닌 건수로 비교하면 5등급 이상 대출자는 하루 전체 대출 건수의 40%를 차지한다. 결국 대출은 자주 일어났지만 빌려준 금액이 매우 적다는 걸 알 수 있다. 그렇기에 업계에서는 카뱅의 신용평가 모델에 아쉬움을 토로한다.

    현재 카뱅은 1~3등급의 경우 KCB 등급을 똑같이 활용하고 그 밑으로는 SGI서울보증(서울보증)의 보증을 받고 있다. 결국 중신용자의 대출금리엔 보증 보험료까지 포함돼 금리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 연체 리스크 또한 서울보증에 넘긴 상황이다. 이에 대해 한 금융권 관계자는 “서울보증은 이미 중저신용자 대상의 ‘사잇돌대출’ 보증 경험이 있어 해당 데이터가 축적된 상태다. 이러한 자료를 카뱅에서 가져가 자신들만의 빅데이터와 결합시켜 새로운 형태의 신용등급을 만들 줄 알았는데, 보증이라는 보수적인 방법을 택했다는 데 아쉬움이 크다”고 말했다.

    카뱅은 이에 대해 “인터넷전문은행도 은행으로서 건전성이 가장 중요하다”고 밝혔다. 카뱅 한 관계자는 “서울보증에 리스크를 ‘전가’하는 것이 아니라 정당한 수수료를 내고 그들의 시스템을 이용하는 것이다. 은행의 부실은 결국 고객 전체를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 어떤 일이 있어도 부실이 일어나지 않도록 방어해야 하는 것이 은행 업무의 1순위”라고 말했다. 또한 카뱅 측은 “고객의 빅데이터를 활용해 새로운 형태의 신용평가 시스템을 만들려면 적어도 2~3년은 걸린다”고 밝혔다.



    예대마진 의존 안 하려면 新수익 창출해야

    출범 초부터 돌풍을 일으킨 ‘해외송금 수수료’도 서서히 힘을 잃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중은행의 반격이 시작됐기 때문이다. 카뱅은 ‘시중은행의 10분의 1 수준의 수수료’를 강조하지만 그사이 시중은행도 해외송금 고객을 뺏기지 않으려 적극적으로 방어에 나섰다. 현재 국내 개인 해외송금시장의 연간 규모는 지난해 기준 16조 원으로, 2013년부터 꾸준히 성장 중이다.

    가장 먼저 변화를 시도한 곳은 신한은행과 KB국민은행이다. 먼저 신한은행은 연말까지 해외송금 시 송금 수수료를 면제하고 전신료를 할인하는 ‘트리플 S 해외송금 이벤트’를 실시한다. 신한S뱅크, 외국인 전용 글로벌S뱅크, 써니뱅크를 통해 건당 3000달러(약 337만6500원) 이하를 송금할 경우 송금 수수료가 전액 면제되는 것. 전신료 역시 일괄적으로 기존 8000원에서 5000원으로 낮췄다(표 참조). 특히 신한S뱅크 해외송금이나 써니뱅크 간편해외송금을 이용하면 24시간 365일 전 세계 240여 개국으로 송금이 가능하다. 이는 22개국으로 송금 서비스가 제한된 카뱅과 비교하면 매력적이다.

    KB국민은행도 해외송금 수수료 ‘건당 1000원’이라는 파격적인 인하 정책을 내놓았다. ‘KB ONE ASIA 해외송금’ 서비스가 그것인데, 동남아 15개국 110여 개 제휴은행으로 1일 이내 송금이 가능하다. 수수료는 건당 1000원으로, 은행권 최저 수준이라 할 수 있다. 해외 수취인이 부담하는 중계 수수료도 기존 대비 절반 수준인 10달러로 인하했다.

    또한 송금 수수료가 아닌 환전 수수료로 따지면 카뱅과 시중은행의 차이가 그리 크지 않을 수도 있다. 바로 시중은행이 실시하는 환율 우대 서비스 때문인데, 신한은행은 모든 통화에 기본 50%에서부터 최고 70%까지 환율 우대를 제공한다. 송금 시간은 수취 국가에 따라 실시간 또는 1일가량 소요되며 송금추적 시스템 등 사후관리 서비스도 이용할 수 있다.

