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99

2015.08.03

반성한다면서 웬 자랑질?

  • 구자홍 기자 jhkoo@donga.com

    입력2015-08-03 09:3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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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성한다면서 웬 자랑질?
    새정치민주연합이 ‘자기반성으로 혁신의 진정성을 알리겠다’고 시작한 ‘셀프 디스’ 캠페인이 역풍을 맞고 있다. ‘자신의 치부나 과오를 개그 소재로 사용해 시청자들의 웃음을 유발한다’는 셀프 디스의 본래 의미는 사라지고 자랑과 변명, 다짐으로 변질됐다는 비판에 직면한 것.

    첫 주자로 나선 문재인 대표는 ‘강한 카리스마를 보여드리지 못해 죄송하다’고 셀프 디스했다. 그러나 내용은 디스와 거리가 멀었다. “인권변호사로 일하다 보니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귀 기울여 듣는다”며 인권변호사 경력과 경청(敬聽) 태도를 자랑했고 “평생 쌓인 신중한 성격이 하루아침에 고쳐지기는 쉽지 않다”고 변명했다. 그러고는 “남의 이야기를 잘 듣고 존중하는 습관으로 국민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겠다”고 다짐했다. 문 대표의 셀프 디스를 접한 한 트위터 이용자는 “신중하기 때문에 카리스마가 없다는 건 논리적으로 성립되지 않는다”며 “카리스마는 사태 파악 능력, 해결 방안 제시, 동조자 설득 능력, 방해세력 반격 능력 등 일련의 정치적 능력이 기초가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지원 의원의 셀프 디스도 ‘디스냐 자랑이냐’는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호남, 호남해서 죄송합니다’란 제목으로 “차별받고 소외받은 호남을 저라도 챙겨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자신의 호남 챙기기 치적을 강조했기 때문. 압권은 세 번째 주자로 나선 이재명 성남시장. ‘성남시민만 챙겨 죄송하다’고 자신을 디스한 이 시장은 “성남을 위해 할 일이 아직 많기 때문”이라며 내년 총선 불출마를 언급했다. 그는 또 “지금은 제 자리에서 제가 할 일을 잘해내는 것이 나라를 위한 길”이라고 덧붙였다. 언젠가 더 큰 선출직에 도전하겠다는 출사표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이 시장의 셀프 디스를 접한 한 누리꾼은 “반성하라니까 그 따위로 제 자랑을 늘어놓느냐”고 개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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