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27

2014.03.03

‘켄터키 더비’ 상징…이틀간 12만 잔 서빙

버번위스키에 민트+설탕… 영화 ‘007 제3탄 - 골드핑거’에 5분간 출연, ‘골드핑거 칵테일’로 불려

  • 김원곤 서울대병원 흉부외과 교수 wongon@plaza.snu.ac.kr

    입력2014-03-03 09:5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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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켄터키 더비’ 상징…이틀간 12만 잔 서빙

    칵테일 민트 줄렙.

    ‘007 제3탄 - 골드핑거(Gold finger)’는 1964년 007 시리즈 세 번째 작품으로 소개된 영화다. 이 영화는 당시 흥행에도 크게 성공했을 뿐 아니라 50년 가까이 지난 지금까지도 전체 007 시리즈 가운데 가장 뛰어난 작품으로 손꼽히는 명작이다. 이 영화를 만든 가이 해밀턴 감독은 ‘골드핑거’ 외에도 71년 ‘다이아몬드는 영원히’, 73년 ‘죽느냐 사느냐’, 74년 ‘황금 총을 가진 사나이’ 등 모두 4편의 007 시리즈를 만들었다.

    영화는 제임스 본드(숀 코네리 분)가 멕시코 마약 조직 소굴을 폭파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임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한 본드는 미국 마이애미로 잠시 휴가를 떠난다. 그곳에서 본드는 미국 중앙정보국(CIA) 요원 펠릭스를 통해 런던의 MI6 본부로부터 영국인 부호 오릭 골드핑거(거트 프로브 분)라는 인물을 밀착 감시하라는 지시를 받는다.

    본드와 같은 호텔에 묵는 골드핑거는 카드놀이를 좋아해 어수룩한 도박 친구들을 대상으로 사기도박을 즐기고 있다. 본드는 골드핑거의 사기행각 뒤에 상대방 카드 패를 망원경으로 읽어주는 질(셜리 이턴 분)이라는 미모의 금발 여인이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린다. 골드핑거가 호텔 풀장 옆에서 한창 도박에 열중할 때 몰래 골드핑거 방에 잠입한 본드는 망원경으로 도박 모습을 지켜보던 질을 만난다. 본드의 방해로 결국 골드핑거는 돈을 잃게 되고, 질은 본드에게 한눈에 반한다.

    칵테일 마니아들 호평

    얼마 후 본드가 자신의 방에서 질과 달콤한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 골드핑거의 심복이자 영화에서 한국 출신(실제로는 일본계 미국인)으로 설정된 오드잡(해럴드 사카다 분)이 몰래 방에 들어와 본드를 기절시킨다. 그리고 배신의 대가로 골드핑거의 상징인 금을 질의 온몸에 칠한 뒤 살해한다. 뒤늦게 정신이 든 본드는 이 광경을 목격하고 아연실색한다.



    이 때문에 본드는 런던의 MI6 본부에 소환돼 골드핑거 감시에 전념하지 않고 여자와 노닥거리다 일을 망쳤다며 힐책받는다. 본드는 애초에 골드핑거의 정확한 정체와 함께 감시 목적을 명확히 자신에게 알려줬어야 했다고 항변한다. 이때부터 본드는 미국 정부가 소유한 어마어마한 양의 금괴를 탈취하려 음모를 꾸미는 골드핑거와 팽팽한 싸움을 전개하게 된다.

    이 대결 과정에서 오드잡에게 살해당한 질의 복수를 위해 골드핑거를 죽이려는 그녀의 언니 틸리(타니아 말렛 분)와 골드핑거의 개인 비행사이자 그의 비행단을 책임진 아리따운 본드걸 푸시 갤로어(오너 블랙먼 분)의 활약도 볼거리를 제공한다.

    ‘켄터키 더비’ 상징…이틀간 12만 잔 서빙

    영화 ‘007 제3탄-골드핑거’ 포스터.

    007 시리즈를 상징하는 칵테일은 이론의 여지없이 ‘마티니’로, 그중에서도 젓지 않고 흔들어 마시는 ‘보드카 마티니’다. 그런데 영화 ‘골드핑거’에서는 이 전설적인 칵테일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또 하나 유명한 칵테일이 등장한다. 일반인에게는 다소 낯설지만 칵테일 마니아에게는 호평받는 칵테일 ‘민트 줄렙(Mint Julep)’ 이 바로 그것이다.

