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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냉동 과일, 얼렸으니 안심?

해동 후 재냉동하면 미생물 오염 가능…배달 중 냉동 장치 끄고, 반품 재포장해도 소비자 알 길 없어

냉동 과일, 얼렸으니 안심?

냉동 과일 인기가 치솟고 있다. 기존의 과일 구매 경향은 맛과 신선함이 위주였지만, 이제는 ‘쉽고 빠르게 먹는’ 쪽으로 변하고 있다. 냉동 과일의 매출 상승세도 뚜렷하다. 롯데마트의 2015년 4월 냉동 과일 매출은 2014년 4월보다 36.1% 증가했다.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냉동 망고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45.2% 늘었고, 냉동 두리안과 냉동 복분자 매출도 같은 기간 각각 54.6%, 28.1% 증가했다.

냉동 과일의 종류와 원산지도 다양해졌다. 아직은 국내에서 생소한 품목들의 수입이 활발하다. 현재 롯데마트에서 취급하는 냉동 과일은 엘더베리·블랙커런트(폴란드산), 석류·복숭아(터키산), 람부탄·리치(베트남산), 아사이베리(브라질산), 망고·두리안(베트남 및 태국산), 블루베리(미국 및 칠레산), 딸기·복분자·오디(국산) 등이다.

냉동 과일의 장점은 유통기한이 1~2년으로 길다는 것. 여기에 소비자가 완제품을 자기 취향대로 조리하는 모디슈머(Modisumer) 열풍이 냉동 과일 인기에 한몫했다. 1인 가구로 사는 한열음(32·여) 씨는 냉동 과일을 즐겨 먹는다. 한씨는 “음식 소비량이 많지 않아 장기간 보관할 수 있는 냉동 과일을 산다. 스무디, 샐러드드레싱 등 여러 가지로 요리할 수 있어 실용적”이라고 말했다.

시장에 진열된 냉동 과일은 어떤 모양일까. 5월 11일 서울 강남구 한 마트에 들렀다. 냉동 블루베리, 딸기, 오디 등이 있었다. ‘-18˚C 이하 냉동보관, 이미 냉동된 바 있으니 해동 후 재냉동하지 마십시오’라고 쓰여 있지만 녹았다 다시 언 듯 엉망이 된 냉동 오디가 눈에 띄었다. 제조일자는 2014년 5월 15일, 유통기한은 올해 11월 15일까지였다. 눈으로 보기에도 신선함과는 거리가 멀었지만 판매기간은 6개월이나 남았다. 냉동 과일은 어떤 처리 과정을 거치기에 이렇게 오래 보존되는 걸까. 과연 믿고 먹어도 되는 걸까. 냉동 과일의 유통 단계를 알아봤다.

잘만 보관하면 안전한 냉동 요법



국산 과일의 경우 수확 후 상품성이 낮은 알을 골라낸다. 품질은 좋지만 크기가 작거나 모양이 덜 예쁜 경우다. 이러한 ‘열등한’ 과일은 수확 직후 이물질과 병충해 등을 제거한 뒤 약 영하 23도의 냉동 창고로 들어간다. 수입 과일의 경우 해외 현지에서 냉동된 상태로 비행기에 실려 국내 냉동 창고에 들어온다. 다만 망고는 보존성 때문에 실온 상태로 수입한 후 국내에서 얼리는 과정을 거친다.

창고에 들어간 냉동 과일은 냉동차에 실려 중간 판매원으로 이동된다. 이곳에서 포장된 후 최종 소매점으로 간다. 백화점이나 슈퍼마켓, 재래시장, 과일주스 가게 등이다. 냉동 과일은 제철이 아닌 계절에 더 잘 팔린다. 냉동 딸기의 경우 여름, 가을, 겨울에 주로 판매되는 식이다.

냉동 과일의 유통기한이 긴 이유는 저온으로 과일 내부 조직의 변성과 부패를 막기 때문이다. 하상도 중앙대 식품공학과 교수는 “냉동 요법은 식품의 안전성을 강화한다”고 말했다. 하 교수는 “냉동은 과일의 숙성을 막고 표면에 묻은 벌레와 기생충도 죽게 한다. 냉동 보관 중에는 미생물도 증식하지 못한다. 또 일반 과일에는 식품 보존제 기능을 하는 화학가스를 뿌리기도 하는데 냉동 과일에는 이런 가스가 불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자연적인 방법으로 식품을 안전하게 유지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과일을 냉동했을 때 영양소를 잘 보존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2014년 미국 조지아대 연구팀은 각각 냉장실과 냉동실에 닷새간 보관한 농산물을 비교한 결과 냉동 브로콜리와 딸기, 완두콩은 냉장 제품보다 비타민C 함량이 더 높다고 분석한 바 있다. 또 냉동 창고에서는 급속 냉동 시 흔히 액체질소나 액화천연가스를 사용하는데, 아직까지 이들 물질은 인체에 무해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단 구매하면 최대한 빨리 먹어야

하지만 냉동 과일의 품질에도 허점은 있다. 택배 과정에서 냉동 장치를 끄는 경우다. 20년째 과일유통업을 하고 있는 장우영(46·가명) 씨는 이런 경우를 숱하게 봤다고 전했다. 장씨는 “과일 택배는 돈벌이가 잘 안 된다. 기름값이라도 아끼려고 운전 중 냉장·냉동 장치를 껐다가 도착지에 올 때쯤 다시 켜는 경우가 많다. 과일 농가나 소매상 누구도 알 도리가 없으니까”라고 말했다. 이렇게 되면 냉동 과일을 해동 후 재냉동하는 셈이 돼 맛과 품질이 현저히 떨어진다. 하 교수는 “냉동 후 해동하면 식품 속에 팽창해 있던 얼음이 녹으면서 수분과 영양소가 함께 빠져나간다. 이것을 다시 냉동했다 해동하면 미생물이 증식하고 퍼석퍼석한 과일을 먹게 되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해동 후 재냉동은 현행 식품위생법으로도 엄격하게 금지돼 있다.

또한 마트나 백화점 등에 납품됐던 과일이 중간 판매원으로 반품된 후 재포장돼 다른 소매업체로 들어갈 가능성도 있다. 냉동 과일도 예외는 아니다. 장우영 씨는 “유통기한이 넘지 않았어도 신선도가 약간 떨어진 냉동 과일은 중간 판매원에게 반품된다. 이런 경우 과일을 재포장해 유통기한이나 원산지를 바꿔 표기하기도 한다”고 귀띔했다. 장씨는 “특히 시중에서 판매되는 냉동 곶감은 70%가 중국산인데 수익을 내려고 국내산 상주 곶감으로 둔갑시켜 재포장하는 경우가 흔하다”며 “과일은 완전히 썩거나 무르지 않은 이상 유통기한을 정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이를 사업자들이 교묘하게 악용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냉동 과일을 어떻게 이용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할까. 먼저 소비자가 현명하게 보관하고 사용해야 한다. 김건희 덕성여대 식품영양학과 교수는 “냉동 과일은 구매 후 바로 냉동실에 보관하고, 해동 후 재냉동하지 마라”고 조언했다. 해동과 섭취 과정도 중요하다. 김 교수는 “해동 중 미생물 오염이 발생하지 않도록 다른 식품군과 함께 냉장 보관하지 말고, 해동 시에는 깨끗하고 건조된 용기를 사용하라. 또 구매 후 최대한 빨리 소비하고 해동 후에도 빠른 시간 내 섭취하는 것이 안전하다”고 강조했다.



주간동아 2015.05.18 988호 (p46~47)

  • 김지현 객원기자 bomb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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