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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고소득층 못 벌어 소득격차 줄었다

금융위기 이후 소득 증가율 급감…저소득층 상대적 빈곤감 더 크게 느껴

  •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 gtlee@lgeri.com

고소득층 못 벌어 소득격차 줄었다

고소득층 못 벌어 소득격차 줄었다

인천의 대표적 달동네인 동구 만석동 괭이부리마을.

“최근 수년간 우리나라의 소득격차는 어떻게 됐을까”라는 질문을 받는다면 아마 격차가 더 커졌다고 답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소비가 오랜 기간 부진한 모습을 이어가고 건설경기도 장기침체에 빠지면서 자영업, 건설노동, 중소기업 등 우리 경제의 취약한 부문에서 어려움을 호소하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제 우리나라의 소득격차를 나타내는 지표들은 다른 결과를 보여준다. 1990년대 이후 우리나라의 소득격차가 빠르게 커진 것은 맞다. 그러나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은 2008년 이후 우리나라의 소득격차는 커지지 않았으며 오히려 완만하게 줄어들었다. 대표적인 지표인 지니계수는 2008년 0.314에서 2012년 0.307로 떨어졌다.

모든 사람이 동일한 소득을 가질 때 지니계수는 0이 되고 반대로 한 사람이 모든 소득을 가져갈 때 지니계수는 1이 된다. 따라서 지니계수가 낮아졌다는 것은 소득격차가 줄어들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소득 5분위 배율, 즉 하위 20%에 대한 상위 20%의 소득 배율도 2008년 5.7배에서 지난해 5.5배로 조금 떨어졌다. 그 밖에 중산층 비중이 늘어나고 상류층과 빈곤층 비중이 줄어드는 등 대부분 지표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소득불평등 완화를 시사한다.

지니계수 0.314→0.307로

고소득층 못 벌어 소득격차 줄었다
우리나라의 소득격차 증대 추세가 멈췄다는 것은 일단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소득격차 감소 원인을 살펴보면 그리 긍정적으로만 볼 수 없는 상황이다. 소득격차가 줄어든 것은 저소득층 소득이 늘어서라기보다 고소득층 소득이 둔화했기 때문이다. 하위 20% 저소득층의 실질소득은 금융위기 이후 지난해까지 연평균 2.1% 늘어나는 데 그쳤다. 상위 20%의 소득이 0.9% 증가로 더 부진한 모습을 보인 것이 소득격차 감소의 주된 원인이 됐다.



그동안 우리 경제를 이끌어오던 수출이 크게 위축되면서 고소득 부문의 성장이 큰 타격을 받았다. 수출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가 다른 나라들에 비해 금융위기의 충격을 더 크게 받으면서 고소득층의 소득 부진이 심각해졌고, 그 결과 여느 나라들과 달리 우리나라의 소득격차가 줄어든 것이다. 상대적으로 소득 수준이 높았던 제조업 부문과 금융, 전기·가스·수도, 보건복지 서비스 부문에서 소득증가율이 크게 둔화됐다.

소득격차 완화에 대한 정부 부문의 기여는 크지 않다. 세금이나 사회보장 지출을 통한 소득재분배 기능이 200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확대되기 시작해 금융위기 이전까지 꾸준히 늘어나는 모습을 보였으나, 2008년 이후부터는 그 효과가 더 커지고 있지 않다. 근래 들어 소득을 기준으로 하는 복지가 축소되는 반면, 연령을 기준으로 한 보편적 복지를 강조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저소득층에게 지급하는 기초생활보장 수급 기준을 강화해 수급 대상자가 계속 줄고 수급률도 낮아지는 추세다. 반면 육아휴직 지원, 다자녀 출산가구에 대한 출산장려금 같은 보편적 복지가 늘면서 사회수혜금의 혜택을 고소득층까지 누리는 비중이 커졌다. 특히 세금환급금이 주로 고소득층에 집중된 반면, 세금 및 연금 납부는 오히려 저소득층에서 더 빠르게 늘면서 세금의 누진적 기능이 크게 약화됐다.

