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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친노의, 친노를 위한 국민참여경선?

예선에서 이기고 본선에서 지는 친노 선거 공식으론 정권교체 꿈도 꾸지 마

친노의, 친노를 위한 국민참여경선?

친노의, 친노를 위한 국민참여경선?
“새정치민주연합 내부 경선은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하는 축구경기와 비슷하다. 친노세력은 위쪽에, 비노세력은 아래쪽에서 뛴다. 비노세력은 죽을힘을 다해도 골을 넣기 힘들다. 친노세력은 ‘뻥축구’를 해도 쉽게 골을 넣는다. 나는 이런 현실을 뼈저리게 체험했다.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지 않으면 앞으로 비노세력이 승리하기는 매우 어려울 것이다.”

지난해 지방선거 당내 공천에서 친노(친노무현)에게 패한 한 비노(비노무현) 인사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자서전 ‘운명이다’에서 보수 우위의 한국 정치 지형을 보수를 위쪽, 진보를 아래쪽에 비유해 ‘기울어진 운동장’으로 묘사한 것에 빗대 당내 상황을 이렇게 평가했다.

비노 인사들은 새정치민주연합(새정연)이 친노에게 유리한 운동장이 된 것은 19대 총선 공천이 결정적 계기가 됐다고 입을 모은다. 한명숙 대표 시절 이뤄진 19대 총선 공천이 친노의, 친노에 의한, 친노를 위한 공천이었다는 점에서다.

19대의 친노 공천 반복될까

한 비노 인사는 “19대 총선 당시 민주통합당(현 새정연)은 낙동강벨트를 중심으로 부산·경남(PK)을 공략하겠다며 1차 공천에서 친노 인사들에게 대부분 공천장을 쥐어줬다”며 “당시 공천 결과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19대 총선 당시 부산에서 1차 공천을 받은 이는 사상 문재인, 북강서을 문성근, 사하갑 최인호, 북강서갑 전재수, 중동 이해성, 연제 김인회, 남구을 박재호 등이었다. 친노 중심의 19대 총선 공천을 계기로 새정연이 친노에게 유리한 정치 지형으로 만들어졌다는 게 비노 인사들의 주장이다. 비노 인사들은 친노 수장 문재인 대표가 당권을 쥐고 있는 상황에서 치를 내년 20대 총선 공천 역시 19대와 마찬가지로 친노 위주 공천이 될까 우려한다.

서울에서 내년 총선 출마를 준비 중인 비노 인사 K는 “19대 총선 때 친노가 대거 공천받아 지역을 꿰차고 있는 상황에서 국민참여 여론조사 60%, 권리당원 투표 40%로 돼 있는 현재의 경선 방식은 절대적으로 친노에게 유리할 수밖에 없다”며 “친노패권주의를 깰 공천 혁신안이 나오지 않는 한 내년 총선에서 공정한 당내 경선은 요원하다”고 말했다. 다음은 K와의 일문일답.

▼ 친노패권주의 실체가 있나.

“평상시 친노가 눈에 띄게 하나로 뭉쳐 비노를 배척하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전당대회나 경선 등 당내 선거를 해보면 친노패권주의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알 수 있다.”

▼ 구체적으로 어떻게 나타나나.

“노무현 전 대통령과의 연결고리를 찾아내 활용한다. 참여정부 시절 청와대에서 행정관, 비서관으로 근무한 사람은 그 이력을 적극 활용한다. ‘노무현 대통령 행정관’ ‘노무현 대통령 비서관’ 등 무조건 노 전 대통령을 앞세운다. 청와대 근무 경력이 없는 사람은 노무현재단을 활용한다. ‘노무현재단 기획위원’ 하는 식이다.”

▼ 노 전 대통령을 앞세우면 경선에 도움이 되나.

“여론조사 경선 때 새누리당 지지자들은 제외한다. 여론조사 전문가들이 분석한 바에 따르면 우리 당 지지자 가운데 절반 가까이가 친노 지지층이라고 한다. 정치 신인 가운데 노무현 전 대통령보다 인지도가 높은 후보가 몇이나 되겠나. 결국 친노 인사들은 당내 경선 때마다 자신들의 당선을 위해 ‘노무현 마케팅’에 열을 올린다. 매번 우리 당이 친노 프레임에 갇히는 이유다.”

▼ 친노 프레임을 극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한다고 보나.