    이에 대해 시중은행 한 직원은 “해외송금에서 은행이 수익을 낼 수 있는 게 바로 환전 수수료다. 카뱅이 송금 수수료를 낮추고 전신료는 면제했지만 환전 수수료는 기존 은행과 비슷하게 챙길 수 있는 구조다. 하지만 시중은행이 송금 수수료를 줄이고 환전 수수료까지 획기적으로 낮추면 소비자는 어떤 은행이 유리한지 따져봐야 한다. 특히 금액이 커질수록 환전 수수료 비용도 높아지는 만큼 환율 우대 서비스를 잘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가장 큰 문제는 ‘깡통계좌’다. 현재 카뱅은 가입자의 60% 이상이 계좌만 트고 돈은 입금하지 않은 ‘0원 계좌’ 고객인 것으로 나타났다. 반대로 실제 거래 계좌는 120만 개 정도 된다. 하지만 은행권에서는 우리보다 앞서 인터넷전문은행이 안착한 미국과 일본을 살펴봤을 때 카뱅이 당초 목표대로 3년 안에 손익분기점에 도달하려면 250만 원 이상 예치된 계좌가 적어도 180만 개를 넘어야 한다고 분석하고 있다.



    연체율 방어 위해 자산 늘려야

    골든브릿지투자증권 관계자는 “케이뱅크 사례 등을 고려해 카뱅의 자산 순수이익률을 2.82%, 연간 판매 관리비를 1000억 원으로 설정할 경우 필요한 여신금액은 3조5000억 원이고 수신금액은 4조4000억 원가량 된다. 여기에 미국 넷뱅크(NetBank) 사례 등을 참고하면 카뱅이 손익분기점을 달성하기 위해 확보해야 하는 계좌 수와 금액이 나온다”고 밝혔다.

    1990년대 설립된 넷뱅크는 시중은행보다 3배 높은 예금금리 등 공격적인 가격정책을 내놨으나 수익이 저조했다. 특히 전산설비 등 시스템 구축에 따른 초기 투자비용을 회수하지 못해 부실화됐다. 예금(자산)이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대출 관련 연체가 일어나기 시작하면 결국 재정 상태가 악화될 수밖에 없다. 연체율을 잡기 위해서라도 은행은 ‘분모’에 해당하는 자산을 늘려야 한다.
    대출도 마찬가지다. 겉으로 보이는 대출 건수가 아무리 많아도 (마이너스통장의 경우) 실제로 통장에서 돈을 인출해 쓰지 않으면 대출이자는 발생하지 않는다. 카뱅 마이너스통장대출 한도는 최대 1억5000만 원으로 시중은행을 통틀어 가장 높지만 실제 이용 금액이 얼마냐에 따라 은행의 기본 수익구조인 예대마진도 달라질 수 있다.

    현재 시중은행은 핀테크(금융+기술), 인터넷전문은행 출범 등으로 새로운 수익구조 창출이라는 힘겨운 숙제를 떠안고 있다. 하지만 벼랑 끝에 섰느냐, 코너에 몰렸느냐 차이일 뿐 인터넷전문은행이라고 결코 마음이 편할 수는 없다. 자칫 ‘레드오션’이 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실제로 금융당국은 국내 1~2호 인터넷전문은행을 인가하면서 분위기가 좋으면 추가 인가까지 고려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금융당국 한 관계자는 “인터넷전문은행 추가 설립을 추진한다는 방침에는 변화가 없다. 다만 카뱅과 케이뱅크가 아직 출범 초기인 만큼 일단은 분위기를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위원회는 8월 22일 서울 종로구 금융감독원 연수원에서 ‘금융업 진입규제 개편 태스크포스(TF)’ 1차 회의를 열고 금융당국, 연구원, 업계 관계자들과 개편 방안을 논의했다. 금융시장에서 새로운 사업자의 탄생을 촉진하겠다는 방침인 것.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제3인터넷전문은행 출범이 가시화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날 김용범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혁신적 시장 참가자의 진입을 유도해 금융산업 내 경쟁을 유도하고 이를 통해 금융산업 전체의 혁신과 발전을 도모할 필요가 있다”며 대표 사례로 인터넷전문은행을 꼽았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벌써부터 제3인터넷전문은행의 잠재 후보권에 대한 얘기가 나온다. 아직 인터넷전문은행에 참여하지 않은 대형 시중은행인 신한은행과 KEB하나은행을 비롯해 KT(케이뱅크) 경쟁업체인 SK텔레콤, 카카오의 경쟁업체인 네이버 등도 언급되고 있다. 또한 지난 예비 인가에서 떨어졌던 인터파크 컨소시엄 업체들(GS홈쇼핑, BGF리테일, IBK기업은행 등)도 잠재적 후보군이라 볼 수 있다.  