    영화에서 민트 줄렙은 본드가 골드핑거에게 붙잡혀 종마 사육장의 마구간 한구석 감방에 갇혀 있을 때 등장한다. 갤로어와 함께 미국 켄터키 주 포트녹스 근처에 있는 종마 사육장의 야외 테이블에서 한가롭게 민트 줄렙을 즐기던 골드핑거는 먼 곳에서 미국 CIA 요원들이 망원경으로 자신을 몰래 감시하는 것을 눈치 챈다.

    이에 골드핑거는 감방에 가뒀던 본드를 의도적으로 불러내 함께 민트 줄렙을 마시며 이야기를 나눈다. 그런데 영화에서 골드핑거를 중심으로 갤로어와 본드가 민트 줄렙을 마시는 일련의 장면이 잠깐 동안의 다른 삽입 화면을 포함하면 5분 넘게 나온다. 영화에서 특정 칵테일을 이처럼 오랫동안 부각하는 경우는 그리 흔치 않을 것이다. 이 때문에 이후 민트 줄렙은 ‘골드핑거 칵테일’이라는 애칭으로 불리면서 칵테일 애호가들로부터 한층 더 사랑을 받았다.

    그러면 ‘골드핑거’로 유명해진 칵테일 민트 줄렙은 과연 어떤 술일까. 민트 줄렙은 버번위스키와 민트(박하), 설탕이 기본 레시피다. 민트와 설탕을 사용한다는 점에서 좀 더 알려진 ‘모히토(Mojito)’와 비슷한 종류의 칵테일이라고 볼 수도 있다. 줄렙의 원래 뜻은 약을 쉽게 먹기 위한 감미 음료인데, 19세기 들어 미국 남부에서 버번위스키를 섞어 마시면서 칵테일 이름이 됐다.

    빨대 사용 가능 ‘달콤함의 향연’

    ‘켄터키 더비’ 상징…이틀간 12만 잔 서빙

    켄터키 더비의 공식 칵테일인 민트 줄렙에 사용하는 공식 버번위스키 ‘우드포드 리저브’(왼쪽)와 ‘얼리 타임스’.

    민트 줄렙은 켄터키 루이빌에서 해마다 열리는 경마 경주 ‘켄터키 더비’의 상징 칵테일로도 널리 알려졌다. 1938년 이래 켄터키 더비에서는 전통적으로 민트 줄렙을 서빙하는데, 한 통계에 의하면 더비가 진행되는 이틀 동안 12만 잔의 민트 줄렙이 제공된다고 한다. 켄터키 더비에서 사용되는 민트 줄렙의 공식 위스키는 현재 얼리 타임스(Early Times)라는 버번위스키 제품이 사용된다.

    얼리 타임스는 거대 주류기업인 브라운포맨의 제품으로, 같은 계열 회사의 우드포드 리저브(Woodford Reserve) 역시 켄터키 더비의 공식 버번위스키로 지정돼 있다. 우드포드 리저브사는 켄터키에서 순종 말들을 키우는 광활한 목장 사이 분위기 있는 오솔길 끝에 위치한다. 영화 ‘골드핑거’에서도 이런 사실을 바탕으로 골드핑거가 켄터키에 있는 자신의 사설 종마 사육장에서 민트 줄렙을 즐기는 것으로 상황을 설정했으리라 생각된다.

    민트 줄렙에 사용하는 민트는 주로 잎이 달린 잔가지(sprig)인데, 이는 맛과 향을 좋게하면서 장식 효과도 겸한다. 영화 ‘골드핑거’에서도 잔에 담긴 특징적인 민트 잎이 잘 보인다. 민트 줄렙은 보통 올드 패션드 글라스, 콜린스 글라스, 하이볼 글라스 등에 담아 서빙되는데 영화에서는 하이볼 글라스를 사용하고 있다. 마시는 사람의 취향에 따라 빨대를 쓸 수도 있다. 잔에 넣는 얼음은 보통 으깨거나 갈아서 사용한다. 만약 칵테일 바에서 민트 줄렙을 주문하면서 ‘골드핑거’를 화제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면 이미 당신은 칵테일의 달인이 돼가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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