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883

2013.04.15

꼼수를 모르면 꼼수에 당한다

트러블 샷의 중요성

  • 김종업 ‘도 나누는 마을’ 대표 up4983@daum.net

    입력2013-04-15 11: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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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꼼수란 말은 정치권에서 많이 쓴다. 최근엔 ‘나꼼수’(인터넷 팟캐스트 ‘나는 꼼수다’)니 뭐니 해서 언론에서도 많이 사용한다. 그런데 골프에도 꼼수가 있다. 우리말로는 꼼수지만 좀 유식하게 말하면 트러블 샷이다. 골프의 꼼수는 어떤 건지 실력 향상을 위해 몇 가지 훈수를 하고자 한다.

    먼저 용어 설명. 꼼수는 바둑에서 위기가 발생했을 때 상대를 꼬이는 술법이다. 내 의도를 알아채지 못하도록 유도하는 수로, 사기 행태로 봐도 무방하다. 그런데도 이 수가 가끔 통한다. 한마디로 위기 탈출을 위한 비책인데, 정석대로 했다가는 패할 게 빤할 때 쓰는 수법이다.

    기왕 질 바엔 꼼수라도 써서 반전을 꾀해야 하는데, 아예 판 전체를 꼼수로 하는 사람이 있다. 이런 상대는 한 번은 괜찮지만 두 번 다시 만나고 싶지 않다. 어울리는 순간 나도 꼼수를 써야 하는 저질 인간으로 타락하는 기분을 맛보기 때문이다. 꼼수를 피하는 요령은 간단하다. 위기 상황을 만들지 않으면 꼼수를 쓸 기회 자체가 원천봉쇄된다.

    꼼수와 골프에는 상관관계가 있다. 골프에서 위기상황은 내가 만들기 때문에 이를 극복하는 방법도 스스로 찾아야 한다. 상대가 없는 경기가 골프이니, 내가 나 자신에게 꼼수를 써야 하는 것이다.

    제일 찝찝한 것이 벙커다. 벙커 탈출을 위한 여러 기본기와 공식이 있지만 꼼수로 탈출하는 비법도 있다. 몇 가지 술법을 소개한다. 당연히 프로가 아닌 아마추어 꼼수다.



    일반적으로 벙커 안에 예쁘게 놓인 공은 당연히 공식에 따라 친다. 공 뒤 5cm 지점을 노리고 팔로를 끝까지 하라, 거리 계산은 스윙 폭으로 하라 등 교과서를 따르면 되지만, 함몰 상태의 공이나 절반쯤 박힌 공을 교과서대로 하면 실수만 연발한다. 속칭 에그프라이가 된 공인데, 이럴 때는 샌드웨지를 잡지 않는 것이 꼼수다. 피칭이나 9번 아이언으로 깊이 박아 찍어 치는 것이다. 각도가 얕은 아이언이 더 잘 들어간다. 5cm 되는 지점에서 피칭으로 찍어보라. 탈출이 아주 쉬워진다.

    내가 나에게 쓰는 위기 극복법

    꼼수를 모르면 꼼수에 당한다

    일러스트레이션·오동진

    페어웨이 벙커에서 제 거리를 내는 꼼수도 있다. 평소대로 치면 모래 속에 채가 박혀 겨우 탈출한다. 이유는 공만 맞히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이 경우 세 가지 정도만 외우고 실천하면 된다. 발을 모래 속에 최대한 파묻고, 공을 오른발 앞쪽에서 가격하도록 스탠스를 왼쪽으로 이동하며, 보통 때보다 몸과 공 사이를 더 벌린다. 두어 번 연습해보면 자신감이 붙을 것이다. 특히 벙커 안에서 연습 스윙을 하지 말고 밖에서 공략법을 상상하면서 연습한 다음 벙커로 들어가는 습관을 키워야 한다.

    또 다른 꼼수로 페어웨이 벙커에서 우드를 잡는 경우가 있다. 롱 홀에서 거리를 내야 하는 상황으로, 실패할 때가 많다. 그 이유는 모래밭에서는 하체가 견실하지 못해 겨누는 지점과 치는 지점이 다르기 때문이다. 단 하나만 의식하는 것이 꼼수의 비결이다. 즉, 백스윙에서부터 임팩트 지점까지 눈과 공 사이 거리를 일정하게 유지하는 것이다. 그러면 하체가 흔들리지 않는다.

    그런데 그린까지 거리가 40~50m인 벙커의 경우 비거리 계산이 어렵다. 샌드웨지를 잡자니 겨우 벙커만 탈출하게 되고, 피칭을 잡자니 어느 정도 날려야 하는지 헷갈린다. 이 경우도 꼼수 비결 세 가지를 외우고 두어 번만 연습하면 의외로 쉽게 해결된다. 샌드웨지를 사용하되 첫째, 각도를 스퀘어로 하라 둘째, 시선은 공 뒤 5cm가 아닌 공 바로 뒤에 줘라 셋째, 평소보다 공과 몸 사이를 10cm만 벌어지게 하라. 거리 조정은 샌드웨지의 기본 거리를 자신의 감대로 하면 된다.