    기존 은행 반격과 제3인터넷은행 대비해야

    물론 당장은 아니더라도 몇 년 안에 인터넷전문은행이 다수 출범한다면 금융권 경쟁은 더 심해질 수밖에 없고, 안정적인 영업망 확보가 업체 운명을 가르게 된다. 이는 일본 사례에서도 알 수 있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에 따르면 2015년 일본의 6개 인터넷전문은행 당기순이익은 평균 74억 엔(약 768억7000만 원)으로 4년 전에 비해 722%나 성장한 것으로 나타난다.

    이 가운데 예금 규모가 가장 큰 곳은 온라인 쇼핑몰 1위 기업 라쿠텐이 만든 ‘라쿠텐소프트뱅크’다. 전체 예금 규모만 1조2470억 엔(약 13조 원)으로 모회사인 라쿠텐과 연계해 다양한 상품을 운영한 것이 수익 창출의 근간을 이뤘다는 평이다. 실제로 라쿠텐소프트뱅크는 쇼핑몰 주요 고객인 젊은 층을 타깃으로 신용대출사업을 활발히 벌였을 뿐 아니라, 체크카드 포인트 또한 해당 쇼핑몰에서 현금처럼 쓸 수 있게 했다.

    독일 피도르방크(Fidor Bank)도 인터넷전문은행 수익 창출의 ‘좋은 예’로 꼽힌다. 설립 초기부터 페이스북,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이용해 커뮤니티를 강화했다는 점에서 카뱅과도 비슷하다. 피도르방크는 사업 초부터 상품을 개발할 때 고객의 의견을 적극 반영해 좋은 아이디어에는 포상하는 서비스를 도입했다. 예금이자를 0.01%p 높여주는 식이다. 카뱅도 화려한 시작과 달리 결국 ‘속 빈 강정’으로 추락하지 않으려면 국내 실정에 맞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발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소비자 편의에 좀 더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지적도 무시해서는 안 된다. 현재 거의 ‘먹통’ 상태인 대출 한도 조회 서비스 관련 불만이 대표적이다. 카뱅은 대출 한도 최대 1억5000만 원에 최저금리 연 2.83%인 파격적인 마이너스통장대출을 출시했지만, 개설은 거의 ‘하늘의 별 따기’ 수준이라 직장인들로부터 원성을 사고 있다.

    서울 광화문 소재 직장에 다니는 30대 김모 씨는 “워낙 매력적인 조건이라 카뱅 출범 첫날부터 마이너스통장 개설을 시도했지만 한 달이 넘게 못 하고 있다. 참는데도 한계가 있지 않나. 아무리 접속자가 많아 그렇다지만 이렇게까지 소통이 안 되는 건 분명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심지어 김씨는 신청한 지 한 달이 넘은 체크카드도 아직 받지 못했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카뱅 측은 “이용객 급증에 따른 일시적 정체”라고 해명했다. 카뱅 한 관계자는 “고객이 대출 한도 조회를 신청하면 카뱅에서 신용정보회사로 데이터를 보내 신용정보를 확인하는데 이 과정에서 이용자가 많이 몰려 정체 현상이 일어난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카뱅 측은 단순 조회 이용자가 많다는 점도 먹통 사태의 원인으로 추정했다. 이 관계자는 “시중은행과 대출 규모를 비교해보거나 시중은행에서는 대출이 어려운데 카뱅에서는 가능한지 확인하는 등 대출로 이어지지 않고 조회만 하는 사례가 많다. 그렇기에 서버 증설을 추진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상담직원 연결이 어려운 것과 관련해서도 카뱅 측은 “제2고객센터를 개설해 상담직원 500여 명을 추가로 고용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 중”이라고 했지만, 업계 관계자들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인터넷전문은행의 경쟁력은 단연 ‘비대면 업무’인데, 사람을 뽑아 고정비용을 늘리면 수익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카뱅이 첫 등장 당시 선사한 ‘신선함’ ‘세련됨’ ‘편리함’을 끝까지 유지할 수 있을지 많은 이가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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