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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자존심 대신 실속 B급 상품 인기몰이

유명 브랜드 화장품이 1000원!…유통기한 임박, 반품, 전시 상품 ‘반의 반값’

자존심 대신 실속 B급 상품 인기몰이

자존심 대신 실속 B급 상품 인기몰이

4월 7일 경기 파주 올랜드가전가구아울렛을 찾은 고객들이 리퍼브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왼쪽). 3월 21일 서울 홍대에서 열린 ‘떠리몰’ 팝업스토어를 찾은 고객들.

#1 대학생 김정연(23) 씨는 며칠 전 ‘임박몰’에서 39만6000원짜리 생녹용액 60포를 90% 할인된 3만8000원에 구매해 부모에게 선물했다. 김씨가 저렴하게 제품을 구매할 수 있었던 건 유통기한이 임박한 상품이었기 때문. 생녹용액의 유통기한은 9월 24일까지였다. 김씨는 “유통기한 내 먹을 수 있을 것 같아 구매했다. 처음에는 유통기한 임박 상품이라 걱정하던 부모님도 몇 차례 이용하고는 만족해한다”고 말했다.

#2 직장인 최예슬(27) 씨는 ‘떠리몰’에서 유통기한이 10월까지인 손앤박 미라클 라인업 에센스를 5개 5000원에 구매해 친구들과 나눠 가졌다. 자취생 커뮤니티에서 만난 동네 사람들과 B급 상품을 공동구매(공구)해 쓴다는 최씨는 “주로 과자나 비타민을 구매한다. 그때그때 공구 글을 올려 대량 구매한 후 인원수대로 나눠 쓴다”며 “유통기한과 소비기한이 다르다는 걸 알기 때문에 합리적인 소비를 하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소비자의 소비심리가 꽁꽁 얼어붙은 때일수록 B급 상품몰은 함박웃음을 짓는다. B급 상품이란 가전제품의 경우 흠집이 있어 판매하기 어렵거나 반품된 상품, 리퍼를 받은 제품을 뜻한다. 식료품이라면 흠집이 났거나 모양이 예쁘지 않은 농수산물, 유통기한이 임박해 먹는 데는 지장이 없지만 매장에는 진열하기 어려운 제품이 B급으로 취급된다. 그렇다 보니 유통기한 임박 상품은 일반 제품과 품질에서 큰 차이가 없으면서도 가격이 저렴해 알뜰 소비족에게 큰 인기다.

돈 없는 사람들만 찾는다고?

4월 7일 1만여 점의 리퍼브 가전가구를 전문으로 판매하는 경기 파주 올랜드가전가구아울렛 본점을 찾았다. 2005년 문을 연 이곳은 입소문이 난 덕에 평일 오전에도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전국에 12개 체인점이 있는 이곳에서는 46만 원짜리 벽걸이 에어컨 리퍼브 상품을 25만5000원에 판매 중이었다. 인터넷으로 검색해보니 2013년 39만 원에 팔리던 제품이다. 102만 원짜리 46인치 LED(발광다이오드) TV는 68만5000원, 80만 원짜리 15kg 일반세탁기는 43만9000원에 구매할 수 있었다. 잔 흠집은 있었지만 실생활에서 쓰기에는 문제가 없어 보였다. 가구 매장에서는 한샘인테리어, 삼익 등 유명 브랜드의 리퍼브 제품이 판매되고 있었다.