    아마추어가 꼼수를 부릴 경우 위의 벙커 샷만 제대로 하면 된다. 하지만 통상 생크(shank)라고 하는 미스 샷을 범하면 수정하는 법을 잘 몰라 더듬거리는 경우가 많다. 자주 어울리는 친구가 70대 고수인데, 이상하게도 이 친구는 생크만 났다 하면 그날 스코어가 엉망이다. 연속해서 미스하고 기분까지 망쳐 타수가 80대 후반까지 간다. 불안의 연속성이 근육에 저장돼 다른 실수가 없는데도 생크 때문에 고생하는 것이다.

    비록 ‘적’이지만 안타까운 마음에 교정해줬는데, 그다음부터 내가 이 친구에게 돈을 많이 꼴았다. 실수를 하지 않는 것이다. 생크 방지의 꼼수는 두 손을 어드레스할 때 위치로 가져온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두 손을 ‘가져온다’가 아니라 가져온다는 ‘생각’이다. 생크가 발생하는 것은 손이 몸에서 벗어나려는 습관 때문이다. 따라서 왼손으로 리드하라는 법칙도 이를 방지하는 습관의 교정 법칙인 것이다. 클럽을 쥔 손이 몸 밖으로 벗어나려 한다는 것을 알고 이를 조절할 줄 안다면 타수를 5~6개 줄일 수 있다.

    중수에서 고수로 넘어가는 비결은 숏 게임이란 얘기를 여러 차례 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숏 게임의 거리 계산과 내 감각을 일치하는 일은 어렵다. 숏 게임의 꼼수는 몸의 법칙을 알아보는 것이다. 중수는 대부분 공을 감(感)으로 그린에 올리고 투 퍼팅한다는 생각을 갖는데, 연습만 제대로 하면 숏 게임의 묘미를 터득할 수 있다.

    하수는 거리에서 통쾌함을 느끼지만 고수는 숏 게임에서 카타르시스를 느낀다. 이때의 꼼수 비결은 다음과 같다. 체중은 왼발에 싣고, 다운스윙 시 반드시 양어깨로 팔과 손을 리드하는 것이다. 일반 아마추어가 어프로치 실수를 많이 하는 것은 두 팔과 손으로만 치려 하고 어깨로 리드하는 버릇이 없기 때문이다. 팔과 손이 억지로 끌려 내려오는 느낌이 있어야 제대로 거리가 난다.

    이걸 몸에 각인시키려면 연습장에서 자신의 감을 기억해야 한다. 그러니 원칙을 세워놓고 연습해보라. 즉, 연습 스윙 한 번, 실제 스윙 한 번의 공식을 따르는 것이다. 백스윙 크기로 거리를 맞추든, 감만으로 맞추든 자신만의 방법을 사용하면 된다. 단 자신의 감을 연습한 대로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므로 반드시 연습 한 번, 실제 한 번의 방법은 고수하길.

    인생살이 성공과 실패 갈라

    왜 꼼수를 쓸 수 있어야 하는가. 내가 꼼수를 모르면 상대 꼼수에 당하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에, 혹은 국제사회에도 꼼수가 일반화됐다. 특히 북한의 꼼수는 외교전략에서 빛을 발하고 일본의 꼼수는 경제에서 발휘된다.

    나는 경제에 문외한이지만 지난번 미국의 금융위기, 즉 서브프라임 모기지론에서 발생한 세계 금융위기의 이면을 들여다보다가 일본의 꼼수를 발견하고 참 놀랐던 기억이 난다. 일반인은 미국이 금융위기 주범인 줄 알지만 내가 보기엔 일본의 꼼수에 당한 것이다. 일본 경제인 700명이 자국을 경제위기에서 탈출시킨다는 명목으로 미국으로 건너가 월세 대신 집을 사는 방향으로 공작을 벌인 결과 서브프라임 모기지론 위기를 불러온 것이다. 사고 팔고 대출해주는 작전…. 꼼수의 전형이다. 9·11테러 이후 미국이 벌인 전쟁도 꼼수로 이해하면 그 의도가 보인다. 경제가 위태로울 때 주유소를 습격하자는 명분 쌓기용 꼼수, 이라크 잡아먹기가 아니었던가.

    우리네 사람 사는 세상도 마찬가지다. 모든 사기는 내가 나에게 치는 거지 남이 나에게 치는 경우는 별로 없다. 내 욕심을 읽은 상대가 철저하게 내 욕심을 파고든다. 이게 바로 꼼수인 것이다.

    정치인도 자기만의 꼼수가 있다. 국민을 위한다는 말이 나오면 꼼수로 각인하라. 그걸 읽어내느냐 못 읽어내느냐 차이가 인생살이에서 성공과 실패를 가른다. 골프를 하는 당신, 위기 상황을 만들지 않는 것이 최선의 꼼수 탈출이지만, 위기 시 꼼수를 쓸 줄 알아야 당하지 않는다. 트러블 샷이라는 미명 하의 위기 탈출 능력, 꼼수를 읽고 극복할 줄 아는 능력이 삶의 지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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