“최소한 당내 경선에서만큼은 노무현 전 대통령과의 관계를 앞세우는 것을 자제시킬 필요가 있다. 후보자 약력을 소개할 때 ‘노무현 대통령 행정관’이라 하지 말고, ‘청와대 행정관’처럼 객관적 직책을 소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숙현 시사칼럼니스트는 “끼리끼리 문화와 나만이 절대 선이라는 독선이 친노 진영에 독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노무현 정신 망각한 문재인?

친노 지지층은 2002년 국민경선 당시 ‘노사모’(노무현을 사모하는 사람들의 모임)를 모태로 하며 2009년 5월 노 전 대통령 서거를 계기로 재결집했다. 노 전 대통령 서거 이후 원조 노사모 문성근 전 대표가 주도한 ‘국민의 명령 100만 민란’과 정봉주 전 의원의 팬클럽 ‘정봉주와 미래권력들’(미권스) 등은 2012년 민주통합당 출범 이후 한명숙 대표 체제가 들어서는 데 큰 구실을 했고, 2012년 대통령선거(대선) 후보 경선에도 주도적으로 참여해 문재인 대선후보를 만들어냈다.

선거는 느슨한 1000명의 지지자보다 투표에 적극 참여하는 100명이 당락을 결정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참여율이 저조한 당내 경선에서는 결집력이 강하고 동원력이 뛰어난 열성 지지층이 당락을 좌우하기 쉽다. 새정연 한 인사는 “과거에는 동교동계가 열성적인 당원을 바탕으로 위력을 발휘하기도 했지만 2002년 국민 경선 때 노사모가 경선판을 뒤흔든 이후 지금까지 현존하는 야권 지지층 가운데 친노보다 응집력이 뛰어난 세력은 없다”고 말했다. “지금까지도 그랬지만, 앞으로도 새정연은 실행력 좋은 친노가 각종 당내 선거를 주도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덧붙였다.

친노는 새정연 전당대회 등 당내 승부에서 강한 결집력을 보여 큰 위력을 발휘했다. 2·8 전당대회는 2012년 총선과 대선 패배 이후 이완됐던 친노세력이 내년 총선과 내후년 대선을 겨냥해 총결집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폐쇄성과 배타성으로 본선에서는 패한 경우가 적잖다. 2010년 지방선거 당시 경기도지사 선거에 나섰던 김진표 후보와 유시민 후보가 야권 단일화를 이뤄 유 후보가 본선에 진출했지만 낙선한 것이 대표적 예다. 당시 열성적인 친노 지지자들은 후보단일화 과정에서 유시민 승리에 기여했지만, 결과적으로 야권 전체 지지층 결집에는 실패함으로써 본선 패배로 이어졌다.

2012년 대선 양상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당내 경선에서는 친노 지지를 등에 업은 문재인 대선후보가 독주했지만 본선 경쟁력은 높아지기는커녕 오히려 떨어졌다. 일부 야권 지지자는 감동 없는 친노 중심 경선을 외면하고 당 밖에 있는 안철수 후보에게 더 큰 관심을 보였다.

최근 야권에서 신당 창당 움직임이 활발한 것도 새정연 내부의 친노패권주의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많다. 특히 4·29 재·보궐선거(재보선)에서 무소속 천정배 의원이 당선한 것은 친노 중심의 새정연을 호남 유권자가 더는 용인하지 않겠다는 신호탄으로 해석된다. 동교동계 출신으로 호남에서 활동하는 P씨는 이렇게 말했다.

“천정배가 누구인가. 민주당을 깨고 열린우리당을 창당한 주역 아닌가. 호남 정치를 분열시킨 장본인이다. 그런 천정배를 광주 유권자가 (4·29 재보선에서) 당선케 한 것은 천정배보다 친노 중심의 새정연이 더 문제라고 보기 때문이다.” 다음은 P씨와의 일문일답.

▼ 친노의 가장 큰 문제가 뭔가.

“책임지지 않는 것이다. 2012년 총선과 대선을 친노 중심으로 치르지 않았나. 자신들이 주도해 치른 선거 결과가 나빴으면 그에 대한 책임을 져야 되는데, 내년 총선을 앞두고 다시 친노가 전면에 나섰다. 말로는 ‘혁신’하겠다고 하지만 결국 20대 총선에서도 19대 총선 때 확보한 자신들의 기득권을 유지하려 한다는 시각이 많다.”