소득격차가 줄었지만 저소득층은 과거보다 소득 증가폭이 감소하고 경제에 대한 불안감은 커지면서 상대적 빈곤감을 더 많이 느낀다. 1990년대부터 소득불평등이 빠르게 심화했기 때문에 최근 그 격차가 다소 완화됐다고 해도 개선 폭이 크지 않아 그것을 느끼지 못한다.

더욱이 우리 경제의 취약계층 내에서는 오히려 격차가 커지는 현상도 나타난다. 먼저 연령별로 보면 다른 연령층 내에서는 소득격차가 줄었지만 고령층에서는 소득격차가 더 커졌다. 다른 연령층의 지니계수가 금융위기 이후 꾸준히 감소해온 반면, 60세 이상 고령층의 지니계수는 오히려 높아졌다. 고령층 중에서도 취업에 성공한 사람은 소득이 늘었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은 빈곤율이 더 높아진 것이다. 특히 취업능력이 크게 부족한 70세 이상 고령층 가운데 빈곤에 시달리는 사람의 비중이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70세 이상 가구의 60% 이상이 중위소득 절반인 84만 원 이하를 벌어들이는 상대적 빈곤가구로 분류되는 상황이다.

자영업 부문도 마찬가지다. 임금근로 부문에서 취업이 쉽지 않아 근로자 다수가 창업에 나섰지만, 이는 자영업자 간 경쟁을 격화하고 자영업 내에서도 성공한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의 간극을 키웠다. 자영업자의 평균소득은 임금근로 부문보다 높아졌지만 이와 함께 자영업 가구의 빈곤율도 함께 높아졌다. 이처럼 취약계층 내에서도 소득이 늘어나는 가구와 그렇지 못한 가구 간 격차가 커지면서 상대적으로 불평등을 체감하는 정도가 높아졌다고 볼 수 있다.

지금 전 세계적으로 소득 불평등 해소가 주요 화두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가져온 것이 부유층의 탐욕이라는 인식이 확대되면서 소득 불평등은 사회 안정을 해칠 수 있는 위협요인이 됐다. 국제통화기금(IMF)에서는 소득 평등도가 높은 나라일수록 경제가 안정적으로 성장한다는 연구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고소득층 못 벌어 소득격차 줄었다
소득재분배 기능 강화 필요

우리나라도 장기적으로 소득불평등이 다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전 세계적으로 세계화에 따른 소득격차 증가 추세는 계속되고 있다. 우리 근로자들이 선진국뿐 아니라 뒤따라오는 개발도상국 근로자들과 치열하게 경쟁해야 하고, 이 과정에서 선진국을 따라잡는 부문과 개발도상국에 따라잡히는 부문의 임금격차가 커지게 될 것이다.

취약계층의 어려움을 줄이기 위한 정부의 기능은 지금보다 크게 강화돼야 한다. 우리나라는 재정을 통한 소득재분배 기능이 아직 유럽 선진국에 비해 크게 낮은 수준이다. 소득 역진적 성격이 강한 세금환급제도를 정비하고 조세누진율을 높일 필요가 있다. 특정 연령층이나 계층을 대상으로 하는 복지도 필요하겠지만, 소득이 없는 경제 취약자에 대한 직접적 지원을 더욱 강조해야 할 것이다. 즉 고령층 및 여성 가구의 시장참여를 늘리기 위한 노동시장 유연화 대책을 지속적으로 확대하는 것은 물론, 근로능력이 없는 가계에 대한 선별적인 지원도 함께 보강해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소득격차 축소와 경제성장을 결합해야 대다수 국민이 더 행복해질 수 있다. 특히 수출 혼자 이끌어가는 경제에서 내수와 수출이 함께 성장하는 경제로의 전환이 중요하다. 우리 국민이 충분히 소비하지 못하는 여가 및 문화, 보건의료 부문에서 수요 확대를 유도해 내수가 성장하고, 이에 따라 생산과 고용이 늘어나는 경제 선순환을 만들어내야 할 것이다.



주간동아 894호 (p12~13)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 gtlee@lger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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