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870

..

박해받을 것 뻔할 때 포용

외국인 난민 인정 요건

  • 최강욱 법무법인 청맥 변호사

    입력2013-01-07 10:21:00

  • 글자크기 설정 닫기
    박해받을 것 뻔할 때 포용
    국내 거주 외국인 수가 140만 명을 돌파했다. 새해부터는 대법원도 국내에 거주하는 외국인을 위해 14개 언어로 제공하는 법률정보 홈페이지(jifi.scourt.go.kr) 서비스를 시작한다. 영어, 중국어를 비롯해 베트남어, 일본어, 필리핀 타갈로그어, 태국어, 인도네시아어, 우즈베크어, 몽골어, 캄보디아어, 러시아어, 독일어, 스페인어, 프랑스어 등 모두 14개 국어로 제공한다니 다문화사회가 실감난다.

    외국인은 결혼이나 취업을 통해 국내로 이주한 경우가 많지만 정치적 망명이나 난민 지위를 인정받는 경우도 있다. 우리나라의 국제적 위상이 높아질수록 망명이나 난민 인정을 신청하는 외국인은 늘어날 것이다. 이와 관련한 대법원 판결을 소개하고자 한다.

    이란 국적의 원고는 2003년 10월 4일 한국에 입국했고 2007년 8월 10일 정치적, 종교적 이유로 본국으로 돌아가면 박해받을 우려가 있다고 주장하면서 출입국관리법 제76조의2에 근거해 법무부 장관에게 난민 인정 신청을 했다. 그러나 법무부는 2009년 4월 16일 “난민 요건으로 규정한 ‘박해를 받게 될 것이다’는 충분히 근거 있는 공포에 해당하지 아니한다”는 이유를 들어 난민 인정을 불허했다. 이에 원고는 이 같은 불허처분을 취소해달라며 법무부 장관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제1심에선 원고 청구를 기각했으나, 제2심과 대법원은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이유는 다음과 같다.

    ‘구(舊)출입국관리법’과 ‘난민의 지위에 관한 협약’ 및 ‘난민의 지위에 관한 의정서’에 나온 관련 규정을 종합해보면 법무부 장관은 인종, 종교, 국적, 특정 사회집단의 구성원 신분 또는 정치적 의견을 이유로 “박해를 받을 충분한 근거 있는 공포”로 국적국의 보호를 받을 수 없거나, 국적국의 보호를 원하지 않으면서 대한민국 안에 거주하는 외국인이 신청한 경우 ‘난민’으로 인정해야 한다. 이때 그 외국인이 받을 ‘박해’라 함은 ‘생명, 신체 또는 자유에 대한 위협을 비롯해 인간의 본질적 존엄성에 대한 중대한 침해나 차별을 야기하는 행위’라고 할 수 있다.

    이 사건 원고는 본래 쿠르드족으로 이슬람 신도였으나, 1999년 11월 14일 한국에 입국했다가 2001년 말경 일본에 밀입국했는데, 일본에 밀입국 혐의로 구금돼 있을 당시 성경책을 읽고 기독교에 관심을 갖게 됐다. 2003년 2월경 이란으로 강제송환된 그는 10월 다시 한국으로 들어와 교회에 다니다, 2005년 3월 13일 세례까지 받았다. 그리고 자신이 일하던 찜질방 주인 부부와 신앙생활을 함께하다, 2010년 3월 8일 이들 부부의 아들로 입양됐다.



    원고가 기독교로 개종한 사실은 이란에 있는 가족과 지인에게도 알려졌는데, 이란에서는 지난 몇 년간 기독교인들에 대한 박해가 심해졌고, 예배활동을 했다는 이유만으로도 처벌 대상이 됐다. 특히 이슬람교에서 기독교로 개종한 경우 사형에 처해질 수도 있다. 이에 법원은 원고에 대해 “이란으로 귀국하면 당국에 의해 기독교 개종자라는 이유로 박해받을 충분한 근거 있는 공포를 지닌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 사람에게 대한민국은 새로운 종교에 귀의할 자유를 주고, 새로운 부모님을 안겨줬으며, 신변의 안전까지 보장해준 고마운 나라다. 포용의 문화가 확산할수록 그 나라가 발전하고 강대국이 된다는 것은 인류 역사가 증명한다. 우리도 이제 변방 역사를 탈출해 다양성을 존중하는 선진국으로 발돋움할 때가 됐다. 극우적 사고에 기초한 ‘인종차별’ 문제도 새로이 극복해야 할 과제가 될 것이다.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