▼ 문재인 대표는 내년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노무현 정신과 정반대로 가고 있다. 지역주의를 깨겠다며 서울 종로라는 편한 길을 버리고 부산이라는 어려운 길을 선택해 들어간 것이 노무현 정신이다. 호남은 그런 노무현에게 (2002년) 국민경선 때 화답했다. 그런데 문재인 대표는 PK 등 영남권에서 어떻게 득표율을 올리겠다는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어렵사리 부산에서 확보한 자신의 지역구마저 불출마로 불확실하게 만들어버렸다. 호남 유권자는 호남 외 지역에서 더 많은 지지를 끌어올 후보에게 표를 줄 준비가 돼 있다.”

36만 명의 시민 명부

친노의, 친노를 위한 국민참여경선?
7월 27일자 ‘조선비즈’는 문재인 대표가 사무총장직을 폐지하고 본부장 체제로 당직을 개편한 뒤 ‘잃어버린 국민경선 명부를 찾으라’고 지시했다고 보도했다. 문 대표가 ‘찾으라’고 지시한 36만 명의 시민 명부는 2012년 대선 경선 때 구축해놓은 것이다. 당시 명부의 절반 가까이는 문 후보 측에서 선거인단을 모집한 것이다. 이에 대해 당내 일각에서는 “대표가 ‘혁신’보다 내후년 대선후보 경선 때 요긴하게 쓰일 ‘국민경선 명부’란 젯밥에 더 관심을 갖고 있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왔다.

새정연 영남 출신 한 지역위원장은 “예선을 통과해야 본선에 나갈 수 있다는 점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친노 인사들이 쉽사리 기득권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며 “당내 경선 승리에 집착하다 본선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악순환이 내년 총선에서도 되풀이되는 것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기회는 평등할 것입니다. 과정은 공정할 것입니다. 결과는 정의로울 것입니다.’

2012년 대선 때 야권 지지층으로부터 호평받았던 문재인 대선후보의 슬로건이다. 문 대표는 과연 자신의 약속을 내년 총선 공천에서 실천할 수 있을까. 말과 행동이 다른 정치인에게 자신의 한 표를 줄 국민은 많지 않다.

조직국은 대폭 축소, 측근은 전진 배치

총선 앞둔 문재인, 친정체제 구축 포석?


새정치민주연합(새정연) 문재인 대표는 최근 사무총장직을 폐지하고, 5개 본부장 체제로 당직을 개편했다. 최재성 사무총장은 총무본부장으로 옮기고, 신설된 조직본부장에는 이윤석 의원을 임명했다. 조직본부장은 과거 사무총장이 맡았던 조직강화특별위원장을 맡게 될 공산이 크다. 총선을 앞두고 구성될 총선기획단에도 조직본부장이 참여할 개연성이 높다. 그런 조직본부장에 박지원계로 분류되는 비노(비노무현) 측 이윤석 의원을 임명한 것 자체가 파격으로 받아들여졌다. 친노(친노무현) 측은 총선을 앞두고 조직을 관장하는 본부장에 비노계 인사를 앉혔다는 점에서 당내 화합의 전기가 마련됐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당직 개편이 얼마 지나지 않아 ‘눈 가리고 아웅’ 하는 눈속임 인사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사무총장을 총무와 조직본부장 체제로 개편한 뒤 당 조직국 인원을 절반 가까이 축소했기 때문. 한 당직자는 “조직본부로 직제가 개편됐지만 정작 당 조직국 인원은 절반 가까이 줄었다”며 “조직국을 축소시켜 다른 루트로 조직을 관리하려 하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낳고 있다”고 말했다.

당 조직국 축소와 맞물려 주목받는 이가 윤건영 정무특보다. 윤 특보는 문 대표가 대통령비서실장으로 있을 때 청와대 정무기획비서관을 지냈고, 문 대표가 국회에 진출한 이후에는 보좌관으로서 가장 가까이에서 일한 문재인의 복심으로 통하는 인물. 총선기획단과 공천심사위원회 구성 등 앞으로 남은 총선 일정 속에서 윤 특보가 어떤 구실을 할지 주목하는 이가 많다.




주간동아 2015.08.10 1000호 (p16~18)

  • 구자홍 기자 jhk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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