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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 한마당

사랑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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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은교

떠나고 싶은 자

떠나게 하고

잠들고 싶은 자



잠들게 하고

그리고도 남은 시간은

침묵할 것,

또는 꽃에 대하여

또는 하늘에 대하여

또는 무덤에 대하여

서둘지 말 것

침묵할 것.

그대 살 속의

오래 전에 굳은 날개와

결코 잠깨지 않는 별을

쉽게 꿈꾸지 말고

쉽게 흐르지 말고

쉽게 꽃피지 말고

그러므로

실눈으로 볼 것

떠나고 싶은 자

홀로 떠나는 모습을

잠들고 싶은 자

홀로 잠드는 모습을

가장 큰 하늘은 언제나

그대 등 뒤에 있다

삼십 년 이전에 이 시를 읽고 쓰고 외웠었다. 내 ‘살 속의 오래 전에 굳은 날개’와 같은 시. 옛 시집을 펼쳐 들고 잠시 어지러운 마음을 정리한다. 사람들은 왜 자기 틀 안에 타인을 가두려고 하는 것일까?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견고한 감옥을 만드는 너무 사랑하는 사람들이여, 떠나고 싶은 자 제발 떠나게 하라. 잠든 자의 가여운 영혼을 흔들지 마라. ─ 원재훈 시인



주간동아 866호 (p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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