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간동아 로고

  • Magazine dongA
통합검색 전체메뉴열기

커버스토리 | 왜 지금 다시 육군인가 02

초병의 눈 25시 물샐틈없다

DMZ 1사단 철통경계 속 전투태세 완비

  • 조성식 기자 mairso2@donga.com

초병의 눈 25시 물샐틈없다

초병의 눈 25시 물샐틈없다
오전 10시 37분. 취재팀은 경기 파주의 통일대교에 도착했다. 1사단 관문이다. ‘전투형 강군 육성’이라는 표어가 눈에 띄었다. 10시 50분 도라전망대에 올랐다. 남과 북을 가르는 철책이 코앞에 펼쳐졌다. 비무장지대(DMZ)에는 수풀이 무성하다. 그 너머로 북한 마을과 개성공단이 선명하게 보인다.

통일대로에서 뻗어나간 도로는 군사분계선(Military Demarcation Line·MDL)을 통과해 북한 땅으로 이어진다. 이 도로를 통해 매일 20여 회 1000여 대의 차량이 남과 북을 오간다. 이곳에서 개성까지는 12km, 서울까지는 44km다.

안보와 통일을 지키는 사명감

현재 개성공단에 남은 한국인은 540명. 북한 근로자는 5100명이다. 1사단 정훈참모 김이호 중령은 “이곳은 평시에 유일하게 남과 북이 소통하는 공간”이라며 “여기서 근무하는 장병은 안보와 통일이라는 상반된 가치를 지킨다는 사명감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 지역은 1사단 10연대 도라대대 관할이다. 연대장 장세준 대령은 “천안함, 연평도 사건 이후 장병의 안보의식이 크게 바뀌었다”고 말했다.



“두 사건 이후 훨씬 실전적인 훈련을 하고 있다. 적이 한 방 터뜨리길 기다린다. 장병들은 언제라도 때려잡겠다는 각오로 뭉쳐 있다.”

철책(남방한계선) 주변으로 아군 GOP(General Outpost·일반 전방초소)가 일정 간격으로 포진해 있다. 비무장지대 안쪽으로는 GP(Guard Post·경계초소)가 진출해 있다. 적 GP가 아군보다 3배 많다. 최전방 양측 GP 간 거리는 500m. 서로 한 방이면 가는 거리다.

낮 12시 반. 후방 CP(Command Post·지휘소)에 들러 장병들과 함께 점심식사를 했다. 반찬이 나쁘지 않다. 매월 메뉴 설문조사를 해 반영한다고 한다. 중대장이 “먹고 입고 자는 문제는 많이 좋아졌다”고 말했다. 사이버지식정보장에는 컴퓨터 32대가 놓여 있다. 병사들은 정해진 시간 안에 인터넷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10명 안팎의 인원이 한 내무반에서 생활한다. 잠자리는 2층 침대다. 같은 계급끼리 한방을 쓴다니, 군대 참 좋아졌다. 일부 변기에는 비데까지 설치됐다.

무기를 살펴봤다. 소총 중에는 레이저조준경을 갖춘 K-11 복합소총이 눈에 띄었다. 지난해 10월 전방 모 부대에서 성능 시험을 하던 중 폭발사고를 냈던 바로 그 총이다. 방위사업청은 시험적으로 일부 부대에 배치했던 이 첨단 소총을 5월 초 전량 회수키로 결정했다. 그 밖에 K-3 한국형 기관총, 야간투시경, 주야간조준경 등의 신형 장비가 눈길을 끌었다. 모두 후방엔 없는 무기다.

이 대대엔 3명의 여 부사관이 근무한다. 그중 강현미(23), 이태경(25) 하사를 만났다. 예쁘장한 얼굴의 강 하사는 태권도 4단, 건강미 넘치는 이 하사는 검도 3단이다. 지난해 20대 1의 경쟁을 뚫고 부사관 시험에 합격한 이들은 20주 훈련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임관했다. 입대 동기를 묻자 “남자 못지않게 여자도 나라를 지킬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남녀평등이 가장 확실한 곳이기 때문”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불편하지 않으냐”는 질문에는 “전용 화장실, 샤워실을 갖춰 전혀 불편하지 않다” “남자 세계에 들어왔으니 거기에 맞추겠다”고 대답했다. 두 사람은 박격포 분대장이다. 이 CP에는 81mm, 4.2인치 두 종류의 박격포가 있다. 연평도 도발 이후 김관진 국방부 장관의 지시로 포진지 4개를 만들었다.

주야간 토막잠… “내 손으로 지키겠다”

초병의 눈 25시 물샐틈없다

GDP 야간 경계근무에 동참한 기자가 총을 겨눠보고 있다. 아군 철책은 한밤중에도 불빛으로 환하다(아래).

