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839

2012.05.29

격동의 시대 지나온 역사는 미래의 나침반

히스토리아

  • 윤융근 기자 yunyk@donga.com

    입력2012-05-29 09:49:00

  • 글자크기 설정 닫기
    격동의 시대 지나온 역사는 미래의 나침반

    주경철 지음/ 산처럼/ 350쪽/ 1만8000원

    우리의 일상적인 삶과 행동은 지나온 역사의 토대 위에서 이뤄진다. 선조의 지식과 경험은 단절되는 것이 아니라 기록이나 구전, 또는 유물 유적을 통해 면면히 전해진다. 그래서 오늘 속에는 어제가 들어 있고 미래가 담겨 있다.

    동서양사를 종횡무진 넘나들며 다양한 주제로 글을 써온 저자가 이번에는 상식을 뒤엎는 색다른 방법으로 흥미진진한 역사 현장에 우리를 초대한다.

    먼저 로마인의 목욕 문화를 살펴보자. 로마인에게 공중목욕탕은 오늘날 쇼핑센터 같은 구실을 했다. 조각상, 바닥 모자이크, 벽을 장식하는 대리석 혹은 부조로 화려함을 자랑한 목욕탕에 일과를 마친 로마인들이 매일 드나들었다. 목욕탕에 들어서면 먼저 몸에 기름을 바르고 여러 체육시설 가운데 한 곳에 가서 운동을 한다. 그 후 고온욕실이나 한증실에서 때를 민다. 물론 노예를 동원한다. 그리고 온탕과 냉탕을 거친 뒤 기름과 향을 몸에 바르면 끝. 그러는 동안 간식을 즐기고 마사지를 받았으며, 때로는 술에 취해 놀고 사랑을 나누기도 했다. 어떤 목욕탕에서는 남녀가 함께 목욕을 즐기기도 했다. 목욕탕은 공짜에서 유료까지 여러 종류가 있었는데, 벌거벗은 그곳에서 로마인은 정체성을 확인했다.

    그리스 파산 위기로 유로국가들은 물론 전 세계 경제가 시퍼렇게 질린 상태다. 나가는 돈은 많은 반면, 들어올 돈은 불확실하고 불충분하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다. 그러나 국고의 수입과 지출을 맞추는 일은 언제나 지극히 어렵고 까다로운 과제였다. 16세기 스페인도 부채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상황을 감당치 못했다. 특히 정치적 야망이 컸던 펠리페 2세 왕은 잦은 전쟁으로 채무에 시달리자 7차례나 정부 파산선고를 했다. 겨우겨우 대상인에게 돈을 빌려 사용하다 맞은 비극적 결과였다. 현재 남유럽 국가나 미국이 직면한 경제 문제도 근본적으로는 이와 같다.

    장수는 재앙일까 축복일까. 국민 대부분이 못 먹고 못살던 시대의 인간 평균수명은 30세 정도에 불과했고, 50세가 되면 노인 취급을 당했다. 그래서 한 세대를 나누는 평균을 30년으로 잡았다. 그러나 의학과 생활환경 개선으로 주변에서 100세를 넘긴 사람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현재까지 공식적으로 가장 오래 산 사람은 프랑스의 잔 칼망(1875~1997)으로 122년 164일을 살았다. 이대로 간다면 머지않아 인간 평균수명이 120세가 되고 오래 사는 사람은 150세를 넘길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 날이 오면 사는 것보다 죽는 것이 더 좋을지도 모른다.



    “진안군 이방우는 임금의 맏아들인데, 성질이 술을 좋아해 날마다 많이 마시는 것으로써 일을 삼더니, 소주를 마시고 병이 나 졸(卒)했다.” ‘조선왕조실록’ 1393년(태조 2) 12월 13일 기록이다.

    소주는 우리나라에서 매년 33억 병 가까이 소비된다. 이는 성인 1인당 평균 80병으로, 오늘날 ‘부어라 마셔라’도 따지고 보면 유전자가 그 원인이다. ‘기분 좋아 한잔, 기분 나빠 한잔’의 습관은 아직도 우리 핏속에서 도도히 흐르는 것이다.

    “앞만 보고 달려가는 우리의 말과 행동이 지나치게 빠르고 격한 느낌을 피할 수 없다. 우리를 휘몰아가는 격랑 속에서 하염없이 흘러가버릴 것이 아니라 때로는 잠깐 멈추고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지면 좋겠다.”

    저자가 현실에서 역사를 길어 올린 이유다.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