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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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는 변한다, 선곡도 변한다

노래방 25년, ‘부르는 시장’의 탄생

  • 김작가 대중음악평론가 noisepop@daum.net

    입력2015-09-14 11:2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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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대는 변한다, 선곡도 변한다
    한국인의 유흥문화를 코스별로 나눈다면 대개 이렇다. 1차 술집, 2차 술집, 3차 노래방. 혹은 1차 술집, 2차 노래방. 어쨌든 노래방으로 끝나기 마련이다. 술집에 갈 수 없는 중고교생은 시험이 끝나면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노래방으로 향한다. 그것도 맨정신으로 가는 기염을 토한다. 전성기였던 1990년대에 비해 업소 수가 많이 줄었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노래방 없는 유흥가는 없다. 혹은 유흥가 없이도 노래방은 존재한다.

    사실 노래방만큼 등장과 동시에 붐을 일으킨 ‘방’은 없다. PC방이 있긴 했다. 하지만 PC방은 스타크래프트라는 콘텐츠의 힘에 의해 대박창업아이템 자리에 올랐다. 노래방은 딱히 킬러 콘텐츠 없이도 단박에 전국을 휩쓴 유일무이한 아이템이다. 1990년대 초 유흥주점에만 설치돼 있던 ‘가라오케 기계’가 독자적인 공간을 차지하면서 생긴 게 노래방이다. 그렇게 25년이 흘렀다. 초창기 ‘아싸’라는 브랜드가 독점하던 판도는 현재 금영과 TJ미디어가 양분하고 있다. 관광버스 반주 테이프 수준이던 8비트 미디 사운드가 실제 음악과 똑같은 MR(녹음반주)로 진화한 지 오래다.

    노래방은 본질적으로 기존에 있는 곡을 부르는 공간이다. 애창곡이든 최신곡이든 가수가 노래를 발표해야 부를 수 있다. 소비의 공간이다. 그런 점에서는 방송과 마찬가지다. 따라서 음반산업의 2차 콘텐츠 시장이라 하겠다. 2차 시장은 본래 1차 시장에 종속된다. 어디까지나 원칙상으론 그렇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먼저 방송을 보자. 음악계에서 방송을 고려하지 않는 경우는 없다. 만약 앨범 타이틀곡의 러닝타임이 방송에서 틀기에 길다면 라디오용 편집 버전을 별도로 제작해 수록한다. 가사가 과격할 경우 ‘클린 버전’을 따로 만들기도 한다. 노래방도 일차적 생산에 영향을 미쳤다.

    기존의 음악 소비문화란 감상이었다. 콘서트를 통해서건 방송을 통해서건 음악을 소비한다는 행위는 듣는 것이었다. 하지만 노래방은 이런 판도를 바꿨다. 소비자는 그저 듣는 데 그치지 않고 자신이 좋아하는 노래를 직접 부르게 된 것이다. 물론 그전에도 좋아하는 노래를 부를 수는 있었다. 하지만 고작해야 통기타를 치며 흥얼거렸을 뿐, 경제적 소비 행위로 이어진 건 아니었다. 그러나 노래방은 ‘부르기 위한 노래’ 시장을 형성했다.



    예전 음반이 통기타를 치면서 부르기 좋은 노래 한두 곡을 수록했다면, 지금은 노래방에서 부르기 좋은 노래를 담는다. 감상하기 위해 음악을 듣는 게 아니라, 부르기 위해 음악을 듣는 소비자가 생겨났기 때문이다. 노래방에서 얼마나 호응을 얻을 수 있는지가 방송 신청곡 순위와 그 노래의 지명도에 영향을 미치게 되면서 생산과 소비의 역전이 일어난 것이다.

    그러면 어떤 노래가 노래방에서 권력을 잡는가. 두 가지다. 첫째, 편하게 부를 수 있는 노래다. 멜로디가 뚜렷하면 좋다. 자우림의 ‘매직 카펫 라이드’ 같은 노래가 가창력이 썩 뛰어나지 못한 여성들에게 꾸준히 사랑받는 이유다. 둘째, 가창력을 뽐낼 수 있는 노래다. 여기서 가창력이란 철저히 테크닉을 일컫는다. 노래방 초창기 노래 좀 한다는 사람들은 B612의 ‘나만의 그대 모습’이나 정경화의 ‘나에게로의 초대’를 부르며 샤우팅 실력을 과시하곤 했다.

    지금은 어떤가. 테크닉이 중시된다는 점에서는 마찬가지다. 다만 가요계 흐름이 흑인 음악 비슷한 것으로 넘어가다 보니 샤우팅이 아닌 바이브레이션이 가창력 테스트의 성패를 좌우한다. 임재범의 ‘고해’나 이적의 ‘다행이다’는 여자들이 듣기 싫어하는 남자 노래방 선곡의 대표주자 격이지만, 역으로 남자들이 가장 많이 시도하는 노래이기도 한 이유다.

    여기에 요즘은 하나가 더 추가됐다. 힙합이 대세가 되면서 랩이 화려한 곡도 사랑받는다. 케이블채널 Mnet ‘쇼미더머니’에 출연한 힙합 뮤지션들의 곡이 대표적이다. “요즘 애들은 노래방 가서 노래 안 해. 랩을 하지”라는 말을 들었을 때만 해도 믿지 않았다. 20대 초반 학생들과 노래방을 가서야 그게 사실임을 깨달았다. 시대는 늘 변한다. 노래방도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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