인근에 있는 7중대 7소초를 방문했다. 철책 주변을 24시간 감시한다는 CCTV가 왠지 궁색해 보였다. 중대장 채낙형 대위는 “나라를 지키는 데 쓰는 CCTV 성능이 주차단속용보다 못하다”며 “좀 더 멀리 자세히 볼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인근 GOP 초소를 둘러본 뒤 판문점 경비를 맡은 JSA대대를 방문했다.

다음 날 밤 10시, 다시 통일대교로 갔다. 야간 철책 근무에 동참하기 위해서였다. 방문 부대는 11연대 백학대대. 6·25전쟁의 영웅 ‘육탄10용사’를 배출한 용맹한 부대다. 지프를 타고 꼬불꼬불하고 울퉁불퉁한 산악지대를 30분쯤 오르자 OP(Observation Post·관측소)가 나타났다. 대대장 최은욱 중령이 반갑게 맞이했다. 이곳에서는 갖가지 관측장비로 GOP와 GP 상황을 실시간으로 파악한다. 브리핑을 받는 도중 연대장이 화상전화를 걸어왔다. 화면상으로 얼굴을 맞대고 짧은 대화를 나눴다.

GOP 부대는 후방 부대에 비하면 장비 성능이 좋은 편이다. 하지만 여전히 부족하다. 무엇보다도 생존성 보장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방탄장비가 필요하다. 초소 유리와 차량 유리를 방탄유리로 바꿔야 한다. 사각지역을 관찰할 수 있는 CCTV도 늘려야 한다. 줌(zoom) 기능이 있는 IP CCTV면 더욱 좋을 것이다. 엄폐물 뒤의 적을 쏠 수 있는 K-11 복합소총도 하루빨리 실전배치해야 할 것이다. 최 중령은 “천안함, 연평도 사건 이후 ‘다음은 육군 차례’라는 경각심을 갖고 적의 기습공격에 대비하는 훈련을 한다”고 말했다. 그는 “먼저 경계시스템을 과학화한 다음에 병력을 줄여야 하는데 거꾸로 됐다”며 안타까워했다.

밤 11시 반. 밖으로 나오니 스산한 바람이 인다. 하늘엔 반달이 떴다. OP 외벽에 ‘오늘 밤 적은 내 손으로 잡는다’라는 플래카드가 붙어 있다. 여기선 우물을 파서 물을 먹는다. 머지않아 수도관을 설치할 예정이라고 한다.

전투복을 걸치고 철책으로 향했다. 아군 초소는 철책을 밝히는 불빛으로 환하다. 반면 북한군 초소는 어둠에 잠겼다. 숨 막힐 듯한 정적 속에 가끔 동물 울음소리가 들린다. 초소 근무는 2인 1조다. 강동현 상병과 얘기를 나눴다. 대학 1학년을 마치고 입대했다는 그는 무덤덤한 표정으로 말했다.

“대학생 때 천안함, 연평도 사건이 일어났다. 그때는 별다른 의식이 없었다. 하지만 전방 초소 경계근무를 하면서 정말 우리나라가 위험하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조금이라도 긴장을 늦추면 큰일나겠다 싶었다. 내 손으로 지켜야겠다는 생각뿐이다.”

강 상병을 비롯한 이 부대 장병은 지난해 여름 고생깨나 했다. 폭우로 무너진 철책을 복구해야 했기 때문이다. 소대장은 “올겨울엔 눈이 조금 와서 다행이었다”고 말했다.

철책을 따라 서쪽으로 계속 걸었다. 또 다른 초소에 들렀다. 상병 박정현. 고교 졸업 후 곧바로 입대했다. 일병 권상혁. 대학 1학년까지 다니고 들어왔다. 그들은 “쉬는 날 없이 주야간 근무하지만 실제 작전지역이므로 보람이 크다”고 말했다. 보급이나 주거시설에 대해선 “후방부대보다 좋은 편”이라고 만족해했다. “가장 힘든 게 뭐냐”는 질문엔 “잠을 2시간씩 끊어 자는 것”이라고 답변했다. 그들의 목소리는 건조했다.

새벽 2시. 다시 철책을 따라 걸었다. 마음 같아선 이 무뚝뚝한 철책을 벗 삼아 밤새도록 걷고 싶다. 반쪽 달이 먹구름 속을 들락거린다. 한반도의 운명이 저와 같지 않은가.



주간동아 838호 (p18~19)

조성식 기자 mairso2@donga.com
다른호 더보기 목록 닫기
1279

제 1279호

2021.03.05

윤석열, ‘별의 순간’ 붙잡았다

목차보기구독신청이번 호 구입하기

지면보기 서비스는 유료 서비스입니다.