이곳에서는 매월 둘째, 넷째 일요일에 ‘반의 반의 반값’ ‘천원의 행복’ 이벤트 등을 진행한다. 이벤트로 얻은 수익은 불우이웃돕기 성금으로 쓴다. 서동원 본부장은 “매년 매출이 20% 가까이 신장하고 있다. 첫해(2005년)와 비교하면 5~6배 매출이 늘었다”고 말했다. 서 본부장은 “가격을 맞추려고 수시로 인터넷에서 제품 최저가를 검색해 그에 맞추고자 노력한다. 제품은 구매한 날로부터 1년간 무상으로 AS를 제공한다”며 “장기적으로 지역 손님을 위해 전국 체인 점포를 30여 개로 확장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IT(정보기술) 제품만 전문으로 파는 B급 상품몰도 있다. 2007년 문을 연 ㈜디지리워드 전시몰(www.vosang.com/juncmall)은 미사용 전시 상품, 단순 개봉 상품, 리퍼브 상품 등 IT 전반에 걸친 다양한 전시 상품을 판매한다. 회원 수는 25만 명, 주요 고객 연령대는 20~50대로 다양하다. “중고 상품 구매는 연령대에 크게 구애받지 않는다”는 게 유성진 과장의 설명. 유 과장은 “지난해 연매출이 약 270억 원이었고 올해는 350억 원 정도로 예상한다. 올해 3월에는 롯데백화점 서울 명동 본점에서 ‘디지털 전시 상품 대전’을 개최했다. 구매일로부터 1년 동안 무상 AS 보증 및 7일간 무료체험 기간 제공(미사용 전시 상품 기준)을 실시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전시몰은 경기 파주에 약 990㎡(300평) 규모의 리퍼비시드센터를 설립하고 중고 제품이 입고되면 직접 공정을 거쳐 판매하고 있다. 유 과장은 “앞으로 백화점과 아웃렛 매장에서도 전시 상품을 저렴하게 공급할 수 있는 행사를 열고, 소비자가 구형 제품을 보상받아 최신형 제품을 구매할 수 있는 서비스도 제공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소비자들에게 높은 인지도를 보이는 유통기한 임박 상품 전용 온라인 쇼핑몰로는 ‘임박몰’과 ‘떠리몰’이 있다. ‘임박’ ‘떨이’라는 이름에서부터 B급 상품의 향기가 묻어난다. 300여 개 입점업체가 800여 종의 물건을 판매하는 임박몰(imbak.co.kr)은 2011년 설립됐다. 이준형 대표는 “유통기한에 대한 잘못된 편견으로 매년 6000억 원 이상 버려지는 식품자원에 대해 고민하다 사업을 시작했다. 합리적이고 완성된 유통구조를 만들어나가는 데 전 직원이 즐거움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매년 회원 수가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 2014년 기준 전년 대비 가입 회원 수가 245% 증가했다. 짧은 유통기한을 대가로 상품을 매우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어 일반 쇼핑몰보다 상품에 대한 클레임이 적은 편”이라고 말했다. 주요 소비층은 어떨까. 그는 “젊고 구매력이 낮은 층보다 고소득층이 많이 이용한다. 단순히 ‘싸구려’를 찾는 게 아니라 합리적인 쇼핑 성향을 가진 분들이 이런 몰을 많이 찾는다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일반 쇼핑몰보다 소비자 마음도 관대해

자존심 대신 실속 B급 상품 인기몰이

인터넷 쇼핑몰 ‘임박몰’ 홈페이지.

2013년 만들어진 떠리몰(www.thirtymall.com)은 2년 만에 회원 수가 7000명에서 7만5000여 명으로 늘었다. 가장 인기 있는 상품은 과자류이지만, 할인율이 일정 이상 내려가면 카테고리 구분 없이 순식간에 매진된다. 윤상천 공동대표는 “처음 거래처들에게 B급 상품을 취급하겠다고 하니 한 번도 진행해본 적 없는 상품이라 난색을 표했다. 초기에는 원데이 원딜 방식으로 하다 거래처가 많아져 지금 형태를 갖추게 됐다. 일반 유통과정에서 판매가 어려운 걸 소진해주는 회사를 목표로 한다”고 말했다. 떠리몰은 식품영양학과 학생들로 구성된 스마트 팩터를 운영해 제품 품질 검사를 하고, 소비자가 직접 제품을 만져보고 살 수 있는 오프라인 장터를 6회째 진행해 좋은 반응을 얻었다. 윤 대표는 “과거에 비해 B급 상품에 대한 인식이 좋아졌다. 한 해 버려지는 7000억 원을 가치 있는 7000억 원으로 만드는 데 일조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처럼 B급 상품몰이 인기를 얻자 후발주자도 속속 생겨나고 있다. 티몬과 쿠팡, 위메프 등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나던 소셜커머스 춘추전국시대를 보는 듯하다. 이런 몰을 이용하는 소비자의 만족도는 얼마나 될까. 한국소비자원에 문의한 결과 2013년부터 현재까지 B급 상품몰 관련 피해 구제 사례가 접수된 적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생 업태라는 점과 소비자들이 B급이라는 점을 감수하고 구매하기 때문에 오히려 불만족률이 낮은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불황에 중고 상품 거래 시장 규모가 커져 개인 중고거래 사이트도 늘었다. 그런 사이트를 이용하다 보면 사기 피해를 당하는 경우도 있으니 리퍼브 제품, 스크래치 상품은 제품 특성상 직접 상태를 보고 구매하는 게 좋고, 믿을 수 있는 업체에서 구매해야 사후 확실한 AS를 보장받을 수 있다. 유통기한 이내라도 보관을 잘못하면 상할 수 있으니 택배를 받고 나면 보관을 잘해야 한다. 유통기한이 임박한 제품이라면 먹기 전 상태를 한 번 확인하기를 권한다”고 조언했다.



주간동아 2015.04.13 983호 (p46~47)

  • 구희언 기자 hawkey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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